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김기춘 우파단체 지원 및 국정원 블랙리스트 작성 관…
「김기춘 우파단체 지원 및 국정원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의혹」
경향신문 사회부 박광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희망의 새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드러난 현실은 '절망의 구시대'였다. 근현대사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관제데모'가 부활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청와대가 우파 시민단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시하고, 그 단체들이 최근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재정지원 지침은 박근혜 정부 초반인 2013년 말 작성됐다. '의혹'은 '사실'이 됐다. 배후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작가와 출판사를 배제하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이 드러난 것이다.
보도 이후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작품 선정이 배제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만든 문학 서적이 최종 심사단계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통화 너머로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흐느낌과, "그렇기에 더욱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가 느껴졌다. 이 같은 취재과정 속에서 '블랙리스트 시작은 세월호였다' 보도가 나왔다.
블랙리스트는 국민 생명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문화예술인을 겨냥했다. 국가정보원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 생명보다 정권 보위를 우선시한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관제데모'와 '블랙리스트'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민주주의까지 위협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가가 여론을 왜곡하고, 시민의 사고를 통제했다. 어떤 혐의보다도 무거운 범죄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희망의 새시대'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 제보해 준 익명의 취재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차병원, ‘기증 제대혈 불법 투여’ SBS
「차병원, ‘기증 제대혈 불법 투여’」
SBS 시민사회부 이세영 기자
영원한 젊음, 누구나 꿈꾸는 겁니다. 안 되는 걸 알기에 우리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돈과 권력으로 젊음을 사려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병원 회장 가족입니다. 그들은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 주사를 마음대로 맞았습니다. 그들과 친한 지인들, 차움 병원의 고객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제대혈은 상위 1%, VIP의 회춘을 위해 쓰였습니다.
산모들이 믿고 다니는 병원의 회장 가족이 저지른 일이라기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넘는 해명의 시간을 줬지만 병원 측은 연구 목적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그 누구도 연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고, 연구 기록도 없었습니다. 불법 제대혈 주사뿐 아니라 불법 면역세포치료까지 받은 증거까지 나왔습니다.
이 제대혈은 결국 필요한 사람들에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보도 이후 뇌성마비 환우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의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병원이 정작 환아들에게는 임상 참여 조건으로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요구했단 내용이었습니다. 힘이 없으면 너무나 간절하고, 꼭 필요해도 힘 있는 사람들에게 뺏길 수밖에 없다는 부모님의 말. 회장 일가는 환자들에게 희망 대신 깊은 좌절과 상처를 안겼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무색하게 만든 병원 일가는 곧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차병원의 국가 기증 제대혈 은행 자격도 박탈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했던 제대혈법은 국가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허술한 점이 많습니다. 제대혈 사용부터 관리까지, 철저하고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합니다. 권력이 모성까지 유린하는 일이 다신 없도록 계속해서 지켜보고 보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뛰어준 우리 사건팀과 모든 선후배동기들, 정말 고맙습니다.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 보도」
시사IN 특별취재팀 김은지 기자
안종범 전 수석은 꼼꼼하고 부지런했습니다. 청와대에 입성한 2014년 6월부터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인 2016년 10월까지,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의 거의 모든 것’을 기록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회의·티타임 내용 등을 자신의 업무수첩에 적었습니다. 그중 12권을 <시사IN>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시사IN> 특별취재팀은 400쪽에 달하는 그의 손 글씨를 문자 그대로 해독하면서 박근혜 게이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훗날 ‘사료’로 평가받을 정도의 기록물입니다. 박근혜 게이트 의혹으로 나오던 상당 부분을 수첩에서 확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취재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수첩에는 재벌 총수와의 독대 전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최순실씨의 민원 사항뿐만 담긴 게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침도 쓰여 있었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야당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 지시·국정교과서 개입·세월호 청문회 개입 정황 등도 썼습니다. 반대파를 적으로 간주하고,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한 내용도 따로 추려 추가 취재를 했습니다. 검찰과 특검 수사로만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혐의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또 삼성과 최순실씨가 직거래한 정황을 보여주는 일명 ‘최순실 파일’ 1379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게이트의 한 축인 삼성이 피해자 논리를 들이대던 때, 1379개 파일을 분석하면서 삼성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최순실 일가의 대포폰 사용 의혹이 계속해서 나오던 때, 그 실물을 직접 입수했습니다. 그들이 대포폰을 만드는 수법과 사용하는 행태를 확인하고 보도했습니다.
위와 같은 기사는 용기를 내어준 소중한 제보자 덕분에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늘 주변에 빚지고 사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데 도움을 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제보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근혜 게이트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필리핀 경찰 한인납치 사건 JTBC
「필리핀 경찰 한인납치 사건」
JTBC 국제부 강신후 기자
외교부 당국자에게 물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경찰에 납치됐다는데 어떡하나요?" 그가 말했다. "수사라는 게 현지 당국에서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난해한 언어이자 답변이다. 외국정부 공권력에 의한 납치를 이야기하는데 바로 그 공권력이 스스로 해결할 거라고 한다. 다시 필리핀 현지에 많은 직원을 파견했다는 경찰 간부에게 물었다. 그도 대답했다. "우리가 나서면 내정간섭이 됩니다." 이번에도 알아듣기 힘들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해되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은 이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대만에서 우리나라 여대생들이 택시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제대로 된 정부 조력을 받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현지에 파견된 우리 공무원은 기자에게 "저희도 여기서 고생 많이 합니다. 잘 좀 봐주세요"라고 한다. 피해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말을 하는데 되레 자신을 잘 봐달라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는 외국정부와 외국인들이었지만 이를 방조하고 사건을 키운 것은 우리 당국자들의 안일한 대응과 정부의 외교력 부재였다.
