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돋보기 시리즈 40회 기획
조선경제i
경제 관련 정치, 정책 기사 중에서 독자들의 '클릭 세례'를 받는 기사는 단연 세금에 대한 것입니다. 자기 지갑에서 직접 돈이 나가는 뉴스인 만큼 세금이 오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늘 반응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금의 최종 지출처인 예산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세금 항목에 비해 예산 사업이 워낙 많아서, 자신과 관련성이 낮거나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예산 사업을 계속 늘리려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의회 권력'이 과거 대비 강력해진 요즘에는 예산 낭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선거 때의 각종 공약이 재정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다면 설사 세금을 올려 메운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문제점을 구석구석 지적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내용의 기획기사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예산 집행 과정 구석구석에 비효율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자면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사업 진행이 더딘데도 예산을 2배로 대폭 증액한 행복주택사업, 취업 성공률은 매우 낮음에도 매년 수백억 원씩 투입하는 해외취업 지원사업, 사업 실적이 전무한데 예산을 증액한 택시 개조사업 등 이름을 알만한 각종 재정 사업에 실적과 별 상관없이 예산이 투입되고 있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혈세 낭비 사례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국방부는 평택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미군들이 임시로 호텔급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루 30만원씩 수당을 주겠다며 예산을 짰고, 조달청은 전 차장이 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몰아주기도 했습니다.
민간에서였다면 성사되지도 않았을 사업이 예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예산 사업에 대한 감시의 눈이 많아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고령화로 복지지출 등 경직성 지출이 크게 늘어만 가기 때문에 불필요한 예산 사업을 솎아내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에서 중앙정부 외에 지방정부의 예산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모쪼록 저희 기사가 예산 낭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상기하는 데 기여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291회 전체 총평
제29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전 부문에 걸쳐 무려 66편이 출품됐다. 세월호 관련 보도를 한데 묶어 심사한 제286회(일반응모작 포함 67편)를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예년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출품작 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최근 심사에서 “‘관심의 사각’을 두드리고 ‘보도 그 이후’를 되짚어 캐낸”(제290회 심사평) 기사들이 호평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출품작들이 다룬 주제도 폭넓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의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문제를 파헤치는 노력이 두드러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딱 떨어지는 특종이나 보도 직후 크게 주목 받은 기사는 많지 않았다. 예심과 추가 심사를 거쳐 16편이 본심에 올랐으나 수상작은 6편에 그쳤다. 특히 취재보도1 부문과 지역취재보도 부문은 출품작이 각각 18편, 19편에 달했으나 각 1편씩만 수상작으로 선정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달(11월)에 보도된 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출품 기준에 맞지 않거나 기사의 질과 반향에 비해 공적을 지나치게 부풀려 써낸 기사도 여럿 눈에 띄었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이달의 기자상’의 권위가 명실상부하게 유지되도록 하려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이달에 가장 호평을 받은 분야는 경제보도 부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삼성, 화학·방산사업 한화에 판다’는 경제 부문에서 모처럼 딱 떨어지는 특종 기사였다. 시간차 특종이라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반론도 일부 있었지만,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인데다 다른 매체들도 실마리 정보는 파악했으나 확인 취재가 쉽지 않아 보도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하면 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견해가 앞섰다. 조선경제i의 ‘예산 돋보기 시리즈 40회 기획’은 40회에 걸쳐 방대한 분량의 정부 예산안에 말 그대로 ‘돋보기를 들이대’ 문제점을 조목조목 파헤친 것은 전례 없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인터넷에만 게재되고 종이신문에는 반영되지 않아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한겨레의 ‘서울대 교수 인턴 여학생 성추행 혐의’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회면에 2단 톱으로 다소 작게 다뤄졌으나 가해자가 학계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인물인데다 보도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가해자가 구속기소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최근 대학과 정·관계 등 각 분야에서 성추문이 잇따르고 있는데, 과거보다 발생이 늘었다기보다는 그동안 감춰져 온 추문이 언론 보도 등으로 뒤늦게 드러난 측면이 큰 만큼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인 영남일보의 ‘비리로 얼룩진 청년창업’은 극심한 청년취업난을 해소하는 한 방편으로 창업 지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예산이 허투루 쓰여지는 ‘관심의 사각’을 예리하게 포착한 수작이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후속 보도를 통해 대구시 감사를 끌어내고, 경북 지역의 판박이 실태까지 밝힌 점도 호평을 받았다.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닐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지역을 넓혀 후속 보도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경기일보의 ‘인권침해·비리백화점, 사회복지법인 향림원’은 지역언론의 역할과 강점을 잘 보여준 보도였다. 규모는 작지만 이사장 일가의 족벌운영, 인권유린, 공금횡령 등 실상은 악명 높은 형제복지원과 다를 바 없는 지역 복지시설의 문제점을 충실히 취재해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단을 파견했으나 시설측의 협박으로 피해자들이 진정을 취하하는 바람에 그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은 KBS강릉의 ‘시사기획 창-중국, 동해를 삼키다’가 수상했다. 그동안 서해의 중국 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동해의 피해 실태를 충실하게 짚은 기획물이다. 북한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의 오징어 싹쓸이로 동해 어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꼼꼼한 현장취재를 통해 ‘생생한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