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10편
OCI(전 동양제철화학) 1700억원 세금사건 경인일…
OCI(전 동양제철화학) 1700억원 세금사건
경인일보 정진오 기자
‘1700억원 세금 사건’은 간단하다. OCI라는 대기업이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DCRE)를 만들면서 토지 등 자산을 이 자회사에 넘겼다. 사건의 핵심은 DCRE가 OCI로부터 넘겨 받은 부동산과 관련해 취득세를 내야 하느냐, 내지 않아야 하느냐의 문제다. OCI는 세금 면제 규정대로 기업을 분할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게 맞다는 입장이고, 인천시는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1700억원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금을 면제해 준 것이 특혜라는 첫 보도에 이어서 OCI가 기업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이익을 취했다는 기사가 나가기 시작하자 OCI는 본격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한 것이다. OCI는 경인일보의 이 사건 보도가 대부분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으나, 정작 언론중재위에서는 기사 내용 중 한 문장에서도 허위사실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취재 도중 정말 우연히도 중요한 팩트를 얻기도 했다. 바로 언론중재위에서였다. 기자는 이 사건 핵심인 기업분할 과정에서 OCI가 인천공장 부지에 대해 실시한 감정평가 서류가 필요했는데, OCI가 정정보도 요구서면에 이 토지 감정평가서를 첨부한 것이었다.
분통 터지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인천 남구청은 2008년도에 이 사건 세금을 면제해 준 장본인을 2012년에 다시 담당 팀장으로 인사발령했다. 또한 조세심판원에서 판단을 미루면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OCI와 박근혜 대통령과는 인척 관계 기업이었다. 사건을 계속해서 늦춘 이유가 대기업의 힘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이번 사건이 조세심판원에서 ‘세금 납부가 맞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된 데에는 인천시청에 근무하는 2명의 공무원에게 결정적 공이 있다. 이들 2명은 이 사건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매달렸으며, 이들로 인해 OCI가 선임한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과 회계법인이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기자는 평가한다.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에 이들처럼 훌륭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2천억원짜리 엉터리 하수관로 지하 대해부 KBS전…
2천억원짜리 엉터리 하수관로 지하 대해부
KBS전주 김진희 기자
맨 처음 취재가 시작된 건 한 시민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4년간 민간자본 7백억원이 투입된 군산시의 하수관 BTL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악취가 나고, 비가 오면 온갖 오물이 역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군산시와 시민단체가 전체 114km 하수관 가운데 1% 가량인 1.2km, 10개 구간을 표본 조사한 내시경 카메라 CCTV 영상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 구간에서 발견된 파손, 침하, 오접합 등 불량 매설된 지점이 무려 80곳이나 됐습니다.
전국의 5년, 10년 된 하수관도 이렇게 깨지고, 내려앉고, 지하수가 줄줄 새 들어오는 부실시공 모습은 보지 못했다는 전문가의 말을 토대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준공도면 등 준공검사 서류 일체와 컨소시엄 참가 업체, 감리업체 명단 등 관련 서류를 정보공개 청구해 건축 전문가와 정밀 분석했습니다.
수밀시험 등 모든 검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하수관의 모습, 감리단의 준공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와 시민단체의 합동조사가 시작됐고 부실시공 사실은 조사가 끝나는 날까지 끊임없이 발견됐습니다.
준공도면을 들고 찾아간 곳에 하수관 맨홀이 없어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 결국 부실시공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미시공 구간은 무려 3.69km에 달했고 맨홀도 90여 개가 없었습니다. 내부 기본 구조물인 사다리조차 90% 이상이 없거나 덜 설치한, 말 그대로 ‘엉터리 하수관’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환경부는 2005년부터 BTL 방식으로 진행된 전국의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오는 2016년부터는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하수관 점검을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전국 땅속에 매설되고 있을 국가기반시설 하수관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비리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기 힘들거란 걸 알지만, 그렇게 되는 과정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감시의 고삐 늦추지 않겠습니다.
삼척시의회 지역대형사업 독식 KBS강릉
삼척시의회 지역대형사업 독식
KBS강릉 엄기숙 기자
취재는 “의원님께서 해도 너무 해 드신다”는 지역의 목소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삼척시와 강원랜드가 함께 지역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400억원 규모의 기반공사를 낙찰받은 업체 중 하나가 삼척시의회 의장이 소유한 업체였던 겁니다.
