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한겨레신문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한겨레신문 사회부 황금비 기자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수행기사 갑질’ 보도는 7월 초 한 취재원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종근당 회장의 차를 운전하다 회장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그만둔 분이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연락처를 전달받아 처음 전화를 걸었던 제게 제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화로도 말씀드릴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 만나주실 수 없을까요.” 제보자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대기업 수행기사 업계는 좁습니다. 서로 비슷한 스케줄로 이동하면서 안면을 트는 탓에 대기업 회장의 비위 행위나 불공정한 모습을 제보하려면 업계를 떠날 각오까지 해야한다고 합니다. 이번 보도가 전적으로 제보자들의 용기에서 비롯된 이유입니다. 처음 이장한 회장의 폭언과 비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나선 운전기사, 그리고 제보자를 응원하며 함께 증언에 동참한 동료 운전기사들은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운전 기사들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제보자들은 첫 보도 이후 라디오 방송, 티브이 프로그램 등의 요청을 대부분 수락하며 성심성의껏 인터뷰했습니다. 이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사건이 더욱 파급력 있게 퍼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는 참 쉽게 쓰이는 단어입니다. 공관병에게 아들 속옷 빨래를 시키는 육군참모총장, 가맹점에 불공정 행위를 강요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운전 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휘두르는 기업 회장. 결이 다른 제각각의 사연들이 뉴스에서는 모두 ‘갑질’이라는 단어로 묶이곤 합니다. 돈과 권력에서 비롯된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한다지만, 대부분의 ‘을’들이 당하는 일들은 ‘갑질’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 유린과 학대입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갑질 행태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6세 실명’ 아동학대, 한달전 신고 받고도 눈치 못…
‘6세 실명’ 아동학대, 한달전 신고 받고도 눈치 못챘다
-동아일보 사회부 이형주 기자
“10개월이 지난 사건을 왜 이제 들추는지?”
전남 목포 실명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전에 의료진이 신고했지만 묵살됐다’는 사실에 대해 취재에 나서자 일부 경찰관의 질문이었다. 7월10일 재판에서 공판검사는 내연남 학대를 방치해 실명한 A 군(6)의 엄마 책임을 묻기 위해 의료진 신고 묵살 내용을 추궁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0개월 동안 실명을 부른 신고 묵살을 쉬쉬했지만 재판에서 처음 공개됐다.
경찰관 질문에 대한 답변은 “A 군은 사실상 혼자인데 가족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누군가는 A 군의 목소리를 대변해줘야 할 것 같다”였다. 대답을 들은 경찰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동학대 사건 신고접수와 수사체계가 명쾌해졌습니다.”
의료진 신고 묵살 기사가 나간 뒤인 8월 20일 만난 경찰관이 한 말이었다. 경찰은 의사, 교사 등이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하면 일단 내사나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한 경찰관은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경찰서가 수사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었는데 이제 규정이 마련됐다”고 했다. 경찰 이외에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의료진도 아동학대 의심신고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했다.
A 군은 현재 전남서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A 군은 실명 등 장애가 생겨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걱정된다고 한다. 학대를 방치한 A 군의 엄마는 친권상실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전남서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은 A 군이 성인이 되면 홀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해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SNS 장악’ 등 국정원 보고서 단독입수 및 총·대…
‘SNS 장악’ 등 국정원 보고서 단독입수 및 총·대선 전 청와대 보고 확인
-세계일보 사회부 박현준 기자
가끔 기사에도 팔자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때를 타고나면 혼자서 쑥쑥 크고, 나쁜 때에 나오면 기자와 기사 둘 다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중요한 기사라고 몇 달을 고생해 취재를 끝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고했는데 전혀 알아주는 이 없어 구천을 떠도는 기사를 볼 때의 마음이란.
‘SNS 장악 보고서’의 팔자는 어떨까. 아직은 모르겠다. 큰 상을 받고, 적폐청산의 과정에 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아주 나쁜 건 아닌 모양이다. 출고 전까지 그렇게 속을 썩인 기사였는데, 대견하다. 거기다 ‘SNS 장악 보고서’의 팔자가 어떤지는 더 지켜봐도 될 듯하다는 기대도 조금 든다. 마음 한구석에선 ‘얘가 더 큰 일을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간이 도와줄 것이란 바람을 하고 있다. 기세가 강하고 노력이 더해지면 팔자도 바뀐다는데, 기사를 위해 더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한편으론 가슴의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는 안도감이 앞선다. 지난 몇 년간 부채감에 매여있었다. 어두운 터널을 가로지르는 동안 나 또한 기자로서, 사람으로서 성숙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의 지원이 있었다. 언제나 한 잔 사달라고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편집국 선후배 동료기자들, 빠듯한 인력에도 특별취재팀 구성을 흔쾌히 허락한 부장들과 편집국장, 출입처에서 만난 동지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진정한 고마움의 마음은, 직접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전하고 싶다.
