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9편
세월호 VIP 보고서 단독 입수 JTBC
세월호 VIP 보고서 단독 입수
-JTBC 사회2부 이가혁 기자
“지지도 상승국면에서 맞닥뜨린 ‘여객선 사고’ 악재가 정국 블랙홀로 작용” “보수언론·단체들의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여론전 전개 병행” 11월 중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유품에서 발견한 빳빳한 33쪽짜리 보고서.
세월호 참사 직후 작성된 이 보고서를 훑어보는 내내 등짝이 따끔거렸습니다. “좋은 보도에 써달라”는 유족의 당부를 받고, 일단 가방에 담아 나왔지만, 보고서의 실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남궁욱 캡의 도움을 받아 보고서 작성 당시 민정라인 핵심 관계자, 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에게 보고서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확인 결과 작성 주체는 국정원, 독자는 대통령.
권력 기관의 보고서답게 내용은 알찼습니다. ‘여객선 사고’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진보성향 교육감 대응 방안, 교황 방한 활용 계획, 언론·시민사회단체 통제 전략 등이 빈틈없이 담겨있었습니다.
신진, 박현주, 최규진 기자와 내용을 검토하며 느낀 ‘자괴감’을 다 담아내기에 이틀간의 보도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보도 후 전문을 스캔해 ‘JTBC 사회부 소셜스토리’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했습니다. 실종자 12명에 대한 수색이 한창이었던 그때, 국정원과 청와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이 보고서 내용을 접하고 고민하는 게 취재진만의 몫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보도 이후 만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그동안 우리가 당한 일들이 여기 고스란히 적혀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이병호 국정원장은 “제가 취임한 이후에는 비슷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 형편없는 취재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국회 청문회장에서 ‘사법부 사찰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글꼴이나 워터마크가 한 달 전 마주한 그것과 똑같아 보입니다. 또 등짝이 따끔거립니다.
“부회장 물러나야 CJ 산다”…청와대, 대기업 오너…
“부회장 물러나야 CJ 산다”…청와대, 대기업 오너도 교체
-MBN 특별취재팀 이성수 기자
11월 초는 이번 국정농간 사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 열흘 전후로 최순실 씨가 귀국해 수사를 받고 안종범 전 수석이 한밤 중 긴급 체포되는 때였습니다. 1차 촛불집회는 성난 민심을 담는 첫 단추였지만 그래도 적은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진실들이 밝혀져야 했고 그 몫을 메고 가야할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도 더 치열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취재 압박이 몰려오며 MBN 전체가 고심을 할 때 쯤 한 지인으로부터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의 사퇴를 손경식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사실과 이를 뒷받침 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최순실 씨 관련 보도와는 결이 다르면서도 중차대한 이슈라고 판단해 긴급히 취재팀을 꾸렸고 결국 녹취 파일도 입수하게 됐습니다.
손 회장과 조 전 수석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는 녹음 상태가 불량해 처음엔 인사 개입은 물론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 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그리고 수십 번을 반복해 들으면서 일부 단어들이 들리더니 결국은 몇몇 문장들이 완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 복원 업체를 동원해 좀 더 깨끗한 음원을 확보하고 취재팀과 함께 공유하면서 퍼즐을 맞춰나갔습니다. 100%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녹음 파일은 충격적인 청와대의 대기업 인사 개입 사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습니다.
저희 특별취재팀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퇴진을 직접 지시했다는 조전 수석의 진술을 확인해 단독 보도하는 등 이후에도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별취재팀의 일련의 기사가 앞으로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부당하게 권력을 사용해선 안되겠구나 하는 인식을 갖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 독대 매일경제신…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 독대
-매일경제신문 사회부 이현정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은 필연적으로 처음부터 대통령을 겨냥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보도를 보며 그 의혹의 끝에 누가 있는지 모두들 예상할 수 있었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왔고 수사가 시작됐다. 우울한 예감이 합리적인 의심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 우리도 적극 가세해야 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검찰 수사 상황을 취재하며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기업들 간 소통에 집중했다. 청와대 주장대로 기업들이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공감해 재단에 출연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 간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확신했다. 결국 단서는 그의 업무수첩에서 나왔다.
