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함형건 기자
현행법상 3만 ㎡ 미만 공사는 오랜 세월 문화재 조사가 소홀했지만, 그 문제점이 제대로 공론화된 적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관련 난개발 실태가 자세히 조사된 사례가 없었다.
간접적으로라도 문화재 훼손 실태를 데이터로 검증하고자 나섰던 이유이다. 18년 동안 백만 건의 건축 데이터와 9만 건의 매장 문화재 유존지역 데이터에 매장문화재 조사 자료를 대조해 자체 공간 분석을 하기로 했다.
데이터 수집과 정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누락된 매장문화재 조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여름 내내 각종 제보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참고해 현장 취재를 하기도 했다.
처음 2개 파일로 시작한 데이터가 나중에는 수백 개가 넘는 파일로 늘어나 있었다. 분석 과정도 복잡했지만 고고학이란 전문 분야의 특수성까지 맞물려 시행착오가 많았다. 초기 분석에서 실수로 놓쳤거나, 새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기사 바로잡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분석 결과를 지도로 시각화해서, 난개발 실태를 보도하자, 문화재청은 즉각 해당 법령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민도 많았지만, 일반적 취재기법으로는 드러내기 어려운 주제를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하고 제도 개혁의 단초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회차 심사평
제325회 전체 총평
2017년 9월 제325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수개월째 집중 조명되고 있는 과거 정부 시절 국가기관의 불법 활동을 비롯해 노동, 노인, 문화재, 광주 등 다양한 주제가 깊이 있게 다뤄졌고, 수상작도 여러 부문에서 고루 나왔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취재보도1 부문은 국정원과 군의 불법 활동 관련 보도가 출품작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가운데, SBS의 <청와대 지시로 군 사이버사 불법 활동>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단초가 된 군 사이버사의 내부고발자 인터뷰는 지난달 기자상을 수상한 KBS 파업뉴스팀의 취재가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SBS 취재팀도 발 빠르게 당사자를 인터뷰해 같은 날 톱뉴스로 방송했고, 끈질긴 후속 취재로 사이버사의 불법 활동에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 등 새로운 사실을 잇달아 보도해 호평을 받았다.
취재보도2 부문 수상작인 YTN의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 매장문화재 SOS 지도>는 국내 언론의 취약 분야로 꼽히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성과여서 더 의미가 깊다. 난개발로 인한 문화재 파괴와 관련해 법의 미비로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소규모 개발 지역의 실태를 GIS 분석 등을 동원해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대안까지 제시한 수작이다. 다만 디지털 내러티브의 전달력이 다소 떨어진 점은 아쉬웠다. 불모지에서 꿋꿋이 새 길을 개척해 온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을 비롯해 이 분야 선각자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 부문에선 한겨레 보도 2편이 나란히 선정됐다. <공공기관 부정채용의 민낯>은 너무 오래되고 익숙해서 오히려 간과할 수 있는 관행화한 비리를 날카롭게 포착해 속속들이 파헤쳤다. 특히 강원랜드의 경우 지역사회 전체가 얽힌 부패 커넥션의 전모를 드러낸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 불법파견 의혹>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편법고용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뤄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작이었다. 노동부의 후속 조처를 두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사용자 측의 주장과 그 배경까지 균형있게 다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불법 여부와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힘들 만큼 복잡하게 얽힌 그 자체가 비정규직 고용방식의 근원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수 위원들이 수상작 선정에 동의했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전남일보의 <중상자 방치에서 암매장까지…5ㆍ18 당시 광주교소도의 진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7년 간 묻혀 있던 진실을 관련자 인터뷰, 사료 발굴 등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깊게, 더 넓게 파헤치고 밝혀야 할 80년 광주의 진실, 지역 언론뿐 아니라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지역 기획보도에선 국제신문의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와 전북CBS의 <리베이트 덫에 걸린 지방의원들-재량사업비 뒷돈 거래>가 각각 신문, 방송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생애 마지막…>은 “병 들고, 가난하고, 외롭고, 고립된 노인들”의 현실을 다루고 대안까지 끌어낸 수작이다. 특정 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밀착 심층 취재를 한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6개월이란 기간 동안 취재에 들인 공력과 함께, 다양한 스토리텔링 시도로 기사 내용의 전달력과 영향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베이트 덫…>은 복마전처럼 얽힌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사용 실태를 파헤쳐 지역 언론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보도 이후 다른 지방의회에서도 재량사업비 폐지 여부가 논의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다만 불필요한 선심성 예산이냐 주민 숙원의 적절한 반영이냐는 무 자르듯 나누기 어려운 만큼 무조건 폐지보다는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출품작에는 사진을 활용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기사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아쉽게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다. 더 과감하고 더 신선한 실험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