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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회 (2016년 12월)

수상작 9편 · 출품 후보작 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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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9편

심사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요구 역시 국민적 차원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31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현장기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땀을 흘린 기사들이 다수 출품됐다. 취재보도 1, 2 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6편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룬 한국일보의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SBS의 ‘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한겨레의 ‘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기사는 예심과 본심 과정에서 세 편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땀흘린 기자정신을 잘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그간의 의혹을 실물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사건의 전체적인 규모를 전했고, 이를 이어받아 SBS가 그 리스트의 내용을 생생하게 파헤쳤으며, 한겨레가 작성 주체 특정 등을 규명함으로써 블랙리스트 생산 구조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3사 협업’ 보도가 된 셈이다. JTBC의 ‘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보도는, 김영재 원장의 ‘세월호 7시간’ 동안 행적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통해 현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음을 부인하는 가운데, 김영재 원장 부인의 발언에서 취재 단초를 잡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이를 반박하는 증거를 찾아내고 이후 심층취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발로 뛰는 기자정신’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이 평가됐다. 동아일보의 ‘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은 이 녹취록이 이미 검찰과 ‘박영수 특검’팀이 입수한 상태라는 점에서 결국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기는 했지만,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녹취록이 SNS 등을 통해 유통 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전문’을 통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기여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의 ‘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올림머리’ 관련 단독보도, 황교안 총리의 세월호 관련 외압 및 인사보복 단독보도, 우병우 민정수석의 해경 상황실 압수수색 방해 외압 및 인사 농단 보도, 감사원 세월호 참사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수정 개입 보도 등 여러 개의 다른 단독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명징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보도와 경향신문의 ‘밥상 위의 세계’가 선정됐다. 한국일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용시술 여부를 밝히기 위해 취임 전 사진 1천여 장과 취임 후 촬영된 수만 장의 사진을 비교분석했다는 ‘창의적 발상’과 ‘노력’ 이 인정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 보도는 ‘밥상 위의 불평등’ 문제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주 원인인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사전에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인 부산일보의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는 언론의 접근이 어려운 군 내부 취재를 통해 세금 낭비 상황과 함께 지자체가 국방 예산 일부를 부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 군 부대의 허술한 폭약 관리 실태, 해당 사단장의 소극적인 사건 대응을 보도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 사회 발전에 장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무기력한 상황을 겪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하면서 다시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 본연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제 317회 기자상 심사 때도 이같은 ‘인정’을 넓힐 수 있는 보도들이 앞다퉈 출품되기를 기대해본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백만 촛불의 함성, 퇴진’ 등 촛불 60일의 기록(특별상)
후보 10-01 전문보도부문 중앙일보 박찬호*·김경빈*·이현민
‘현상수배’ 우병우 잠적 22일 만에 심야회의 포착(사진)
후보 10-02 전문보도부문 더팩트 사진부 문병희·이덕인·남용희
야적장에 방치된 소녀상(사진)
후보 10-03 전문보도부문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 김선호*
매몰되는 계란(사진)
후보 10-04 전문보도부문 경인일보 사진부 임열수*
세월호 침몰 때…“대통령, 흐트러진 머리 연출” 外
후보 1-01 취재보도1부문 SBS 시민사회부 김광현*·이세영*·김기태*
박연차, 반기문에 23만 달러 줬다
후보 1-03 취재보도1부문 시사저널 정치국제팀 김지영*·박혁진*·유지만·구민주*
국정원,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후보 1-04 취재보도1부문 국민일보 정치부 강준구*·권지혜·문동성
대통령 체면 지키려 인천 돈 1000억 날려-검단 스마트 시티 대국민 사기 의혹 추적
후보 1-05 취재보도1부문 경향신문 탐사보도팀 강진구·유희곤·최미랑
‘정윤회문건’에 대한 정권의 대응 연속 고발
후보 1-06 취재보도1부문 세계일보 특별취재팀 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조현일
강만수-정치권 커넥션 추적
후보 1-07 취재보도1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김정우*·안아람·신지후
최순실 일가 해외재산 연속 특종
후보 1-10 취재보도1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김정우*·남상욱*·안아람·조원일*
최순실-박근혜 육성 녹음테이프 최초 공개
후보 1-12 취재보도1부문 채널A 사회부 김경목*·김기정*·김남준*
‘최순실 보고’ 국정원 직원 좌천 外
후보 1-13 취재보도1부문 TV조선 사회부 이진동*·서주민*·하누리*·김태훈*
신천지 ‘친박’ 버리고 ‘친반’ 줄 바꿔타기?