검찰이 안 전 수석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업무기록에 대통령이 총수들을 직접 독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 창조경제간담회가 열린 2015년 7월 24일과 그 다음 날이었다. 대기업 총수 7명의 이름도 나왔다.
11월 3일 첫 특종 보도로 '독대'가 주목을 받았고 11월 5일 두 번째 보도에선 구체적인 독대 일정을 거론했다. 두 차례의 특종 보도 이후에도 보도에 거론된 일부 기업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전혀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대기업들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라"고 답했다.
결국 보도 내용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고 거론된 대기업 총수들은 모두 검찰 조사를 받았다. 매경 보도 이후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서 대통령 직접 조사 필요성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검찰·법원·헌법재판소를 전방위로 취재하고도 선후배들에게 수상자 명단의 자리를 기꺼이 내준 법조팀 김윤진 기자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기춘·청와대, 언론·사법·문화계 등 통제(김영…
김기춘·청와대, 언론·사법·문화계 등 통제(김영한 비망록)
-TV조선 하누리 기자
지난 7월, 국정농단 보도를 시작할 때부터 '비선실세 핵심'에 최순실씨가 있다면, 이를 비호한 '청와대 중추인물'을 드러내야 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찾았습니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비밀’이 집약됐던 2014년, 청와대에 있었습니다. 특히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종용'으로 청와대를 떠난 터였습니다.
그런데 8월,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전후로 김 전 수석의 어머니와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오랜 설득이 있었습니다. 최순실이 구속된 직후였습니다.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청와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김 수석께서 남긴 글이 있을 겁니다."
11월, 어머니는 공책 2권을 건네셨습니다. 비망록이었습니다. 고인 일정이나 생각을 쓴 메모는 쓰지 않을 것, 김기춘 전 실장과 청와대의 행적 그리고 진실을 알리는 데 쓸 것을 약속하고 비망록을 품에 안았습니다.
대부분 '장(長)'으로 표시된 비서실장 지시사항이었습니다. 유신헌법 지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언론 통제, ‘세월호 7시간’과 정윤회 문건에 대한 대응, 사법부 관여, 야당 의원 고발 조치, 공무원과 민간 뒷조사, 국정원을 동원한 ‘우병우팀’까지...‘어긋난’ 지시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의미가 분명한 것만 찾아 보도하고자 했습니다. 청와대가 지시한 명확한 부분만 써야 차후 ‘책임질 사람’이 재판에 가게 될 때, 비망록이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였고, 어머니와 고인에 대한 예의였습니다.
이후 김 전 실장이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김 전 실장은 청문회에서 "비망록은 내 지시가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특검은 비망록을 증거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뉴스를 보며 "그 사람이 좀 더 버텼다면 진실이 밝혀지는 걸 봤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 사람들, 여전히 지금은 끝이 아닙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서 외압 및 대가성 의혹 한겨레…
삼성물산 합병 과정서 외압 및 대가성 의혹
-한겨레신문 경제부 이정훈 기자
“너무 늦게 털어놔 ‘비겁하다’고 비판받지 않을까요?”
그는 걱정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한 전문위원인 그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기에 앞서 지인을 통해 청와대의 뜻을 전달받았고,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청탁성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가 이런 청탁 또는 외압을 거절한 탓인지 실제로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열리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당시에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직접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에서 최순실씨 회사로 간 37억원만 집중하는데, 사실은 추가로 더 있어요.”
