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한국기자상 심사평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상인 한국기자상은 한국사회의 공공선을 추구하는 언론 보도 지향점과 한 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상징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한해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와중에도 제56회 한국기자상은 역대 어느 때 보다 많은 수상작이 선정됐고, 특히 수상부문도 문화와 같은 전문보도는 물론 경제보도와 지역경제보도 부문에서도 수상작이 고르게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제56회 한국기자상은 2024년 12개월 동안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된 총 741편의 후보작 가운데 선정된 72개 수상작들과 새롭게 출품된 작품을 포함해 11개 부문, 총 91편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의 치열한 토론과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12편의 한국기자상 수상작을 선정했다.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후보작 5편 가운데 최종 1편을 확정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는 대상을 선정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한국기자상 수상작과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취재보도부문
△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뉴스토마토, 김진양·한동인·박현광·유지웅 기자)
보도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연관된 총선 공천개입 의혹 관련 판도라의 상자를 처음 열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후속 보도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한국기자상으로 손색이 없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였다. 최초 보도 이후 뉴스토마토는 명태균 게이트 관련 사건 흐름을 주도하고 이후 비상계엄과 탄핵의 ‘불을 지른 힘’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 「‘성추행 보살님’ 민간인이 움직였다…‘롯데리아 내란 모의'」 (JTBC, 이서준·오원석·김지윤·김산·심가은 기자)
보도는 과연 비상계엄의 동인은 무엇이었을지 의문점에서 나온 수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는 민간인 예비역 노상원이 정보사 현역 수뇌부와 계엄을 모의한 ‘롯데리아 회동’ 장소부터 최초 취재하여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비선에서 주도했음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노상원의 전역 경위와 거주지 등을 최초 보도함으로 부적절한 비선실세가 이번 비상계엄을 주도했던 것이 부적절할 비선실세였음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12.3 비상계엄 사태의 민낯을 가장 응축적으로 파헤쳤다.
2. 경제보도부문
△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한국일보, 기획취재팀 정민승·유대근·진달래·박준석·원다라·송주용 기자)
보도는 행정안전부가 발표를 미루던 새마을금고 특별감사 내용을 방대한 관련자 인터뷰와 현장 르포 등을 통해 검증하고 창립 60년을 맞은 새마을금고가 본연의 역할인 서민 대상 대출을 등한시하고 거액의 기업 대출에 몰두하거나 뇌물로 얼룩진 초유의 사태를 집요하게 취재하여 향후 개선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발적으로 다뤄왔던 사안을 종합 보도하여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대안도 제시하였다.
3. 기획보도부문
△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 (조선일보, 창간104주년 특별취재팀 정한국·조유미·김윤주·김민기·한예나·양승수 기자)
보도는 전태일 재단과 공동 기획한 기사로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단순 비판이 아닌 유의미한 대안 이슈를 제시했다는 점이 수상의 이유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취재 과정에서 150여명의 취재원을 접촉해 기사화함으로써 기사가 촘촘하고 노동과 관련하여 보수는 물론 진보적 시각의 다양성을 높였고 12대 88이라는 분석 틀을 도입한 조선일보의 새로운 시도에 높은 평가를 하였다.
△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8기팀 김호경·김소영·김태언·서지원· 위은지·홍진환·이승건·김충민 기자)
보도는 기시감이 있는 사채 피해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경찰 등 157명을 인터뷰하고 잠입취재 하는 등 발로 뛰는 취재를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기사로 독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 단순히 신문지면기사에 그치지 않고 불법 사채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점도 향후 기획보도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였다.