후보 2-01 취재보도2부문 CBS 종교부 송주열
“국정원, 문체부에 진보 예술단체 동향보고서 전달” 外
후보 2-02 취재보도2부문 JTBC 스포츠문화부 전영희·서효정
최순실 사태 두 달…국가브랜드 날개 없는 추락
후보 3-01 경제보도부문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고재만·김세웅·김정환*·문지웅
‘정책이 헛돈다’ 기획시리즈
후보 3-02 경제보도부문 조선경제아이 경제정책부 이재원*·김문관·김종일*·이현승*·이윤정*
제빵업계 1위 ‘SPC그룹’ 달걀 사재기에 공정위 조사 무마 시도까지
후보 3-03 경제보도부문 YTN 사회부 최기성*·권남기*·류석규·이현오
‘인구 역피라미드 시대’ 기획 시리즈
후보 4-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사회부 황보연*·박수지·김경욱*·박태우*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
후보 4-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한겨레21부 서보미*·송호진
의료관광 횡령사건 벌금형 논란
후보 6-01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춘천 보도국 김영준*·임강수
총체적 부실 ‘교원평가제’
후보 6-02 지역 취재보도부문 대구MBC 뉴스취재부 조재한·이승준*
‘AI 달걀’ 유통 등 방역 구멍
후보 6-03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청주 보도국 이정훈*·최영준
‘매립금지’ 오염범벅 5년간 몰래 묻은 대구
후보 6-04 지역 취재보도부문 TBC 사회부 박정·최상보*
충북 곳곳에도 ‘최순실 국정 농단’ 파장
후보 6-05 지역 취재보도부문 충청일보 경제부 송근섭*
대통령 오니 소방호스 빼라?
후보 6-06 지역 취재보도부문 영남일보 기획취재부 최보규*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대상’ 부정 수상 파문
후보 6-07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강릉 보도부 정면구*·김중용
현황 파악도 못하는 ‘대책없는 경기도AI방역대책본부’
후보 6-09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기일보 정치부 한진경·유병돈*
내 나라에서도 끌려 다니는 나는 소녀상입니다
후보 6-10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사회부 조소희*·이승훈*
정부 스스로 이동제한 풀어 ‘AI 의심 닭’ 유통됐다
후보 6-11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인일보 정치부 전시언·신지영
“성노리개까지 해야 하나요” 어느 비정규직의 절규
후보 6-12 지역 취재보도부문 MBC충북 보도1부 정재영*
황태, 중국의 역습
후보 7-01 지역 경제보도부문 G1강원민방 보도국 홍서표*·조기현*·박종현*·원종찬*
제주의 방어유적을 찾아서·제주성 이야기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제주신보 사회부 좌동철
도서관을 ‘지식놀이터’로
후보 8-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제신문 사회부 정홍주·유정환
‘발등의 불’ 사용후핵연료
후보 8-03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부산일보 사회부 황석하·안준영
뉴스빅데이터로 본 충북 중소기업 보고서 外
후보 8-04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중부매일 경제부 김미정·이규영
연중기획-인천 고택기행
후보 8-05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김영준*·김성호*·김주엽·박경호*·조재현
현장보고 지방청년의 취업분투기
후보 9-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대전 보도국 심각현·강욱현
보이지않는 공포- 폐금속광산
후보 9-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강원영동 보도1부 조규한
특별기획 2부작 ‘파고를 넘어 대양으로’
후보 9-03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울산MBC 탐사보도부 설태주·전상범
낙동강 물이용부담금 전부 어디로 흘러갔나?
