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망명 중…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망명”
중앙일보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지난 8월 17일 한 회사 간부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하루 전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함께 망명' 기사를 영국 BBC가 인용보도한 데다 국내외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함구하던 정부도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파장이 꽤나 컸던 특종의 단초는 짤막한 국제전화 한 통이었다. 동남아 지역 '대북 소식통'은 "윗동네 분들이 테임즈 강변에서 아이 하나를 잃어버려 난리가 아닙니다"라고 귀띔했다. 런던에 체류하던 북한 핵심인사가 탈북했음을 직감케 했다.
취재과정에서 복수의 국내 취재원은 "매우 특이한 성(姓)을 가졌으니 찾아보면 곧 알 수 있을 것"이란 얘기를 해줬다. "유투브에 영상도 올라있는 인물"이란 말은 결정적 도움이 됐다.
태영호 공사의 탈북·망명 파장은 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 엘리트 균열”을 언급했고, 국회 정보위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영국주재 북한 대사 현학봉의 평양 소환 소식 등 속보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탈북・망명과 국내 입국 사실을 정부의 ‘깜짝 발표’에만 의존해야 했던 패턴을 벗어나 독자취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취재과정에서 도움을 준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 좋은 평가로 수상의 영예를 누릴 수 있게 해준 기자협회와 심사진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공항공사 퇴직 낙하산 간부, 노래방서 멍들도록 성…
“공항공사 퇴직 낙하산 간부, 노래방서 멍들도록 성추행…죽고 싶었다”
경향신문 사회부 김서영 기자
사실 처음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단 소식을 접했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눈물의 삭발식’ 현장은 이러한 생각을 대번에 뒤바꿨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대낮에 여성 청소노동자가 생애 처음으로 머리를 밀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떨어질 때 그를 지켜보는 동료들의 비명도 함께 울려 퍼졌다. 그리고 머리를 민 청소노동자는 회식 때 당한 성추행, 가혹한 근로 조건을 폭로했다.
삭발식 현장을 보도한 첫 기사는 약 400만명에 도달했다. 댓글도 수천개 달렸다. 많은 이들은 열악한 처우를 증언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특히 성추행·성희롱에 관련된 대목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경향신문은 이후에도 보도를 이어가,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해 문제 해결을 약속했으며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다.
그렇지만 경향신문의 연속 보도가 ‘운 나쁜, 일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만의 이야기’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번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든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위험이 있고, 여성 노동자라면 누구나 일터에서의 성추행·성희롱에 노출된다. 이들의 이야기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혹은 ‘전체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남아야만 ‘제2의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과 같은 슬픈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부족한 보도였지만 청소노동자들에 힘이 된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번 수상이 그들에게 또 다른 응원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 음주사고 경력 TV조…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 음주사고 경력
TV조선 사회부 조덕현 기자
올해 7월 말, 이철성 당시 경찰청 차장이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뒤,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있다는 정보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과거 23년 전 일이었고, 범죄 경력이라는 내밀한 개인정보였기 때문에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불법적 방식의 개인정보 취재는 절대 안 된다는 문제는 취재 내도록 취재팀의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이 내정자는 “23년 전 일이지만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부적절한 처신에 거듭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뒤, ‘여론’은 나뉘었습니다. 경찰 수장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여론과 함께, 20년이 넘은 일까지 문제 삼아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그러나, 아무리 과거의 일이라도, 전 경찰을 통솔해야 하는 수장이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되며 이러한 사실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특히 이 내정자의 음주운전 의혹은 단순히 음주운전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 당시 경찰 신분을 숨기고, 음주 사고를 축소 은폐하려 한 시도까지 있었다는 진술도 있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6월 21일, 동두천경찰서의 최 모 순경이 음주운전으로 경찰 내부 감찰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취재팀에게 이 내정자의 음주경력을 반드시 보도해 국민에 알려야 한다는 강한 동력이 됐습니다. 이번 TV조선 보도로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은 더욱 큰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아무리 과거의 잘못이라도 이를 영원히 덮을 수 없기 때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향상도 가져왔습니다.
