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한국기자상 심사평(2008년)
김학순 심사위원장
한국기자상이 어느덧 40회째를 맞았다. 시대가 갈구하는 탁월한 보도와 민주언론창달에 기여한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67년부터 시상해 온 한국기자상은 '10월 유신'이 단행됐던 1972년과 신군부 통치시절인 1980년, 두 차례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올해는 공로상을 포함해 모두 101작품이 심사대상에 올라 10개의 수상작이 나왔다. 영예의 대상은 유감스럽게도 2002년부터 7년째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지역 언론이 압도적 강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올해는 지역 취재보도 부문과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 각각 한 편의 수상작만 내 아쉬움을 남겼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3개 출품작 가운데 이례적으로 경향신문의 2개 작품이 선정됐다. '한미쇠고기 협상 관련 보도'는 2008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여러 건의 특종보도로 다른 매체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정부의 각종 자료, 미국 연방관보, 인터넷 등을 검색해 경쟁매체들이 쓰지 못한 기사를 단독으로 수차례에 걸쳐 보도한 점을 높이 샀다. 논란이 된 촛불시위에 악영향을 미쳐 가치중립성을 잃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출품작은 광우병 문제 자체보다 미국과의 협상 오류를 추적하고 파헤친 것이라는 반론이 우세했다. '청와대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는 기본을 무시한 비정상적 인사행태와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를 폭로함으로써 언론의 권력감시 역할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동아일보의 '박연차 태광실업회장 및 노건평씨 관련 의혹 추적보도'는 근소한 표차로 고배를 들어 안타까운 순간을 연출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의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탈북자들의 목숨을 건 행로와 인권실태를 영상과 신문기사로 동시에 생생하게 추적해 세계적인 주목도와 파장을 이끌어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러 매체에서 다룬 이슈지만 신문·방송의 융합시대에 걸맞게 크로스미디어의 효과를 배증시켰다는 호평이 있었다. 다만 신문 기사로서는 수월성을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한국인 절반 이렇게 산다-비정규직 800만 시대'는 우리 사회의 최대현안 가운데 하나를 총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피부에 와 닿게 접근했다는 점이 고득점 요소였다. 결론 부분의 이념적인 편중이 취약점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KBS 시사보도팀 '2008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 보고서'는 소문으로만 나돌았을 뿐 밝혀내기 힘들었던 '취재 성역'을 깨뜨리고 피해 당사자들의 충격적인 증언을 유도해 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후속보도를 통한 마무리도 훌륭했다는 평이었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 MBC의 '무너지는 버스 준공영제, 혈세 1700억 샌다'가 단독 수상작으로 뽑혔다. 집요한 취재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만든 생활밀착형 수작으로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전북CBS의 'AI 기획리포트 "잔인했던 봄, 그리고 앵무새의 경고'가 단연 돋보였다. 문제점과 해결책 제시 등 기사의 완성도가 높았음은 물론 전국적인 이슈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돋보이는 기사였다. 매일신문의 다민족 다문화 시리즈가 후속 보도까지 알차게 뒷받침했으나 투표 결과 간발의 차이로 수상작이 되지 못했다.
전문 보도 사진부문 연합뉴스의 '무법의 전당, 대한민국 국회'는 아수라장 현장의 순간 포착이 탁월해 많은 신문들이 자사 기자가 찍은 사진을 제쳐놓고 이 작품을 1면에 실을 정도로 우수한 작품이었다.
뉴스의 새 장르를 개척했음에도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비운을 맞은 YTN의 '돌발영상'은 특별상을 안았다. 정치인들의 가십과 에피소드를 많이 다뤄 때로는 공익과 다소 거리가 있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있었음에도 다수표를 얻었다.
취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조계창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은 평소 약자들에게 따뜻한 가슴을 보여준 것은 물론 충일한 기자정신이 아니었다면 그날 불행한 사고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동료들의 증언이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