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4대강 관련 건설사 골프장에서 라운딩 즐긴 MB 뉴…
4대강 관련 건설사 골프장에서 라운딩 즐긴 MB
뉴시스광주전남 박철홍 기자
사진 기자는 멀리 볼 수 있는 유리로 취재하는 사람이다. 사진기자들이 두 어깨에 메고 다니는 카메라 ‘유리’에 맺힌 상은 때론 왜곡되고, 과장되고, 흐릿할지라도 독자에게 직접 보는 것 이상의 ‘진실’을 전달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8월 29일 오후 해남의 한 골프장 주차장에서 1㎏에 달하는 망원렌즈 유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마주했다. 그는 골프 카트에서 엷은 미소를 지었고 카메라 렌즈 너머의 나는 활짝 웃음을 머금었다.
그날은 전국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 100㎜가 훌쩍 넘는 폭우가 내리는 등 17개 지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상황. 지역본부 선배가 취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남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하고 있다는 정보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4대강 관련 건설사 골프장에서 라운딩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정리됐다. 망원렌즈와 장비를 챙겨들고 광주에서 해남 골프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러던 중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찝찝함이 있었다. “골프치는 게 잘못인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이 전 대통령 본인이 행동으로 털어내게 해줬다. 입구부터 감시원을 배치한 골프장 측, 게스트하우스를 통째로 빌린 이 전 대통령 측, 취재진 도착 소식에 라운딩을 중단하고 철수한 이 전 대통령. ‘특혜’의 증거는 없었지만 4대강 공사 관련 골프장에서 언론과 숨바꼭질한 이 전 대통령의 행위는 흥미로운 현장을 눈앞에 보여줬다.
취재진을 피해 카트를 타고 골프장을 돌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리무진 차량으로 접근하려다 취재진에 발견됐다. 300m를 달렸다. 머릿속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전력질주했지만, 현실 속 몸은 무거운 장비 속에 파묻혀 허우적댔다. 이 전 대통령 100m 앞에서 망원렌즈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그 순간 경호차량 한 대가 뒤에서 돌진해 왔다. 메모리카드부터 빼내 바지 뒷주머니에 숨기고 이 전 대통령이 탄 카트로 다시 뛰어갔다. 경호차량이 멈춰 서고 경호원 두 명이 뛰어내려와 몸을 붙들었다. 힘으로 제압하려 했다면 육탄전이라도 벌여볼 작정이었지만 경험 많은 경호원들은 내 몸은 놔두고 카메라 렌즈를 붙잡아 놓아주질 않았다. 그 사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짐도 챙기지 않은 채 리무진 차량에 올라 골프장을 떠났다.
가쁜 숨 탓에 사진 대부분이 흔들려 겨우 두 장의 사진을 건졌다. 두 장의 모음사진은 4대강 녹조와 비리의혹 와중에 한가롭게 4대강 관련 건설사 골프장에서 라운딩 즐기는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줬다.
사진을 찍을 때건 글 기사를 쓸 때건 누구나 기자라면 누구나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한다. 그럴 때면 카메라 안의 유리가 흐릿해져 초라한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항상 유리를 닦아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힘을 주는 사랑하는 이와 든든한 연합뉴스 선배,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농지은행 사기 실태 연속보도 KBS춘천
농지은행 사기 실태 연속보도
KBS춘천 송승룡 기자
취재는 회사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제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꼭 만나고 싶습니다.” 황당한 말이라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고 했지만 제보자는 막무가내로 회사까지 달려왔습니다.
