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댓글공작 최초 실명 폭로...“청와대 날마다 보고”…
댓글공작 최초 실명 폭로...“청와대 날마다 보고”
-KBS 파업뉴스팀 이재석 기자
알다시피 댓글부대는 축이 두 개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다. 최근 국정원 기사가 주로 많이 나왔던 건 거기에 ‘적폐청산 TF팀’이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국방부에도 TF팀이 생겨 다행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이곳에서도 진실의 조각이 많든 적든 나오게 될 것이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군 댓글부대의 심각성과 청와대·군 수뇌부의 책임론을 부각해 보겠다는 게 첫째였는데, 국방부 TF팀이 생겼으니 어느 정도는 달성됐다고 자위할 만하다.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문을 열어젖힌 것이라면, 이철희 의원을 비롯한 국회 곳곳에서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고 있고, 국방부 TF팀과 검찰이 머지않아 마무리를 할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KBS 보도국의 처참한 실상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었다. 군관 통틀어 댓글공작 가담자의 최초 실명 폭로인데 물증이 없다고 보도가 안 된다니. 이런 게 지난 9년간 KBS의 실상이었다. 우리가 지금 파업을 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굴종과 오욕의 KBS 저널리즘, 저널리즘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을 만큼 일그러진 모양의 그것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개인적 얘기를 하자면 아주 오랜만에 취재 과정에서의 보람과 희열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신속하고 적확한 판단력으로 취재팀을 이끈 엄경철 앵커와, 파이팅 넘치고 유능한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느낌을 결코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파업이 아닌 정상적 상황과 정상적 KBS였다면, 이번 보도를 기점으로 군 댓글공작과 청와대 개입 문제를 몇 달 동안 주도적으로 취재·보도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 같은 것도 남았다. 하루빨리 파업에서 승리해서 일터로 돌아가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KBS 저널리즘을 속히 재건해서 ‘파업뉴스팀 수상’이라는 어찌 보면 기형적 형태의 수상이 아니라, KBS라는 이름을 당당히 내걸면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동료들과 힘을 모으고 싶다.
삼성 장충기 문자 메시지 단독 입수 시사IN
삼성 장충기 문자 메시지 단독 입수
-시사IN 정치팀 김은지 기자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속 문자 메시지는 영화 속 한 장면이라고 여겨도 어색하지 않을 내용이 다수 담겨 있었습니다. 짐작으로만 떠돌던 ‘관리의 삼성’ 실체가 적나라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시사IN>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취재해왔습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삼성 해명의 이면을 밝히는 팩트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장 전 차장의 문자 메시지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해줄 주요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성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뿐만 아니라 혐의 사실과 특정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입수하기 위해 오랫동안 다각도로 취재를 했습니다.
장 전 차장은 삼성그룹의 대관업무 총괄책이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한 사안을 정부 인사(청와대?국정원 관계자 등)로부터 정보 보고를 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전 관련 사안을 미리 전달받는 등의 내용이 그의 문자 메시지에 남았습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장 전 차장의 문자 메시지는 재판부가 징역 5년형이라는 유죄를 선고하는 데 있어 증거로 지목됐습니다.
언론계 일부가 불편해할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해당 내용에는 삼성이 포털 사이트 뉴스를 관리해온 정황을 비롯해 각종 인사 청탁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청와대?법원?검찰 관계자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인도 그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언론계에서 또한 장충기 문자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날것 그대로 기사화한 것은 해당 보도가 가지는 공익적 의미가 크다고 판단해서입니다.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정경유착뿐만 아니라, 삼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음지의 다양한 권력 기관의 모습이 양지로 드러나야 근절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누군가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도 끝까지 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다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 등 한겨…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 등
-한겨레신문 사회부 서영지 기자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2013년 말 수습 때 취재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보도되면서 당시 혼외의심아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곳으로 지목된 서초구청에서 여러 날을 소위 말하는 ‘뻗치기’를 하면서 보내야 했습니다. 취재 당시 국가정보원이 이 혼외자 의혹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정원 직원 송아무개씨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검찰이 국정원과 청와대 조직 차원의 개입 의혹에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꼬리자르기 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2심은 지난해 1월 송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며 국정원이 검찰로 하여금 공직선거법이 아닌 국정원법 위반만 기소하도록 압박할 방편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4년이 흐른 지금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입니다. 최근 꾸려진 국정원 적폐청산 티에프는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 의혹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적폐청산 티에프 조사결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의혹으로만 떠돌던 국정원의 불법적인 행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주요 정치인뿐 아니라 기자, 피디 등 방송관계자뿐 아니라 문화·연예계까지 전방위적인 사찰을 하고 ‘찍어내기’를 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인 거 같습니다. 과거 국정원의 행태를 들여보고 있노라면, 국정원이 사실상 ‘국책 청와대 지원연구소’처럼 움직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검찰 역시 국정원 수사 의뢰를 바탕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정원 개혁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국정원 의혹 보도에 대해선 열심히 취재해서 제대로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 같습니다. 국정원 개혁이 아직 시작단계인 만큼 저도 제 자리에서 끝가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늘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법조팀장과 팀원들, 사회부 데스크들에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잊혀진 살인마 석면의 공습 한국일보
잊혀진 살인마 석면의 공습
-한국일보 정책사회부 조원일 기자
7월 초, 출입기자들에게 뿌려진 환경부 주간 보도자료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석면 질병 검사 의료기관 수를 대폭 늘린다는데 환자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늘어날 가능성이 크길래 늘린 것인지, 당연히 있을 법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안에 사망자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 죽음들은 오로지 피해자 각자의 몫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때에 영문도 모르게 찾아올 것이 뻔한데 이렇게 담담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피해자들을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두 해 전쯤 가족이 악성중피종 관련 수술을 받았다는 회원들은 그 뒤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석면암 환자는 대부분 경과가 좋지 않아 커뮤니티에 꾸준히 글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피해자는 자신 같은 환자들이 선고를 받기 전까지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위험군을 서둘러 찾아 정밀 검사를 해야 하지만 생활급여를 주는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석면 광산과 공장 직원 및 인근 거주자에 대한 지원이 진행된 것은 그들의 상황이 집단 발병 형태로 드러나면서 비교적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고된 밥벌이 현장에서 가장 약자였던 그들은 죽음 앞에서도 약자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정부와 기업·고용주 등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억울함을 따지지 못했습니다.