후보 9-04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NN 취재부 이태훈*·전재현*
일제 강제동원, 사라지는 역사의 기록 20부작
후보 9-05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부산 KBS부 장성길·김계애·이준석*·허선귀·류석민
2016 우리가 켠 촛불의 기록
후보 9-06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광주MBC 사회부 김인정·이정현*
탄소의 진화, 미래를 바꾸다
후보 9-07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전주 보도국 유진휘·신종호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9편

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SBS
「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SBS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취재팀 박수진 기자 2016년 12월26일 오후 4시쯤이었습니다. 특별취재팀 사무실을 향해 빠른 걸음을 걷던 그 순간, 두 손이 ‘뜨끈뜨끈’했습니다. 그 때 제 손에 들려있던 노란 서류 봉투 안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들려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취재로 입수된 문건을 그저 배달하는 순간이었지만 두 손은 뜨겁고, 심장은 쿵쿵 뛰던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블랙리스트 입수는 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관리지침’에 의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됐고 그래서 형식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수백 명이 넘는 예술인과 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해온 사람들인지 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왜 배제가 됐는지 일일이 추적해야 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이름 옆에 적힌 ‘B’,‘K’, ‘절대안 됨’, ‘반드시 제외’ 등 암호와 같은 표기들의 의미도 추가 취재가 필요했습니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을 접촉해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 취재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산 지원이 끊기고, 극장 대관이 취소되고, 해외 진출이 막히는 일들을 겪으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블랙리스트에 의한 결과라고는 생각을 못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예술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불이익을 당한 셈입니다. 보도를 이어가면서 굳게 닫혀있던 핵심 관계자들의 입도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체부 전 고위관계자에게 “B는 청와대, K는 국정원의 확인을 의미한다”는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마지막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가 돈과 권력으로 예술의 자유를 짓밟은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최소한 이런 부당한 지침을 내리고 실행한 핵심 관계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저희는 앞으로도 보도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또 SBS의 블랙리스트 보도가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 한…
「‘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 한겨레신문 문화스포츠에디터석 강희철 기자 기자는 작가가 아니다. 기사는 팩트를 확인해야 쓸 수 있다. 그러니 좋은 취재원이 없다면 좋은 기사도 없다. 박수와는 인연 없는 기자들이 가끔 상이나마 받는 것도 거의 대부분 그들 덕분이다. 6년 반에 걸친 내근 데스크 생활을 끝내고 2015년 가을부터 책 읽고 기사 쓰는 호사를 누리다 다시금 ‘하드보일드’의 세계로 ‘추락’하게 된 것도 그들을 빼놓곤 설명하기 어렵다. 기자 생활 25년 동안 좋은 취재원을 많이 만났다. 과분한 복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청와대의 혹독한 압박을 받는 처지에서도 미르-K스포츠 재단 내사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대통령을 빼놓고 저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지난해 8월25일의 일이다. 그보다 엿새 앞인 19일 미르-K스포츠 재단 취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결정적 팩트를 알려준 사람, 아직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검찰 관계자’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그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파헤쳐질 수 있었을까 가끔 자문해 본다. 이번 상의 ‘공적사항’에 포함된 여러 기사들도 또 다른 검찰 관계자들과 고위직 공무원의 용기 있는 증언 덕택에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그러나 기사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촛불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 부끄러운 사건이 대통령 탄핵, 재벌 회장 구속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아직도 세상엔 ‘세월호 사건’, ‘정윤회 문건 사건’ 등에서 직권을 남용하거나 불법적 지시에 순응하고도 관행이란 이름의 방패 뒤에 숨어 승승장구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기사에도 썼듯이 관행도 범죄일 수 있다. 어쩌면 더 나쁜 범죄인지도 모른다. 취재를 하면서 뜻밖의 소출을 얻기도 했지만, 반대로 최종 확인이 되지 않아 쓰지 못한 기사도 있다. 여력이 닿는 한 언젠가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선배랍시고, 협업을 핑계로, 여러 후배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남들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여건에서도 마음을 다해 뛰어준 <한겨레> 후배들이 진정 고맙다. 특히 후배 김정필은 출중한 취재력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팩트를 확인해주었는데, 이 상의 ‘인원 제한’ 탓에 그만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상금 받으면 그네들이 고생하는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한달음에 달려갈 생각이다.
