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 대상’ 안…
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 대상’ 안태근과 부적절 만찬
- 한겨레신문 사회부 강희철 기자
기자가 잔인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번처럼 공직자로 오랜 기간 긍지와 보람을 갖고 일해 왔을 사람들이 기사로 인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몹시 불편해진다. 특히 밥 먹으러 가자는 윗사람의 지시 아닌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가 봉변과도 같은 징계를 당했을 몇몇 부장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든다. 참석자의 이름을 알면서도 굳이 명기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 한 조각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이십 수년 기자로 일하는 동안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다. 어릴 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잘못한 사람들은 응당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생각이 많아졌다. 펜은 언제든 눈먼 칼이 될 수 있다.
기자만 잔인한 것은 아니다. 기원전에 만들어진 ‘삼인성호’의 고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단적으로 이 기사의 출처를 둘러싼 얘기들이 그러하다. 기자와 가까운 검찰 내 특정 인사를 이 기사의 취재원으로 지목하는 여러 유언을 들어왔고, 요즘도 듣고 있다. 때 아닌 장문의 취재기까지 써가며 그게 아니라고 열심히 설명해 보았지만 별무소용인 듯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대규모 인사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비어들이 생산되는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경쟁자를 밟아야 자기가 산다는 검찰의 조직 문화가 두렵고, 평소의 친분 때문에 ‘배신자’의 누명을 뒤집어쓴 그 검사가 안쓰럽다. 함부로 지어내는 말은 칼 이상으로 무섭다.
검찰에만 ‘만들어진 호랑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창오리 떼를 닮아가는 여론의 세태는 칼춤을 넘어 테러에 가깝다. 단정과 맹신으로 팩트와 성찰을 뭉개려 드는 집단적 확증편향의 광기에 맞서 기자 노릇 제대로 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안에도 밖에도 무서운 것 천지다. 그러니 오늘도 그저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버둥거릴 따름이다.
‘그림자 아이들’ 기획 시리즈 동아일보
‘그림자 아이들’ 기획 시리즈
-동아일보 국제부 조은아 기자
국제기구와 이주민 단체 직원을 만나다 우연히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의 인권 침해 사례를 듣고 본격 취재에 나섰다. 하지만 취재원들은 짙은 회의와 냉소로 “우리 이야기가 보도돼봤자 나아질 게 없다”고 답했다. 어렵사리 소개받은 미등록 이주민들은 아픈 이야기를 말하려다가도 꿀꺽 삼켜버렸다. 괜히 신변만 노출돼 단속될 것을 두려워했다.
이들의 회의와 냉소에는 이유가 있었다. 2014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로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불법 체류자인 부모는 법대로 처벌을 받더라도 아동만은 의료 및 교육권 등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언론도 법안 필요성을 알리는 기사를 냈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는 쫓아내라’는 반이주민 정서가 거칠어졌고 이런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도 난색을 표하며 법안은 흐지부지돼 버렸다.
취재할수록 이들의 인권에 한국 사회가 무심함을 절실히 느꼈다. 관련 부처인 법무부 내에서도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급한 현안에 밀려났다. 세계 경제 14위란 국격에 미치지 못하는 인권 실태가 부끄러웠다. 불신과 두려움에 꼭꼭 숨으려는 낮은 목소리를 절실하게 찾아내 사회에 널리 울려 퍼지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주목하고 변화하도록 선행 보도보다 더욱 부당하고 아픈 이야기를 발굴해 생생하게 알리자는 목표가 생겼다.
취재팀은 인권 사각 속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돕는 마음으로 열의 있게 취재했다. 취재팀의 진정성이 독자들에게 전해졌는지 보도 뒤 반응은 뜨거웠다. 100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익명의 시민, 미등록 아동에게 육아용품을 기부하겠다는 주부 등이 따뜻한 마음을 전해왔다. 당국도 움직였다. 기사에 소개된 구금된 미등록 청소년 페버 군도 보도 뒤 전격 석방됐다. 국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도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도 뒤 취재원들은 “우리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 보도해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새롭게 알릴 이야기가 많이 생길 것이란 예감이 든다. 아직도 숨죽인 채 고통받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을 위해 정부와 한국사회가 제대로 움직일 때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가겠다.
