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
부산일보 지역사회부 권승혁 기자
“군부대니까….”
울산 예비군육성지원금을 심사하는 한 구의원이 “주민들 볼 낯이 없다”며 기자에게 말끝을 흐렸다. 군 특수성을 의식해 예산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자기 고백 같은 말이었다.
“다른 지자체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인데….”
담당 공무원들도 말을 얼버무리며 책임을 피하기 바빴다. 예비군육성지원금 부실 집행 실태가 전국적 현상이라는 얘기였다. 이런 일이 해마다 관성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13일 9명의 병사가 중경상을 당한 울산 예비군훈련부대 폭발사고는 폭음통 화약투기 같은 군수물자 낭비 관행에서 기인했다. 각자가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요행을 부리다 인재(人災)나 다름없는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사고 이후 군이 보여준 상식 밖의 비밀주의와 미흡한 대처에 국민들은 폭음통같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 사고가 군수물자 낭비 관행을 개선하고 과도한 군 폐쇄성을 타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 연속 보도는 폭발사고에 함축된 다양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었다. 비록 모든 의문이 명확하게 해소되진 않았지만, 군이 본보 보도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제도 개선을 통해 시정하겠다”고 밝힌 점은 소기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본보 보도가 ‘시민 세금이 쓰이는 곳에 성역은 없다’는 상식을 우리 사회가 다시 상기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지금도 “군부대에 대한 부적절한 예산 지원이 또 있다”, “예비군육성지원금도 문제지만 지자체의 다른 지원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등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추후 꼭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다.
자료 입수를 도와준 분들이 없었다면 보도 자체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글 빚을 지고 사는 마음으로 꾸준히 갚아가겠다. 취재 내내 길잡이가 되어 준 데스크에게 늘 감사드린다.
“군부대니까…”,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니까…” 무한 애정을 갖고 살펴보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회차 심사평
제316회 전체 총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요구 역시 국민적 차원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31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현장기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땀을 흘린 기사들이 다수 출품됐다.
취재보도 1, 2 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6편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룬 한국일보의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SBS의 ‘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한겨레의 ‘블랙리스트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전달 추적’ 기사는 예심과 본심 과정에서 세 편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땀흘린 기자정신을 잘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그간의 의혹을 실물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사건의 전체적인 규모를 전했고, 이를 이어받아 SBS가 그 리스트의 내용을 생생하게 파헤쳤으며, 한겨레가 작성 주체 특정 등을 규명함으로써 블랙리스트 생산 구조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3사 협업’ 보도가 된 셈이다. JTBC의 ‘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보도는, 김영재 원장의 ‘세월호 7시간’ 동안 행적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통해 현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음을 부인하는 가운데, 김영재 원장 부인의 발언에서 취재 단초를 잡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이를 반박하는 증거를 찾아내고 이후 심층취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발로 뛰는 기자정신’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이 평가됐다. 동아일보의 ‘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은 이 녹취록이 이미 검찰과 ‘박영수 특검’팀이 입수한 상태라는 점에서 결국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기는 했지만,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녹취록이 SNS 등을 통해 유통 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전문’을 통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기여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의 ‘세월호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올림머리’ 관련 단독보도, 황교안 총리의 세월호 관련 외압 및 인사보복 단독보도, 우병우 민정수석의 해경 상황실 압수수색 방해 외압 및 인사 농단 보도, 감사원 세월호 참사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수정 개입 보도 등 여러 개의 다른 단독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명징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보도와 경향신문의 ‘밥상 위의 세계’가 선정됐다. 한국일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용시술 여부를 밝히기 위해 취임 전 사진 1천여 장과 취임 후 촬영된 수만 장의 사진을 비교분석했다는 ‘창의적 발상’과 ‘노력’ 이 인정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 보도는 ‘밥상 위의 불평등’ 문제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주 원인인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사전에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인 부산일보의 ’군기해이 軍 폭발사고, 줄줄 새는 국민 세금 막았다‘는 언론의 접근이 어려운 군 내부 취재를 통해 세금 낭비 상황과 함께 지자체가 국방 예산 일부를 부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 군 부대의 허술한 폭약 관리 실태, 해당 사단장의 소극적인 사건 대응을 보도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 사회 발전에 장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무기력한 상황을 겪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하면서 다시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 본연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제 317회 기자상 심사 때도 이같은 ‘인정’을 넓힐 수 있는 보도들이 앞다퉈 출품되기를 기대해본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