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최경환 부총리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청탁 의혹 한…
(302회) 최경환 부총리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청탁 의혹
한겨레신문 김소연 기자
2013년 6~8월 있었던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직원 채용에는 36명을 뽑는데, 무려 4500여명의 청년들이 지원했습니다. 청년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4500명’이라는 숫자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 부총리 지역구 사무실에서 4년 동안 인턴을 했던 황아무개씨도 원서를 냈습니다. 대대적인 점수조작과 면접 결과 뒤바꾸기를 통해 서류전형 2299위를 했던 그가 최종 합격했습니다. 황씨를 합격시키는 과정에서 점수가 좋았던 청년 지원자 3명은 아무것도 모른 채 불합격됩니다. 그야말로 ‘헬조선’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고, 황씨의 채용 비리가 적발됩니다. 하지만 누가 부당한 채용을 청탁했는지 감사원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감사 과정에서 공단의 인사라인은 최 부총리의 채용청탁을 진술했지만, 감사원은 외면했습니다.
취재는 감사원 보고서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자료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감사원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고, 숨기려고 했던 내용을 취재했을 뿐입니다.
국회와 언론의 지적으로 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한창 수사 중입니다. 하지만 검찰도 사건의 핵심인 최 부총리 청탁 부분에서는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상사(이사장)의 지시로 채용비리에 가담한 공단 인사라인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채용을 청탁한 인물로 지목된 최 부총리는 “청탁한 적 없다”며 전혀 아랑 곳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바로 이 사건에서 필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매섭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
(302회) 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
시사저널 이승운 기자
“앞으로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털어놓으니 후련하네요.”
제보자 정OO씨가 두 시간 동안 자기 고백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는 전임 재향군인회 회장 측과 수년간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지난 7월 기자와 처음 만난 정씨는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긴 설득 끝에 그는 드디어 입을 열 수 있었다. 향군 사업권을 미끼로 향군의 고위층과 향군의 이권을 바라는 업자들의 물고 물리는 비리 커넥션의 단면은 정씨의 말과 녹취록, 관련 자료 등을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정씨가 독백 같이 내뱉은 “후련하다”는 말은 솔직히 기자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지난 3년 간의 향군 취재 과정이 머리 속에서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향군이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2012년의 일이었다. 당시 향군은 부동산 PF 사업 실패와 BW 횡령 사건 등으로 수천억 원 대의 빚을 지고 있었다. 설립 60년이나 되고 정부로부터 각종 이권을 받는 향군이 왜 부실화의 길을 걷는지 의아했다. 취재 과정에서 해답은 나왔다. “향군 돈은 눈먼 돈”, “향군 돈은 먼저 본 놈이 임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쉽게 확인되지 않는 비리 커넥션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3년 동안 향군 내외부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향군 상층부의 동향을 관찰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번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 보도는 이러한 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향군 비리 커넥션 보도로 돈 선거와 매관매직 의혹 등을 사고 있는 현 회장은 사법처리 위기에 직면해 있고, 전 회장 역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향군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향군이 850만 제대군인을 위한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선거 제도 개선, 보훈처 등의 외부 감시 강화 등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롯데, 삼성 화학사업 3兆원에 모두 인수 한국경제신…
(302회) 롯데, 삼성 화학사업 3兆원에 모두 인수
한국경제신문 송종현 기자
이 기사는 적극적인 팀플레이의 산물이다. 송종현 기자는 석유화학 업계(롯데케미칼), 김현석 기자는 삼성그룹, 정영효 기자는 투자은행(IB) 업계를 각각 출입하고 있다.
삼성이 한화그룹에 매각한 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 이외에 남아 있는 화학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을 접한 건 해당 기사를 보도하기 한 달쯤 전인 9월 말 경이었다. 당시엔 “삼성이 매각의도를 갖고 있다”는 정도만 파악됐다.
최초에 이 소식을 접한 김 기자는 해당 분야 출입인 송 기자, 정 기자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메신저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TF를 만들었다. 이후 수시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해당 사안을 추적해왔다.
사실 이런 종류의 취재를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중간에 긴장의 끈을 늦추는 것이다. 만약 기자 1명이 해당 정보를 틀어쥐고 능력 있는 기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면, 한경이 특종보도를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설마 정말로 인수·합병(M&A) 거래가 이뤄지겠어’라는 생각에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한경팀은 잊을만할 때쯤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해당 사안을 추적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번 M&A딜은 발표 전 시장에 소문이 많이 퍼져 어느 시점에 기사화를 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기사 게재 이틀 전 조만간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과 가격 등에 대한 취재가 모두 끝났지만, 정확한 이사회 날짜를 파악할 때까지 게재에 신중을 기했다.
결국 이사회 개최 하루 전 이사회 날짜와 딜의 구조, 가격 등에 대한 취재가 완전히 마무리된 뒤 가판에 발표내용과 거의 다르지 않은 기사를 게재할 수 있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한경 가판을 접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취재할 수 있냐”며 깜짝 놀라했다는 후문이다.
기업發 경제위기 시리즈 매일경제신문
(302회) 기업發 경제위기 시리즈
매일경제신문 노영우 기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인재(人災)였다. 기자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온 국민을 실업의 공포로 몰아넣고 수십 개의 대기업이 무너지고 가난한자와 부자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계기가 됐던 IMF는 미리 막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역사의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IMF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은 경제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기업발 경제위기’시리즈는 두 번 다시 IMF와 유사한 경제위기를 겪지 말자는 의지를 다지는 것부터 기획됐다.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가 훨씬 더 심각하다’, ‘경제위기의 뇌관은 기업에서 터진다’는 IMF 교훈을 점검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취재 결과 갈수록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늘어나는 현상이 확인됐다. 중국발 경제위기로 신음을 앓고 있는 기업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국제자금 이동이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의 위기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보도를 전후해 언론이 경제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보다 외환위기 때 제대로 된 경보를 미리 울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컸다.
