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한국기자상 심사평
이효성 심사위원장(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언론은 정권과 자본의 압력,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현상에 맞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켜나가야 한다. 그런데 저간에 그런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 언론은 작년 말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활발한 탐사보도와 현장취재를 쏟아내며 뒤틀린 정권의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비판하면서 한국 언론사에서 다시 한 번 언론인의 자부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한국기자상 심사위원들은 장시간의 깊이 있는 논의와 격렬한 토론을 거친 엄격한 심사 결과 제48회 한국기자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큰 공을 세운 세 언론사의 공동대상 수상과 함께 전체 6개 부문에서 13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올해 한국기자상 대상은 △TV조선 특별취재팀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JTBC 특별취재팀‘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한겨레신문의‘ 최순실 게이트’가 공동 수상했다. 공동 수상은 48회째인 한국기자상 시상 첫 사례다. 심사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권력과 자본에 억눌려‘ 기레기’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았던 점에서 대상작 선정을 반대하는 일부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르러서는 우리 언론이 심기일전하여 올곧은 기자 정신과 끈질긴 취재력으로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긴 토론 끝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밤을 지새운 현장 언론인들을 격려하는 한편 언론들이 계속해서 정권과 자본의 감시견 역할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상 수상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TV조선의‘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물꼬를 트고 국정농단 사건을 심층보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겨레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재학중 각종 특혜 제공, 두 재단의 증거인멸 및 대기업에 대한 강제 모금 등을 밝혀낸 특종보도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JTBC의‘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보도는 태블릿PC를 입수해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실에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후속보도를 통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회견, 최 씨의 귀국과 검찰 출석 및 청와대 핵심실세의 구속을 끌어내는 등 감시견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진경준 검사장 ‘수상한 주식대박’ 의혹’과한국일보의‘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이 수상했다. 한겨레신문의 ‘진경준 검사장 ‘수상한 주식대박’ 의혹’은 권력화하고 부패한 법조계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 고위공직자 검증 강화의 계기를 만든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보도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및 정부 지원 배제 의혹의 진상을 처음으로 알린 보도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의원 298명 후원금 지출 전수조사’, 경향신문의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KBS의 ‘시사기획 창-훈장’이 선정됐다. 한겨레신문의 ‘의원 298명 후원금 지출 전수조사’는 국회의원의 후원금 사용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감시견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의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은 가습기 살균제 파문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화학제품들의 위험성을 경고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BS의 ‘시사기획 창-훈장’ 보도는 정부 수립 이후 서훈 내역 72만 건을 전수 분석한 내용을 회사 측이 8개월간이나 미루는 와중에 이를 타 방송사가 먼저 방송하는 등 파문이 이어졌던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상이 현장기자들의 열정과 노고를 외면해온 KBS가 받는 상이 아니라, 땀 흘리며 어두운 역사의 이면을 밝혀낸 현장기자들에게 수여한다는 점을 국민과 KBS 경영진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경종을 울려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의 ‘평택 ‘원영이 사건’’과 목포MBC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선정됐다. 연합뉴스의 ‘평택 ‘원영이 사건’’은 현장을 발로 뛴 전형적인 수작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목포MBC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지역 주민들의 극악한 범죄를 첫 보도한 이후 지속적인 추적을 통해 사회 현안으로 부각시킨 점이 호평을 받았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서는 부산일보의 ‘복지사각 ‘제로맵’’과 제민일보의 ‘대하기획 인류무형유산 제주잠(해)녀-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가 수상했다. 부산일보의 ‘복지사각 ‘제로맵’’은 동네 골목골목을 훑는 현장 및 문헌 조사와 통계 분석, 해외 취재까지 진행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제민일보 ‘대하기획 인류무형유산 제주잠(해)녀-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는 지역 언론으로서 보기 드물게 10년에 걸친 장기 기획을 통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부문(사진보도)에서는 조선영상비전의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이 선정됐다. 단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오만하고 부패한 권력이 된 우병우 전 수석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보도사진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으로 재직 당시 순직한 고(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2010년 한국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한 ‘조계창 국제보도상’ 수상작에는 한국일보의 ‘재스민 혁명 5년, 끝나지 않은 아랍의 봄’이 뽑혔다.
심사위원단은 발로 뛴 열정어린 작품을 더 많이 선정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2017년에는 우리 언론들이 국민들의 편에서 더 활발한 언론 활동을 전개하여 더 많은 수상작들을 산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수상 언론인들의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 더 많은 분투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