제보자는 4~5년 전쯤 한국농어촌공사 담당 과장, 농지 브로커와 짜고 농지은행의 농지구입비를 가로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일이 잘못되자 공모한 과장이 폭력배들을 동원해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해 1년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외로 큰 사건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곧장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일단 제보자의 은행 거래 기록을 조회해 농지은행 지원금과 공모자에게서 받았다는 현금의 입금 내역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제보자는 오랜 도피 생활로 인해 더 이상의 입증 자료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는 것은 담당 과장과 농지 브로커의 이름뿐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지루한 증거 확보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제보자의 희미한 기억을 따라 인공위성 지도와 지적도로 거래 토지의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한 뒤, 그 일대의 토지등기를 다 떼서 거래내역을 확인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사흘만에 문제의 토지 거래 내역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사기극에 가담한 토지 판매자도 찾아내 범죄 사실을 자백받았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닐 것이다. 한두 건만 더 찾자.’ 추가 취재에 나섰습니다. 우선 ‘농지관리기금법’부터 ‘농지은행 업무지침’까지 수백쪽짜리 서류들을 뒤져가며 밤 세워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농지기금은 전업농에 한해 지원된다는 것, 농지은행 담당자 2인 이상의 현지실사와 연접지 지원 요건 등 간단하지만, 간과하면 안 될 핵심적인 요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전업농협회 회장단 명단을 입수해 농지은행 지원금 수령자 가운데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수소문했습니다. 보름동안 강원도내 4개 시군을 돌아다니며 의심이 갈만한 농민들을 물어물어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다 철원과 양구에서도 비슷한 사례 3건이 더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농어촌공사 담당자와 토지 브로커를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결국 현직 법조인의 자문을 구한 결과 그동안 취재한 것만 가지고도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 사기가 벌어졌다 것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방송이 나가기까지 마지막 과정은 더 험난했습니다. 사건 관련자들과 그들을 아는 사람들의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고, 결국 9시 전국뉴스 방영이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선후배, 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지역 방송만은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상으로 뒤늦게나마 기사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취재진의 땀과 눈물도 보상받았습니다. 끝으로 지역방송의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인정해 준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엉터리 등기행정’ 수십억 주택채권 날벼락 파문…
‘엉터리 등기행정’ 수십억 주택채권 날벼락 파문
부산일보 이현우 기자
법원은 뻔뻔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당당했다. “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쓸데없이 불평한다”고 국민을 윽박질렀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든지, 아파트 등기를 포기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억지 부렸다.
알고 보니 법을 제대로 모르는 쪽은 법원이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남부산등기소는 전혀 엉뚱한 법률 근거로 740여 명의 서민아파트 집주인들에게 거액의 경제적 부담과 손해를 강요했다. 주거환경개선지구 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경제적 약자들은 가구당 300만~500만 원에 달하는 국민주택채권을 강제로 사야 했다.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는 때와 부동산등기를 하는 때에는 주택법 제68조의 국민주택채권의 매입에 관한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2조)
너무나도 명백한 이 법률 조항을 법원은 끝까지 외면했다. 법률 근거를 내미는 민원인들에게도 “당신이 잘못 알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자가 확인에 나서자 “법률은 맞는데 해당 지역이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가 아니다”는 궤변으로 맞섰다. 온갖 법률 근거를 들이대며 기자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국토교통부, 부산시, 부산 남구청, 부산도시공사 등 관련 기관 어디에다 확인해도 같은 답이 돌아 왔다.
“법원이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가 맞습니다.”
그런데도 법원 등기소 측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지방도시공사가 법률을 오해하고 있다”고 버텼다. 한 달에 걸친 끈질긴 취재 결과 법원이 법률 적용을 엉터리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등기 관련 법률 근거인 대법원 등기처리규칙의 엉뚱한 조항을 기준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신문 보도로 법원의 황당한 행정처리를 폭로하자 이번에 법원은 ‘오리발 작전’으로 나왔다. 법원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아파트 시행사인 부산도시공사가 모든 일을 잘못 처리했다고 떠넘겼다. 영문도 제대로 몰랐던 저소득층 밀집지의 주민들은 법원의 강요로 큰돈을 날린 사실에 분노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에만 몰두했다. 사회적 비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코너에 몰리고 나서야 법원은 백기를 들었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그제야 사과문을 돌렸다. 제도개선에도 나섰다. 사회적 파장 속에 손가락질이 쏟아지자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두 손을 든 것이다.
