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소년범들에게 희망을 부산일보
소년범들에게 희망을
부산일보 송지연 기자
18살 현재의 꿈은 미용사였다. 특수 강도로 소년원에서 2년 보호처분을 받았지만 사회로 나가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현재는 소년원생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소년범에 속했다.
그런 현재가 소년원에서 나온 지 1년도 채 안되어 도로 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보호관찰 주거지에서 무단이탈했고, 친구와 술을 마시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이었다. 현재의 죽음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잘못 때문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보호관찰 주거지를 벗어난 것도 현재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개인의 비극은 언제나 사회의 부조리와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경찰서를 출입하면서 많이 접한 사건이 청소년들의 오토바이 절도였다. 초범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재범이었다. 범죄 청소년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터라 현재의 죽음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현재의 죽음을 계기로 소년범의 교정 시스템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법에 규정된 보호시설이 없어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은 소년범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었다.
범죄 초기 단계의 소년범에게 대안 가정을 제공하는 ‘사법형 그룹홈’은 그나마 소년범 관리의 유의미한 대안이었다. 위탁가정에서 만난 아이들은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 없었다. 한 아이는 “몰려다니면 주민들이 무서워해서 되도록 혼자 다니려고 한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고 싶은 아이들의 노력을, 예산이 부족하고 관할 부서가 불분명하다는 논리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작은 기회를 주는 노력마저 외면한다면, 이들의 성인범으로 자랐을 때 사회도 공범자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사를 계기로 소년범의 치유와 자립에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라진 1500개의 약속 - 광역의원 공약 이행실태 집…
사라진 1500개의 약속 - 광역의원 공약 이행실태 집중분석
경기일보 정진욱 기자
“누가 관심이나 있나요? 다들 ‘그냥 그런게 있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죠.”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공약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식의 대답을 했다. 취재 초기 단계에서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 지방의원의 공약에 대해 기획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그들이 내걸었던 공약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큰 약속이든, 작은 약속이든 약속은 소중한 것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취재에 들어갔다.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이행도를 주제로 한 기획보도 이후 반응이 의외로 뜨거웠다. 도의원들의 공약 이행에 대해 그동안 공공이나 민간을 막론하고 단 한곳의 기관 혹은 단체에서 공약이행 점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치(?)돼 있던 도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된 것이다. 실제 보도 이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오는 9월부터 전국 광역의원들의 공약이행도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내년 2월께 발표키로 함에 따라 도의원들은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자발적인 모습은 아니더라도 도의원들이 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영의 뜻을 전하는 한편 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 도의원들이 내걸었던 공약은 본인의 당선을 위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본인 스스로 내건 약속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실행돼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공약은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 나선 도의원들이 내걸었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의원들이 자신을 당선인으로 만들어 준 지방선거의 의미를 본인 스스로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의원들의 임기가 9개월 남짓 남았다.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존재하는 지방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이행 완료해 지방의원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스스로 걷어내길 기대해본다.
당신의 비밀이 거래되고 있다 SBS
당신의 비밀이 거래되고 있다
SBS 정명원 기자
“중요한 개인정보, 기업정보가 담긴 디지털 저장장치가 국내외에서 몰래 거래되고 있다.”
취재를 시작하고 나니 예상보다 심각한 실태에 어떻게 이걸 다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하드디스크, 스마트 폰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디지털 장치들은 우리가 삭제했다고 생각한 조치로는 삭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담긴 정보들은 쉽게 복원돼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용산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중고 하드디스크 속 데이터가 삭제된 채 거래되는 지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데이터가 복원이 안 되도록 삭제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물건의 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지 않고 판매를 한다고 했습니다. 확인을 위해 중고 하드디스크를 구입,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 복원을 의뢰해 봤더니 믿기 힘든 결과들이 쏟아졌습니다. 22개 가운데 15개의 하드디스크가 복원됐고 이 가운데는 7만개가 넘는 정보가 복원된 것도 있었습니다.
하드디스크에서 복원된 문건을 만든 기업들은 꽤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통된 점은 모두 폐기업자들에게 하드디스크를 폐기처리하도록 용역을 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돈의 문제였습니다. 기업들은 중고 PC를 처리할 때 입찰을 통해 비싼 가격을 부르는 쪽에 물건을 넘깁니다. 물건을 산 쪽에서는 돈을 주고 샀는데 고철 값만 받으면 수지가 맞지 않으니 중고 하드디스크를 한 개에 1만~2만원을 받고 파는 겁니다.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면 할수록 제품의 질은 떨어지게 되니까 몇 개만 삭제하는 시늉을 내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곳에서 빼돌려 처리합니다.