취재 결과 확인된 234개 좀비기업의 명단 공개를 놓고도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취재 내용을 최대한 상세히 보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기업발 경제위기 경로를 진단한다는 기획 의도는 많은 반향을 얻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개인들이 기업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 문제를 알았으면 다음은 해법이다. 현재의 위기 국면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가장 먼저 정확히 보도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정권의 편향’-국정교과서 연속 검증 세계일보
(302회) ‘정권의 편향’-국정교과서 연속 검증
세계일보 김용출 기자
“역사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대립에 의해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누어선 안된다.”(박근혜 대통령)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받게 해선 안된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지난 10월 정부와 여당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공식화하며 내세운 대표적인 주장이다. 즉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이념 편향성’을 보이고 있으니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거다.
실제 국정화 드라이브가 본격화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간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언론도 ‘검인정 교과서가 과연 편향성을 보이는가’를 집중 검증하며 국민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 그건 정부 여당이 ‘이념 편향성’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국정화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국정교과서가 이념 편향성이 없는, 대안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친일미화 유신독재 교과서”가 될 거라는 야당의 비판은 아직 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합리적 지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
과연 국정교과서가 되면 이념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 여당의 논리적 귀결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세계일보 국회팀은 국정 국사교과서와 관련한 논문 수십편을 토대로 1974년부터 2006년까지 편찬된 국정 국사교과서(고교) 7종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국정 교과서가 집필 당시 정권에 따라 주요 사건 사고를 전혀 다르게 평가 기술하는 지독한 ‘정권 편향성’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첫 국정이자 ‘유신 교과서’로 불린 1974년판 고교 국사의 집필자 윤병석 교수의 증언록을 입수해 왜 국정교과서가 ‘정권 편향성’을 보일 수밖에 없는가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다.
은폐된 심해 방류관 누수 그리고 부실 복마전
(302회) 은폐된 심해 방류관 누수 그리고 부실 복마전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10년차 기자가 되었다. 슬슬 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올해 초 지역 특산물인 낙동김의 출하량이 급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행정미숙이 주범이었다.
인근에 긴 하수처리장 방류관이 고장났는데, 당국은 통보도 없이 방류지점을 옮겼다. 하필 김양식장 근처였고, 방류수는 양식업을 망치고 있었다.
몇주 뒤 시의회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문제제기부터 해결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듯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뭐가 급해 당국은 허둥지둥 긴급보수에 들어갔을까?” 핵심을 놓친 기분이었다.
1~2년차 경찰기자처럼 나름 열심히 발품 팔며 취재했다. 알고 보니 그 관은 1천억원짜리 심해 40m를 통과하는 첨단공법 시설이었고, 그런 관이 바다 속에서 짓눌리고 찢겨 있었다.
속보가 쏟아졌다. 10년 전 처음부터 관이 부실하게 만들어졌고, 엉터리 누수 검사로 7년의 세월이 낭비됐고… 등등의 속보를 쓰면서, 오랜만에 수습기자 때의 흥분을 느꼈다.
기사의 배경이 되는 곳은 부산 강서구다. 도심에서 떨어진 농어촌 지역이다. 한적한 지역이다 보니 주로 1~2년차 기자들이 출입한다.
만일 내가 지금 1~2년차 기자였다면 이런 난맥상을 보도할 수 있었을까? 왠지 취재력이 부족했을 것 같다.
반대로 우연한 기회에 10년차 기자의 관성을 깨지 못했다면, 이 기사는 ‘낙동김 흉년’에서 끝났을 것이다.
좋은 기사는 열정과 취재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연차가 쌓이면 취재력은 늘겠지만, 열정은 식기 쉽다. 연차가 늘어도 수습 때의 초심을 기억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죽음의 분진... 그 후 2년 울산MBC
(302회) 죽음의 분진... 그 후 2년
울산MBC 설태주 기자
수출도시 울산에는 온산과 미포 2곳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이들 산업단지는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국가경제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국가산업단지 주변을 한번이라도 방문해 봤다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악취가 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이번 취재는 비산분진 발생 실태와 함께 왜 근절되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을 갖고 착수했다. 특히 온산공단은 1980년대 온 몸이 마비되는 우리나라 최초 공해병인 ‘온산병’이 발견된 곳 아닌가. 울산MBC는 2년 전에도 온산공단 일대 비산분진 문제점을 고발했다. 당시 관계기관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사후 점검 차원에서라도 다시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차를 타고 산업단지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분진이 심하게 나는 곳은 한 달 이상 잠복하며 작업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분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다이버와 함께 바다 속 곳곳의 변화를 살폈다.
결과는 놀라웠다. 불법행위라고 볼 수 있는 작업들이 일상에서 너무나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방진막은 형식적으로 있거나 아예 없었다. 바닷속 생태계는 분진이 바닥에 두껍게 쌓이면서 사실상 파괴되었다. 그 피해는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산업단지 공해가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기자의 아버지도 젊은 시절 산업단지에서 일하다 은퇴하면서 현재 폐질환을 겪고 있다.
부디 이번 방송을 계기로 산업현장에서는 자정 노력을 통해 비산분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공해 피해를 줄이려는 실질적 대책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