필리핀 경찰의 한인 납치사건을 최초 보도하자 우리 정부는 필리핀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한인대상 강력사건 뒤로 숨어 면죄부를 받는 듯했다. 하지만 현지 외신이 후속보도를 하자 필리핀이 들썩였고, BBC·CNN 등 세계 유력 언론들도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필리핀 마약단속 경찰들의 조직적 범행임이 확인되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사과했고, 반인권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핵심정책이라며 강행하던 대대적인 마약단속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의 태도는 변할 기색이 없다. 외교부 산하에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한 '위기상황실'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안일하고 오만한 언어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여전히 국민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그들이 상식의 언어와 국민을 섬기는 태도를 견지할 때까지 언론의 감시와 기자들의 취재는 계속되어야 한다. 주로 외신을 받아쓰는 국제부 기자가 외신이 받아쓰는 기사를 썼다는 데 일단 만족한다.
37년 만에 밝혀진 계엄군의 5·18 헬기사격 뉴시스…
「37년 만에 밝혀진 계엄군의 5·18 헬기사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사회부 배동민 기자
세월호와 5·18은 닮았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재앙과도 같은 참사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지만 그들은 "책임이 없다"며 거짓을 말하고 있다.
전일빌딩이 37년간 품어왔던 헬기 사격 탄흔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 "자위권 발동"이라는 신군부와 계엄군의 주장을 완벽히 뒤집는 증거다. 무려 37년이다. 그런데도 5·18의 진실 규명은 미완으로 남아 있다.
양심 고백이나 진정한 사과도 없었고 국가의 정식 보고서조차 없다. '북한군의 만행'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고 민주주의를 외치다 산화한 5월 영령들을 '빨갱이'로 내몰며 명예를 욕되게 하고 있다. 전일빌딩 탄흔은 '진실은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거짓과 진실을 감추려는 어떠한 공작도 역사와 시간 앞에서 반드시 밝혀진다는 묵직한 경고의 메시지다.
결국 이를 계기로 5·18의 진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5·18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을 모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총격 의혹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은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한민구 국방부장관도 "적극 협조하겠다"며 국과수 감정 이후 헬기 사격과 관련한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는 5·18 진실 규명 전담조직을 만들어 전문 인력을 확충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보관해온 1200만쪽 분량의 5·18 극비문서와 80년 5월 외신기자로 활동했던 미국 저널 오브 커머스의 팀 셔록 기자가 기증한 5·18 관련 미 정부기관 극비문서도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5·18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역사의 단죄를 받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5월 단체 어느 회원의 말이 생각난다. "40년이 다 돼간다. 우리도 이제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다. 5월 대동정신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속죄와 반성 없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속죄와 반성의 첫걸음은 진실 규명이며 이는 우리 시대의 사명이다. 진실을 감추고 있는 자들에게 전일빌딩의 탄흔이 경고한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
하나로 원자로 내진설계 대진단 중도일보
「하나로 원자로 내진설계 대진단」
중도일보 경제과학부 최소망 기자
지난해 한반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고, 그중 대부분은 원자력 시설에 집중됐다.
대전에는 발전용 원자로는 없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있어 1995년부터 가동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와 수많은 방사성폐기물이 존재하는 원자력 밀집 지역이다. 하나로는 4년 전 내진설계 성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2월부터 내진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연은 착공 당시 공사를 지난해 8월 말까지 끝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공사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공기가 늘어난 것에 대한 원자력연의 분명한 해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원자로 내진보강 공사는 국내 첫 사례는 물론 해외에서도 몇 차례 이뤄지지 않은 공사였기 때문이다. 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서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자력연을 비롯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지자체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해외 사례·논문을 읽고, 토목·지진·건축 관련 전문가를 만나 심층취재에 나섰다.
그 결과, 원자력연이 23년 된 낡은 하나로 외벽체에 손바닥 크기의 구멍 1800여 개를 뚫어 벽체 내ㆍ외측에 수천 톤에 달하는 철골을 벽에 붙이는 방식(하이브리드트러스ㆍHybrid-Truss)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내부 원자로와 외부의 철저한 단절을 상징하는 벽에 구멍이 났다는 점, 구멍을 메우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취재 중 내진보강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로부터 공사 중 건물에 크랙이 발생하는 등 시공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있었다는 제보도 나왔다.
이 외에도 공사 설계 방식이 실험으로 검증되기 전 착공이 진행된 점, 현장에서 발생한 공사 건축자재를 방치한 점도 확인했다.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내진보강 공사가 완공되면, 지자체ㆍ시민단체ㆍ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검증기구를 통해 공사에 문제점이 없는지 ‘3자 검증’을 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인 상황이며, 원자력연도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하나로에 제기된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될 때까지 취재와 보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원자력 안전은 우리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만큼 꾸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