탐사보도의 성과가 영롱한 빛을 발휘한 한 해였다
이형균(심사위원장.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지난 한해동안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작품 중에서 뽑는 한국기자상은 올해에는 유난히 많은 작품으로 인해 심사위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올렸다. 예심을 거친 후 낮 12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을 벌인 끝에 본심을 마쳤고 그 결과 수준 높은 작품을 선정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꼈다.
제35회 한국기자상 심사대상은 총 118건이었다. 각 부문별로 후보작들을 대상으로 열띤 토론과 심사에 심사를 거듭하는 등 네 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쳤다. 취재보도부문의 경우 한국일보의 '양길승부속실장 향응파문'이 압도적인 표로 수상작이 되었다. 이 기사는 정치적인 후폭풍이 엄청나서 결과적으로 특검실시로 까지 발전하는 메가톤급 기사였다. 대통령측근의 비리에 관한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한 기사였다. 다음 문화일보 베이징특파원의 '탈북 국군포로 투먼수용소 압송'기사는 이 기사가 아니었으면 국군포로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할 정도의 큰 성과를 가져오게 한 기사라는 점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 기사로 인해 우리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외교적인 노력으로 국군포로가 고향 땅을 밟은 쾌거를 낳았다.
기획보도 부문의 경우 부산방송의 '해파리침공'은 심사위원들이 비디오를 시청할 때 이미 큰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기에 큰 점수로 수상작이 되었다. 해파리의 가공할 만한 생태는 물론 영상처리가 환상적이었다는 게 이구동성이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YTN의 '대구지하철참사 CCTV'가 선정되었는데 당시 상황을 신속하게 또 생생하게 전달한 노력이 높이 평가되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전남일보의 '벼랑끝 농어촌, 위기를 기회로'가 큰 관심을 끌면서 수상작으로 뽑혔다. 그 동안 농촌문제는 자주 등장했던 소재였으나 이 기획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처방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울산MBC의 '적조, 황토가 대안인가'도 수상작이 되었는데 우리가 그동안 교과서처럼 알고만 있던 상식을 일거에 뒤집어 버린 훌륭한 특집이었기 때문이다. 황토가 바다를 오히려 황폐시킨다는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 준 수작이었다. 전문보도 부문 사진의 경우 심사위원들은 동아일보의 '카지노에 빠진 국회의원'에 압도적인 표를 던져 주었다. 이 사진 한 장이 그 국회의원의 가슴에 달린 금 배지를 떼게 만들었고 끝내는 영어의 몸이 되게 한 것이다.
그밖에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는데도 수상작으로 선정하지 못한 것을 모두 아쉬워했다.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달의 기자상'과 '한국기자상'이 과연 기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우리는 기자상의 횟수가 거듭되고 연륜이 늘어 갈수록 기자들의 탐사보도 욕구와 취재기법이 날로 향상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 부패 비리는 언론이 아니고는 뿌리를 뽑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권력최고위층 측근의 비리나, 정치권의 불법자금 문제는 우리기자들의 끈질긴 취재와 정의에 불타는 사명의식이 수반되어야 시정되고 근절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지난 한해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몸을 돌보지 않고 취재일선에서 좋은 기사를 쓰고, 좋은 기획을 해 준 기자 여러분의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