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최순실 독일 유령 법인 설립 및 안종범·차은택의 광…
최순실 독일 유령 법인 설립 및 안종범·차은택의 광고사 강탈 사건
-경향신문 탐사보도팀 유희곤 기자
경향신문의 ‘최순실 게이트’ 취재는 지난 9월부터 시작해 10월 초 본격화됐다. 최소 수개월, 최대 2년 전부터 관련 의혹을 파헤친 언론사도 있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파도 파도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최순실 딸 정유라의 독일 현지 승마훈련을 취재하던 중 승마코치가 ‘비덱 스포츠 유한책임회사’를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K스포츠재단이 올 초 설립 이후 국내 한 4대그룹을 찾아가 80억원 투자를 제안했고 사업 주체가 비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의 연결고리는 주변 정황만 있을 뿐 구체적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최순실이 각종 법인을 세워 미르·K스포츠재단을 거친 대기업 돈을 사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검찰은 경향신문의 “K스포츠 ‘대기업 80억’ 요구 사업 독일의 ‘최순실 모녀회사’가 주도” 보도 이후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또한 20일 간 다수의 광고업계 관계자를 만나면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의 광고사 ‘포레카’ 강탈사건을 보도할 수 있었다. 포레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인물은 이번달 말 7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관련 사건 중 가장 많은 기소자다.
오창민·정제혁·송진식·구교형·김한솔 등 훌륭한 선배들과 동기 덕분에 지난 10월을 뜻깊게 보낼 수 있었다.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박래용 논설위원(전 편집국장)과 김민아 편집국장께도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의혹’을 ‘사실’로 보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수상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해 주신 취재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JTBC
최순실 국정개입사건
-JTBC 특별취재팀 손용석 기자
“우리는 뭐부터 할까요?” 보도국에 미르팀이 꾸려진 건 타매체에 비해 다소 늦은 지난 9월 말이다. 막막한 팀원들과 함께 화이트보드에 등장인물을 그려나갔다. 대기업-전경련-미르재단-차은택-최순실을 잇는 연결고리는 아직 비선(秘線)이었다. 비선을 실선으로 만들 수 있는 건 현장에 있었다. 국회와 법원, 기존 보도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벽부터 뻗치기, 전화인터뷰, 현장취재를 매일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인물과 회사가 나타났고, 핵심 관계자까지 접근하며 ‘최순실’에 성큼 다가갔다.
최씨 태블릿PC 입수는 결정적이었다. 전진배 사회2부장을 중심으로 팀원 모두 상암동 비밀 아지트에 모여 태블릿 파일을 분석하며 매일 새벽까지 격론을 벌였다. 상대는 지난 4년간 국정을 농단한 주역들로, 모든 걸 부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월 19일 “최순실이 잘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고영태 발언을 보도하며 반응을 기다렸다. 팩트는 확인한 뒤였다. 청와대는 “지금이 봉건시대냐”고 말했다.
24일 ‘대통령 연설문 수정’을 시작으로 최순실 파일을 본격 보도했다, 당일 개헌 카드를 꺼낸 대통령은 다음날 사과했지만 최씨 개입이 연설이나 홍보에 그친다고 했다. 다음날 우리는 ‘국가기밀도 사전 입수’를 보도했고, 100만명의 시민이 광장으로 나왔다. 지금도 우리는 대통령 대리처방 등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JTBC의 최순실 보도는 가이드라인 없이 현장 취재 기자의 의사를 중시하는 내부 시스템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시스템에서, 우리 사회 어디까지 비선들이 침투했는지 성역 없이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
최순실씨 인사·예산 농단 및 대통령 사생활 관리 영…
최순실씨 인사·예산 농단 및 대통령 사생활 관리 영상
-TV조선 특별취재팀 박경준 기자
대통령 옷을 만드는 샘플실 CCTV 영상과 문건은 단순 제보가 아니라 취재과정에서 취재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핵심 입증 자료 등을 토대로 <최순실, 민정수석실 인사에도 개입했나>, <최순실 손에 순방일정표, 대통령 옷 맘대로 결정>, <수천억원 문화융성사업, 최순실이 틀 짰다>, <최순실, 1조원대 예산 주무르려 했다>는 단독 보도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최순실씨가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의 틀을 짜고 인사 예산까지 주무른 국정농단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최씨 소유 땅 인근의 하남시 복합체육시설 개발 정보가 담긴 청와대 문건까지 가져갔다는 보도는 최씨가 탐욕적 사익을 위해 국가기관과 국가 정보를 이용한 증거였습니다.