또 다른 그가 알려왔다. 이를 근거로 추가 송금 내역 확인에 나섰다. 당초 알려진 37억원 말고도 추가로 보낸 43억원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 돈은 말을 사는 데 쓰였고, 그 말은 정유라씨가 탔다. 그의 한마디 덕분에 사정 당국으로부터 사실관계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고, 삼성 쪽으로부터도 같은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용기를 낸 그들이 사실 주인공이다. 그들이 알려준 내용은 활자화돼 독자들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관련 기관이 움직였다.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고,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 등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또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건넨 돈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특검에서도 같은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여전히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대한 의혹은 남아 있다. 아직도 취재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끝으로 선배인 곽정수 기자와 후배 이완, 최현준 기자가 큰 도움을 줬다. 제보 내용을 구체화하고 취재 방향을 알려주고, 막힌 곳을 뚫어 기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방역 실패’로 변종 AI 확산 KBS청주
‘방역 실패’로 변종 AI 확산
-KBS청주 보도국 이정훈 기자
대재앙의 시작은 이랬다. 11월17일 충북 음성 등에서 H5N6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치사율은 60%를 넘었다. 살처분되는 가축이 늘어날수록 농민들의 한숨도 커졌다. 취재 중 AI 확진판정을 받은 한 오리 농장의 주인이 갑자기 카메라를 부순다며 달려온 적도 있었다.
한 달쯤 되자 살처분된 오리와 닭이 2000만 마리에 이르렀다. 오리와 닭의 씨가 마를 지경이다. 정부는 뒤늦게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올렸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AI를 날카롭게 감시하는 언론은 없었다. 취재팀은 AI의 실체를 추적하기 위해 끈질기게 취재했다. 결국 정부의 ‘방역 실패’로 변종 AI가 확산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고발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과 차단 방역 실패로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화를 키웠다. 정부는 탄핵 정국을 맞아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무기력했다. 그 책임을 철새와 농가의 탓으로 돌렸다. 방역 실패로 2개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나왔고 변이도 컸다.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위기관리는 메르스 때처럼 낙제점이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도 같은 AI가 발생했지만 결과는 너무 달랐다. 지난해 구제역이 확산됐을 때 ‘항체형성률 100%’인 농가에서 구제역이 잇따랐다. ‘물백신’ 의혹과 정부의 허술한 방역 실태 등을 고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장 직위 해제 등 무더기 징계와 방역 대책 개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구제역과 AI는 제1종 법정 가축 전염병이다. 하지만 정부의 소통 부재와 정보의 독점은 여전하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불신이 쌓여갔다. 구제역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고 AI의 기세도 무섭다. 의미 있는 상을 받지만 마음이 무겁다. 근성을 가지고 끝장을 보기 위해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그들의 깊은 분노와 절망을 잊지 않고 더욱 매서운 감시견의 역할을 즐길 것이다.
낙동강 오·폐수 불법 배출 사건’ 추적 KBS창원
낙동강 오·폐수 불법 배출 사건’ 추적
-KBS창원 취재팀 이대완 기자
제보자가 보여준 영상과 증언은 놀라움 자체였다. ‘불법 배출은 그렇다 치고, 관로를 공무원이 직접 묻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사실 앞섰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북면하수처리장 시공사 관계자 등 관련 내부 고발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진실의 얼개를 만들 수 있었다.
'환경 수도'를 하던 창원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차라리 관리 부실이라고 한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불법을 단속해야 할 자치단체가 2년가량 오·폐수 불법 방류를 자행했다는 것이 KBS 취재로 확인된 진실이다. 오·폐수 불법 방류 지점에서 1km 하류에는, 창원 시민들이 이용하는 본포 취수장이 있다.
이번 단독 보도의 의의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창원시의 특혜 행정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개발업자나 토지주가 내야 하는 120억 원의 하수처리비용을 창원시가 부과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하수처리장 건립이 늦어지면서 오·폐수 불법 배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이다.