대우조선 실사보고서 단독 입수 분석 이데일리
대우조선 실사보고서 단독 입수 분석
이데일리 증권시장부 김도년 기자
제가 처음 공개한 대우조선해양 실사 보고서는 작년 산업은행이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핵심 자료입니다. 올해 20대 국회 첫 정무위원회와 이달 초 열린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끝내 제출되지 않았던 극비 문건입니다. 이 자료가 제 손에 들어오게 된 연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만 이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자료를 입수하게 된 것은 순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원이 그 많은 기자 중에 저한테 자료를 주기로 마음먹은 것은 제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거나 대우조선 회계절벽 문제를 다룬 제 기사가 우연히 그분 눈에 띄었거나…. 이는 복이 통째로 저에게 굴러들어온 것이겠지요. 자료를 받고 이 내용이 기사로 송고되기까지 느꼈던 심장박동수를 다시 느낄 기회가 올까요?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에 앉아서 수직 상승할 때와 같은 그 기분. 이래서 특종은 마약 같은 거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최근 읽은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했는가’라는 책이 생각이 났습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재무총감이었던 네케르는 절대왕정의 회계장부를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프랑스 혁명이 빨리 오는 데 기여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걷은 혈세를 왕정의 온갖 사치스런 생활에 쓰인 과정이 드러난 것이지요. 수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국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국민 모르게 집행하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것 같습니다. 제 기사가 그런 도도한 역사의 진보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TJB대전…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TJB대전방송 조혜원 기자
"출근 시간, 택시가 앞에 가던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어요. 운전기사가 심정지가 온 것 같은데 지금 사고 처리 중이에요."
다급하게 걸려온 제보전화. 단순 교통사고인지 현장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여느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는 상황. 하지만 무언가 달랐습니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직원들과 경찰이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들을 찾고 있는 겁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승객들이 다급하게 내려 골프가방과 짐을 꺼내 다른 택시로 쏜살같이 옮겨 타고 사라졌다는 겁니다. 기사가 쓰러져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석 쪽에서 차 키를 뽑아 트렁크를 열고 금세 자리를 떠났다는 말에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취재에 들어가자, 승객들이 일본 골프여행을 위해 공항버스를 타러 가던 길이었고, 탑승시간을 놓칠까 심정지가 온 택시기사를 돌볼 여유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는 어이없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친 택시기사는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단독 기획 보도 후 착한 사마리아인 법 추진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심장마비가 온 위급한 상황에서 택시기사에게 아무런 처치 없이 떠난 승객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보도를 통해 시민들의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마지막 리포트에서는 전문 연기자들을 섭외해 위급한 상황을 연출한 뒤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관찰카메라를 진행했는데, 쓰러진 시민에게 관심을 갖고 119신고를 했던 시민의 인터뷰를 해 본 결과 최근 택시 기사 사고 뉴스를 접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시민을 보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해보게 된 의미 있는 보도였습니다.
방파제 특혜 의혹 KNN
방파제 특혜 의혹
KNN 사회부 윤혜림 기자
‘방파제 공사요? 업계에서 00000가 다 해먹고 있어요.’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됐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발주한 모든 공사와 공사를 맡은 설계·공사·감리업체, 해당 업체와의 중복성을 찾기 시작하자 의혹이 속속 나타났다.
문제의 업체는 ‘사실상 같은 회사지만 이름만 바꿔’ 한 공사서 설계-자재납품-감리까지 했다. 공사상 문제를 지적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누가 봐도 오해 살 만한 모양새’였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했다.