곧바로 복수의 취재원 등을 통해 해당 의원의 이권개입 의혹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보를 수집하는 게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거론된 의원에 대한 다양한 소문은 인근지역에까지 퍼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기사의 수위였습니다. 단순히 ‘해당 의원에 대한 도의적인 문제 제기’ 수준에 그친다면 문제의 본질을 바로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팀은 연속기사의 첫 도화선이 된 리조트 사업에서 시작해, 방대한 삼척시의 수의계약 내역을 수집해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또, 해당 의원이 소유한 건설업체들의 등기부등본 대조를 통해 해당 의원이 재임기간 동안 지자체를 상대로 한 영리행위의 흐름을 추적했습니다.
결국 지방자치법 등으로 금지하고 있는 지방의원과 지자체와의 불법·편법 수의계약 내역들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의원이 이른바 ‘업체 쪼개기’, ‘친인척 명의 돌리기’ 방식으로 여러 개의 업체를 만들거나, 업체 운영에 참여하면서 수의계약을 따낸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관련 법을 몰라 실수로 일부 계약을 체결했다는 해당 의원의 해명을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팩트였습니다.
“내가 처음에 의원이 되니까 읍면장들이 ‘의원님 공사 하나 하세요’ 그래요. 또 여기 앉아 있다 보면 여기저기서 부탁도 많이 와요. 나만 그런 게 아닌데요, 뭘”
취재 중 들었던 현직 시의원의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앞으로 써야 할 기사가 너무 많을 것 같아 마음이 바쁩니다.
기사 쓰는 내내 냉철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권혁일 선배를 비롯한 KBS강릉 보도부 식구들과 늘 힘이 돼주는 고마운 가족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SBS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SBS 김정윤 기자
지난 1월 가수 비의 특혜성 외출 논란 이후 국방부는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내놨습니다. ‘과연 이 특별관리지침이 잘 지켜질까?’라는 당연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장거리를 마다 않고 지방공연을 수차례 따라가 밤을 지새웠고, 국방홍보원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몇 사람을 건너 수소문하는 면구스러움도 감수했습니다. 때로는 취재 사실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춘천에서 충격적인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국방홍보원은 어쩌면 연예병사들에겐 ‘해방구’ 같은 공간이었고, 지방공연은 ‘화려한 외출’을 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이들의 군생활은 “우리는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특권의식을 강화시키는 기간이었습니다. ‘현장21’이 말하고자 한 것은 특정 연예병사의 일탈 같은 것이 아닙니다. 시종일관 저희의 관심은 연예병사 제도가 과연 법과 원칙은 물론 국민들의 상식에 맞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올 상반기 SBS ‘현장21’은 난데없는 폐지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그럴수록 저희 ‘현장21’ 기자들은 더욱 이를 악물고 사력을 다해 취재하고 제작에 임했습니다. 두 편의 연예병사 연속보도로 ‘현장21’은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올라가는 효과를 거뒀을 겁니다. 고무적이었던 건 보도 직후 ‘현장21’ 팀으로 이런저런 제보가 물밀 듯 쏟아져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억울한 인생사부터 온갖 비리, 사회 부조리와 관련한 내용들이 봇물 터지 듯 들어왔습니다. 지상파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억울함을 풀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를 바라는 시청자들과 국민들의 바람이 잠시나마 ‘현장21’로 모인 듯 했습니다.
SBS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현장21’은 지상파 방송 SBS가 포기할 수도 없는, 포기해서도 안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연예병사 보도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제도를 바꾸어 놓았다면, 그것은 모두 ‘현장21’ 기자들이 그동안 쌓아온 ‘힘’이 밑바탕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상이 ‘현장21’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 A/S의 눈물 오마이뉴스
삼성전자 A/S의 눈물
오마이뉴스 최지용 기자
지난 3월 ‘헌법 위의 이마트’ 보도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자신이 근무하는 곳도 이마트와 다르지 않다는 내용이 많았다. 대부분이 익명으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사례는 달랐다. 최초 제보를 한 부산 동래센터의 서비스 기사는 자신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장문의 메일로 보내왔다.
3월에 부산으로 내려가 제보자를 만났다. 비슷한 사례로 포항센터까지 취재를 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그들. 세계 최고의 제품과 가장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삼성. 그런 삼성의 로고를 왼쪽 가슴에 달고 일하는 서비스 기사들. 그들은 삼성의 직원이 아니면서 삼성의 직원으로 살고 있었다.
