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검증...저서·혼인무효 등
-TV조선 사회부 채현식 기자
인사 검증 취재는 가장 꺼려지는 취재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앞서 치부를 찾는 데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있더라도 항상 인간적 미안함이 남는 취재입니다.
이번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취재를 통해 팩트가 하나 발견될 때마다 보도가 적절한지 여부를 팀원들이 논의했습니다. 괜한 트집은 아닌지 적격 여부와 관련이 있는지… 이런 과정을 통해 자녀의 이중국적부터 저서마다 그러난 왜곡된 여성관, 그리고 상대의 인감을 위조 날인한 혼인무효 사건까지 연속 보도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저서를 읽어보기는 했느냐', '부분만 왜곡해 날조된 기사'라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조직적 저항이 있다"면서 판결 내용보다 판결문 유출에 열을 올리는 정치권 까지 합세했습니다.
노고 끝에 박수를 받지 못했던 법조팀원들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후보자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장관으로서 흠결이 아니다'는 취지로 답변한 안경환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상대의 선의로 처벌받지 않은 데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답변이었습니다. 덕분에 인사검증 기사를 내보낸 뒤 가슴 한편에 남는 미안함을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 담지 않았지만 ‘후보자 자리를 지키겠다’는 기자회견 직후 상대 여성의 가족 중 한 분이 했던 말을 남깁니다.
"꼭 검찰개혁을 안경환 본인이 해야겠답니까? 본인이 남을 나무랄 만큼 떳떳하답니까?"
회차 심사평
제322회 전체 총평
2017년 6월 이달의 기자상(제322회)에는 YTN의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등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주제나 소재에서 겹치는 기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언론의 차별화 노력과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4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기사는 끈질긴 취재로 최 회장이 여직원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기 전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CCTV 영상을 찾아내 보도했을 뿐 아니라, 이런 사건으로 엉뚱한 피해를 입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이른바 ‘호식이 배상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가 사귀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을 밝혀낸 TV조선의 보도는 자료 입수 경위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직무 적격성에 결정적 결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의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 기사는 햄버거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론과 후속취재에 대한 아쉬움이 지적되었으나 해외에서 발생한 집단발병 사례와 의사들의 주장이 뒷받침되었고,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파급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수상작에 포함됐다. SBS의 <숭의초교 학교폭력 축소·은폐 의혹> 기사도 폭력의 심각성 정도와 사실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보도내용이 폭력 자체보다 학교측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 은폐의혹이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서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수상의 관문을 통과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세계일보의 <갈 길 먼 공익제보> 시리즈 기사는 공익제보를 다룬 유사한 기획이 과거에도 없지 않았으나, 지난 27년간 발생한 102건의 주요 공익제보를 전수조사해 조직과 제도변화에 미친 성과와 제보자들이 겪은 보복과 고통 등을 일일이 추적한 방대한 분석이 돋보였다. 또한 자체 여론조사로 공익제보에 대한 시민의식을 영국과 비교평가한 시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제보자 지원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 공익제보자를 돕는 후원자들의 숨겨진 이야기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구성이 호평을 받았다. 오마이뉴스의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사는 삼성·LG전자 스마트폰 부품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고농도의 메탄올에 노출돼 시력을 잃은 6명의 산재피해자의 참혹한 사연을 내러티브 방식으로 생생하게 전하면서 이를 대하는 사업주의 책임회피, 고용노동부의 소극적 관리감독, 산재 사업주 처벌에 관대한 검찰과 법원의 태도 등 사회구조적 문제점과 생산현장의 열악한 현실도 선명하게 드러낸 우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에서 수상한 부산일보의 <국가는 아들을 책임지지 않았다-‘김 상병’ 장애보상금 문제 연속보도> 기사는 군복무중 지뢰 폭발 사고로 발목을 잃은 김경렬 상병에게 지급되는 장애보상금이 고작 8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발했을 뿐 아니라 김 상병을 지원하기 위한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적극적인 보도방식이 좋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 수상작인 울산 MBC의 <세계최대 원전, 누가 만들었나?>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 이후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원전 관련 기사 속에서도 원전입지의 집중화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친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방대한 원전자료에 대한 분석과 전문가 인터뷰에 근거한 이 기사는 고리 일대가 10기의 원전과 380만명의 배후인구로 세계최대 원전밀집지역이 된 배경과 과정을 세밀하게 파헤치고 그 위험성을 객관적 수치로 제시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