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검증...저서·혼인무효 등…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검증...저서·혼인무효 등
-TV조선 사회부 채현식 기자
인사 검증 취재는 가장 꺼려지는 취재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앞서 치부를 찾는 데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있더라도 항상 인간적 미안함이 남는 취재입니다.
이번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취재를 통해 팩트가 하나 발견될 때마다 보도가 적절한지 여부를 팀원들이 논의했습니다. 괜한 트집은 아닌지 적격 여부와 관련이 있는지… 이런 과정을 통해 자녀의 이중국적부터 저서마다 그러난 왜곡된 여성관, 그리고 상대의 인감을 위조 날인한 혼인무효 사건까지 연속 보도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저서를 읽어보기는 했느냐', '부분만 왜곡해 날조된 기사'라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조직적 저항이 있다"면서 판결 내용보다 판결문 유출에 열을 올리는 정치권 까지 합세했습니다.
노고 끝에 박수를 받지 못했던 법조팀원들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후보자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장관으로서 흠결이 아니다'는 취지로 답변한 안경환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상대의 선의로 처벌받지 않은 데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답변이었습니다. 덕분에 인사검증 기사를 내보낸 뒤 가슴 한편에 남는 미안함을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 담지 않았지만 ‘후보자 자리를 지키겠다’는 기자회견 직후 상대 여성의 가족 중 한 분이 했던 말을 남깁니다.
"꼭 검찰개혁을 안경환 본인이 해야겠답니까? 본인이 남을 나무랄 만큼 떳떳하답니까?"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
-KBS 경인방송센터 양성모 기자
기자라면 누구나 취재에 완벽을 추구한다. 나를 비롯한 이 직업군의 사람들은 ‘팩트’ 확인에 놀랍도록 집착한다. 하지만 때를 놓쳐서든, 사람을 놓쳐서든, 팩트로 향하는 길이 사라져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4살 여자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출혈성 장염에 걸렸다. 이후 합병증으로 찾아온 HUS(용혈성요독증후군)로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당장 궁금한 건 아이의 신장장애가 햄버거 때문이냐다. 맥도날드는 같은 매장에서 같은 제품이 300개 이상 팔렸고 자체 조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찾았던 병원은 초기 치료 시기를 놓쳤고 균 배양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연히 정부의 역학조사도 없었다. 결국 인과관계 확인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9월의 일이니 시기를 한참 놓친 것이다.
왜 이렇게 늦어졌나? 취재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됐다. 맥도날드는 아이 어머니에게 병의 원인이 적시된 진단서를 요구했다. ‘어느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먹고 HUS에 걸렸다’는 내용이 진단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들은 이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어느 의사도 환자의 말을 토대로 진단서에 제품명을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취재과정에서 햄버거 패티가 덜 익혀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출혈성 장염이 종종 발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식품 전문가들은 “아동은 더 쉽게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HUS에 이를 수 있다”며 경고했다.
맥도날드의 무리한 요구와 아이들에게 햄버거는 위험하다는 사실. 내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이 두 가지였다. 반면 대중의 관심은 인과관계에 쏠렸다.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반론에 재반론이 이어지면서 인과관계의 가능성은 더 명확해졌다. 이제 논쟁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라도 팩트로 향하는 길이 다시 복원되기를 바란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YT…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YTN 사회부 이경국 기자
현충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의 첫날. 20대 초반의 여자 회사원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일식집으로 향합니다. 어렵게 구한 직장, 여직원은 회장님과 단 둘이 시작하게 된 식사자리에서 끔찍한 일을 겪게 됩니다.