‘빨간 마티즈의 비밀’ 2년만에 복원된 휴대전화 …
‘빨간 마티즈의 비밀’ 2년만에 복원된 휴대전화
-JTBC 사회2부 이호진 기자
2015년 7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사건은 책임자였던 국정원 고 임 모 과장이 빨간 마티즈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며 진상 규명은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JTBC 취재팀은 경기도의 임 과장 집을 찾아가 한 시간 넘게 미망인을 설득해 임 과장이 사용하던 국정원 휴대전화를 입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복원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2014년 2월부터 임 과장이 숨진 2015년 7월까지 1년 6개월 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해킹 프로그램을 나나테크 허손구 대표로부터 구입하는 과정부터 숨지기 직전의 급박한 행적들까지.
취재팀은 전문업체 포렌식을 통해 복원한 1년 6개월 간의 문자 4733개, 통화목록 6041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해킹 프로그램이 처음 외부에 알려지게 된 날, 시스템 포맷을 의미하는 ‘시스템 오’ 지시가 내려졌다는 점, 삭제하기 직전 국정원 담당 직원들과 임 과장이 수차례 통화한 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또, 임 과장이 숨지기 전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국정원 발표와 달리, 고강도 감찰이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직원들과의 통화내역과 문자를 찾아냈습니다. 임 과장이 자의적으로 해킹 기록을 삭제하고 부담을 느껴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국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결정적 증거들이었습니다.
또, 해킹프로그램은 형태가 없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다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주장과 달리, 국정원이 이미 감청 장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나나테크 허손구 이사와의 문자 내역에서 찾아냈고, 국정원이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함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장기간 협력을 해왔다는 새로운 정황을 처음으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보도가 시작된 날은 공교롭게도 임 과장 기일 하루 전이었습니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국정원 임과장이 올랐습니다. 이후 취재팀은 미망인을 설득해, 인터뷰도 연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 과장이 숨지기 바로 전날 밤, “회사를 다녀온다”면서 수 시간 외출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국정원은 임 과장이 국정원에 온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정적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이번에 임 과장 미망인이 취재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JTBC 취재팀은 2015년 7월 당시에도 한 달 넘게 집 앞에서 기다린 바 있습니다. 당시 취재기자는 미망인에게 손편지까지 쓰며 설득에 나섰습니다. 결국 2년에 걸친 설득 끝에 미망인이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임 과장의 죽음은 한 가장이 왜 갑자기 숨져야했는지, 진상을 규명하는 것뿐 아니라 국정원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은폐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보 부족 때문에, 떠도는 소문과 온갖 추측, 근거 없는 무책임한 보도들이 난무하며, 점점 더 진상규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나흘에 걸친 보도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TF는 JTBC 취재진이 확보한 임 과장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찾아가고, 부인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정보기관인 국정원 취재는 가장 어려운 취재 중 하나일 겁니다. 그간 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취재하고 밝혀낸 토대 위에서 이번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저희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프랜차이즈 56곳 가맹계약서 전수분석 머니투데이
프랜차이즈 56곳 가맹계약서 전수분석
-머니투데이 사회부 백인성 기자
"실정법상 어긋나는 점이 없습니다." 취재 도중 각 프랜차이즈의 법무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이른바 "가맹사업법에 어긋나지 않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장님' 당사자가 합의했으니 이 가맹계약은 유효하다"는 취지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계약서가 일방이 제시하는 것이고, 받는 일방이 이를 수정할 여지가 전혀 없다면 얘기는 다르다. 실정법상 개정이 필요한 허점이 많다면 더욱 그렇다.