보도가 나가고 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은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달리 보면 그만큼 심각성을 몰랐다는 뜻일 겁니다. 개인정보가 곳곳에서 저장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이번 보도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취재했습니다. 이 상을 받고 보니 어느 정도는 취재를 한 목적을 이룬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조선일보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조선일보 금원섭 기자
우리나라 한 해 국가예산은 350조원이 넘습니다. 정부가 예산 편성을 잘못하면 혈세가 낭비되거나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세금을 낼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원을 마련해야 하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예산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 나라 곳간은 텅비고 빚만 잔뜩 남을 수 있습니다.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시리즈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감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예산정책처 등 어느 곳을 두드려봐도 “자료가 없다” “잘 모르겠다”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전문가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예산 편성이라는게 기재부 예산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깜깜이’로 하는 건데 취재가 되겠나”라는 얘기만 나왔습니다.
“아무도 취재 못했고 전문가도 따로 없다고? 그럼 우리가 해보자!” 전방위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예산 편성의 문제점을 짚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만났습니다. 예산 편성 관련 국내외 전문 서적과 연구 보고서도 섭렵했습니다. 머리 속에 밑그림이 그려졌고, 예산편성 과정의 구조적 문제점, 부실 편성과 낭비 사례 등이 하나 하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고비가 있었습니다. 과거 예산 편성의 문제점은 제법 파악됐지만 이제 막 시작된 2014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겁니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은 덕분일까요. 그동안 촘촘하게 깔아뒀던 취재망에 핵심 4개 부처의 예산안 요구서가 걸려든 겁니다. 금요일 오후 입수한 자료를 주말 동안 쉬지 않고 분석한 끝에 월요일자 1면 톱 스트레이트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정부 수립 이후 60년 넘게 국민과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받지 않고 정부가 ‘깜깜이’로 운영해 온 예산 편성의 문제점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보도됐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군기지 환경주권 포기 CBS
이명박 정부의 미군기지 환경주권 포기
CBS 김준옥 기자
노무현 정부 시절 반환 미군기지 오염 조사 방식과 정화 주체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이 끝까지 정화 책임을 지지 않은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만인 2009년 3월 JEAP(공동환경평가절차서)에 의한 ‘위해성 평가’ 방식으로 미군기지를 반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다음해인 2010년 1월 부산 하야리아 기지(현재 부산시민공원 조성 중) 등 7개 기지가 위해성 평가에 의해 반환됐다. 그리고 그 이후로 미군기지 환경 문제는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지난해 말 국회로부터 미군기지 주변지역 오염에 관한 제보와 함께 자료를 하나 건네받았다. “미군기지 내부뿐만 아니라 주변지역도 온통 오염돼 있다.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정화 비용으로 들어가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인데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취재를 할수록 단순히 미군기지 주변지역 오염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환경주권과 관련된 매우 중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위해성 평가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미군기지 환경주권을 송두리째 포기한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8월 위해성 평가를 서울 용산기지 등 앞으로 반환될 모든 미군기지에 확대 적용하기로 미국과 ‘비밀 합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하야리아 기지 위해성 평가 결과 보고서’는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은폐·축소·왜곡으로 점철돼 있었다. 위해성 평가를 통해 오염 원인자인 미군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정화 비용은 한국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이 같은 환경주권 포기 상황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5개 기지에 대해 위해성 평가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에서 묻는다. “아직도 쓸 것이 남아 있느냐?”고. 이렇게 대답한다.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환경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써야 되지 않겠느냐”고. 한미 동맹관계가 보다 성숙해 지기를 기대하면서.
한국,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 연…
한국,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
연합뉴스 이치동 특파원
“시간은 15분, 질문은 정전협정 기념일 관련으로 제한,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금지.”
펜타곤이 헤이글 국방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주선하면서 내건 조건들은 까다로웠다. 어떻게든 인터뷰만 성사시키면 될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보고에 회사의 기대는 매우 컸다. 개인적으로도 미국 정부 최고위 인사를 만나 의례적인 얘기만 듣고 올 수도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열면 상대가 입을 열지 않겠는가?’
옛날 앨범을 뒤져 17년 전 미군들과 함께 일할 때의 사진 몇 장을 찾았다. 상대의 마음을 열 만한 훌륭한 소재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은 사실상 딱 하나 ‘전작권 이양 문제’만 준비했다.