획득한 팩트들은 저 스스로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가습기 사태 초기, ‘안타깝지만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안일함으로 많은 사람의 죽음을 용인했던 잘못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기사로 옮기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이미 철 지난 이야기’라는 주위 시선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부족한 팩트보다 왜곡된 선입견이 더 큰 짐이 됐던 보도였습니다. 스스로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한 기사였지만, 꾸역꾸역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지만 아직 많은 숙제가 남았습니다. 이 보도가 석면의 위험성을 다시 환기하고 더 많은 대책을 마련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또 찾겠습니다.
단독공개, 친일파 재산보고서 SBS
단독공개, 친일파 재산보고서
-SBS 뉴미디어제작1부 권지윤 기자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건 관용이 아니고, 무책임이다 관용하는 자가 잘못을 저지른 자보다 더 죄다” 안창호 선생의 말이다. 광복 직후, 실기한 친일청산의 후과(後果)는 처참했다. 관용을 빙자한 죄가 누적되면서 독립운동가의 명예는 물론, 친일파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졌다. 심지어 망각을 틈타 친일파 미화라는 역사 왜곡의 토대가 됐다.
2008년 법원 출입 당시, 친일파 후손의 줄 소송을 지켜봤다. 친일 대가로 얻은 재산을 대물림하고, 이런 땅을 정당한 재산권이라고 주장했다. 친일을 증명하는 사료를 두곤 “잘못된 증거, 다 지난 일”이라고 부정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부정의가 정의의 외피를 겹겹이 입고, 이를 교정하는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SBS뉴미디어국 제작1부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가 더 늦기 전에 친일재산 추적에 나선 이유다.
장시간에 걸쳐 단초를 모았다. 단초를 알 만한 사람을 거듭 수소문했다. 1,000장이 넘는 토지대장과 씨름을 벌였다. 산을 오르고, 전국을 누볐다. 그 결과 한 번도 드러나지 않은 친일파의 은닉 토지와 실제 재산 규모, 왜곡된 역사의 산물인 단종태실지와 환수 가능성, 유령처럼 떠도는 적산(敵産), 친일 후손의 재산 증식 전 과정 등을 추적 보도할 수 있었다.
이번 보도를 통해 간단하지만, 강렬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친일 청산을 위한 보도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역사 왜곡은 지금도 이뤄지는 중이고, 우리가 밝혀내지 못한 친일재산은 어디선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비디오머그>와 <마부작침>의 취재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 보도는 출발부터 끝까지 같은 양의 땀을 흘리고, 같은 깊이의 고민을 했던 정경윤 박원경 화강윤 주범 이용한 김태훈 기자, 김경연 정순천 안혜민 등 동료 저널리스트들의 집단지성 결과다. 한정된 자원에도 지난한 취재를 참고 기다려 준 심석태 국장 이주형 부장, 그리고 막힐 때마다 뚜렷한 방향타를 제시해 준 진송민 차장에게 감사드린다.
경영평가에 목줄 잡힌 공공기관들의 검은 커넥션 경…
경영평가에 목줄 잡힌 공공기관들의 검은 커넥션
-경기일보 정치부 이호준 기자
이번 보도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의 제보로 시작됐다. 자신이 근무 중인 기관이 특정인의 추천을 받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연구용역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업체를 추천한 인물에 주목해야 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간사로 참여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경영평가 관계자가 공공기관에 업체를 추천했다면, 과연 그 기관은 거부할 수 있을까?
추천된 업체를 취재해 보니, 산속에 위치한 가정집 또는 개인 아파트를 사무실로 등록한 업체들이었다. 경기도 공공기관은 과연 이들 업체를 정당하게 평가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것일까?
이러한 의문으로 시작한 이번 보도는, 결국 경기도 산하 24개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취재하기에 이르렀고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담당했던 국내 최대 컨설팅 업체 A사가 3년간 경기도 공공기관으로부터 총 26건 16억 원가량의 용역을 수주해 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절반은 수의계약이었다. 평가 수행 기관이 평가대상을 상대로 영업하고, 수익을 챙긴 것이다.
A사는 경영평가는 경영평가이고, 컨설팅은 컨설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용역을 받은 기관이라고 해서 경영평가 결과를 좋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취재 과정에서 경기도 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 담당 업체가 아니면 용역을 줄 이유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구의 말이 맞을지는 ‘상식’의 눈으로 보자.
결국 경기도는 내년부터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직접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떠한 업체에 맡기더라도 결국 민간 기업이라면 수익을 창출하려는 행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처음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시작한 후 경기도가 직접 경영평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는 이렇게 경영평가 수행업체와 공공기관 간의 커넥션을 끊어냈다. 다른 시·도는 어떻게 경영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