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JTBC
「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JTBC 사회2부 이호진 기자 “저희는 그날 서울에도 없었는데.” 두 달여 전 처음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 씨와 접촉했을 때 박 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청와대를 출입했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입니다. 세월호 참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왜 저런 대답을 했을까. 대통령 비선 의료진을 취재하며 품고 있던 의문이었습니다. 취재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같다는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 본 김영재 의원은 강남의 수많은 성형외과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순실씨 국정개입 사건이 그러했듯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심으로 취재에 뛰어들었습니다. 취재팀은 병원 계단에 버려진 대형 쓰레기봉투를 발견하고 찢긴 내용물을 하나하나 맞춰보고 분석했습니다. 대기업 오너 일가와 연예인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와 함께 ‘정유연’ ‘최 회장님’ ‘최 외 1인’이라는 단어를 찾아냈습니다. 각종 특혜들이 최순실 씨의 단골병원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단서가 처음 확보된 겁니다. 같은 건물 화장품업체와 의료기기 업체들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김 씨 부인과 처남이 운영자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회사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뚜렷한 실적도 없던 업체가 대통령 해외 순방을 수시로 따라다닌 것이 확인됐고 유명 면세점에도 입점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일반의 출신 김영재 씨가, 성형외과가 없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 외래의사로 위촉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취재는 결국 처음 품었던 의문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김영재 측은 묻지도 않았던 세월호 참사 당일 알리바이를 꺼냈을까. 실마리는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단이 촬영한 사진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일보 보도 이후 취재팀은 시술 시간을 더 구체적으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부터 촬영한 사진 수백 장을 다운받아 성형외과 전문의 6명과 분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닷새 뒤인 2014년 4월 21일, 왼쪽 하관에 또렷한 시술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취재팀은 두 달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김영재 의원을 처음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이제 특검 수사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점이 차례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7시간이 밝혀질 때까지 취재는 계속될 겁니다.
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 동아일보
「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 동아일보 사회부 장관석 기자 최순실 씨는 너무 많은 일을 저질렀다. 쏟아지는 폭로와 의혹 속에서 우리도 어느 지점에서든 사건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몇 차례의 변곡점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키를 쥐고 있는 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라고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중에서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자 최 씨와 직접 접촉해온 인물인 만큼 취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온갖 의혹 제기가 계속된 상황에서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은 사건의 핵심을 밝힐 결정적 증거였다. 팀원 전체가 백방으로 나섰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최 씨의 국정 개입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있다”고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후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넘긴 정부 조각 명단, 장차관 인선, 대통령 해외 순방일정 등 기밀문건 47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해외 순방 가면 놀러 가는 것으로 보이니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라”는 최 씨의 구체적인 지시내용을 취재할 때는 우리 스스로도 ‘이정도 였나’ 탄식이 절로 났다. 최 씨와 4대 국정기조를 정하는 녹취록에서는 이번 정부의 사상적 빈곤함이 느껴졌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정 비서관이 ‘비선실세’의 지시를 잘 이행하기 위해 통화 녹음까지 한 대목에서 국가 시스템 붕괴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이후 녹음파일의 핵심 내용과 전문을 입수했고 최대한 가공 없이 게재해 독자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다. 장막 뒤에서 이뤄진 국정농단이 독자들에게 날것 그대로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정호성 녹음파일’과 ‘유출 기밀 문건’은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는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도를 가장 명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증거다. 오염되거나 의도된 증거로 치부할 수 없는 이 강력한 물증은 비선실세 국정개입의 민낯을 온전히 품고 있다. 지금까지도 각종 의혹을 부인하는 최 씨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휴대전화 녹음파일은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언론의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기자로서 느껴야했던 당혹스러움 앞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쓸 수 있는 기사를 쓰자”며 서로 다독이며 달려온 팀원들이 자랑스럽다. 깊은 애정으로 길을 열어주는 전성철 법조팀장께 감사드린다.
