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원전, 누가 만들었나?
-울산MBC 탐사보도부 설태주 기자
울산광역시에 있는 신 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둘러싸고 국가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 주장 측은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고, 반대 측도 탈핵만이 답이라고 반박한다.
언론은 연일 양측 입장을 단순 전달하거나 혹은 자사 편집방향에 따라 한쪽 편에 무게를 두고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언론의 사명인 사회 통합보다 오히려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취재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에 접근하기로 했다. 신 고리 5,6호기가 들어설 고리원전은 원자로 10기가 있는 세계 최대 원전이라는 사실이다. 비상대피구역에는 382만 명이 살고 있다. 사고가 나면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주요 산업단지 가동이 멈추면서 국가 경제 전체에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된다.
취재를 위해 원전 찬반 양측 주장과 비교적 중립적 입장의 원전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수천 쪽에 이르는 각종 전문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워낙 전문용어가 많다 보니 이해가 얼른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할까도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원전 당국이 기존 원전부지에 원전을 몰아짓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우면서 안전성 기준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거리규정을 변칙 적용해 원자로 반경 4km까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한 것도 드러났다. 특히 원전 건설과정에서 주변 주민들의 재산권이 철저히 무시된 사실이다. 지금 주민들이 원전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동안 억눌린 생존권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가 강하다. 원전 밀집지역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원전 찬반 양측 모두 공감을 한다.
갈등 일변도인 원전 국가 정책도 큰 그림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해법이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무보다 숲을 봐야 답이 보인다.
회차 심사평
제322회 전체 총평
2017년 6월 이달의 기자상(제322회)에는 YTN의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등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주제나 소재에서 겹치는 기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언론의 차별화 노력과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4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기사는 끈질긴 취재로 최 회장이 여직원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기 전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CCTV 영상을 찾아내 보도했을 뿐 아니라, 이런 사건으로 엉뚱한 피해를 입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이른바 ‘호식이 배상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가 사귀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을 밝혀낸 TV조선의 보도는 자료 입수 경위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직무 적격성에 결정적 결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의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 기사는 햄버거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론과 후속취재에 대한 아쉬움이 지적되었으나 해외에서 발생한 집단발병 사례와 의사들의 주장이 뒷받침되었고,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파급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수상작에 포함됐다. SBS의 <숭의초교 학교폭력 축소·은폐 의혹> 기사도 폭력의 심각성 정도와 사실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보도내용이 폭력 자체보다 학교측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 은폐의혹이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서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수상의 관문을 통과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세계일보의 <갈 길 먼 공익제보> 시리즈 기사는 공익제보를 다룬 유사한 기획이 과거에도 없지 않았으나, 지난 27년간 발생한 102건의 주요 공익제보를 전수조사해 조직과 제도변화에 미친 성과와 제보자들이 겪은 보복과 고통 등을 일일이 추적한 방대한 분석이 돋보였다. 또한 자체 여론조사로 공익제보에 대한 시민의식을 영국과 비교평가한 시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제보자 지원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 공익제보자를 돕는 후원자들의 숨겨진 이야기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구성이 호평을 받았다. 오마이뉴스의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사는 삼성·LG전자 스마트폰 부품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고농도의 메탄올에 노출돼 시력을 잃은 6명의 산재피해자의 참혹한 사연을 내러티브 방식으로 생생하게 전하면서 이를 대하는 사업주의 책임회피, 고용노동부의 소극적 관리감독, 산재 사업주 처벌에 관대한 검찰과 법원의 태도 등 사회구조적 문제점과 생산현장의 열악한 현실도 선명하게 드러낸 우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에서 수상한 부산일보의 <국가는 아들을 책임지지 않았다-‘김 상병’ 장애보상금 문제 연속보도> 기사는 군복무중 지뢰 폭발 사고로 발목을 잃은 김경렬 상병에게 지급되는 장애보상금이 고작 8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발했을 뿐 아니라 김 상병을 지원하기 위한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적극적인 보도방식이 좋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 수상작인 울산 MBC의 <세계최대 원전, 누가 만들었나?>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 이후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원전 관련 기사 속에서도 원전입지의 집중화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친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방대한 원전자료에 대한 분석과 전문가 인터뷰에 근거한 이 기사는 고리 일대가 10기의 원전과 380만명의 배후인구로 세계최대 원전밀집지역이 된 배경과 과정을 세밀하게 파헤치고 그 위험성을 객관적 수치로 제시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