진작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 제기를 외면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살펴봤다면 얼마든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었다. 고압적 태도로 ‘갑질’만 하는 법원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통쾌하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안타깝다”는 걱정은 전혀 없었다. 슬픈 일이다. 사법부의 생명의 뿌리는 국민의 신뢰이다. 사법부의 뼈저린 뉘우침을 기대한다.
다원(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2차 보고서 한겨레신문
다원(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2차 보고서
한겨레신문 이문영 기자
몇 차례 기사를 쓰는 동안 여러 사람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걱정했습니다. “밤길 조심하라”는 말부터 “얼굴 가리고 다니라”는 말까지 다양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선 “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몸조심 하라”며 겁도 줬습니다. 철거업계 1위 다원이 떨쳐온 ‘악명’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8년 12개 시민사회단체는 ‘다원건설(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보고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국내 재개발 및 철거현장을 살인과 방화, 폭력, 성폭행 등으로 물들였던 철거용역업체 ‘적준’과 그 후신 ‘다원건설’의 사법처리를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일개 철거업체를 대상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검찰에 고발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다원의 폭력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는 뜻이었습니다. 적준 시절부터 이어진 다원 폭력은 생존권을 지키려는 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한국 사회·경제 발전의 속살을 꿰뚫는 한 상징으로 기록돼 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습니다.
지난 7월12일 수원지방검찰청은 ‘철거용역업계 대부 운영의 OO그룹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합니다. 1998년 보고서로부터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 우리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다원은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15년 전 보고서에서 적준 사주의 대리인이자 다원의 20대 젊은 바지사장으로 등장했던 이금열씨는 회장이란 직함을 사용하며 철거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대부’가 돼 있었습니다.
용산참사 이후 개발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시민사회단체들과 15년 만에 ‘다원 범죄 2차 보고서’ 작성을 추진했습니다. 철거를 주력으로 하던 이금열 회장이 건설로 사업을 넓히던 2004년은 한국 사회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던 시기입니다. 주요 기업들이 땅 장사로 덩치를 키우며 자신들의 제국을 키워갈 때 그 제국의 손발 노릇을 하며 생존 기반을 닦은 다원이 스스로 제국이 되고자 사업을 확장하면서 1차 보고서 때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했습니다. 다원의 ‘창안’과 ‘발명’으로 철거범죄는 물리력을 동원하는 폭력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옷을 바꿔 입으며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원 계열사가 검찰이 밝힌 13개사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다원 성장을 비호하며 뒷배경이 돼 준 ‘권력의 그림자들’도 목도했습니다. 첫 기사가 나간 뒤 곳곳에서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다원 때문에 눈물 흘리고 상처받은 서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었습니다. 다원 비리 사건은 아직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철거는 누군가의 삶을 허물어뜨리며 자신의 성을 쌓는 행위입니다. 한국 사회 ‘을’들의 삶을 허물며 쌓아올린 제국과 그 제국으로 진입하려 누군가의 터전의 파괴했던 다원 범죄는 우리가 아프게 돌아봐야 하는 ‘고도성장의 뒷면’입니다.
격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빛의 그늘’로부터 눈길을 거두지 않겠습니다.
기업 내 보수격차 대해부 연속보도 한겨레신문
기업 내 보수격차 대해부 연속보도
한겨레신문 김경락 기자
우리는 임원 보수에 대해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왔습니다. 어느 기업 임원이 되면 이러저러한 혜택이 주어진다 수준의 이야기만 반복됐습니다. 거의 가십성으로 다뤄지다보니 임원보수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접근을 담은 기사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보수란 기업 내 자원 배분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동시에 보수의 책정 방식은 성과와도 상당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정의론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실용적인 관점으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다 싶어서, 또 희소성이 있는 기사가 되겠다 싶어서 덜컥 ‘임원의 보수’라는 주제를 집어들었습니다.
