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
-국민일보 사회부 최예슬 기자
범죄 앞에 ‘슬프다’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미혼이 대다수인 국민일보 사건팀 기자들에게도 영아유기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범죄였다. 하지만 4개월가량 취재하고 보도한 기자의 눈에 영아유기는 여전히 ‘슬픈 범죄’다.
사건팀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이번 시리즈를 기획했다. 버려진 아기, 버린 부모, 버려진 아이를 키우는 이들을 만났고 물었다. 판결문과 기존 보도 내용을 수집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들었다.
기사가 나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향한 동정과 연민은 모두 똑같았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버려졌다’는 표현밖에 쓰지 못하는 기자들의 감수성을 질타하는 독자도 있었다.
분노하는 이들은 더 많았다.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못난 부모 때문에 아이가 고생한다” 부모, 특히 엄마를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 분노를 이해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또 분노하게 하는 영아유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또 분노 이후에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려 했다.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왜 낳느냐”는 질타를 넘어 “낳은 아이를 책임지도록 사회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의 이번 보도가 영아유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아유기를 ‘윤리적으로 타락한 이들의 특수한 범죄’라는 인식을 깨는 데 도움이 됐길 바랄 뿐이다.
취재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자료 수집에 도움을 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사랑공동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 등 수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자신의 상처를 기꺼이 내어놓은 이들도 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한참을 울다 다시 데리고 온 미혼모, 분유 값을 위해 자신의 끼니를 거르던 엄마,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 모두 우리의 취재원이었다. 이번 보도가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이 될 것이다.
회차 심사평
제321회 전체 총평
2017년 5월 ‘이달의 기자상’(321회) 심사 결과 한겨레신문의 ‘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대상 안태근과 부적절 만찬’ 등 모두 6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부문의 한겨레신문 ‘국정농단 수사 이영렬 중앙지검장 조사 대상 안태근과 부적절 만찬’은 식당 손님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다. 부적절한 만남이 이뤄진 현장을 생생하게 고발함으로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문제점과 함께 기밀 유지의 필요성이 있는 수사를 위해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잘못 쓰였는지를 조명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 주체와 대상자의 부적절한 만남을 취재함으로써, 그동안 스스로 권력화되고 또 권력의 도구가 되어버린 검찰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 대상자들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면서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 됐고, 깜깜이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한 개혁조치도 이끌어냈다는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동아일보의 ‘그림자 아이들 기획 시리즈’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심층기획 기사로 다뤘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열린 사회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미등록 불법체류 아동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고, 건강보험 부재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줬다. 생생한 사례취재를 통계 분석과 저널리즘적 요소로 분석한 기획기사로서, 정부와 여론의 반이주민 정서에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순혈주의 시각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현장취재로 전달했다. 다만, 과거 몇몇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과 크게 차별화하지는 못해, 신선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차례 다뤄지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됨으로써 법 개정 등 정책대안 추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같은 기획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국민일보의 ‘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는 수년 전부터 영아유기 문제에 천착해온 국민일보의 개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아이들이 버려지는 구조적인 부분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다각도로 짚어냈다. 최근 냉장고에 영아를 수년간 보관해온 엽기적인 사건을 비롯해 유사한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언론들이 단발성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는 데 반해, 국민일보는 두 달에 걸쳐 사례를 찾고 전문가들을 통한 해법 등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보였다. 선진국에선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가정을 지원하는 법적 제도가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선 이런 법적 제도가 없다는 현실을 짚음으로써 대안과 함께 개선 방향까지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캠페인을 병행해 이 사안을 더 큰 사회 이슈로 확산시키지 못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경기일보 ‘비정규직의 절규 “우리는 리모컨이 아니다”-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의 갑질 논란’은 지방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종종 벌어지는 고질적인 병폐를 다룬 작품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갑질’의 전형적인 사례를 고발했다. 정규-비정규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같은 지역 취재보도부문의 kbc광주방송 ‘다치고 잘리고 돈 못 받아도...산업기능요원의 눈물’ 역시 사회 구조적으로 약자인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회사의 착취를 고발한 기획기사다. 해고되면 군대를 가야한다는 처지 때문에 초과근무는 물론, 임금 면에서도 차별을 당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에 접근했다. 산업기능요원의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단편적 보도는 그간 있었지만, 이번 기획기사는 다양한 통계와 함께 제도개선 방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KBS전주 ‘최초보고..먼지 전북의 비밀’은 여의도 면적의 55배가 넘는 새만금의 펄이 마르면서 나온 먼지를 언론사 최초로 취재해 실태를 공개한 작품이다. 그간 미세먼지는 중국발 혹은 화력발전 때문이라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새로운 먼지원(源)을 찾아내 영상화하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현지 언론이 분석한 지역보도의 좋은 사례로 꼽을 만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