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청와대·친박계 새누리당 공천 개입 TV조선
청와대·친박계 새누리당 공천 개입
TV조선 정치부 서주민 기자
정치 기사에서 ‘팩트’는 대부분 ‘정치인의 말’입니다. 그런데 그 ‘정치인의 말’이라는 것이 통상 마이크 앞에 정제된 상태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기자들의 심증이 ‘왼쪽’으로 향하고 있더라도 특정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오른쪽’이라고 말하면 이를 뒤집어 보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려졌다’, ‘전망이 나온다’ 등 다소 비겁한 표현들로 기사가 채워지곤 합니다. 이번 취재는 베일에 가려있던 정치의 숨은 모습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였다고 자평합니다.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정치적 유불리가 명백한 사안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모 의원의 한 마디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녹취 폭로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쓰레기 같은 행동이다.” 성차별적인 느낌마저 들게 하는 ‘남자들 세계'의 어떤 가치가 특정 계파의 정치적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 정치판이 언제부터 '남자들 세계'로 규정됐고, 공당의 공천을 언제부터 ‘남자들 세계의 룰’이 지배했습니까?
청와대 정무수석과 친박계 핵심 실세들이 특정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압박하는 명백한 녹취가 공개됐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갈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지 않고 꿰매놓으면 반드시 곪아 터지기 마련입니다. 차기 대선은 불과 1년 4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정동권 선배와 제가 썼지만 이번 기사는 TV조선 전체의 기사였습니다. 가장 먼저 큰 기사를 쓸 기회를 주신 주용중 본부장께 감사드립니다. ‘정도(正道)를 가자’고 하셨던 말씀이 현장 기자들에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기사의 중심을 잡아주신 이진동 기획취재부장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의도하지 않게 여기저기서 시달렸을 정치부원 여러분과 없는 그림에도 좋은 편집 해주신 편집팀 선후배님께도 뜨거운 동료애를 전합니다.
공기청정기·에어컨 필터서 살균제 OIT 검출…전량…
공기청정기·에어컨 필터서 살균제 OIT 검출…전량회수 권고
MBC 사회2부 남재현 기자
공포의 작동원리는 간단합니다.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을 먹고 삽니다.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포는 쉽사리 깨지지 않습니다. 이번 역시, 기업이나 정부 누구도 그 설명을 제대로 해 주지 못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우리의 현실은 반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겁니다.
당장 검증을 해야 할 유독물질만 수백 가지. 환경부에 등록된 것만 1천 가지가 넘습니다. OIT가 미국에서 면역 독성물질로 지정된 게 이미 우리보다 40여년 앞선 지난 1971년이었습니다. EU역시 OIT를 피부 부식성과 과민성 물질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유독물질로 지정된 건 불과 2년 전인 2014년입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유독물질을 통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또다시 확인된 겁니다. 그래서 이른바 선진국에선 제품을 팔기 전 기업이 스스로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통 안전성을 검증할 때 수백억 원의 돈이 들어가는데 기업으로선 피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을 게 없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한국소비자가 국제적인 ‘호구’냐는 자조 섞인 말도 여기서 비롯됩니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제품을, 더 빨리 만들고 싶어하는 기업의 본능 같은 속성을 또 한 번 견제하지 못했던 겁니다. 목표는 거창했지만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았던 기사였습니다.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대부분 좀 더 돈을 주더라도 세계적인 기업들의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샀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교환이나 환불을 약속했던 기업들이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는 제보가 여전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또다시 저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희도 후속보도를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의 민주화와 미국-美 정부 기밀해제 문서 단독 입…
한국의 민주화와 미국-美 정부 기밀해제 문서 단독 입수
국민일보 정치부 하윤해 기자
올해 초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미국 정부 기밀해제 문서를 입수해 조사하고 있을 때였다. 한국은 4·13 총선 열기로 뜨거웠다.
기밀해제 문서에는 젊은이들의 희생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 거리로 뛰어나온 시민들의 숫자가 메마른 문체로 기록돼 있었다. 그 희생과 눈물이 민주화를 이끈 동력이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여당에서는 친박·비박 싸움이 계속됐고, 야권은 호남 민심을 놓고 다퉜다. 30년이 넘는 시차에 현기증을 느꼈다. 민주화는 이뤄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성취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미국 대학 연구실에서 절감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기밀해제 문서를 찾고 번역하고 감수받고 기사를 쓰는 데까지 10개월이 넘게 걸렸다. 미국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 주한미국대사관, 국무부 등이 작성한 한국 민주화 관련 기밀해제 문서 75건에 묻혀 지냈다. 모든 것이 서툴렀던 초기, 문서에 찍힌 ‘Top Secret' 직인에 놀라 가슴 두근거리며 기사가치가 없었던 문서를 밤새 읽었던 시행착오를 잊지 못한다.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박정희·전두환·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백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썼을 때 “박정희를 미화하지 말라”는 메일을 많이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기사가 나간 뒤에는 “고향이 호남이냐”는 메일이 쏟아졌다. 유일한 프리즘은 미 정부 기밀해제 문서였으나, 일부 독자들의 정반대 반응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시리즈가 한국 정치의 이념적 관용을 넓히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소망을 해본다.