다른 언론이 많이 다루지 않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기초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노동자 보수는 엄연히 개별 기업이 내는 사업보고서에 떡하니 적혀 있는데 임원 보수는 그렇지 않더군요. 물론 두루뭉술하게 나와 있기는 합니다.
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품을 팔기로 했습니다. 10년 치가 넘는 상장사 사업보고서를 모두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장기 시계열로 데이터를 정리하면 임원 보수의 대강의 추이를 추출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계열로 정리된 데이터를 통해 전반적인 임원 보수의 추이와 노동자 보수 간의 격차라는 유의미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의 보수 공개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제도 개선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기획의 덤이기도 했습니다. 또 금융권에서 한창 금융회사 회장이나 사장의 보수 문제가 부각되던 때였던 터라, 우연찮게 언론 최초로 주요 금융기관장의 개별 보수를 모두 공개할 수 있었던 것도 덤이었습니다.
숫자정리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다른 주제들을 취재했습니다. 정성 취재에 들어간 것이지요. 보수의 추이와 흐름을 숫자 정리로 파악했다면, 도대체 개별 기업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을 하는가가 일차적인 궁금증이었습니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10대 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전현직 임원들을 전방위적으로 만나갔습니다.
이러한 정성 취재를 통해 숫자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임원 보수가 담고 있는 다른 면모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경영진의 리더십이나 기업 문화 같은 주제들이 임원 보수란 주제어를 통해 파악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재벌 그룹에서 가지는 임원의 보수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더군요.
미국에선 임원 보수를 주제로 다양한 분석 논문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1번 기초 자료를 기업들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고, 2번 재벌 그룹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번은 내년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선이 될 겁니다. 2번은 재벌 그룹들이 생각을 좀 바꾸었으면 합니다. 많이 받는 것은 문제가 아니잖아요. 당당하게 받고 존경을 받읍시다.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 …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
한국일보 강철원 기자
흔히 ‘게이트’로 불리는 대형수사의 경우 사건 관련자들의 녹취록이 결정적인 물증으로 활용된 적이 많습니다. 녹취록에 담긴 꾸밈없는 이야기는 다른 어떤 단서보다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도 이 점에 착안해 처음부터 취재활동의 초점을 녹취록 확보에 맞추고 사회부 기자 8명이 전방위로 움직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이 8월28일 이석기 의원이 포함된 지하혁명조직(RO)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이번 사건은 단번에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습니다. 언론보도가 쏟아졌고 특히 이 의원이 참석한 비밀회합의 실체와 회합에서 주고받은 대화내용이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로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마치 녹취록에 있는 것처럼 보도되는 등 추측성 보도가 적지 않았습니다. 녹취록을 확보해 정확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됐습니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개운치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녹취록 내용의 사실여부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한국일보가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인용된 녹취록을 살펴보면 한국일보가 보도한 녹취록 내용과 일치합니다. 수원지검이 9월26일 발표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에 기재한 녹취록 내용도 한국일보 기사와 일치합니다. 따라서 녹취록 내용이 날조됐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이는 재판을 통해 더욱 명백히 드러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일보가 국정원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흘려준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입수경위를 밝힐 수는 없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국일보는 그 같은 경로와 배경을 통해 녹취록을 입수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녹취록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라고 판단해 공개한 것입니다. 녹취록 전문을 공개한 이유도 편견 없이 국민들에게 올바른 판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한국일보가 공개한 녹취록 요약본과 전문에는 체포동의안에 포함된 녹취록 발췌본과 달리 이석기 의원 등 피의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일보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을 비판하는 일각의 주장은 녹취록 확보를 위해 밤낮 안 가리고 취재활동에 매진한 기자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여한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장 기자들의 보고를 신뢰하고 취재를 독려해주신 이희정 사회부장과 황상진 국장, 이계성 편집국장과도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