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 국민일보
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
-국민일보 사회부 최예슬 기자
범죄 앞에 ‘슬프다’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미혼이 대다수인 국민일보 사건팀 기자들에게도 영아유기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범죄였다. 하지만 4개월가량 취재하고 보도한 기자의 눈에 영아유기는 여전히 ‘슬픈 범죄’다.
사건팀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이번 시리즈를 기획했다. 버려진 아기, 버린 부모, 버려진 아이를 키우는 이들을 만났고 물었다. 판결문과 기존 보도 내용을 수집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들었다.
기사가 나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향한 동정과 연민은 모두 똑같았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버려졌다’는 표현밖에 쓰지 못하는 기자들의 감수성을 질타하는 독자도 있었다.
분노하는 이들은 더 많았다.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못난 부모 때문에 아이가 고생한다” 부모, 특히 엄마를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 분노를 이해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또 분노하게 하는 영아유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또 분노 이후에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려 했다.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왜 낳느냐”는 질타를 넘어 “낳은 아이를 책임지도록 사회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의 이번 보도가 영아유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아유기를 ‘윤리적으로 타락한 이들의 특수한 범죄’라는 인식을 깨는 데 도움이 됐길 바랄 뿐이다.
취재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자료 수집에 도움을 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사랑공동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 등 수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자신의 상처를 기꺼이 내어놓은 이들도 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한참을 울다 다시 데리고 온 미혼모, 분유 값을 위해 자신의 끼니를 거르던 엄마,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 모두 우리의 취재원이었다. 이번 보도가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의 절규 “우리는 리모컨이 아니다”-김진…
비정규직의 절규 “우리는 리모컨이 아니다”-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의 ‘갑질’ 논란
-경기일보 정치부 이호준 기자
최근 국민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갑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우리 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는 ‘비정규직’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에서 ‘갑질’과 ‘비정규직’을 모두 관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진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그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월17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두 달 사이 총 3명의 여비서가 해고됐다. 이들은 모두 아웃소싱 업체에서 파견된 비정규직 직원이다.
여비서들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는 ‘이사장 업무사항 고충’이라는 A4용지 2장 분량의 문서가 발견됐다. 문서에는 김 이사장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언 및 부당지시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 리모컨을 옆에 두고도 여비서를 불러 ‘TV를 켜라’, ‘채널을 바꿔라’고 지시한 것은 물론 휴일임에도 운전기사를 불러 사우나를 간 후 자신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을 밖에서 대기하라고 한 것까지. 전형적인 ‘갑질’이다.
이 문서가 본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김 이사장은 보도 후 14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결국 지난 2일 진흥원을 떠났다. 그러나 ‘사의’보다 선행됐어야 했던 ‘사과’는 없었다. 해고된 비서 중 한 명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새로운 일을 할 의지마저 상실, 아직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김 이사장은 비서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이 어떠한 인물인가.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자 대학교 총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등을 지낸 인물 아닌가. 김 이사장은 ‘내가 사과를 해야 할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노룩패스가 논란이 되자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라고 밝혔던 김무성 의원처럼 말이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총 6천289명이며 이중 비정규직은 33%에 달하는 2천74명이다. 공공기관 직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이번 ‘갑질 이사장’ 논란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으로 가는 신호탄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민간 영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공공의 영역부터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다치고 잘리고 돈 못받아도”...산업기능요원의 눈…
“다치고 잘리고 돈 못받아도”...산업기능요원의 눈물
-kbc광주방송 탐사팀 박성호 기자
군대를 대신해 공장으로 가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욕설을 들어도, 야근을 강요당해도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청년이 공장에서 땀 흘려 번 돈은 네 가족의 생활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장 난 기계를 스스로 고치다가 엄지손가락 절반이 잘려나갔습니다. 하얀 뼈가 드러나고 피가 철철 흘러내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엔 걱정뿐이었습니다.