너무나 명확했다. 삼성전자는 생산한 제품의 수리 업무를 간접고용으로 운영했다. 실제로는 자신들이 고용한 것처럼 부렸지만 고용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도급계약을 통한 ‘간접고용’이 바로 그것이다.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의 운영에 원청은 개입할 수 없다. ‘일의 완성’만을 놓고 맺은 도급계약에서는 그 결과만을 놓고 거래를 한다. 그 과정에서 직원을 몇 명이나 고용하는지, 월급을 얼마나 주는지 등의 사안은 하청업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런 사안을 자신들이 결정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을 실질적으로 사용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정상적인 근로감독이 이뤄진다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삼성전자서비스로 밝혀질 것이다. 또 소송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할 경우 삼성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상을 받는 걸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상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헌법 위의 이마트’에 이어 한국사회에 만연한 ‘간접고용’의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고 평가한다. 함께 취재한 강민수, 정민규 두 후배 기자가 있어 가능한 취재였다. 또 일정을 몇 주씩 빼면서 이 취재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준 황방열 사회팀장과 동료기자들에게도 감사하다.
권력에 춤추는 통계 연속보도 한겨레신문
권력에 춤추는 통계 연속보도
한겨레신문 노현웅 기자
기사에도 인용했지만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정책 판단과 사회 인식의 가장 유용한 수단인 통계가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문구입니다. 사실 통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론 전반에 퍼져 있었습니다. 언론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양극화에 허탈해 하는 서민들의 일상을 접하고 전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은 해마다 좋아지는 ‘지니계수’를 발표해 왔습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상위권 수준이라는 그 ‘숫자’ 앞에 의심을 품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를 정면으로 논박할 재간이 없었습니다. 국가통계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사회적 자산이었고, ‘전문성의 성채’로 둘러싸인 통계의 세계에 어설픈 의혹의 칼날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겨레는 이를 정면으로 논박해 보기로 했습니다. 통계청 내부의 목소리를 듣고, 국회를 통해 자료를 축적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통계의 허와 실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숫자’의 허망함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0.307(가처분 소득 기준)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중위권 이상이었던 지니계수는 0.357로 재조정됐습니다. 모집단 설계에 따라 얼마든 깨질 수 있는 ‘신화’였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노동·경제·복지·농업 통계의 미비함도 파고들었습니다. 현실과 괴리된 ‘숫자’들이 어떤 정책적 오류로 되돌아오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언론과 시민의 감시와 비판은 햇볕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 부정과 부패, 부조리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춤추는 통계’ 기획은 국가통계의 생산과 관리, 공표 시스템을 햇볕 아래로 끌어낸 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통계(statistics)라는 단어는 국가(state)와 수학(mathematics)이라는 의미가 결합돼 만들어진 단어라고 합니다. 국가 정책과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근원적인 숫자들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숫자들이 더 이상 응달에 방치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감시하고 비판하겠습니다.
20대 그룹 10년 간의 불공정 국민일보
20대 그룹 10년 간의 불공정
국민일보 이성규 기자
‘공정거래의 적(敵)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고 싶었다. 경제민주화의 피해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실상은 경제민주화란 화두를 꺼내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물증’으로 입증하고 싶었다.
지난 3월말 경제부 정책팀을 중심으로 취재팀이 꾸려졌다. 취재팀은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분석기간은 진보와 보수 정권이 교차했던 2003~2012년으로 잡았다.
취재팀은 20대 그룹 관련 의결서 669건을 행위 유형별, 리니언시 여부, 자연인 처벌 여부 등으로 상세히 분석했다. 법인뿐 아니라 불공정 행위로 제재를 받은 자연인들의 판결문을 입수했고, 이들의 처벌 이후 행적도 추적했다. 여기에 무소속 송호창 의원실을 통해 공정위로부터 ‘기업 행정소송 제기 현황’ 등 보충 자료를 추가로 입수했다. 이렇게 검증·공개된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자료를 통해 20대 그룹의 불공정 행위 행태를 심층 분석할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간 6월 중순은 일감몰아주기 법안에 대한 재계 반발 등 경제민주화 논란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의 피해자인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3일 연속 ‘1톱3박’ 본보 시리즈로 대기업의 맨얼굴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사 내용에 대한 대기업들의 반응은 글로벌 기업답지 못하고 ‘재벌스러웠다’. 의결서에 명백히 범죄행위가 적시됐음에도 “소송 중이기 때문에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공정위가 과장된 표현을 썼다” 등의 해명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지금도 경제민주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제민주화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지만 이 바람을 타고 대기업들이 지난 10년간의 불공정 전력을 거울삼아 ‘전과자’ 인생에서 벗어나길 기대해본다.
지금은 옆 부서로 갔지만 취재팀장으로 시리즈 전체 틀을 조율해 준 김찬희 선배와 밤샘 단순 노동에 동원돼 고생한 국민일보 22기 후배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한다.