정치인 출신인 헤이글 장관은 필자가 내민 사진을 보고 ‘흐뭇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우연히 전해 들은 헤이글 장관의 부인 얘기가 전광석화처럼 뇌리를 스쳤다. 헤이글 장관에게 외국 대사관 부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그의 아내 얘기를 넌지시 꺼냈다. 그는 더욱 긴장을 풀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하며, 사진 촬영도 흔쾌히 허락했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전작권 전환 문제로 이어갔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를 요청했다”는 귀를 의심케 하는 답변이 나왔다. 발언을 거듭 확인하고 들뜬 마음으로 펜타곤을 나섰는데 미국 국방부 측에서 전작권 문제는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주저 없이 기사화를 결정했고, 며칠간 미국 국방부 측과 옥신각신하는 사이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추가 취재에 나섰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처음엔 모두 금시초문이라며 극구 부인했지만 몇 곳에서 확인이 됐다. 정부가 공개적으로는 이양 준비 작업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지만, 밑으로는 미국 측과 재연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양국 당국자들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비밀문건으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 CBS
비밀문건으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
CBS 권민철 기자
재작년 6월로 기억된다. 한창 진행되고 있던 4대강 사업을 점검하는 길에 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의 야산에 올랐다. 200미터 아래에 펼쳐진 아름다운 낙동강의 풍경과 마주한 나는 문득 강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품,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기 저 강의 모습은 인류가 이곳에 출현하기 전부터 저 모습 저대로 아름다웠을 것이다.
강의 북쪽 풍광에 심취해 있던 내 시선이 강의 남쪽에 다다르자 어울리지 않는 인공 구조물이 물살을 막고 있었다. 바로 낙동강 상주보였다. 태어난지 4년밖에 안 된 이명박 정권이 자연의 도도한 흐름에 거슬러 만든 거대한 상주보는 마치 바벨탑과도 같은 위용을 하고 있었다. ‘미쳤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속도로 뚝딱뚝딱 세워진 바벨탑으로 인해 수 만 년간 낙동강 한켠을 지켜왔을 그 모래톱과 습지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흐려지던 그 산상에서의 단상이 다시 내 뇌리에 자리를 튼 건 내가 출입처인 환경부를 떠난 지 1년만이던 올 7월. 감사원이 세 번째 4대강 감사 결과를 내놓은 직후였다. 이른바 낙동강의 ‘녹조 라떼’가 엄습하던 즈음 발표된 감사 결과를 접한 나의 첫 느낌은 ‘결국 올 것이 왔다’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는 감사 결과는 엉뚱한 정치공세에 맥없이 주저 앉혀졌다. 바로 감사원이 정치 감사를 했다는 주홍글씨 때문이었다.
우리의 이번 보도는 이 주홍글씨에 묻힌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렇게 상을 준 것은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물타기’ 공세의 못된 버릇을 퇴치한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라고 짐작한다. ‘4대강 살리기’라는 허울 속에 숨은 대운하사업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건 감사원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열혈 감사관들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 4대강 감사 정국 속에서 쓰디쓴 좌절감을 맛봤을 그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 압수수색 TV조선
전두환 전 대통령 압수수색
TV조선
‘전두환과 부침(浮沈)’
불꽃같은 여름을 보냈습니다. 아니, 보내고 있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저에겐 큰 부(浮)였습니다. 제가 수습기자 때 상을 받아보겠다고 말하자, 한 선배가 저한테 “너무 일찍 상 받는 거 좋지 않아. 한 5년차 정도면 모를까.”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씨가 됐는지, 진짜 5년 만에 처음 받아봅니다.
지금껏 아무 말이 없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입장에서는 침(沈)입니다. 전직 대통령이셨던 분은 물에서 허우적대는데, 아무도 구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명예란 것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불편함 없는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분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나, 기자로서 역사적 심판에 일조하겠다는 대단한 사명감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일가 친척까지 모조리 기사에 담아 보도할 때면 가끔 이런 느낌이 문득 듭니다. 점점 밑바닥을 알 수 없는 늪에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같이 빠진 사람의 머리통을 밟고 올라 마른 땅에 선 듯한. 그렇게 해서 저의 침을 남의 침과 맞바꿨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찰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분명 전두환 일가에 대한 검찰의 압박은 부(浮)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검찰 수사가 이 정도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본 적이 있었나.”
‘압수수색 착수’가 확인이 돼 보고함과 동시에 보도본부의 수많은 인력들이 한 번에 압수수색 장소와 스튜디오 등으로 급파됐고, 특보가 편성됐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이란 굴레 안에서 고군분투하던 기자들, 이번에도 군소리 없이 맡은 바 최선을 다했고 대대적인 특보로 압수수색 소식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자칫 속보 한 줄이나 전화연결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안을 이렇게 큰 결과물로 만들어준 동료들과 선배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