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세계」
경향신문 ‘밥상 위의 세계’ 특별취재팀 남지원 기자
“팔팔하던 연어가 저렇게 불쌍하게 죽어서 포장되고 있어요. 연어알에서 막 깨어난 갓 난 연어부터 새끼연어 어른 연어 사망한 연어 다 봤네요” 지난해 9월, 시리즈 1회차 ‘연어는 만들어진다’를 취재하러 노르웨이 올레순으로 날아간 선배가 취재팀 카카오톡 채팅방에 남긴 글이다. 세계 최대 연어양식업체인 마린하베스트의 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연어 100만마리가 파이프로 공급되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자란다. 크릴새우를 먹은 연어에게서는 자연스럽게 나왔던 속살의 붉은색은 화학적으로 합성된다. 잘 손질된 연어는 72시간만에 한국의 대형마트에 진열된다. 생물인 물고기와 대량생산되는 수산물의 간극은 크다. “연어는 좋지만 꼭 전세계인들이 연어를 이렇게까지 많이 먹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나눴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우리가 맥주안주로 대충 집어먹는 닭강정의 주재료인 브라질산 닭은 왜 그렇게 가슴 부위만 커져야 했는지. 한국에는 크고 탐스러운 망고가 가득한데 왜 정작 그 망고를 손질하는 필리핀 다바오 섬의 망고공장 노동자들은 작고 못생긴 망고만 먹는지, 병아리콩과 렌틸콩이 한국에까지 유행인데 콩의 본산인 이집트의 농부들은 왜 더 이상 콩을 기르지 않는지.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에서는 선악의 틀에 갇히지 않고 문제를 찾아내 고발하겠다는 강박관념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단지 우리의 먹을거리가 생산되는 현장이나 우리의 식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만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한다면 취재팀의 고민 역시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첫 회가 나간 뒤 포털사이트에 댓글 200여개가 달렸다.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말에 가장 힘이 났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지난한 시간이었다. 기획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월, 취재 준비를 본격 시작한 것은 5월이고 8월부터 9월까지 현지취재를 완료한 뒤 10월부터 12월까지 연재를 했으니 1년을 꼬박 바친 셈이다. 각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선뜻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집에 초대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 덕에 무사히 연재를 마칠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온 취재진을 환대해준 세계 곳곳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회차 심사평
제316회 전체 총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요구 역시 국민적 차원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31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현장기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땀을 흘린 기사들이 다수 출품됐다.
취재보도 1, 2 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6편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룬 한국일보의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SBS의 ‘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한겨레의 ‘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기사는 예심과 본심 과정에서 세 편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땀흘린 기자정신을 잘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그간의 의혹을 실물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사건의 전체적인 규모를 전했고, 이를 이어받아 SBS가 그 리스트의 내용을 생생하게 파헤쳤으며, 한겨레가 작성 주체 특정 등을 규명함으로써 블랙리스트 생산 구조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3사 협업’ 보도가 된 셈이다. JTBC의 ‘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보도는, 김영재 원장의 ‘세월호 7시간’ 동안 행적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통해 현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음을 부인하는 가운데, 김영재 원장 부인의 발언에서 취재 단초를 잡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이를 반박하는 증거를 찾아내고 이후 심층취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발로 뛰는 기자정신’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이 평가됐다. 동아일보의 ‘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은 이 녹취록이 이미 검찰과 ‘박영수 특검’팀이 입수한 상태라는 점에서 결국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기는 했지만,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녹취록이 SNS 등을 통해 유통 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전문’을 통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기여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의 ‘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올림머리’ 관련 단독보도, 황교안 총리의 세월호 관련 외압 및 인사보복 단독보도, 우병우 민정수석의 해경 상황실 압수수색 방해 외압 및 인사 농단 보도, 감사원 세월호 참사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수정 개입 보도 등 여러 개의 다른 단독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명징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보도와 경향신문의 ‘밥상 위의 세계’가 선정됐다. 한국일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용시술 여부를 밝히기 위해 취임 전 사진 1천여 장과 취임 후 촬영된 수만 장의 사진을 비교분석했다는 ‘창의적 발상’과 ‘노력’ 이 인정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 보도는 ‘밥상 위의 불평등’ 문제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주 원인인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사전에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인 부산일보의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는 언론의 접근이 어려운 군 내부 취재를 통해 세금 낭비 상황과 함께 지자체가 국방 예산 일부를 부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 군 부대의 허술한 폭약 관리 실태, 해당 사단장의 소극적인 사건 대응을 보도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 사회 발전에 장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무기력한 상황을 겪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하면서 다시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 본연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제 317회 기자상 심사 때도 이같은 ‘인정’을 넓힐 수 있는 보도들이 앞다퉈 출품되기를 기대해본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