‘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한겨레신문 문화부 노형석 기자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믿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새해 벽두 타계한 영국의 예술지성 존 버거(1926~2017)가 남긴 유명한 명제다. 우리가 세상사를 보는 과정은 알게 모르게 이미지 뒤에 숨은 이데올로기의 압박을 받는다는 뜻이겠다. 존 버거는 이 명제를 남성주의가 지배해온 서양회화사와 자본이 휘감은 대중광고 맥락에서 풀었다. 하지만, 기자는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전달 경위를 캐면서 버거의 명제를 섬뜩한 권력장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40여년 전 유신 이데올로기로 예술판을 편갈라 통제해야한다는 헛된 믿음과 망상이 한국 문화예술판의 운명을 실제 쥐락펴락했던 것이다. 지난해 10월10일 도종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있다는 근거를 처음 내보였다. 청와대 등 윗선의 보이지 않는 힘이 문화예술계 지원에 작용한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문화예술위 회의록 원본. 이 사실을 손준현 <한겨레> 기자가 단독 보도하면서 블랙리스트 공방이 점화됐다. 그러나 누가 공모해 작성, 전달, 실행했는지 구체적 경위는 알 수 없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10월13일 국정감사장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 미묘한 언변. 왜 에둘러서 해명할까? 블랙리스트 작성 전달 경위를 파악해 예술인 탄압의 실체를 드러내야겠다는 발심이 일어났다. 10월 중순부터 오래 출입해온 문체부와 문화예술위, 문화계의 숱한 취재원들을 일일이 탐문했다. 발품 들인 끝에 2014~15년 청와대 김기춘 실장과의 교감 아래 조윤선 정무수석실이 교문수석실을 경유해 문체부, 문화예술위를 부리며 블랙리스트 공작을 진행한 전모를 처음 밝혀낼 수 있었다. 진실이 통하는 세상이 되어야한다며 털어놓은 취재원들 증언과 동료 선후배들의 ‘비선’ 메모가 원기를 주었다. 기자의 기사를 명백한 오보라며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조윤선 전 장관은 이 글을 쓰는 지금, 구치소에 갇힌 채 장관직을 사퇴했다. 지난해 한국 전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참여미술의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는 “예술은 명백히 쓸모없는 것에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적확한 말이다. 중심 아닌 주변을 기웃거리고, 불온하고 하찮은 것들을 엮어 새로운 세상의 밑돌을 놓는 이들이 바로 예술가들이다. ‘참견하는 상상력’을 가두면 미래가 없다. 기자는 뒤늦게라도 그 ‘역행’을 막았다는 게 다행스럽다.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한…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한국일보 문화부 조태성 기자 수상작을 보니 대부분 국정농단 관련이네요. 그래선지 받아도 기쁘다기보다는 우울합니다. 어찌 보면 기자라는 직업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수상소감을 쓰려고 앉으니 시간은 쑥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것은 지난해였지만 소문은, 풍문은 2014년부터 돌았습니다. 지원하는 쪽에서는 힘들어 죽겠다는 푸념이, 지원받는 쪽에서는 대체 요즘 지원 선정되는 곳을 보면 아는 곳이 없느냐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처음엔 투정, 푸념 아니겠냐 생각했었습니다. 그치지 않고 이어지던 이런저런 투정과 푸념이 지시하는 방향은 딱 하나였습니다. “리스트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취재를 해보니 정황과 진술은 넘쳐나지만, 똑 떨어지는 뭔가가 없었습니다. 소액다수 지원이다 보니 한꺼번에 취합해서 정리하더라도 맥락을 잡기가 애매했습니다. 더구나 지원사업은 담당자가 딱 정해져 있어 무슨 사업, 하면 바로 담당자가 노출되는 구조입니다. 모두가 알지만, 그 어느 누구도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걸 찾기 위해 제 나름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물이 9473명 리스트입니다. 지금 제가 제일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건 지원사업 기관 직원들의 사기입니다. 이런 리스트로 한번 조직을 휘저어놓으면, 그 조직 내 반목과 알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일 겁니다. 