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교 학교 폭력 축소·은폐 의혹
-SBS 기획취재부 김종원 기자
숭의초는 사립초등학교 중에도 사회 지도층의 자제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유력 인사와 재벌 기업인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의 자제들이 숭의초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밖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운동회 장면 몇 컷 찍으면 그게 기사화가 되는 학교니까. 그래서인지 학교장은 피해아동 부모에게 "이사장님이 무섭지 교육청은 하나도 안무섭다", "이번일 끝나면 애 데리고 나갈거 아니냐?"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취재의 초점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그리고 학교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잘못을 확인하는 데 맞췄다.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며 사건 초기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학교가 피해 아동 부모에게 한 말들을 되짚어갔다. 그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하고 숨기려는 흔적들을 찾아냈고, 그것이 특정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규명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도는 숭의초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론을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취재 착수 열흘쯤 후에 나온 학폭위 결과는 우려한 대로 ‘조치 사항 없음’. 피해자는 있지만 의도적인 가해자는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학폭위 결론이 전파를 탄 뒤,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와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숭의초는 학교폭력 처리에 잘못 된 점이 없었다고 감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는 사과하지 않고있다. "왜 피해자가 도망가야 하나요?" 이번 취재를 결심하게 했던 피해아동 어머니의 이 한마디가 보도 이후까지도 마음에 걸린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기에 후속보도를 이어갈 생각이다.
회차 심사평
제322회 전체 총평
2017년 6월 이달의 기자상(제322회)에는 YTN의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등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주제나 소재에서 겹치는 기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언론의 차별화 노력과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4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피소> 기사는 끈질긴 취재로 최 회장이 여직원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기 전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CCTV 영상을 찾아내 보도했을 뿐 아니라, 이런 사건으로 엉뚱한 피해를 입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이른바 ‘호식이 배상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가 사귀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을 밝혀낸 TV조선의 보도는 자료 입수 경위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직무 적격성에 결정적 결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KBS의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 기사는 햄버거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론과 후속취재에 대한 아쉬움이 지적되었으나 해외에서 발생한 집단발병 사례와 의사들의 주장이 뒷받침되었고,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파급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수상작에 포함됐다. SBS의 <숭의초교 학교폭력 축소·은폐 의혹> 기사도 폭력의 심각성 정도와 사실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보도내용이 폭력 자체보다 학교측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 은폐의혹이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서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수상의 관문을 통과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세계일보의 <갈 길 먼 공익제보> 시리즈 기사는 공익제보를 다룬 유사한 기획이 과거에도 없지 않았으나, 지난 27년간 발생한 102건의 주요 공익제보를 전수조사해 조직과 제도변화에 미친 성과와 제보자들이 겪은 보복과 고통 등을 일일이 추적한 방대한 분석이 돋보였다. 또한 자체 여론조사로 공익제보에 대한 시민의식을 영국과 비교평가한 시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제보자 지원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 공익제보자를 돕는 후원자들의 숨겨진 이야기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구성이 호평을 받았다. 오마이뉴스의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사는 삼성·LG전자 스마트폰 부품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고농도의 메탄올에 노출돼 시력을 잃은 6명의 산재피해자의 참혹한 사연을 내러티브 방식으로 생생하게 전하면서 이를 대하는 사업주의 책임회피, 고용노동부의 소극적 관리감독, 산재 사업주 처벌에 관대한 검찰과 법원의 태도 등 사회구조적 문제점과 생산현장의 열악한 현실도 선명하게 드러낸 우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에서 수상한 부산일보의 <국가는 아들을 책임지지 않았다-‘김 상병’ 장애보상금 문제 연속보도> 기사는 군복무중 지뢰 폭발 사고로 발목을 잃은 김경렬 상병에게 지급되는 장애보상금이 고작 8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발했을 뿐 아니라 김 상병을 지원하기 위한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적극적인 보도방식이 좋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 수상작인 울산 MBC의 <세계최대 원전, 누가 만들었나?>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 이후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원전 관련 기사 속에서도 원전입지의 집중화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친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방대한 원전자료에 대한 분석과 전문가 인터뷰에 근거한 이 기사는 고리 일대가 10기의 원전과 380만명의 배후인구로 세계최대 원전밀집지역이 된 배경과 과정을 세밀하게 파헤치고 그 위험성을 객관적 수치로 제시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