계약서란 양 당사자 간 맺어진 합의를 문서화한 것이다. 하지만 양자의 우열관계가 뚜렷하다면 그 문서는 일방만이 의무를 지게 되는 불합리한 조항들이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계약은 유효하되 '부당'해진다. <프랜차이즈 56개 가맹계약서 전수분석> 기획보도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입수한 몇몇 가맹계약서는 충격적이었다. 회사들의 말과는 달리 실정법에 위배되는 부분도 있었다. '당사자 합의'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우열관계를 집중 보도하는 것이야말로 업계의 갑질 관행을 없애는 단초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취재 시작 후 보도까지는 약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20여일 동안 주요 프랜차이즈 56곳의 최신(2014년~2016년) 가맹계약서를 입수했고, 열흘에 걸쳐 8명의 변호사와 2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계약서 전문을 공정위 외식프랜차이즈 표준계약서(2017년 개정)와 전수 비교하여 보도했다.
기사의 여파로 국회에서 개정안들이 발의됐다. 본 보도가 단순한 수상에 그치지 않고, 가맹업계뿐 아니라 타 업계에서도 계약서상 '갑질' 관행을 없애는 첫발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머니투데이를 비롯하여 보도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망자의 돈까지 노리는 노인요양시설 KBS춘천
망자의 돈까지 노리는 노인요양시설
-KBS춘천 보도국 송승룡 기자
취재는 한 통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속초시에 대한 강원도의 감사에서 사망자의 돈을 가로챈 노인요양시설이 적발됐다는 내용이었다. 감사 기록과 현장을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곧바로 후속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는 험난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보를 구할 수 없다 보니, 요양시설 명단 한 장을 들고 한 곳씩 찾아 나섰다. 요양시설과 지자체를 번갈아 방문해 퍼즐을 맞춰나갔다. 시설 한 곳의 비리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300~400Km 오가는 건 기본이었다. 의혹은 있는데 증거가 없어 일주일간의 취재를 버리기도 했다. 이런 식의 취재가 한 달 넘게 계속됐다.
취재 결과,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악취가 진동했다. 목사도, 승려도, 병원장도 예외 없이 노인들의 돈을 가로챘다. 몸도 가눌 수 없는 노인들, 치매에 걸려 자식도 못 알아보는 노인들, 찾는 이가 뜸한 노인들이 표적이 됐다. 시설장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돈이 강원도에서만 4억 원에 달했다.
보건복지부는 처음엔 “몰랐다”고 답했다. 일주일 뒤엔 “신임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로 바쁘다”였다. 그 사이, 뉴스를 본 요양시설들은 가로챈 망자의 돈을 차명계좌로 빼돌리고, 근거서류를 조작했다. 유족들은 눈물만 글썽이고 있었다. 고인이 살아계실 때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며….
뒤늦게나마, 강원도와 강원지방경찰청, 보건복지부, 국회가 나섰다. 다행이다. 다만, 이들의 발걸음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한 노인들이 이제라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신(新)맹모삼천지교:부산 공교육 희망 프로젝트 …
신(新)맹모삼천지교:부산 공교육 희망 프로젝트
-부산일보 사회부 이승훈 기자
'2016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3위. 부산 학력 대폭 신장.'
지난해 11월 부산시교육청이 낸 보도자료다. 자랑스런(?) 소식에 언론에서도 앞다퉈 다뤄졌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품었다. "모든 아이들의 학력이 나아진 것일까." 부산 교육 이면엔 늘 동·서부산권 학력 격차가 있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었다. 여태껏 공부를 더 잘 가르치는 동부산으로 떠나는 '신(新)맹모삼천지교'는 부산 교육의 현실이었다.
우리는 '중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3~4년 치 자료를 모두 입수해 분석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원도심·서부산권 학업성취도는 오히려 하락 추세였다. 반면 동부산권 아이들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됐다. 우리는 이같은 '진짜 현실'을 깊게 파고들기로 했다. 부산 역대 교육 정책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교사, 학부모 단체, 지자체 등을 만나 학력 격차의 원인을 조사했다. 14년 치 초·중학교 입학·졸업자 현황, 세대당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투자 예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현황 등도 파악했다.
첫 보도 후 학력 격차 조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아픈 현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쉬쉬해 온 결과가 이 모습이니 말이다. 시리즈가 시작되자 시교육청, 시청, 시의회, 구·군청, 대학 등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육공동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에 학력 격차 해소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지원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일선 구청은 TF팀을 꾸리고 별도 담당계를 설치했다. 시교육청은 '교육 격차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교육공동체 시범지구 선정에 나섰다.
변화는 이제부터다. 마을 자원이 총출동하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실효성이 있는 공동체가 되길 기대한다. 더욱이 비단 부산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이번 교육공동체가 전국 마을에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사례로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