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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회 (2014년 5월)

수상작 3편 · 출품 후보작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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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3편

심사평

제28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근래 보기 드문 과작이었다. 제285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32개로 평소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기자상 심사는 2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차적으로 심사위원들이 각자 평점을 매긴 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작품들을 토론대상으로 삼아 최종 선정한다. 5월에 보도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285회 심사가 유독 어려웠던 이유의 하나는 한국사회가 그렇듯이, 한국 언론 역시 아직 4·16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체 출품작의 3분의1 가량이 세월호 관련 취재 보도 또는 기획, 전문보도 부문에서 나왔다. 이에 세월호 관련해 기자상 심사위원회가 두 차례의 논의 끝에 내린 처리방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밑둥을 뒤흔들어놓은 세월호 참사는 언론 역시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일부 취재과정에서 벌어진 지나친 속보경쟁과 유가족들이 슬퍼할 권리를 제대로 존중해주지 않은 부주의 탓에 한국언론은 집단 몰매를 맞았다. ‘기레기’라는 말을 남겼듯이 세월호 현장 취재에 나섰던 많은 젊은 기자들은 진도 팽목항과 안산 등지에서 거센 항의와 질타의 대상이 됐다. 그로 인해 일부 기자들이 정신적인 상처를 받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달부터 일부 언론 보도에 질타를 퍼부은 국민들은 물론 언론 스스로도 아직 세월호가 던진 교훈을 갈무리 하지 못한 상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기량의 길고 짧음과 속도의 빠르고 늦음을 따지는 것이 성급하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례대로 진행됐던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1차 예심에서 적지 않은 심사위원들이 세월호에 대한 평점을 하지 않거나, 일괄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심사위원들 역시 세월호의 충격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상태였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세월호 관련 보도를 일괄적으로 심사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떤 방식이 되건간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심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이에 적어도 세월호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모든 관련기사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로 정리했다. 심사위원회는 이번 달 심사과정에서 다시 한번 세월호 기사에 대한 평가지침을 논의한 결과 다음달 제286회 심사에서 세월호 관련 284~286회의 3회 동안 출품된 세월호 보도를 한목에 평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많은 기자상이 있지만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이 언론 종사자들이 가장 받고 싶은 상인 이유는 동업자의 눈높이에서 좋은 작품을 선정,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유일한 기자상이기 때문이다. 일부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세월호 보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언론 역시 아직 충격을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화자찬과 자축을 주고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던 까닭이다. YTN의 ‘전쟁지휘부 합참 설계도 외부유출’은 군 납품과정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추적한 점은 호평을 받았지만, 언론이 주도적으로 이슈를 발굴했다기보다는 국방부를 상대로 건설수주작업을 벌였던 업체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데 앙심을 품고 합참 설계도를 유출했고, 일부 선행보도도 있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군검찰의 수사착수 계기를 마련하는 등 국방부의 안이한 사업자 관리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록 해당 업체가 작성한 설계도가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국방부가 사업 수주단계에서부터 엄격한 ‘비밀준수’ 등의 단도리로 업체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한겨레신문의 ‘안대희, 총리 물망 시점에 세월호 3억원 기부’는 안 총리 지명자의 의심쩍은 기부금을 짚어내 검증 여론의 물길을 돌렸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인사청문회의 파고를 넘기 위한 ‘카드’로 기부가 사용됐다는 점을 잘 파고들었다. 태권도계의 비리는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돌도 잘 깎으면 옥석이 된다. SBS가 내놓은 ‘현장21 각본대로 선발전’은 심사위원들 간의 토론과정에서 진가가 더 잘 드러났다. 태권도협회 전무가 승패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포착해 고발해내는 과정에서 들인 품이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매달 평균 7편 안팎에 달하던 수상작이 3편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다음 달이면 본격적으로 하한기에 접어든다. 