△ 「캄보디아의 내부자들-불법 리딩방의 비밀」 (KBS, 원동희·최인영·이원희·김경민·정준희 기자)
보도는 영화와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중국인 불법 투자 리딩방 조직’의 실체를 처음으로 언론사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제보를 바탕으로 불법 리딩방 사기 수법을 재구성했고, 캄보디아 현지 취재를 통해 중국인 총책 밑에서 사실상 감금 상태로 한국인들이 사기에 가담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심사위원회는 기자 신변이 걱정될 정도로 열정적인 취재와 몰입도 높은 캄보디아 현장 취재는 물론 ‘접근-신뢰형성-갈취’ 세 단계로 리딩방 사기 수법을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4. 지역 취재보도부문
△ 「비리의 온상, 온누리상품권」 (매일신문, 윤수진·박성현 기자)
보도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이 관계 당국의 부실한 관리로 부정 유통되는 실태를 집중 보도하여 그 문제점을 공론화시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적인 문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지역언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 과정에서 관련상인과 브로커와의 관계는 물론 경찰의 ‘수사거래’ 의혹을 보도하여 지역 토착세력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헤친 점도 높이 평가했다.
5. 지역 경제보도부문
△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부산일보, 김백상·김준용·손혜림 기자)
보도는 국내 녹색채권 공시자료 361건을 최초로 전수조사하여 녹색채권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유도한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부산일보는 녹색채권이 왜곡 사용되면서 경영권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내용과 관련된 사례, 일부 설비를 이용해 전체 건설 및 개발 사업이 녹색산업으로 인정된다는 문제 제기 등도 이 보도를 통해 밝혀냈다. 또한 유럽과 국내 녹색채권 제도 비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부실운영 등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전수조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6. 지역 기획보도부문
△ 「광부엄마」 (강원일보, 최기영·신세희·김오미·김태훈·최두원 기자)
보도는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태백 장성광업소가 폐광하는 시점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기사를 작성했고 일반인이 잘 몰랐던 ‘여성광부’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다른 기존 보도에 비해 독창성이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여성광부와 탄광촌 여성의 삶을 잘 조명했고 지면 기사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하는 등 스토리텔링의 서사 또한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 「바실라」 (울산MBC, 설태주·전상범 기자)
보도는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 검증을 통해 1300년 전 신라의 대외 교역루트를 추적하고, 신라와 유라시아 문명 간의 교류를 밝히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이 기획보도는 제작 규모와 기간, 전문성 측면에서 심사위원회로부터 지역언론이 추구해야 할 기획보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울산MBC는 지난 4년 동안 신라에 대한 기록과 지도 유물을 비교 검증하며, 유라시아 11개국을 다니며 10만Km를 촬영하였다. 국내·외 40여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중세 이슬람 지도에서 ‘신라’의 바닷길이 처음으로 기록된 자료를 발굴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잊혀졌던 신라의 찬란한 역사를 복원하고, 신라와 관련된 기록 및 유물들을 발굴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7. 사진보도부문
△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 (조선영상비전, 김지호 기자)
보도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본관에 배치된 군인들이 국회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대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많은 계엄군이 국회 로텐더홀로 진입하려는 순간과 그들을 막으려는 국회 관계자들 사이의 긴장감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했다. 이 보도사진은 비상계엄 사태를 가장 강렬하게 기록한 상징적인 보도사진으로, 심사위원들이 이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8. 전문보도부문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문화 부문)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기자)
보도는 ‘특종은 준비된 기자만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보도 사례였다. 한강 작가와의 인터뷰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날 성사됐고, 그래서 심사위원단은 이 ‘기막힌 우연성’도 높이 평가하였다. 그러나 운(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자의 노력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강 작가의 전(全)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치열했음을 확인하면서 결과적으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유일한 인터뷰로 기록됐다.
※ 제15회 조계창 국제보도상
△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KBS, 김효신·김민정·안용습 기자)
보도는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국가에서 우리 국민이 반간첩죄로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장기간에 걸쳐 취재원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집요하게 취재한 특파원 기자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기자의 신변조차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간 점, 구속 당사자와 그 가족의 안전까지 고려해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낸 점 등은 해외 취재에서 사안에 접근하는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우수한 보도였다.
한국기자상 수상작들은 우리시대의 고민과 시대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이들의 값진 노력이 공공 저널리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1만3천여명의 한국기자협회 회원의 권익을 대변하고 한국사회를 올바른 곳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상자 여러분 한국기자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5년 새해에도 새로운 도전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보람과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을 누비는 기자생활 만끽하시길 기원합니다.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