사학비리 연속기획 한겨레신문
사학비리 연속기획
한겨레신문 토요판팀 오승훈 기자
“김문기가 인사동에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입자를 내쫓고 있대.” 우연히 접한 한마디 제보로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100여건의 물건지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확인하는 3주 동안의 취재결과, 인사동 외에도 김씨 소유 부동산은 전국적으로 싯가 1조원에서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씨 부동산의 전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한겨레> 보도가 처음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궁금증은 ‘이 돈의 출처는 어디일까?’로 모아졌습니다. 김씨는 사학비리의 대명사인 까닭입니다.
매입시기를 보면 그가 상지대를 인수한 뒤인 1974년 이후부터 구속 직전 시점인 1992년까지가 전체 부동산 가운데 70%에 달했습니다. 상지대 내부 인사와 당시 수사기록 등을 통해 부정입학과 법인 자금 횡령, 교직원 급여와 학교 예산 삭감, 자신 소유 신용금고에 등록금 예치 등의 수법으로 모든 돈이 부동산 투기로 흘러간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학비리의 끝은 1조원대의 부동산 왕국’이라는 결론이 나온 배경입니다.
사실 사학비리를 취재해 온 것은 올 초부터였습니다. 무엇보다 사학비리 기사가 몇몇 매체들에서만 간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유명대학을 보유하거나 재단에 관여하고 있는 보수신문들은 사학비리 기사를 잘 다루지 않습니다. 퇴직 후 일자리 차원에서 사립대학과 공생관계에 놓인 교육마피아들은 적극적으로 감사를 벌이지 않습니다. 감시의 공백입니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누군가는 사학비리를 심층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비소·카드뮴 침출수, 강으로 농경지로 ‘콸콸’ K…
비소·카드뮴 침출수, 강으로 농경지로 ‘콸콸’
KBS전주 취재부 서승신 기자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으로 유명한 익산(益山), 지명의 한자를 풀이하면 산이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북 익산은 우리나라 3대 화강암 주산지로 예로부터 질 좋은 화강암이 많이 나 주민 삶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요즘 이 익산의 산들이 아프다. 아낌없이 내어준 산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서다. 아니 오히려 해를 주는 해산(害山)이 되고 있다. 돈에 눈이 먼 일부 부도덕한 업자들이 돌을 캐낸 빈 석산에 전국에서 가져온 일반폐기물은 물론 지정폐기물까지 불법매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암물질 침출수가 수년간 대량으로 무단 방류되는 현장을 포착하고 갖가지 의혹들을 제기할 수 있었던 건 일부 주민들의 용기 때문이었다. 업체 측의 조그만 보상에 눈을 감다 농경지와 지하수가 온통 오염될 위기에 처하자 생존의 위협까지 느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원상복구 등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공학자들은 오염된 폐석산과 농경지, 지하수를 원상 복구하는 데 수백억 아니 천억 원에 가까운 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불법을 저지른 업체들로부터 복구비용을 얼마나 회수할지 불투명한 가운데 재정이 열악한 익산시는 환경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고 업체들만큼이나 잘못이 큰 환경부는 아예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익산시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가장 큰 잘못은 업체들과 환경부가 했는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오늘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염되지 않은 농산물을 양심껏 팔 수 있는 날이 언제냐"며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특집 다큐-검은 삼겹살 2부작 전주MBC
특집 다큐-검은 삼겹살 2부작
전주MBC 취재부 유룡 기자
스페인에서 돼지 뱃살을 내던지는 모습은 진정 충격이었다. 폐기물통에 던져진 지방은 화장품의 원료로 쓰거나 질 나쁜 것은 가축 사료용으로 팔아버린다는 것. 국내 생산량 15만 톤도 모자라 연간 20만 톤을 수입하는 돼지 뱃살,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의 45%에 달하는 삼겹살의 정체가 이것이었다.
