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물러나야 CJ 산다”…청와대, 대기업 오너도 교체
-MBN 특별취재팀 이성수 기자
11월 초는 이번 국정농간 사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열흘 전후로 최순실 씨가 귀국해 수사를 받고 안종범 전 수석이 한밤 중 긴급 체포되는 때였습니다. 1차 촛불집회는 성난 민심을 담는 첫 단추였지만 그래도 적은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진실들이 밝혀져야 했고 그 몫을 메고 가야할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도 더 치열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취재 압박이 몰려오며 MBN 전체가 고심을 할 때 쯤 한 지인으로부터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의 사퇴를 손경식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사실과 이를 뒷받침 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최순실 씨 관련 보도와는 결이 다르면서도 중차대한 이슈라고 판단해 긴급히 취재팀을 꾸렸고 결국 녹취 파일도 입수하게 됐습니다.
손 회장과 조 전 수석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는 녹음 상태가 불량해 처음엔 인사 개입은 물론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 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그리고 수십 번을 반복해 들으면서 일부 단어들이 들리더니 결국은 몇몇 문장들이 완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 복원 업체를 동원해 좀 더 깨끗한 음원을 확보하고 취재팀과 함께 공유하면서 퍼즐을 맞춰나갔습니다. 100%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녹음 파일은 충격적인 청와대의 대기업 인사 개입 사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습니다.
저희 특별취재팀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퇴진을 직접 지시했다는 조전 수석의 진술을 확인해 단독 보도하는 등 이후에도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별취재팀의 일련의 기사가 앞으로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부당하게 권력을 사용해선 안되겠구나 하는 인식을 갖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15회 전체 총평
광화문의 촛불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분노의 표출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하고 방조해온 언론의 반성을 촉구하는 준엄한 질책이기도 하다.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해 기본적인 책무조차 외면하고 방기했던 언론이야 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등 비선세력의 국정농단을 밝혀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 작업이 생략된 채 무분별하게 보도 경쟁, 과도한 취재경쟁이 이어지면서 정작 본질은 흐려지는 듯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정농단·국기문란의 총체적 실상, 국정 농단 부역자들의 면면과 역할,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공고한 카르텔 구조를 보다 일목요연하게 파헤치는 치밀하고 정교한 취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제315회 `이달의 기자상'취재보도 부문에서는 4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JTBC의 `세월호 VIP 보고서 단독 입수'보도와 TV조선의 `김기춘·청와대, 언론·사법·문화계 등 통제(김영한 비망록)'보도는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세월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어떤 인식과 지침을 바탕으로 움직였는지 청와대 내부의 내밀한 의사결정 과정을 적나라하게 국민 앞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JTBC는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집에서 `세월호 보고서'를, TV조선은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각각 입수·보도하는 과정에서 TV조선과 JTBC 간의 취재 경쟁이 고소 고발 등 언론의 상궤를 넘는 수준까지 과열된 점은 `옥에 티'로 지목됐다.
MBN `"부회장 물러나야 CJ 산다"…청와대, 대기업 오너도 교체'보도는 박근혜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과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육성 녹음 파일의 폭로 덕분에 국민은 청와대라고 하는 권부의 민낯을 똑똑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매일경제신문의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 독대'보도는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일일이 독대해 재단 출연 관련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중요한 보도로 평가됐다. 특히 이들 보도로 인해 국회 청문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직접 질의가 이뤄졌고 검찰이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는 토대가 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기업 편향적인 제목과 편집으로 인해 특종 보도의 진가를 훼손한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 한겨레신문의 `삼성물산 합병 과정서 외압 및 대가성 의혹'보도는 KBS 등의 선행보도가 있었고 국민연금 회의록 역시 이미 보도됐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과정에서 최순실과 이재용, 삼성그룹의 최유라 지원 등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을 다각적으로 끈질기게 보도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방향을 바꾼 점은 전적으로 한겨레의 공이라 할 만하다. 국민연금과 삼성그룹 간의 커넥션, 삼성의 비정상적인 그룹 승계과정을 보다 명백히 밝혀줄 특종 보도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KBS청주의`방역 실패'로 변종 AI 확산' 보도는 최순실 사태 와중에 언론의 무관심 속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AI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되돌렸다. 시간차를 두고 모든 언론이 AI 보도에 나섰으나 KBS청주가 AI 변종 가능성을 제일 먼저 제기하고 확인했다는 점이 남다른 평가를 받았다. KBS창원의 `낙동강 오·폐수 불법 배출 사건' 추적 보도는 오·폐수 단속 주체인 창원시가 오히려 오·폐수 불법 배출을 방치하고 주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제민일보 `대하기획 인류무형유산 제주잠(해)녀-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는 지역 언론으로서 보기 드물게 10년에 걸친 장기 기획을 통해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상찬을 받았다. 과거 문헌과 해외 사례 등을 꼼꼼하게 취재해 제주 해녀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해냄으로써 일본 잠녀를 제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역 언론 본연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인 조선영상비전의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은 단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말보다 낫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보도사진의 백미였다. 몇 시간 동안이나 잠복하면서 검사들 앞에서 팔짱 끼고 여유롭게 웃는 우 전 수석의 오만한 모습을 잡아냄으로써 전 국민적 분노를 촉발하고 검찰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심사에서는 JTBC의 `박근혜-최순실 의료 의혹', 세계일보의 `권력 서열 1위 최순실 연속보도', KBS의 `정유라 입시비리' 등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았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모든 언론이 경쟁과 협력 속에 저널리즘의 본령을 회복해가는 듯한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권력의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을 때도 국민의 편에서 워치독(Watch Dog)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언론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박근혜-최순실 의료 의혹', 세계일보의 `권력 서열 1위 최순실 연속보도', KBS의 `정유라 입시비리' 등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았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모든 언론이 경쟁과 협력 속에 저널리즘의 본령을 회복해가는 듯한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권력의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을 때도 국민의 편에서 워치독(Watch Dog)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언론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