여직원을 불러낸 것은 다름 아닌 최호식 회장, ‘호식이 두 마리 치킨’으로 성공신화를 썼던 인물이었습니다. 여직원의 손을 꽉 쥔 채 식당에서 나온 최 회장은 근처 호텔로 향합니다.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던 여성은 때마침 지나가던 여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호텔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YTN의 최 전 회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 보도 이후 불매 운동 얘기까지 나오며, 전국 천 개가 넘는 가맹점들은 오너의 추문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흘 만에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피해는 여전했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갑질. 언론은 물론 경찰과 검찰이 수시로 감시하지만, 사라지기는커녕 수시로 등장해 우리 사회를 분노로 몰아넣곤 합니다. 피해자와 합의한 최 전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합의한 이유가 ‘사업에 대한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그의 말 속에는 정작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아, 어떻게 해”라고 말하며 연신 흐느끼던 여성, 최 회장의 행동은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디딘 한 20대 여성의 꿈과 현실을 잔혹하게 짓밟았습니다.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갑질’, 최 전 회장의 무책임한 행동 앞에 이제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단만이 남았습니다.
숭의초교 학교 폭력 축소·은폐 의혹 SBS
숭의초교 학교 폭력 축소·은폐 의혹
-SBS 기획취재부 김종원 기자
숭의초는 사립초등학교 중에도 사회 지도층의 자제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유력 인사와 재벌 기업인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의 자제들이 숭의초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밖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운동회 장면 몇 컷 찍으면 그게 기사화가 되는 학교니까. 그래서인지 학교장은 피해아동 부모에게 "이사장님이 무섭지 교육청은 하나도 안무섭다", "이번일 끝나면 애 데리고 나갈거 아니냐?"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취재의 초점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그리고 학교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잘못을 확인하는 데 맞췄다.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며 사건 초기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학교가 피해 아동 부모에게 한 말들을 되짚어갔다. 그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하고 숨기려는 흔적들을 찾아냈고, 그것이 특정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규명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도는 숭의초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론을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취재 착수 열흘쯤 후에 나온 학폭위 결과는 우려한 대로 ‘조치 사항 없음’. 피해자는 있지만 의도적인 가해자는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학폭위 결론이 전파를 탄 뒤,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와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숭의초는 학교폭력 처리에 잘못 된 점이 없었다고 감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는 사과하지 않고있다. "왜 피해자가 도망가야 하나요?" 이번 취재를 결심하게 했던 피해아동 어머니의 이 한마디가 보도 이후까지도 마음에 걸린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기에 후속보도를 이어갈 생각이다.
갈 길 먼 공익제보 세계일보
갈 길 먼 공익제보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백소용 기자
지난 5월 중순 한 제약회사의 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대전시 외곽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를 찾았을 때다. 아파트의 거실은 서류와 사진, 통화 기록 등 사건 관련 각종 서류로 도배돼 있었다. 회사와의 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며 그는 아직 ‘감옥’ 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공익제보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 우리 사회를 바꾼 사람들이었지만 취재팀이 만난 공익제보자들의 현재 모습은 그야말로 비참했다. 합당한 대접을 받기는커녕, 삶이 산산조각 나는 것이 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취재팀은 공익제보자와 관계자 수십 명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를 통한 질적 분석, 여론조사를 통한 양적 분석을 동원해 공익제보의 한 측면만이 아닌 ‘왜 우리사회에서 공익제보가 더 많이 나올 수 없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적폐 청산과 부패 척결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공익제보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도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사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대부분 수용한 공익제보자 보호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새 정부는 ‘국정과제 2호’로 ‘반부패 개혁’을 내세우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신인 국가청렴위원회를 부활시켜 반부패기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전담조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취재에는 여러 관계자들이 도움을 주셨다. 공익제보자 지원활동을 하는 내부제보실천운동, 호루라기재단, 참여연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아픔을 공유하고 미래의 공익제보자를 위해 아낌없이 조언을 해준 공익제보자들께 감사드린다.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오마이뉴스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오마이뉴스 사회팀 선대식 기자
파견노동자 최미애씨에게
당신을 만난 건 지난해 2월 겨울날이었습니다. 저와 당신을 비롯한 많은 파견노동자들은 경기도 안산 파견업체에 모였죠. 당신의 나이는 21살. 꽃다운 청춘은 왜 파견업체를 통해 공장에서 일하겠다고 나섰을까요.
저는 불법파견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위장취업을 한 상황이었고, 당신과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당신을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오늘도 파견노동자로 공장을 지키고 있을까요?