한국은 어쩌다가 삼겹살 공화국이 되었을까? 돼지고기는 효자 수출품이었다. 기름기 적은 등심과 뒷다리를 일본에 팔아 큰돈을 벌었다. 남겨진 뱃살은 국내 소비자가 먹어줘야 했다. 그런데 지방에 입맛이 길들여진 나머지 지구촌 돼지뱃살의 1/4을 수입하고 뒷다리나 등심 같은 건강육을 거꾸로 폐기처분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비용은 삼겹살에 전가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한돈협회 고위 관계자도 문제를 인정했다. 그리고 부탁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어 돼지고기 산업의 판을 바꾸어 버리던지 그렇지 않고 어설프게 상처만 낼 것 같으면 아예 하지 말라는 것.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정부도 삼겹살로 국가 경제가 성장했다는 통계 놀음에서 벗아 날 수 있도록 해 달라. 그래야 우리 농촌이 변할 수 있다는 고백이었다.
2012년 말 쇠고기 마블링 문제점 지적으로 시작된 <육식의 반란>이 이제 <검은 삼겹살>로 또 다른 반란을 시작한다. 전국의 많은 기자들이 돼지고기 산업의 음습한 비밀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국민의 먹을거리 하나 바로 세우지 못하는 나라가 무엇을 바로 세우겠는가? 청소년 비만이 심각하고 헛돈을 너무 많이 쓴다.
‘복지 마피아’ 득세 국제신문
‘복지 마피아’ 득세
국제신문 기획탐사팀 유정환 기자
지난해 12월 현장 사회복지사로부터 4급 퇴직 공무원이 20년 가까이 열심히 현장을 누빈 복지시설 기관장을 내몰고 그 자리에 취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피아(금융 마피아) 해피아(해수부 마피아)에 이은 복피아(복지 마피아)의 출현이었다.
본지 취재팀은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우선 사회복지사업법, 공직자윤리법, 공무원연금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관해 법률부터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꼼꼼히 점검했다. 이후 시민단체, 뜻을 같이한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조사해 1000여 곳의 시설 중 주로 예산과 인력 규모가 큰 노인장애인 시설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노인장애인 시설 총 284곳 중 26곳(23명)에서 복지 마피아의 존재를 확인했다. 마지막엔 일일이 본인 확인 절차도 거쳤다.
현직에서 예산을 배정하고 위탁 여부를 결정한 뒤 해당 기관의 기관장으로 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제공하는 자격증조차 없는 사람도 있었다. 또 대다수는 공무원연금법의 허점을 노려 월급과 퇴직금을 합산한 최대 금액을 받고 있었다.
첫 기사가 나가고 부산시는 복지 마피아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시리즈 게재가 끝나고 실시한 정책간담회에서는 복지 마피아 척결과 관의 '갑질'을 멈춰달라는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뜨거운 절규에 직면했다. 시의원까지 조례 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부산시는 본지가 제기한 법 개정 건의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부산시 복지 공무원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벌써 기관장으로 내려가려다 중도 포기한 퇴직 공무원 소식이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이 들다가도 법 개정까지 첩첩산중이라는 생각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리송하다.
국책사업에만 눈독…환자 진료 거부 ‘파문’ kb…
국책사업에만 눈독…환자 진료 거부 ‘파문’
KBC광주방송 탐사보도팀 정영팔
믿기지 않았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니. 얼마 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며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센터 개소식까지 한 대학병원이 야간에 응급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처음 병원 측에 확인했을 때 문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장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환자를 찾을 수도 없고 난감했다. 그러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 바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대였다. 구급대원들의 증언은 충격이었다. 조선대 병원 응급실이 야간에 환자를 받지 않은 지 3개월 가까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진료 거부 사실을 모르고 응급실을 찾아간 환자들은 지금도 ‘헛걸음’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특히 심장 관련 환자들의 경우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생명을 잃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취재 결과 조대병원 응급실은 심혈관 질환 등 10개 과목에 해당하는 내과 환자들을 받지 않고 있었다. 발단은 내과 전문의 교수들의 야간 당직 거부였다. 야간에 당직 내과 전문의가 없으니 내과 환자를 받지 못한 것이다. 더 깊게 보면 병원 측이 인력 보강 없이 국책 사업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서둘러 개소하는 데만 급급한 결과였다. 중증 위급 환자를 24시간 신속하게 진료한다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취지가 무색했다. 결국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진료비를 더 비싸게 받는다.)
보도가 나가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응급 환자들이 얼마나 더 긴 시간 동안 ‘헛걸음’을 하며 다른 병원을 찾아 발걸음을 돌려야 했을까. 혹 누군가는 ‘골든 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제보해준 분과 보도의 정확성을 확인해준 분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취재와 보도를 함께 한두 후배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