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절규 “우리는 리모컨이 아니다”-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의 ‘갑질’ 논란
-경기일보 정치부 이호준 기자
최근 국민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갑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우리 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는 ‘비정규직’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에서 ‘갑질’과 ‘비정규직’을 모두 관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진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그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월17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두 달 사이 총 3명의 여비서가 해고됐다. 이들은 모두 아웃소싱 업체에서 파견된 비정규직 직원이다.
여비서들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는 ‘이사장 업무사항 고충’이라는 A4용지 2장 분량의 문서가 발견됐다. 문서에는 김 이사장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언 및 부당지시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 리모컨을 옆에 두고도 여비서를 불러 ‘TV를 켜라’, ‘채널을 바꿔라’고 지시한 것은 물론 휴일임에도 운전기사를 불러 사우나를 간 후 자신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을 밖에서 대기하라고 한 것까지. 전형적인 ‘갑질’이다.
이 문서가 본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김 이사장은 보도 후 14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결국 지난 2일 진흥원을 떠났다. 그러나 ‘사의’보다 선행됐어야 했던 ‘사과’는 없었다. 해고된 비서 중 한 명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새로운 일을 할 의지마저 상실, 아직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김 이사장은 비서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이 어떠한 인물인가.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자 대학교 총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등을 지낸 인물 아닌가. 김 이사장은 ‘내가 사과를 해야 할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노룩패스가 논란이 되자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라고 밝혔던 김무성 의원처럼 말이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총 6천289명이며 이중 비정규직은 33%에 달하는 2천74명이다. 공공기관 직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이번 ‘갑질 이사장’ 논란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으로 가는 신호탄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민간 영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공공의 영역부터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회차 심사평
제321회 전체 총평
2017년 5월 ‘이달의 기자상’(321회) 심사 결과 한겨레신문의 ‘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대상 안태근과 부적절 만찬’ 등 모두 6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부문의 한겨레신문 ‘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 대상 안태근과 부적절 만찬’은 식당 손님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다. 부적절한 만남이 이뤄진 현장을 생생하게 고발함으로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문제점과 함께 기밀 유지의 필요성이 있는 수사를 위해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잘못 쓰였는지를 조명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 주체와 대상자의 부적절한 만남을 취재함으로써, 그동안 스스로 권력화되고 또 권력의 도구가 되어버린 검찰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 대상자들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면서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 됐고, 깜깜이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한 개혁조치도 이끌어냈다는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동아일보의 ‘그림자 아이들 기획 시리즈’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심층기획 기사로 다뤘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열린 사회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미등록 불법체류 아동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고, 건강보험 부재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줬다. 생생한 사례취재를 통계 분석과 저널리즘적 요소로 분석한 기획기사로서, 정부와 여론의 반이주민 정서에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순혈주의 시각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현장취재로 전달했다. 다만, 과거 몇몇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 크게 차별화하지는 못해, 신선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차례 다뤄지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됨으로써 법 개정 등 정책대안 추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같은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국민일보의 ‘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는 수년 전부터 영아유기 문제에 천착해온 국민일보의 개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아이들이 버려지는 구조적인 부분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다각도로 짚어냈다. 최근 냉장고에 영아를 수년간 보관해온 엽기적인 사건을 비롯해 유사한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언론들이 단발성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는 데 반해, 국민일보는 두 달에 걸쳐 사례를 찾고 전문가들을 통한 해법 등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보였다. 선진국에선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가정을 지원하는 법적 제도가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선 이런 법적 제도가 없다는 현실을 짚음으로써 대안과 함께 개선 방향까지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캠페인을 병행해 이 사안을 더 큰 사회 이슈로 확산시키지 못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경기일보 ‘비정규직의 절규 “우리는 리모컨이 아니다”-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의 갑질 논란’은 지방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종종 벌어지는 고질적인 병폐를 다룬 작품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갑질’의 전형적인 사례를 고발했다. 정규-비정규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같은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kbc광주방송 ‘다치고 잘리고 돈 못 받아도...산업기능요원의 눈물’ 역시 사회 구조적으로 약자인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회사의 착취를 고발한 기획기사다. 해고되면 군대를 가야한다는 처지 때문에 초과근무는 물론, 임금 면에서도 차별을 당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에 접근했다. 산업기능요원의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단편적 보도는 그간 있었지만, 이번 기획기사는 다양한 통계와 함께 제도개선 방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KBS전주 ‘최초보고..먼지 전북의 비밀’은 여의도 면적의 55배가 넘는 새만금의 펄이 마르면서 나온 먼지를 언론사 최초로 취재해 실태를 공개한 작품이다. 그간 미세먼지는 중국발 혹은 화력발전 때문이라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새로운 먼지원(源)을 찾아내 영상화하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현지 언론이 분석한 지역보도의 좋은 사례로 꼽을 만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