법무부장관 “원세훈 선거법 위반 적용 말라” 한겨…
법무부장관 “원세훈 선거법 위반 적용 말라”
한겨레신문 김정필 기자
국정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은 현재 진행형인 사건입니다. 아직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검찰 공소사실에서 드러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말씀’만 놓고 보더라도 국정원은 존재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고기를 사달라”며 자신들의 수사능력에 박수를 보내고도 정작 수사결과는 왜곡 및 은폐한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국정원, 경찰은 이제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국정원은 자신들의 대선 및 정치 개입 사건을 물타기하고자 정치권 논란의 소재였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앞장서 공개하면서 여야 대립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국정원 사건이 ‘팩트’가 아닌 ‘논란’으로 변질된 데는 검찰의 탓도 없지 않습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결재가 안 난 탓이었든, 그로 인해 시기를 놓친 것이었든 결과적으로 원세훈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 한 것은 검찰 수사의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국정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던 검찰 관계자들의 ‘의지’는 높게 평가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소한 증거관계를 하나라도 더 캐기 위해 매일 밤샘을 했던 사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수사팀은 인사권자인 법무부장관의 뜻을 거슬러 애초 이 사건의 본질인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했습니다.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최종 결론이 늦춰진 배경과 관련해 누구 탓인지를 놓고 벌어진 언론사간의 ‘진실 게임’ 국면은 안타까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팩트조차 언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색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한겨레가 선거법 적용을 여론몰이 하고자, 실제 수사팀 내부의 이견 사실을 숨기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수사팀의 갈등설로 몰았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수사팀 소속 공안부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수사팀 내 이견은 양념이냐 프라이드 치킨이냐 밖에 없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겨레 기사가 팩트였음이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 추적 시사저널
노태우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 추적
시사저널 이승욱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은 늘 ‘쿠데타’ 동지이자, 친구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검찰과 두 전직 대통령이 벌이는 ‘추징금 환수 전쟁’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보다 비난의 눈길을 피해 한발 물러서 있는 듯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은 231억원. 1672억원을 미납한 전 전 대통령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다. 당연히 여론의 관심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자금으로 더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에 집중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는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1997년 내란죄와 뇌물죄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추징금 완납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남아 있는 추징금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다. 중요한 것은 두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만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불법적으로 획득한 비자금은 모두 찾아내야 한다.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그 다음의 이야기다. 언론이든 검찰이든 다시 신발 끈을 매야 할 때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숨을 고르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 장기 취재의 성과가 나왔기에 그 과실은 더 달콤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숨은 재산을 찾는 기자의 노력이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장기 취재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데스크의 채찍질과 격려였다. 감명국 정치팀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기자가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에 ‘미쳐’ 있는 동안 지면을 채워 준 동료들과도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 나의 아내와 딸, 부모님, 그리고 가족. 기자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여기까지 온 것도 가족의 든든한 신뢰와 후원 덕분이었다. 사랑하고 감사하다.
‘국정원 SNS’ 박원순 서울시장 비하 글 YTN
‘국정원 SNS’ 박원순 서울시장 비하 글
YTN 이승현 기자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유독 ‘인터넷 댓글’을 강조했습니다. 트위터 등 SNS에 대해서는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그 무렵 인터넷에서는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단 사람이 트위터에도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그 때 떠오른 것이 이른바 ‘빅 데이터’ 분석이었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데이터 집합 속에서 의미를 찾는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국내 수십 개 업체와 접촉을 했고, 긴 설득 끝에 한 곳에서 취재 협조를 이끌어 냈습니다.
먼저 의심 계정을 분류했습니다. 지난해 9~12월 선거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트위터 글을 분류했고, 이 가운데 국정원 의심 댓글과 유사한 글들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발생한 날 트위터에서 집단 탈퇴해 삭제된 계정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선별된 10개 계정을 ‘국정원 의심 계정’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번에는 의심계정 10개가 국내 정치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를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올린 글을 ‘박원순 문건’과 ‘반값 등록금’문건에 나온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복원했습니다. 분석 결과 특이 사항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의심 계정이 올린 글은 같은 시각에 수십 개, 많게는 150개가 동시에 리트윗돼 전파된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검찰에 보도로 인한 파장이 이어질 그 때, ‘국정원 리포트’는 방송이 돌연 중단됩니다. ‘내용이 어렵고, 애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해묵은 노사 갈등이 다시금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YTN 기자협회장은 방송 중단 사태 책임을 묻기 위한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됐습니다.
하루하루 발생 기사를 쫓기도 버거운 YTN의 속성상, 한 달 동안 취재를 벌여 팩트를 찾아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징계도 불사하고 기사를 지켜주기 위해 애써준 많은 선후배들, 특히 취재 처음부터 끝까지 각을 세워주고 함께 고민해준 법조팀 고한석 반장과 이종원 기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