“산업기능요원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어쩌지.”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공장장이 달려 나왔습니다. 괜찮으냐는 말 대신, 응급차를 부르는 대신, 공장장은 한숨부터 내쉬며 보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봉합수술을 마친지 이틀 뒤부터 청년은 다시 출근을 강요당했습니다. 소독을 받기 위해 하루 한 번 병원에 가고 싶다는 요청도 묵살당했습니다. 청년이 다치는 바람에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쉬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줄였고 기계는 더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청년은 우리에게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자신은 ‘현대판 노예’였노라고.
현장에서 확인한 산업기능요원들의 실태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수당이나 보상을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폭력과 폭언, 보이지 않는 괴롭힘도 따라다녔습니다. 갓 20대가 된 청년들은 그렇게 사회의 쓴맛부터 배워나가고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상에서 큰 반향이 일었습니다. 기사는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만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다. 저게 우리의 현실이다. 어디서도 말 못했던 억울함이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들을 감시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고, 노동청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공장으로 나갔지만 국민의 권리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보도 이후 노동청과 병무청은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누군가 또다시 이 일을 할 때 자신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으면 좋겠다는 한 산업기능요원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번 보도가 변화의 시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초보고..‘먼지 전북’의 비밀 KBS전주
최초보고..‘먼지 전북’의 비밀
-KBS전주 보도국 이지현 기자
2011년쯤으로 기억한다. 새만금 방조제 도로를 달리다 하늘을 온통 누렇게 뒤덮은 먼지를 처음 마주쳤다. 뭍으로 변한 새만금 내측에서 불어오는 거대한 먼지 덩어리, 문제가 심각하다 느껴 곧바로 인근 지역 안과에 전화를 돌렸다. 2개 병원에서 안질환자가 특별히 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로썬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언젠가 새만금 내측이 한국판 황사 발원지로 문제를 일으킬 것이란 의심을 버리지 않았다.
대규모 산업단지 하나 없는 전라북도는 ‘농도(農道)’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전국 최악의 대기질에 시달리며 도민들이 안질환과 호흡기 질환 같은 심각한 피해에 노출되어왔다. 하지만 이런 미세먼지 실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원인 역시 정부가 발표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주원인으로 간주한 채 전북만의 실체적 진실은 미궁 속에 빠져있었다.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전라북도가 전국 최악의 미세먼지 피해 지역인 사실을 입증하고, 새만금을 비롯한 그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다. 새만금을 다시 찾았다. 수년 전 봤던 극심한 먼지덩어리를 또 마주하니 아이러니하게도 반가웠다. 이 지독한 먼지의 실체를 세상에 알릴 생각을 하니 더 그랬을 것이다. 새만금은 이미 여의도 면적의 55배가 넘는 1억6천만㎡의 갯벌이 뭍으로 드러난 채 내부 개발과 함께 사막의 모래폭풍 같은 갯벌먼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최고 300㎍이 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굵은먼지 등을 쏟아내는 현장을 직접 수치 측정해 보도했다.
방송이 나가자 반응이 뜨거웠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그간 미궁 속에 빠져있던 전라북도의 유별난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원인이 밝혀졌다며 논평과 성명을 내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방과 중앙 언론에서도 호응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덕분에 새만금 공사를 총괄하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사과를 받고, 먼지에 고통받던 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약속받았다. 또 방송을 통해 지적한 새만금발 미세먼지가 얼마나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대한 연구 과제 수행 계획도 수립됐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미세먼지의 심각한 실태와 여러 가능성 큰 원인들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제 정확히 원인을 밝히고, 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을 지켜볼 것이다. 그게 언론의, 방송의 사명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