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어버이연합 게이트 시사저널
어버이연합 게이트
시사저널 사회탐사팀 안성모 기자
세월호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일종의 부채감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지난해 1주기 때 미처 못다 한 이야기와 2년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에 ‘탈북자 알바’를 동원한 사실이 담긴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어버이연합의 2014년 집회 관련 회계 내용이 담긴 장부에는 세월호 반대 집회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심지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반대하는 집회에도 ‘알바’가 동원된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 기사부터 내보냈습니다.
그 이후 매주 한 걸음씩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어버이연합 핵심 인사들을 직접 취재해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열라고 문자 보냈다” “집회 지시 안 들으면 예산 지원 다 잘라라 했다” 등 기사를 잇달아 보도해 ‘청와대 지시설’을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습니다.
해당 청와대 행정관은 출판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시사저널이 어버이연합 핵심 인사를 회유?협박했다는 터무니없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 핵심 인사들의 추가 증언을 후속 보도하는 한편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5월10일 해당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어버이연합 핵심 인사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시사저널이 이 사건 기사와 같은 내용의 의혹을 품을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법원 판결에 이은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정진하라는 격려라고 생각됩니다. 한 보수단체의 ‘집회 알바 동원’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전경련, 어버이연합 게이트 JTBC
전경련, 어버이연합 게이트
JTBC 사회2부 강신후 기자
하드팩트(Hard fact=명백한 사실)의 힘은 강했다.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수 억원을 보낸 입금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해당 사실을 보도하자 세상이 들썩였다. 정치권에서는 불법자금지원에 대한 진상조사팀이 꾸려졌고,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과거에 벌어졌던 어버이연합의 집회들은 전경련의 자금지원 시점과 맞닿으면서 재조명됐고, 재해석 됐으며 무거운 의미를 지니게 됐다. JTBC와 '전쟁'을 선포한 어버이연합측조차 전경련이 드러난 차명 계좌에 대해서는 "취재는 열심히 했다"고 인정했다.
사실 어버이연합이 권력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의혹은 수 년 전부터 있었다. 3년 전 국회에서는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고, 지난해 일부 언론은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일당 2만원에 집회에 동원한 것과 그 돈은 재향경우회로부터 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의혹 제기들이 기자에게 어버이연합의 자금줄을 붙잡아 보자는 동기부여가 됐다. 결국 전경련을 비롯한 SK, CJ 등 대기업이 자금줄로 드러났다.
하지만 어버이연합에 뒷돈을 댄 것이 명백한 전경련과 대기업들은 여전히 함구하고 있고, 검찰의 관련 수사도 지지부진하면서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불어나는 의혹이 이념논쟁으로 치부돼 본질을 덮게 해선 안 된다는 사명이 다시 주어졌다. 이런 사명을 일깨워주는 강인식 캡과 백종훈 바이스 그리고 밤을 새워가며 이번 취재를 도운 최수연 기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빌려 JTBC 보도의 의미와 가치를 높여 주시는 손석희 선배께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시리즈 오마이뉴스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시리즈
오마이뉴스 탐사보도팀 구영식 기자
<오마이뉴스>가 보도를 위해 분석한 정치자금 지출내역 자료는 3만5000여 장(2012년 6월-2014년 12월, 36만여 건)에 이른다. 문제는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자료가 PDF파일이었다는 점이다. PDF파일은 자료를 다양한 데이터로 활용하기 어렵다. 결국 취재팀은 이 파일을 OCR프로그램(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돌린 후에야 겨우 데이터로 이용할 수는 자료를 얻어냈다.
중앙선관위는 <오마이뉴스>에서 특별면을 통해 정치자금 지출내역 사본(PDF파일)을 공개하자 “불특정 다수가 사본을 다운로드받아 활용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라며 관련 자료의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보공개 전문가인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은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받은 자료는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정치자금 지출내역은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하는 ‘공공정보’다. 중앙선관위가 이런 공공정보의 ‘알 권리’와 ‘감시의 필요성’을 헤아렸다면 정치자금 지출내역을 애초부터 다양한 데이터로 쓸 수 있는 CVS파일(메모장, 엑셀, R 등을 각종 통계프로그램에서 모두 자유롭게 불러와 데이터로 처리할 수 있는 개방형 데이터포맷) 형태로 공개했어야 했다. 그리고 관련 법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정보공개를 막는 데 힘쓰기보다 정보공개와 공유를 통해 정치자금 지출을 감시하고, 이를 유권자와 언론이 자유롭게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기 위한 ‘정부3.0’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끝으로 <오마이뉴스>는 19대 국회의원들의 마지막 정치활동 시기(2016년 1월부터 5월까지)에 지출한 정치자금 내역도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정치자금 지출내역 분석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 연간 단위로 분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의원 298명 후원금 지출 전수조사 한겨레신문
의원 298명 후원금 지출 전수조사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 김경욱 기자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362억원…평균 1억2450만원' '최다 정진후, 최소 이한구' '작년 국회의원 후원금 19대 출범 후 최저'
지난 2월 쏟아진 기사들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후원금)을 얼마나 모았는지 등 '모금액'과 관련한 내용뿐입니다. 누가 정치자금을 어떻게 썼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많은 언론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 자료에만 기댄 보도를 쏟아낼 때, <한겨레> 탐사팀은 다른 고민을 했습니다. '유권자들이 의정활동에 쓰라고 건넨 정치자금(후원금)을 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제대로 쓰고 있을까?' 이런 고민은 취재로 이어졌습니다.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19대 국회의원 전원의 2015년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회계보고서)를 수일 동안 분석해 지출내역이 의심스러운 것을 정리해 수십 개의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회계보고서에 명백하게 기록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가려진 것을 취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취재 결과, 의원들이 교묘하게 숨겨놓은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자금으로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의 매출을 올린 것도 모자라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단란주점과 술집 등에서 정치자금을 사용하는 등 그동안 감춰져 있던 의원들의 위법 행위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법규에 어긋나게 정치자금을 쓴 의원들의 후원금 반납이 이어졌습니다. 선관위도 <한겨레> 보도 이후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재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탐사기획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20대 국회의 투명한 정치자금 집행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취재과정에서 수차례 도움말을 준 중앙선관위 관계자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부청사 턴 ‘공시생’ 지역선발시험도 조작, 성적…
정부청사 턴 ‘공시생’ 지역선발시험도 조작, 성적 위주 선발이 만든 시험괴물
제주CBS 경찰팀 이인 기자
공무원 준비생이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온 눈과 귀는 청사 보안문제에 쏠려 있었다. 그때 ‘제주대가 주관한 시험을 통과해 전국 인재들을 대상으로 한 7급 공무원 시험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차시험인 지역선발과정에서도 부정행위가 있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CBS 내에서도 제주와 서울 간 공조취재가 긴밀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본시험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1차시험 성적표를 입수하고 ‘정부 턴 공시생, 지역선발시험도 조작의혹’ 기사를 썼다.