하지만 한국 사회 특유의 역동적인 혼란 속에서 언론의 책무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제286회 심사에서는 현장의 땀방울과 기획의 날카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출품작이 보다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2014년도 2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 후보작으로 출품된 작품은 국민일보의 ‘자살이란 이름의 질병’ 시리즈를 비롯해 모두 4편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독감이나 암과 다를 바 없는 치명적 질병으로 번지고 있는 자살의 사회학적 의미를 심층탐구해 균형잡힌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국민일보의 작품이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1부, 2부로 나누어 전체 10편의 시리즈 기사는 4가지 심사 기준 중에서 사회적 영향력과 취재력, 논리적 설득력 등 3개 부분에서 다른 작품을 압도하는 점수를 받았다. 2010년 인구 10만명 당 33.50명의 자살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29명의 2.5배를 넘어선 한국은 ‘자살대국’이라는 부끄러운 멍에를 쓰고 있다. 국민일보 작품은 정부가 2004년 수립한 ‘국가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 등의 사회적 자살예방 노력과 치료의 현주소 및 대안을 찾아나섰다. 한 가지 자살예방을 주제로 진행한 시리즈 기사임에도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엄수하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시리즈 기사 도입부부터 ‘자택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진통제 두 상자를 한움큼 입에 털어 넣었다’는 등 자살 장소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은 기자협회가 제시한 6가지 기준 가운데 두번째 기준을 어긴 것으로 지적됐다. 권고기준은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살보도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 모든 기사를 중앙자살예방센터장과 종합병원 정신의학과장의 감수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필요 이상의 묘사를 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이 4가지 심사 기준 가운데 유독 자살보도 가이드라인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까닭이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4월 16일, 세월호 : 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온라인)
후보 10-01 전문보도부문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이병한·김도균*·안홍기·김동환*·박소희*·김지혜*
대통령의 눈물(사진)
후보 10-02 전문보도부문 한겨레신문 사진부 이정용*
세월호 침몰 희생자 ‘박성복’ 군 가족 동행취재(사진)
후보 10-03 전문보도부문 한겨레신문 사진부 김성광
전쟁지휘부 함참설계도 외부유출
후보 1-01 취재보도1 부문 YTN 정치부 김문경·황혜경·이상은*
노란 리본 시민 불심건문 관련 단독보도
후보 1-03 취재보도1 부문 경향신문 사회부 박홍두
가난한 집 아이들이 불국사로 수학여행 가면 되지...
후보 1-04 취재보도1 부문 한겨레신문 정치부 이세영*
유병언 일가 및 계열사 비리
후보 1-05 취재보도1 부문 연합뉴스 증권부 강훈상·윤선희·김남권·배영경·윤지현
김시곤 보도국장 단독인터뷰 “사장과 권력층이 KBS 지배했다”
후보 1-06 취재보도1 부문 JTBC 정치부 봉지욱*
해경, 초기 구조 실패 고발
후보 1-07 취재보도1 부문 KBS청주 보도국 이정훈*·홍성희
해운업계 유착 비리 ... ‘증거인멸’ 문건
후보 1-08 취재보도1 부문 KBS 경인방송센터 조태흠·우한울*·최형원
해경 지휘부는 바다깜깜이
후보 1-09 취재보도1 부문 세계일보 사회부 조병욱·권이선
지방선거 탐사기획 - 이번에는 제대로 뽑읍시다
후보 4-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민일보 정치부 하윤해·엄기영·임성수*·권지혜·유성열*·유동근*·정건희·김동우*
도로 위의 ‘세월호’ 과적차량>, <110t 화물 실은 25t 트럭 ... ‘시한폭탄’ 이 전국 달린다
후보 4-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홍선표·오형주
스트롱코리아 기획(소프트웨어로 창의인재 키우자)
후보 4-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 김태훈*·강현우·임기훈·임근호·김보영*
세월호, 국민성금도 바로 세우자
후보 4-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박성준*·김수미·오현태
아이들 죽음 내모는 나라
후보 4-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 임인택·오승훈·최성진
대한민국 피겨, 김연아 이후를 말한다
후보 5-01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스포츠제작부 강재훈
부산대 또 성추행 발생
후보 6-01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MBC 사회부 김유나*·이보문
건강복지타운은 ‘비리 타운’
후보 6-02 지역 취재보도부문 TBC대구방송 사회부 양병운*·김덕래*
버스업계 봐주는 자치단체
후보 6-03 지역 취재보도부문 JTV전주방송 보도국 김철
장성 요양병원 참사 방화 최초 확인
후보 6-04 지역 취재보도부문 YTN 사회2부 김범환
장성 요양병원 화재
후보 6-05 지역 취재보도부문 연합뉴스 광주전남취재본부 형민우*·송상원·장덕종*·장아름·박철홍*
언론사 선거 이용 부당행위
후보 6-06 지역 취재보도부문 전주MBC 보도국 강동엽
세월호 참사 속 제주해경 항공단장 골프 ‘파문’
후보 6-07 지역 취재보도부문 제주일보 사회부 김대영*·강재병
해경 해체 관련
후보 6-08 지역 취재보도부문 인천일보 경제부 이은경*·박범준
뉴스 인사이드’ <병실에 갇힌 황혼
후보 6-09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창원 인사이드팀 송수진
‘국내 최초’ 상조 가입자 피해보상금 유용 비리
후보 7-01 지역 경제보도부문 부산MBC 뉴스총괄팀 임선응*
대한민국 산업단지, 다시 희망을 찾다
후보 7-02 지역 경제보도부문 KBS창원 보도국 진정은·조용호
藝‘... 그리고 만남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남신문 문화체육부 이문재·이종훈*·이슬기*
최초보고 숲, 도시를 살리다
후보 9-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NN 사회부 진재운*·김민욱*·신동희*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3편

전쟁지휘부 합참설계도 외부유출 YTN