우리가 만나기 일주일 전, 인천 남동공단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이진희씨가 쓰러졌습니다. 일한 지 4일 만이었습니다. 눈이 멀고 뇌를 다쳐, 삶을 잃었습니다. 진희씨는 2015~2016년 삼성·LG전자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6번째 피해 청년이었습니다.
저도 똑같은 일을 5일 동안 했지만, 다행히 저는 멀쩡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진희씨가 일하던 공장은 부품을 매끈하게 가공하기 위한 물질로 절석유·에탄올보다 값이 싼 메탄올을 썼습니다. 그 누구도 피해 청년 인체의 중추신경계를 망가뜨리는 독성물질인 메탄올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1년을 기다려, 올해 4월 처음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약속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파견노동의 문제를 계속 추적하겠노라고.
국가는 아들을 책임지지 않았다-‘김 상병’ 장애보…
국가는 아들을 책임지지 않았다-‘김 상병’ 장애보상금 문제 연속보도
-부산일보 사회부 안준영 기자
"부를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
군 장병의 장애보상금과 관련한 연속 보도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연극배우를 지망하던 스무 살 젊은이의 꿈이 산산조각 날 때까지는 10초의 시간이 채 넘지 않았다. 곧 병장이 되어 제대해 연극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던 김 상병의 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지뢰 폭발 사고로 인해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한쪽 무릎 아래를 통째로 잃은 김 상병과 가족들의 삶은 사고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그런 김 상병에게 국방부가 장애보상금으로 내놓은 돈은 고작 800만 원. 김 상병이 겪은 고통과 트라우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겠지만, 800만 원이라는 금액 앞에서 김 상병과 가족들은 또 한 번 무너져야만 했다.
이 상황에서 지역신문의 역할은 자명했다. '국가의 아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국방부를 상대로 우직하게 기사를 써내는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다행히 시민과 부산시, 시민사회까지 뜨겁게 반응에 각종 모금운동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국회의원이 나서 장애보상금 관련 법 개정안 발의까지 이어갔다
사실 변화는 지금부터다. 장애보상금 관련 개정안은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을 뿐이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내던져진 군 피해 장병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트라우마 속에 갇혀 사는 이들을 적극 발굴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제2, 제3의 김 상병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모른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헌신한 젊은이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국방개혁의 첫걸음이다. 국가가, 나라를 위해 청춘을 희생하고, 불의의 사고로 꿈을 접은 이들에게 나라는 합당한 대우로 예의를 갖춰주길 바란다.
세계최대원전, 누가 만들었나? 울산MBC
세계최대원전, 누가 만들었나?
-울산MBC 탐사보도부 설태주 기자
울산광역시에 있는 신 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둘러싸고 국가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 주장 측은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고, 반대 측도 탈핵만이 답이라고 반박한다.
언론은 연일 양측 입장을 단순 전달하거나 혹은 자사 편집방향에 따라 한쪽 편에 무게를 두고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언론의 사명인 사회 통합보다 오히려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취재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에 접근하기로 했다. 신 고리 5,6호기가 들어설 고리원전은 원자로 10기가 있는 세계 최대 원전이라는 사실이다. 비상대피구역에는 382만 명이 살고 있다. 사고가 나면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주요 산업단지 가동이 멈추면서 국가 경제 전체에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된다.
취재를 위해 원전 찬반 양측 주장과 비교적 중립적 입장의 원전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수천 쪽에 이르는 각종 전문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워낙 전문용어가 많다 보니 이해가 얼른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할까도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원전 당국이 기존 원전부지에 원전을 몰아짓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우면서 안전성 기준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거리규정을 변칙 적용해 원자로 반경 4km까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한 것도 드러났다. 특히 원전 건설과정에서 주변 주민들의 재산권이 철저히 무시된 사실이다. 지금 주민들이 원전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동안 억눌린 생존권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가 강하다. 원전 밀집지역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원전 찬반 양측 모두 공감을 한다.
갈등 일변도인 원전 국가 정책도 큰 그림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해법이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 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