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이윤희 기자
`땅값 부추기는 기획부동산' 시리즈는 어느 부동산공인중개사의 따끔한 충고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말 서울공항주변은 이전설로 들썩거렸다.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은 한번 이 지역을 훑고 지나간 후였지만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이전에 대한 소문은 일대 부동산을 들끓게 했다.
이러한 지역분위기를 취재하고자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을 때였다. 취재를 위해 들른 A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전화상담으로 바쁜 때였고 통화를 마친후 다짜고짜 `지금 이곳의 땅값이 얼마나 오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땅을 쪼개 파는게 더 큰 문제다'라며 운을 뗀후 기획부동산의 심각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개발호재가 있는 곳에 기획부동산이 난립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피해가 일반 서민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경제적으로는 물론 부부가 갈라서야 할 심각한 가정적 위기까지 불러온다는 것에 대해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부업을 위해 기획부동산업계에 뛰어든 주부들, 소액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수 있다는 말에 속아 발을 들여놓은 투자자들, 모두가 피해자라는게 충고의 핵심이었다.
본격적인 취재는 3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기획부동산업자들을 만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결국 여러 경로를 수소문하다 잠입취재라는 방식을 택하게 됐다.
잠입취재는 3월15~18일까지 4일간 이뤄졌다. 첫날 면접후 합격통보를 받아 이튿날부터 실전 업무에 들어갔다. 근무지는 기획부동산이 밀집해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역 부근 S기획부동산. 이곳은 200평 남짓한 사무실에 직원이 130여명으로 중견업체에 속했다. 대부분이 30~50대 주부들로 이뤄졌는데 5%정도만 남자직원이었다.
기본급 100만원에 개인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가 제공됐으며 3개월동안 일정수준의 성과(분할판매 실적)를 내지 못할 경우,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이런 부담이 직원들을 경쟁으로 내몰았고 전화마케팅은 물론 자신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나 친인척 등에까지 기획부동산으로 끌어들였다. 경쟁이 심화되며 자신의 돈을 투자해 성과를 내는 직원도 여럿있음을 알게 됐다. 같은날 입사한 한 주부는 “여기가 벌써 5번째인데 2곳에선 5개월동안 근무하고 한푼도 못받아 오히려 적자에 허덕였다”며 “친인척 등을 동원해 어렵게 계약을 성사해도 인센티브조차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허다해 어찌보면 기획부동산의 배만 불리고 고객이나 직원 모두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잠입취재이후 만난 10여명의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여유로운 가정이 아니었다. 남편 몰래 모아놓은 쌈짓돈을 투자한 50대주부, 창업보다 위험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해 퇴직금을 투자한 50대 전직 회사원, 농사일로 어렵게 모은 돈을 투자한 농부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단기적으로 큰 차익을 남기려던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처럼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이를 택했을 뿐인데 그 대가치고는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한 피해자의 하소연은 다시금 생각케 하는 바가 많았다.
회차 심사평
제175회 전체 총평
최광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 / 한국언론재단 사업팀장
어느 때라고 다를 바 없겠지만 타인의 작품을 심사한다는 일은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결정내용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번 달 최종심사는 심사위원 전원이‘기자償이제시하는 언론象과 기자상의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제44회 기자포럼에 참석, 이달의 기자상에 대한 쓴 소리를 듣고 난 직후여서 긴장 강도는 더했다.
포럼에선「2003년 중앙일보‘지금은 노조시대’」,「2004 한국경제‘HSBC 제일은행인수’」, 「2005년‘동아일보 이기준 인사검증보도’」등 논란이 되었던 수상작에 대한 원인진단과 여러 대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재심제도나 최종심사에 오른 응모작에 대한 인터넷 공개를 통해 선발 후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매달 수여하는 현행 기자상을 대폭 축소해 희소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수많은 언론상 가운데 유독 논란이 이는 것은 이달의 기자상이 갖는 권위 때문이라는 진단은 심사위원들에겐 그나마 위안이었다.
이 번 달 출품작은 8개 부분에 47건이었다. 경인일보가 응모한 2건의 기사가 최종심에 올라 2건 모두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받아 수상작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지역취재보도 부분에 응모한‘어느 청각장애인의 죽음’과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분에 도전한‘땅값부추기는 기획부동산’이 그것이었다. 전자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청각장애인의 생명까지 앗아간 애달픈 사연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후자의 경우 일부 심사위원들이 취재를 위해 기획부동산회사에 취업까지 하면서 부정을 폭로한 것이 기자윤리에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이의제기가 있었지만 선정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되지 못했다.
부산일보도 경인일보에 버금가는 개가를 올렸다.‘부산항운노조 전면수사 착수 및 후속보도’로 중앙언론과 취재보도부분에서 경합했다. 경향신문의‘이헌재 경제부총리 부동산 투기의혹 추적보도’와 세계일보의‘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불·편법 기부 추적보도’와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근 언론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탐사보도를 선도하고 있는 세계일보의 눈부신 수상 빈도도 돋보였다. 하지만 1면에 실리지 않았다는 점이 감점요인이 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보도 역시 지난 달 한겨레신문의 수상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이 전장관의 낙마에 결정타를 입힌 현장취재는 유일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CBS의‘200억원 들여 설립한 최신 학교에 학생은 8명’이란 보도와 MBC의 강동석 건교부 장관 아들 채용비리 의혹보도, 동아일보의‘최영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부동산 투기보도 등도 최종심에 올랐지만 아깝게 심사위원 과반수 득표에 조금 미달돼 아쉽게 탈락했다.
기획보도부분은 매일경제의‘유통횡포, 제조업 울린다’라는 기사와 서울경제의 ‘기로에선 외환관리’등 두 경제지에서 응모한 작품이 치열한 경쟁을 버려 수상의 영예는 전문성이 조금 더 요구되는 분야를 다뤘다는 평가를 받은 서울경제에 영예가 돌아갔다. 매일경제는 지난 2월‘외국자본 심층해부’로 기사가 아깝게 선정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하지만 일부 심사위원들은 매일경제가 거대 유통업체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는 점은 수상여부를 떠나 높은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주장을 펼쳐 많은 심사위원들의 동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목포 MBC는 지역취재보도부분에서‘먹통 조난 신호기’로, 지역 기획방송보도 부분에선‘자연의 경고, 바다가 뒤틀린다’라는 두 응모작이 모두 본심에 올랐지만, 두 작품 모두 최종심을 통과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전문보도 사진부분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한국일보의 '열정·끈기의 1년...로봇, 악수를 청하다’라는 작품은 사진기획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진 점이 높은 점수를 받게 했다.
수상작 7건 가운데 3건의 지역일간지 모두가 심사에 참여한 10명중 9명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얻은 영예여서 그 의미는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