문화예술쪽은 참 좋은 게, 돈은 못 벌어도 제 좋은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만나면 무척이나 밝다는 점일 겁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아니라 가치에 대해 얘기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은 경험입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 이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못 믿는, 그런 상황이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직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무슨 건에 대해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이냐일 겁니다. 이 파문이 온전하게 정리된 뒤 이 모든 바람이 잦아든 뒤 그분들 모두가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그분들 눈이 더 빛나야, 더 좋은 작품을, 더 훌륭한 작가를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블랙리스트가 다시는 없어야 할 이유엔 그런 점도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 한국일보
「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 한국일보 멀티미디어부 박서강 기자 세월호 수색이 한창이던 그때, 대통령의 얼굴엔 피멍과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다. 대화와 위로가 절실했던 희생자 가족을 ‘순수하지 못한’ 세력이라며 외면한 대통령은 몰래 아름다워지는 시술을 받고도 태연했다. 그런 그녀 얼굴에서 시술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 ‘엽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말의 책임감도, 염치마저도 내동댕이친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잔혹 동화의 한 장면을 상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젊고 팽팽해지는 대통령 얼굴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4만여 장의 사진을 분류하고 얼굴 형태의 변화를 조목조목 따져봤다. 그 결과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미용시술을 받아온 정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피멍이나 주사바늘 자국은 발견하지 못했다. 크기가 워낙 작은 데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얼굴에 그런 상처가 존재하리라는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주간의 1차 분석을 마무리한 후 미용시술과 ‘세월호 7시간’의 연관성에 집중했다. 참사 전후 촬영된 대통령 사진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당일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할만한 뚜렷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청와대가 제공한 사진의 해상도가 크게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차선책으로 일주일씩 분석 범위를 넓혀갔다. 그러던 중 2014년 5월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대통령 얼굴에서 시퍼런 피멍을 발견했다. 같은 날 촬영된 여러 장의 다른 사진에서도 피멍은 선명했다. 그날은 희생자 가족의 면담 요청을 묵살해 온 청와대가 ‘순수한 유족’에 한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직후였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아이들의 시신이 하나둘 건져지던 때였다. 분석 범위를 재임 기간 전체로 확대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나타난 피멍과 바늘 자국 다수를 찾아냈다. 사진을 본 의사들은 미용시술의 흔적이 거의 100% 확실하다는 소견을 밝혔고, 보도 후 대통령의 미용시술은 기정사실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의혹은 여전하다. 대통령이 도대체 누구에게 미용시술을 받았는지, 얼마나 자주 수면유도제를 맞고 정신을 놓았는지, 시술 비용은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누가 지불했는지, 이 과정에 개입한 조력자는 누군지 등등.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진실은 결국 밝혀지겠지만 그 시간을 앞당겨야 할 책임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 수상 소식에 더욱더 무거워진 책임감을 느낀다.