물론 청와대 유출 문건을 확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전 현직 관계자들을 접촉해가며 청와대 문건의 글씨체, 양식, 제목에 쓰인 컬러 색도 등 특징을 파악했고 청와대 문건이 맞다는 증언들을 어렵사리 끌어내게 됩니다.
TV조선의 미르 K스포츠 권력 비리 보도 내용이 상당부분은 검찰 중간수사 발표문에 그대로 담긴 데 이어 TV조선이 보도한 문건들은 검찰 수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또는 정호성 비서관 등을 통해 유출된 문건으로 확인됐습니다. TV조선 보도가 이번 사건의 흐름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서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한겨레신문
최순실 게이트
-한겨레신문 사회부 방준호 기자
돌이켜보면 소박한 시작. 9월1일 김의겸 선임기자 제안으로 회사 한 켠 작은 회의실에 모여 앉아 ‘어떻게든 최순실 이름 석 자를 공적인 영역에 등장시키자’는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이제는 모두가 아는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부담스럽던 때였습니다. 드러낼 자신은 없었지만,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이 나라에 존재해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만큼은 모인 기자 모두가 공유했습니다.
방준호 기자가 우연히 케이스포츠재단에서 최순실씨 흔적을 발견한 뒤, 류이근 기자가 얻어 낸 ‘최씨가 대통령에게 지시하는 구조’라는 한 문장을 곱씹으며 팀원 모두 (지금은 모든 시민이 느끼고 있는)충격과 공허함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어영 기자와 송호진 기자가 낯선 땅 독일에까지 미친 최씨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순간, 기자로서 기뻤지만 시민으로선 두려웠습니다. 고공과 현장을 오가며 특종을 발굴하는 동시에, 우리가 켠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진중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까지 책임진 김의겸 선임기자는 자주 새벽잠을 설쳤습니다.
‘최순실’이라는 불덩이는 넓고 뜨거웠습니다. 재벌, 문화, 교육, 법조, 국방, 의료…. 이해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벌어진 각 분야 수많은 일을 드러내는 데는 상을 받게 된 저희뿐만 아니라 <한겨레> 편집국 전체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 또다시 수백만 촛불이 모였습니다. 촛불은 비선실세와 대통령을 향한 분노임과 동시에 저희 한겨레 특별취재팀원들에게는 훌륭한 가르침입니다. 취재 초기 느꼈던 충격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 관성이 되려는 고비마다 시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예민함을 배우고 되새기겠습니다. 또다시 달려갈 채비 하겠습니다.
‘두 얼굴의 LG’ 41억 뒷돈 갑질 10개월의 추적 …
‘두 얼굴의 LG’ 41억 뒷돈 갑질 10개월의 추적
-MBC충북 보도국 정재영 기자
“보도 안 하겠다고 하면 차라도 한 대 뽑아줄 텐데.. 젊어서 아직 세상을 잘 모르시네.”
어렵게 찾아낸 갑질 피해업체의 대표가 인터뷰를 거절하며 한 말이다. 돌아보면 6년차 사건기자의 승부욕을 불러일으킨 고마운 충고였다.
소문에서 출발한 취재는 내내 맨땅에 헤딩, 김 서방 찾기의 연속이었다. 1년 넘게 수사하고도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은 이유를 묻는 내게 돌아온 건 ‘간부 하나가 특혜를 노린 업체와 짜고 저지른 10억짜리 뒷돈 사건일 뿐’이라는 검찰의 냉소 섞인 답과 지역 경제를 위해 보도를 자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경찰 수사책임자의 황당한 권유였다.
안면이 있건 없건 반 사정 하다시피 인맥을 총동원하고, 유일하게 또 가감 없이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법정에 나가 정보를 조각조각 모았더니 서서히 안개가 걷혔다.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수사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였다.