전쟁지휘부 합참설계도 외부유출 YTN 정치부 김문경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국회쪽에서 합참설계도 유출(EMP설계도 포함)은 '국방부가 갑질을 한 사건'이라는 자료가 나왔다. 그럴 것이 북한의 잠재적 위협인 전자폭탄을 대비하는 EMP방호시설 설계도를 만들어 국방부에 제출한 업체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팽당했다. 국가기밀이라던 EMP방호시설은 결국 군 EMP시공 경험이 전무한 업체가 이 업체의 설계도를 95% 활용해 공사를 했고, 국방부는 이같은 사실에 눈을 감는다. 국방부의 허술한 시공 및 기밀관리는 결국 2년 가까이 족쇄가 되고 말았다. 업체측은 국방부에 설계비를 달라고 요구해 왔고, 국방부는 이 업체와 정식 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서(대표 설계회사가 있음) 줄 수 없다며 버티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 업체의 민원을 받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방부에 권고해 기무사가 한 차례 조사에 나섰다. 기무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국방부에 회수할 것을 건의하지만 '기밀급'으로 분류하고도 더이상 수사하지 않고 손을 놓아버렸다. 이유는 설계도가 유출된 시점이 군사기밀로 분류되기 전이어서 '군사기밀'이나 '대외비'라는 직인이 찍혀있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 회수하려면 개인재산이 돼버린 설계도에 대한 보상을 해야하는 관계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었던 것이다. 군사기밀인 합참 전쟁지휘부 설계도가 고스란히 외부에 유출돼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국방부는 2년 가까이 나몰라라 하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처음 접한 지난해 8월 쯤, 인천 송도 벌판에 덩그러니 자리잡은 설계업체를 찾아갔다. 국가기밀 시설을 설계한 회사치곤 경비가 허술했다. 업체측은 설계비를 받지 못한 것을 억울해 하면서도 806 EMP구축사업(남태령 B-1벙커, 계룡대 문서고 등)을 앞두고 있어서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해 왔다. 기사가 나가면 국방부로부터 미움을 사 차기 사업수주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취재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사를 홀드하고 관련 자료를 하나씩 수집해 나갔다. 그런던 올해 3월 중순 쯤인가 업체측에서 연락이 왔다. 세상에 드러내놓고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자칫 기밀유출로 사법처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이 후 한 달 간의 자료 수집을 끝내고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다시 한 달 가까이 보도를 미룬 끝에 기사화 했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국방부 검찰단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모두 13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압수한 자료도 1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계도 말고도 다른 기밀 자료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방대한 양으로 볼 때 예측못한 문건이 또 나올수도 있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장21 ‘각본대로 선발전’ SBS
도덕불감증...그리고 기울어진 경기장 SBS 보도제작부 이한석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승자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민적 영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을 누릴수도 있지만 패자는 다시 처음부터 고된 훈련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를 놓고 심판의 판정은 매우 공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태권도계의 승부는 여전히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선수에겐 결승전에서 경기를 치르지도 않고 기권승을 따내는 특혜가 주어졌습니다. 권력에 덜 가까이 있는 선수들은 실력으로 결승에 진출해도 금메달은 목에 걸 수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태권도계 권력자의 입김에 따라 때로는 한 쪽으로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패배한 선수들이 느낄 열패감에 대한 배려는 없었습니다. 도덕불감증은 여전히 태권도계를 휘감고 있었습니다. 권력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승부조작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퇴한) 태권도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태권도협회 K임원에게 물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왜 기권을 강요했는지... K임원은 자신은 유능한 선수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임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기권을 지시했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도 했습니다. 그런데 K임원이 말하는 유능한 선수들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선수들의 컨디션과 부상을 걱정됐다면 왜 진작부터 선수들이 대회 참가 신청서를 내기 전에 출전을 막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리고 유독 태권도계에서 K임원과 사제지간으로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체급에서만 이 같은 기권사태가 벌어졌던 것일까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왜 당시 대회 경기운영을 책임지는 운영위원장은 ‘승부조작’이라며 기권시킬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했던 것일까요? K임원은 이 같은 무수한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K임원은 자신이 과거 한 실업팀 감독시절 경험을 들려주며 각박한 현 세상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친분이 있는 다른 실업팀 또는 대학 감독이 부탁을 하면 자신은 선수들에게 져주라고 얘기도 했고 기권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실업팀의 실력이 월등할 경우 대회 우승 트로피를 독점하게 되기 때문에 태권도계의 발전을 위해 다른 팀에게 우승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기권과 우승을 양보하는 건 승부조작이 아니라 상부상조의 미덕이라는 게 K임원의 논리였습니다. 이건 누가봐도 명백한 궤변입니다. 