경찰은 제주CBS가 입수한 성적표와 기사를 토대로 그를 추궁했고 ‘제주대가 출제를 맡긴 서울 M학원에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쳐 시험에 응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며 ‘피의자의 대학자체 선발시험 부정이 의심된다는 모 언론사(CBS)의 의혹 제기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이례적 표현을 썼다.
경찰의 제주대 직접 수사와 치밀한 범행준비 등을 단독보도하며 전반적인 수사의 필요성을 집중 제기했고 수능과 토익시험, 한국사시험에서도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개인의 일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경계했다. ‘성적위주의 지역인재 선발이 시험괴물 만들다’는 기사로 제도의 허점과 허술한 시험 관리를 집중 보도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인성이나 면접을 강화하겠다는 제도개선안을 발표했고 제주대도 성적위주로 선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말과 휴일 반납, 밤낮을 가리지 않은 취재의 성과물이 기자상을 받은 사실도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지만 언론 보도가 경찰 수사를 이끌고 제도개선까지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기자로서의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례대표 사전투표 새누리당 몰표 사건 의혹 규명 …
비례대표 사전투표 새누리당 몰표 사건 의혹 규명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 임종금 기자
한 지역 유권자 모두가 특정 정당에 100% 몰표를 주는 일은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진주시 수곡면 관내사전투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현장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선관위는 ‘교차투표 결과가 아니겠냐’며 문제없다고 넘어갔다. 이 취재의 핵심은 수곡면 주민 중에 사전투표한 사람을 찾아내고 그중에 결코 새누리당을 찍지 않은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것을 그 누구도 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통해 수곡면 농민회원을 알 수 있었고, 사전투표자를 찾아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를 재촉해 사전투표한 당원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자신들이 새누리당을 찍지 않았다는 증언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을 모두 확인했다. 1보 이후 추가 제보자를 포함해 수곡면 주민 6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결국 선관위는 유례없는 ‘자체 결의로 재검표’를 하기 이르렀다. 개표과정의 중대한 오류가 드러났고 잘못된 표들이 다시 제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방선거는 선거가 많을뿐더러 관내외 사전투표함까지 합쳐져 개표과정이 매우 복잡할 것이다. 게다가 개표상황실 CCTV도 없다면 개표과정이 잘못되더라도 이를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개표가 자정을 넘어가면 선거사무원들의 집중도도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이 지면을 빌어 투표소 수개표를 제안한다. 투표가 종료된 후 투표소에서 직접 수개표 하고 그 결과를 선관위에서 집계하는 방식이다. 많은 정치선진국이 이 같은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비용도 적게 들 뿐 아니라 훨씬 간소한 방법이기에 오류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고, 설사 오류가 났다고 해도 어디가 문제였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국민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이 같은 개표방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체르노빌 30년 후쿠시마 5년 현장리포트 한국일보
체르노빌 30년 후쿠시마 5년 현장리포트
프리랜서 기자 김혜경, Pierre-Emmanuel Deletree(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사람이 살아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간다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관련 보도는 늘 있었지만 시민들의 이해는 간극이 컸습니다. 해당 정부의 중대한 발표, 기관의 정량적 연구, 이 분야 권위자 인터뷰. 아니면 외신을 전달하거나 사고 기념일에 맞춘 일회성 현장 보도가 대부분이었던 까닭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취재한 저는 그곳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남의 이야기로 미뤄둘 수만은 없는 소재였습니다. 비리와 고장이 끊이지 않는데도 원전 밀집도 전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 30년 후쿠시마 5년 현장리포트’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에 걸쳐 다국적(한,일,불) 프리랜서 기자들이 발로 뛴 결과물입니다. 팀은 현장취재원칙을 고수하며 후쿠시마를 무려 네 번 드나들었고, 히로시마와 도쿄, 나가노, 지바까지 종횡무진했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발전소도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80여건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보거나 듣지 않은 것을 말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원전 반대 혹은 찬성처럼 결론을 정해놓은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취재한 원전 사고 현장은 희로애락이 공존하지만 병폐가 함축적이고 적나라하게 자리 잡은, 우리 사회 축소판이었습니다. 국가적 재앙에 책임자는 사라지고, 시민들의 희생으로 시곗바늘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해 준 팀원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프리랜서 제도가 활성화하지 않은 국내 언론 시장에서 직접 계약해 취재비를 지원하는 파격적 결정을 내려주신 한국일보와 다시 시작한 기자 일에 응원을 아끼지 않은 선후배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기획과 수상이 다른 프리랜서 기자의 활동에도 자극과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