정도경영을 주창하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부서장 한 사람이 협력업체의 선정부터 단가 결정권까지 10년 넘게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허술한 관리 구조. 매달 직원들 월급 걱정하는 처지면서도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거절 못하고 엄청난 금액을 바칠 수밖에 없었던 협력업체들. 마치 먹이사슬처럼 대기업은 중견기업에, 중견기업은 영세업체를 상대로 자행하는 뒷돈 관행을 두둔하기라도 하듯 물렁한 법. 뒤늦게나마 올곧은 검사가 공소시효가 남아있던 6억 원의 출처를 밝혀 추가 기소한 게 다행이었다.
2심 재판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뒷돈 받은 간부의 입에서 윗선에 상납했다는 말이 나왔는데도 수사로도, 취재로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
무리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준 얼굴 없는 분들께 영광을 돌리며 갈무리한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L~~~G!"
최초공개 최순실 시사IN
최초공개 최순실
-시사IN 사진팀 조남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의 승마 마장마술 경기가 열린 2014년 9월20일. 오전 9시쯤부터 저녁 7시까지 나는 정윤회씨만 기다렸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딸 정유라 선수가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뒤 아시안게임 취재등록을 했다. 그때만 해도 최순실씨가 아니라 정윤회씨가 비선 실세로 통했다. 둘 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정윤회씨는 20여 년 전에 찍은 흑백사진 한 장뿐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관객석을 눈대중해 격자로 나누었다. 관람객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촬영했다. 그중에는 모 그룹 회장도 있었다. 사진기자 선후배들은 “<시사IN>도 아시안게임 취재해요?”라며 의아해했지만 묵묵히 셔터만 눌렀다.
정유라 선수가 금메달 시상식 세리머니를 마치고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과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때도 놓치지 않고 다가가며 셔터를 계속 눌렀다. 흰색 블라우스 차림에 머리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ID카드를 목에 건(당시 체육회나 마사회 관계자쯤으로 보였음) 중년 여성이 정유라 선수 주변인들을 촬영하던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말투로 “그만 좀 찍으라고!” 소리쳤다. 물론 그 모습까지 다 담았다.
나를 노려보며 소리 지르던 그 여성이 바로 최순실씨였다. 회사로 복귀해 목에 걸린 ID카드를 확대해보니 최순실씨의 개명한 이름 ‘최서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바로 보도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은 정윤회씨였다. 나는 언젠가는 최순실씨 사진을 보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날이 꼭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사IN> 지면에 처음 공개된 최순실씨의 민낯 사진은 그렇게 2년 만에 빛을 보았다.
파도에 휩쓸렸다 극적인 구조 동아일보
파도에 휩쓸렸다 극적인 구조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10월 4일 저녁 뉴스에서는 18호 태풍 ‘차바’가 많은 비바람 피해를 입히고 제주도를 지나 5일 오전에 전남 여수로 상륙한다는 기상특보가 연신 귀를 울리고 있었다.
5일 아침 여수 오동도는 오가는 차량들이 부쩍 줄어 태풍 전의 고요를 실감하게 했다. 카메라를 챙겨 관측이 용이한 인근 주차장에 서서 바닷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길게 뻗은 방파제 옆으로 통상적으로 보이지 않던 커다란 여객선이 눈에 들어 왔다. 새벽 6시경에 정박한 부두에서 닻이 밀려서 방파제까지 떠밀려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를 포착할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는데 멀리 여객선 쪽으로 다가서는 사람들이 보였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 들긴 했으나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데 갑자기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먼저 강타하더니 점점 앞으로 다가서며 대피 중인 사람들을 덮쳤다. 그 순간 긴장을 넘어서는 두려움에 정신없이 카메라를 꼭 잡고 셔터를 눌렀다.
2번째 파도가 강타할 때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기자 생활하는 동안 태풍취재 경험은 꽤 있었지만 인명피해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당황하고 떨리기까지 했다. 한쪽에서는 해경구조대원들이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에 떠밀린 선원들과 구조대원들을 붙잡고 오는 것이 보였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강하게 몰아치던 파도가 점점 약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물에 빠진 선원들의 구조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전원 구조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면서 차에 올라서는데 자연재해의 엄청난 파괴력과 인간은 한편으론 바람 앞의 낙엽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10월 초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는 10월이 다 가기 전에 우리 한반도에 휘몰아칠 국정농단의 예고탄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기자의 머릿속에는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