알고 보니 해피아가 있었다. 해수부에서 민간기업으로 이동한 인원을 파악하자 해당 업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묵인과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눠먹기식 공사판은 폐쇄적이고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어렵게 국내에서 특허 기술을 개발하고도 해양항만공사에서 사용될 기회도 없다. 애써 개발한 국내기술은 외면하고 일본에서 제작한 소파(파도를 감소시키는)블록을 로열티를 주고 투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파제 공사는 물 속이라는 특성상 무엇을 넣었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실상 그들 말고는 알 도리가 없다. 정부에서는 ‘아라미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수조원을 투입해 전국의 방파제 보강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조원의 돈이 밑 빠진 독이 아닌 끝도 없는 바다로 빠져나가고 있는지 모른다.
업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미 높은 진입 장벽 안에 안착한 업체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장벽 밖에 있는 업체마저도 ‘언젠가 진입하기 위해’ 나서기를 꺼렸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사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방파제 공사는 우리, 나의 안전과 직결되기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제발’ 정석대로만 지어달라는 바람 때문이었다.
녹조 토하는 낙동강」(사진) 한겨레신문
녹조 토하는 낙동강’(사진)
한겨레신문 사진부 김봉규 기자
제312회 전문보도부문 ‘녹조 토하는 낙동강’ 보도사진으로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바다에 적조가 있습니다. 조금은 검붉은 색입니다. 적조의 원인은 갯벌의 감소로 인한 갯벌에 사는 미생물들도 함께 감소하면서 미생물들의 먹잇감인 바닷물 속 붉은색 플랑크톤인 적조류가 급상승 번식이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민물에는 녹조가 있습니다. 녹조류도 일종의 플랑크톤 입니다. 녹조의 급속한 번식의 원인은 대략 3가지입니다. 수온, 물속의 부영양화 그리고 물이 흐르는 속도 즉 유속입니다.
26년 동안 현장 기자를 하면서 녹조로 이번이 4번째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로부터 상을 받았습니다. 모두 최근 입니다. 2013년 2015년 그리고 올해 두 번 입니다. 이시기는 4대강 사업의 결과물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 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도 녹조는 있었습니다. 옛 문헌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최근 들어 낙동강에서 발생하고 있는 녹조 사태는 그 정도를 뛰어 넘어 매우 심각한 환경재앙에 가깝습니다. 지구촌의 해수면 상승과 온난화로 한여름의 수온 상승을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흐르지 못하게 하고 있는 총 8개의 시멘트 구조물의 보를 제거해서 자연스럽게 강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틈틈이 낙동강 녹조를 지켜보겠습니다. 끝으로 20여 명의 심사위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4대강 사업의 민낯」(특별상) 오마이뉴스
4대강 사업의 민낯(특별상)
오마이뉴스 정수근 시민기자
‘녹조라떼 낙동강’에서 투명카약 두 대가 대형 현수막을 끌고 간다. 현수막 위에선 물고기 한 마리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나는 살고 싶다”
지난 4대강 특별취재단과 함께한 낙동강 퍼포먼스의 한 모습이다. 낙동강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1급종인 물고기 흰수마자가 외치는 피울움이다. 4대강사업으로 이제 낙동강에서 멸종된 흰수마자가 “나는 살고 싶다”고 간절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4대강과 뭇생명들의 한 맺힌 절규다.
4대강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거대한 16개 보로 막혀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물은 녹조로 범벅이 되고, 산소는 고갈되고, 물고기는 떼죽음하고, 강바닥은 시커먼 뻘로 뒤덮여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하루하루 변해가고 있다.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알려야 했다. 이 나라 젖줄이자 식수원인 4대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그래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나섰다. 강의 죽음을 막아야 했다. 그 시간이 7년이다. 7년 동안 금강에서, 낙동강에게 4대강사업의 실체를 분해하고, 사업 후 일어나는 강의 변화를 거의 매일같이 살폈다. ‘4대강 독립군’이라는 별칭은 아마도 그렇게 해서 얻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4대강 독립군에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이 놓였다. 이른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4대강 전범들’을 청문회 장에 세워 역사의 심판을 받게 하는 일이다. 그렇다. 4대강 청문회는 반드시 성사되어야만 한다. 그 길에 우리의 수고로움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