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휩쓸렸다 극적인 구조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10월 4일 저녁 뉴스에서는 18호 태풍 ‘차바’가 많은 비바람 피해를 입히고 제주도를 지나 5일 오전에 전남 여수로 상륙한다는 기상특보가 연신 귀를 울리고 있었다.
5일 아침 여수 오동도는 오가는 차량들이 부쩍 줄어 태풍 전의 고요를 실감하게 했다. 카메라를 챙겨 관측이 용이한 인근 주차장에 서서 바닷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길게 뻗은 방파제 옆으로 통상적으로 보이지 않던 커다란 여객선이 눈에 들어 왔다. 새벽 6시경에 정박한 부두에서 닻이 밀려서 방파제까지 떠밀려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를 포착할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는데 멀리 여객선 쪽으로 다가서는 사람들이 보였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 들긴 했으나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데 갑자기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먼저 강타하더니 점점 앞으로 다가서며 대피 중인 사람들을 덮쳤다. 그 순간 긴장을 넘어서는 두려움에 정신없이 카메라를 꼭 잡고 셔터를 눌렀다.
2번째 파도가 강타할 때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기자 생활하는 동안 태풍취재 경험은 꽤 있었지만 인명피해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당황하고 떨리기까지 했다. 한쪽에서는 해경구조대원들이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에 떠밀린 선원들과 구조대원들을 붙잡고 오는 것이 보였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강하게 몰아치던 파도가 점점 약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물에 빠진 선원들의 구조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전원 구조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안도의 숨을 몰아쉬면서 차에 올라서는데 자연재해의 엄청난 파괴력과 인간은 한편으론 바람 앞의 낙엽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10월 초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는 10월이 다 가기 전에 우리 한반도에 휘몰아칠 국정농단의 예고탄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기자의 머릿속에는 떠나질 않는다.
회차 심사평
제314회 전체 총평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언론은 연일 비상식이 상식을 지배하고 있는 대통령과 권력층 및 기득권세력의 민낯을 고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내내 무기력하고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언론들이 뒤늦게라도 용감하게 권력에 도전해 어둠의 그늘을 밝히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 기자상 심사를 앞두고 무거웠던 마음이 다소 위안을 받았다. 언론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사태뿐 아니라 국민을 억압하고 고통받게 하는 사회적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파헤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켜주기를 당부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각 언론사들의 끈질긴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그동안 감춰졌던 비밀들이 연일 단독보도 형태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달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현장기자들의 땀이 배어있는 5편의 보도가 취재보도 및 전문보도 부문에서 기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4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JTBC의 ‘최순실씨 국정개입사건’ 보도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이를 고치는 등 국정 주요 사항들을 최씨가 보고받고 결정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최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를 입수해 밝힌 수작이었다. 이 보도 이후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최씨의 귀국과 검찰 출석 및 청와대 핵심실세의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진실을 밝히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좀체로 다시 나오기 힘든 특종으로 준비된 취재기자들의 열정에 행운까지 따르는 등 이론의 여지 없는 수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TV조선의 ‘최순실씨 인사예산 농단 및 대통령 사생활 관리 영상’은 장기간에 걸친 탐사취재를 통해 나온 특종보도로, 대통령 옷을 만드는 샘플실 CCTV 장면은 청와대 행정관을 개인비서처럼 부리는 최씨의 전횡을 영상으로 확인시키는 등 큰 반향을 낳았다. TV조선은 최씨가 국정과제인 문화융성의 틀을 짜고 인사예산까지 주무른 증거를 통해 국정농단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두 달 연속 기자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경향신문의 ‘최순실 독일 유령 법인 설립 및 안종범·차은택 광고사 강탈 사건’ 보도는 각종 자료와 승마협회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삼성과 최씨와의 연루 의혹을 최초 보도했고, 차은택씨 등이 재단 사업을 싹쓸이하고 광고회사를 강탈하려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고발한 수작이었다.
한겨레신문의 ‘최순실 게이트’보도는 최씨와 안종범 수석의 재단 사업 주도,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재학중 각종 특혜 제공, 두 재단의 증거인멸 및 대기업에 대한 강제 모금 등 여러 건의 단독보도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밝혀낸 일련의 특종보도였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두 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시사인의 ‘최초공개 최순실’ 보도는 사건 발생 2년 전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승마 국가대표로 출전한 정유라씨 경기장을 찾아 승마경기장에 온 인물들을 모두 촬영하는 등 발품을 판 ‘준비된 취재’를 통해 결국 최순실씨 사진을 언론 최초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동아일보의 ‘파도에 휩쓸렸다 극적인 구조’ 사진은 태풍 ‘차바’가 남부지방에 최초 상륙할 당시에 촬영된 것으로, 자연의 힘 앞에 한 없이 위태로워진 인간의 모습과 당시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 역작으로, 일본 아사히신문 등 외신이 요청해 주요 사진으로 받아쓸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 출품한 MBC 충북 ‘두 얼굴의 LG, 41억 뒷돈 갑질 10개월의 추적’ 역시 깊이 있는 취재를 기반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와 비상식적인 갑질을 적나라하게 고발해 호평을 받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취재를 거부하는 이들을 상대로 끈질긴 취재를 함으로써,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실형선고 등 형사처벌과 추징금 부과 등을 이끌어냈고, 처벌과정에서 드러난 법률상의 문제를 짚는 등 열정어린 취재정신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심사과정에서 그동안 계속된 권력의 탄압과 횡포에 굴하지 않고 부정부패 및 국기문란의 행태를 밝혀낸 일련의 보도들에서 언론의 정론정신이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심사에서도 기자정신이 빛을 발하는 기사들이 많이 출품되기를 기대해본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