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코로나19가 인류의 일상을 온통 뒤바꿔놓은 해였다. 국내에서도 코로나는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고, 기자들은 감염의 공포를 무릅쓴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 기자들의 관심은 방역 관련 뉴스에만 머물지 않았다. 비대면·비접촉이 뉴노멀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음지에서 애쓴 택배 노동자들의 눈물에 주목하는가 하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의 한숨과 어린이들의 울음소리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제52회 한국기자상 후보작은 지난 1년간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과 새롭게 출품된 작품을 포함해 모두 101편이었다. 이 중에서 최고의 영광인 대상은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추적 보도한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에 돌아갔다. TV조선·JTBC·한겨레 3개사가 최순실 관련 보도로 제48회 대상을 함께 차지한 이래 4년 만에 대상 수상작이 탄생한 것이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말한다. 국민일보와 한겨레 취재진은 장기간의 추적 끝에 범죄의 실상을 폭로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는 경찰의 수사와 용의자 검거로 이어졌으며,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변화까지 뒤따랐다.
심사위원회는 두 매체의 보도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뿐 아니라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사실상 협업의 결과를 이뤄냈다고 보고 공동 수상을 결정했다. 보도의 단초를 제공하고 취재와 수사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추적단 불꽃’ 대학생 2명의 활약을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가장 뜨거운 경합이 펼쳐진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JTBC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보도가 선정됐다.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비슷한 유형의 보도도 줄을 이었으나 여론의 반향이 가장 크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2020년을 결산하는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동안 숱한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서도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 보도는 서울 강남3구의 초고가 아파트 10개 단지의 등기부등본 8천 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87명의 재산 목록, 지난 20년간 사회간접자본 예비타당성 조사 사례 370건을 분석해 단연 돋보였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검찰과 법무부의 비밀주의 관행을 깨뜨려 국민의 기본권 확보에 이바지한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요양병원의 약물 오·남용과 식비 착복 실태 등을 고발한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 보도가 나란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화재 참변 인천 초등생 형제’ 보도가 선정됐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만 집에 있다가 당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함으로써 짤막한 1회성 기사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을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 수상작 KBS광주의 ‘‘농민 없는’ 농업법인…특혜로 키운 불법 온상’ 보도는 투철한 기자정신과 치밀한 확인 취재로 뿌리 깊은 부패 구조를 파헤친 수작이었다.
전문보도 중 사진 부문에서는 개성공단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남측 언론사 기자로는 유일하게 담은 국민일보의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 보도가 선정됐다. 끈질긴 노력과 기민한 감각으로 이뤄낸 수작이었다. 온라인 부문에서는 시민 감시가 소홀한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SBS의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 보도와 33년 만에 형제복지원 감금 피해자 33인의 증언을 인터랙티브 동영상으로 소개한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 보도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제11회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연합뉴스의 ‘베를린 소녀상 설치와 철거 명령 논란’ 보도에 돌아갔다. 연합뉴스 이광빈 베를린 특파원은 국제적 쟁점으로 비화한 소녀상 논란을 민족 감정 차원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인권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현지 시민사회의 성숙한 해결 노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기자상 삼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