밥상 위의 세계 경향신문
「밥상 위의 세계」 경향신문 ‘밥상 위의 세계’ 특별취재팀 남지원 기자 “팔팔하던 연어가 저렇게 불쌍하게 죽어서 포장되고 있어요. 연어알에서 막 깨어난 갓 난 연어부터 새끼연어 어른 연어 사망한 연어 다 봤네요” 지난해 9월, 시리즈 1회차 ‘연어는 만들어진다’를 취재하러 노르웨이 올레순으로 날아간 선배가 취재팀 카카오톡 채팅방에 남긴 글이다. 세계 최대 연어양식업체인 마린하베스트의 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연어 100만마리가 파이프로 공급되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자란다. 크릴새우를 먹은 연어에게서는 자연스럽게 나왔던 속살의 붉은색은 화학적으로 합성된다. 잘 손질된 연어는 72시간만에 한국의 대형마트에 진열된다. 생물인 물고기와 대량생산되는 수산물의 간극은 크다. “연어는 좋지만 꼭 전세계인들이 연어를 이렇게까지 많이 먹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나눴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우리가 맥주안주로 대충 집어먹는 닭강정의 주재료인 브라질산 닭은 왜 그렇게 가슴 부위만 커져야 했는지. 한국에는 크고 탐스러운 망고가 가득한데 왜 정작 그 망고를 손질하는 필리핀 다바오 섬의 망고공장 노동자들은 작고 못생긴 망고만 먹는지, 병아리콩과 렌틸콩이 한국에까지 유행인데 콩의 본산인 이집트의 농부들은 왜 더 이상 콩을 기르지 않는지.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에서는 선악의 틀에 갇히지 않고 문제를 찾아내 고발하겠다는 강박관념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단지 우리의 먹을거리가 생산되는 현장이나 우리의 식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만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한다면 취재팀의 고민 역시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첫 회가 나간 뒤 포털사이트에 댓글 200여개가 달렸다.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말에 가장 힘이 났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지난한 시간이었다. 기획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월, 취재 준비를 본격 시작한 것은 5월이고 8월부터 9월까지 현지취재를 완료한 뒤 10월부터 12월까지 연재를 했으니 1년을 꼬박 바친 셈이다. 각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선뜻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집에 초대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 덕에 무사히 연재를 마칠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온 취재진을 환대해준 세계 곳곳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 부산일보 지역사회부 권승혁 기자 “군부대니까….” 울산 예비군육성지원금을 심사하는 한 구의원이 “주민들 볼 낯이 없다”며 기자에게 말끝을 흐렸다. 군 특수성을 의식해 예산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자기 고백 같은 말이었다.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인데….” 담당 공무원들도 말을 얼버무리며 책임을 피하기 바빴다. 예비군육성지원금 부실 집행 실태가 전국적 현상이라는 얘기였다. 이런 일이 해마다 관성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13일 9명의 병사가 중경상을 당한 울산 예비군훈련부대 폭발사고는 폭음통 화약투기 같은 군수물자 낭비 관행에서 기인했다. 각자가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요행을 부리다 인재(人災)나 다름없는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사고 이후 군이 보여준 상식 밖의 비밀주의와 미흡한 대처에 국민들은 폭음통같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 사고가 군수물자 낭비 관행을 개선하고 과도한 군 폐쇄성을 타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 연속 보도는 폭발사고에 함축된 다양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었다. 비록 모든 의문이 명확하게 해소되진 않았지만, 군이 본보 보도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제도 개선을 통해 시정하겠다”고 밝힌 점은 소기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본보 보도가 ‘시민 세금이 쓰이는 곳에 성역은 없다’는 상식을 우리 사회가 다시 상기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지금도 “군부대에 대한 부적절한 예산 지원이 또 있다”, “예비군육성지원금도 문제지만 지자체의 다른 지원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등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추후 꼭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다. 자료 입수를 도와준 분들이 없었다면 보도 자체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글 빚을 지고 사는 마음으로 꾸준히 갚아가겠다. 취재 내내 길잡이가 되어 준 데스크에게 늘 감사드린다. “군부대니까…”,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니까…” 무한 애정을 갖고 살펴보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