보도 직후, 안상수 창원시장은 관련 공무원 12명을 징계하기로 했지만, 상급 기관인 경상남도가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 매서웠다. 경상남도는 창원시가 과거 북면 신도시 외에도 13곳의 도시 개발 사업에서 420억에 달하는 하수처리부담금을 받지 않은 사실을 특정 감사를 통해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이번 사태를 특혜 행정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규정하고, 관련 공무원 25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창원시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 조처를 내렸다. 아울러 전·현직 창원시장과 공무원 등에게 재정 손실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물었다. 광역지자체가 기초지자체에 도시개발에 따른 손실보전 조치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항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혜 행정을 둘러싼 전·현직 시장의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고, 관련 경찰 수사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KBS 창원은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잘못된 행정의 책임을 끝까지 물음으로써, 언론의 공적 책임을 다할 예정이다.
대하기획 인류무형유산 제주잠(해)녀-제주해녀 미래…
대하기획 인류무형유산 제주잠(해)녀-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
-제민일보 문화부 고미 기자
2005년 봄 한 선배가 불쑥 물었다.“너 ‘해녀’해 볼래?”.“내가요?”. 고민이 됐다. “잘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더 해야지”.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새해가 11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어졌다. 처음 4명으로 시작했던 팀이 뿔뿔이 흩어지며 혼자 남았다가 다시 든든한 후배들로 채워졌다.
제주해녀에 ‘문화’라는 수식어 하나를 더 붙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해녀들조차 그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취재 약속을 하고도 물때가 되면 그대로 바다에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소라 같은 수확물을 정리하고 집에 갈 채비를 할 때까지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10년 넘는 동안 ‘일’은 수없이 많았다. 하마터면 ‘해양민속박물관’이 될 뻔했던 해녀 박물관의 이름을 지켰고, 해녀문화전승보전조례의 탄생을 지켜봤다. 1900년 초반에 시작된 독도 물질이 1970대까지 이어졌다는 역사의 연결이나 광복 이후 근현대사의 굴곡을 거쳐 ‘여성 단일직업’으로 남아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의 의미도 확인시켰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제주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됐고 지난 11월 30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11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언제까지 할 거냐’였다. 혹시 그 언제가 오지 않을까 조바심한 적도 있지만 적어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것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고, 문화유산적 가치를 격 없이 논할 수 있는 자리가 깔렸으니 이제는 “좀 알겠네요”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유네스코 등재까지’라는 첫 약속만 지켰다. 고백건대 ‘직접 물질을 하겠다’는 장담은 접은 지 오래다. 여전히 ‘해녀’는 아니다. 대신 공동체성과 여성성의 ‘해녀문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솔직히 이번엔 ‘언제까지’라는 약속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더 길게 ‘물숨’을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 조선영상…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사진)
-조선영상비전 멀티미디어영상부 고운호 기자
11월 6일 오후 8시 5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실 부속실 창문으로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질문하는 기자를 불쾌한 듯 날카롭게 쳐다봐 여론이 지탄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는 장면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울중앙지검 맞은편 서초동의 한 빌딩 옥상으로 올라간 지 30여 분 만에 그가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600㎜ 망원렌즈에 컨버터를 끼운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렀다. 우 전 수석은 목을 뒤로 젖혀 돌리는 스트레칭을 하며 검찰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검찰 직원들이 벌떡 일어났다. 조직의 상사를 대하듯 깍듯한 모습이었다. 우 전 수석은 자기 사무실인 듯 여유 있게 왔다 갔다 했다.
밤 9시 19분, 또 다른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로 서 있다가 무슨 이유인지 검찰 관계자들 앞에서 크게 웃었다. 그는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인 곽병훈 변호사였다.
밤 9시 25분, 우 전 수석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지퍼를 반쯤 내린 점퍼 차림에 팔짱을 끼고 웃음을 띤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명의 검찰 관계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두 검찰 관계자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우 전 수석의 말을 경청했다. 우 전 수석 말에 간간이 웃기도 했다. 셔터를 눌렀다. '팔짱 낀 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의 모습이 박제되어 7일 자 1면에 실렸다.
사진 전송을 마치고 새벽 1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찍은 사진은 900여장. 그 속에 우 전 수석을 대하는 검찰의 자세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