상부상조하는 미덕이 살아 숨쉬는 태권도 협회를 만들려고 한다면 국가대표 선발전을 굳이 치르며 판정시비 논란을 감수할 게 아니라 아예 실업팀, 대학팀 순번대로 사이좋게 세계대회에 출전자를 결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굳이 결승전에서 기권을 지시해서 내부 갈등을 무리하게 일으킬 필요도 없습니다. K임원의 등장 이후 대한민국 태권도계의 판정도 공정함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심판위원회의 고유권한인 심판배정에도 개입했고 협회 정관에서 규정한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인물들에 대한 징계를 감면해주기도 무자격자를 협회 임원에 앉히기도 했습니다. 막강한 협회 임원의 권력앞에 대한태권도협회는 어느새 특정인을 위해 사유화됐던 것입니다. 판정시비 논란으로 태권도 관장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진 게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 사태 이후 스포츠 4대악을 솎아내겠다는 정부의 외침도 반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론을 비웃듯 승부조작과 협회 사유화, 권력자의 전횡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이 같은 협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체육계의 구조적인 비리는 비단 태권도와 쇼트트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얼마전 대한체조협회 한 임원의 사퇴도 이 같은 비리 의혹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잊혀질만하면 이곳저곳에서 체육계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체육계가 몸을 사릴법도 합니다만 자숙의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들만의 세계는 그만큼 견고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법은 결국 여론입니다. 부정을 용납하지 않는 높은 도덕성과 체육계의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의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입니다.
안대희, 총리 물망 시점에 세월호 3억원 기부 한겨레
안대희, 총리 물망 시점에 세월호 3억원 기부 한겨레 정치부 최현준 기자 “도대체 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작업은 ‘의심’과 ‘확인’의 연속이었다. 짧은 기간 벌어들인 높은 수익에 대해 그가 해명할 때마다 확인 작업을 진행했고 적절하지 않음을 증명해 갔다. 안 후보자의 ‘세월호 3억원 기부’ 및 ‘10개월 27억원 소득’ 등의 단독 보도는 그렇게 나왔다. 안 후보자는 ‘5개월 17억원 소득’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수익의 30%에 가까운 4억7000만원을 기부했다며 여론을 되돌리려 애썼다. ‘많이 벌었지만 좋은 일도 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라며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을 우회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여태껏 별다른 기부활동을 하지 않던 안 후보자가 왜 지난해 말부터 거액의 기부를 시작했을까? 이 궁금증으로 시작된 취재 과정에서 안 후보가 비교적 최근에 세월호 유족들에게 3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 총리직과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내용을 정리해 보도하자, 안 후보 쪽은 “총리직과 연관성이 없다. 마음이 아파 기부를 한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거꾸로 접근했다. 그가 총리 후보를 통보받은 시점을 확인한 것이다. 확인이 쉽지 않았지만 후보자 주변을 취재한 결과 3억원 기부 시점과 총리 후보직 통보 시점이 거의 겹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거액 기부가 순수한 의도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권력을 얻기 위한 그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전관예우와 고소득이 문제가 되자,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변호사 개업 이후 늘어난 재산 1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역풍을 맞았다. 3억원 기부 사실과 맞물려 “돈으로 권력을 사려 한다”는 비판이 높아진 것이다. 그가 차라리 기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3억원이 아니라 이전에 기부했던 액수인 5000만원 정도만 기부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는 지금 총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과도한 권력욕이 악수를 두게 한 것은 아닐까? 안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면서, 법조계 인사들에게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것 아니냐?” “많이 버는 게 문제인가, 잘 쓰는 게 중요하지”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전관예우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수익을 올리면서도 그들은 당당했다. 대법관을 지낸 것도 능력이고, 그 능력만큼 버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식이었다. 이번 보도로 ‘전관예우’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다시 한 번 일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큰돈을 번 경우, 권력까지 함께 갖는 것은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아쉬운 점은, 그의 낙마가 총리 후보 지명 6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한겨레>와 다른 언론사가 준비한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련 기획이 보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6.4 지방선거로 이슈가 전환되면서 보도를 이어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 후보에 이어 문창극 후보까지 낙마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 쪽에서 그런 의견이 나온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소비자에게 “대충 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시대착오적인 대응이다. 소비자는 하자 없는 물건을 찾는 것이 아니다. 깐깐한 눈으로 필요한 최적의 물건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