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18살 고교 실습생은 왜 죽음으로 내몰렸나 등 한겨…
18살 고교 실습생은 왜 죽음으로 내몰렸나 등
-한겨레신문 사회부 김미향 기자
22일 한겨레가 이민호군의 사망 사건을 첫 1면 보도하기 전, 10일간 병상에 있다 숨을 거둔 고 이민호군의 이야기는 사회면에 짧은 단신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 것은 <한겨레>의 사회부 기자들이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 집회를 연 것을 계기로 ‘시민들이 촛불을 든다’부터 의제 설정을 시작했다. 고교 현장실습생이 안전을 돌봐줄 사람 없이 장시간 고된 노동을 했다는 사실을 한겨레 편집국이 10대의 노동인권 측면에서 의지를 갖고 5일 연속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제주 지역 기자인 허호준 기자는 제주도의 현장 상황을 빠르고 정확히 포착해 실시간 보도를 쏟아냈고, 24시팀(경찰팀) 사건기자인 고한솔 기자는 제주도의 경찰서와 소방서의 사고 당시 대응을 10대 특성화고 학생들을 만나 호소력 짙게 기사화했다. 교육부를 담당하는 김미향 기자는 이번 실습생 사망사고는 이군 한 명의 사고가 아니라 수년간 반복되어온 사회구조적 문제며, 근본적 원인은 기업, 정부, 학교가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을 다각도로 짚어냈다.
무엇보다 이번 보도로 인해 현장실습의 제도적 변화를 이뤄낸 것이 큰 성과다. 보도를 시작한 뒤 열흘이 지난 뒤 교육부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 폐지는 10대를 더 빨리, 더 많이 취업시키기 위해 경쟁해온 지난 10년간의 고교 직업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였다.
의미 없는 죽음이란 없다. 짧은 사건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발견해 사회 제도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것은 <한겨레>의 의제 설정이 아니었으면 거두기 힘든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이 사안에 대해 보도한 수십 건의 기사에는 10대 청소년의 노동인권, 고졸 차별 문제, 질 낮은 일자리에 내몰리는 젊은이들의 고된 삶,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문화까지 정치, 사회, 경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졌다. 현장실습 문제를 취재하며 만난 노무사, 노동인권전문가, 직업교육에 헌신한 교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교육’이자 동시에 ‘노동’인 현장실습제도만 바로 세워도 그동안 교육과 일자리로 인해 고통받아온 우리 사회의 많은 청년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번 보도를 계기로 ‘헬조선’에서 살면서 누구나 겪는 고통이 되어버린 교육과 일자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삼성전자 직업병 첫 사망 54명 확인 분석 JTBC
삼성전자 직업병 첫 사망 54명 확인 분석
-JTBC 사회3부 박진규 기자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닌가?"
저희 팀이 취재하면서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언론에서 사라져버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 고 황유미씨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지난 추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고 이혜정씨가 사망했습니다. 전신성경화증이란 희귀병이었습니다. 황유미씨의 죽음에서 이혜정씨의 죽음까지. 10년간 우리 사회가 바뀐 건 무엇일까요.
우선 지난 10년간 보도의 흐름과 중요 사건들을 모았습니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이후 2014년 삼성전자 사과 기자회견, 2015년 조정위원회 구성과 보상위원회 출범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직업병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단정 짓는 보도가 많아진 겁니다. 하지만 취재를 할수록 매듭지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확한 피해자 숫자에 대한 통계조차 없었습니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 반도체, LCD 부문 피해 제보자가 230여명이고 이중 사망자가 80명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단순 제보 또는 들은 이야기로만 부풀려진 숫자라고 의심하는 상황이 10년간 이어져 온 겁니다.
학계 연구결과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2008년 발표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는 삼성이 자주 인용하는 보고서입니다. 반도체 라인과 암 발병률간의 연관관계가 밝혀진 바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들은 직접 만난 결과 표본이 작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없었을 뿐 여성의 경우 백혈병, 림프종 발병률이 분명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이 연구는 2019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2015년 중간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물론 지난 10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건 아닙니다. 최근 법원에서는 반도체 공정과 질병 사이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 하더라도 폭넓게 산업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아직도 확인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사망자 분석 이후 이번에는 투병자들을 직접 심층 인터뷰해 병의 양태와 작업장 환경에 대한 보다 구체적 설명을 들을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모든 산업계가 산업 재해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제주 현장 실…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제주 현장 실습 사망사고 최초 연속보도’
-제주CBS 사회부 문준영 기자
지난 11월 9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서 19살 남성이 공장 벨트에 목이 끼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취재 결과 사고 업체는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 제조회사.
노동자로 보기엔 피해자 나이가 어렸다.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사고 발생 공장으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튿날 업체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회사 관계자는 ‘피해자가 아르바이트생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기계약직”이라고 설명했고, “혈압도 좋아지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10대 노동자가 스스로 기계 안에 들어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관할 수사기관과 교육청 등으로 취재를 이어갔고, 피해자가 현장실습생이란 걸 확인했다.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18살 이민호. 원예과 전공. 3학년 2학기 파견형 현장실습생. 그는 ‘노동자’가 아닌 ‘학생’이었다. 업체 관계자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제주 현장실습 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생에게는 취업자에 준하는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고 있다. 업체와 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보호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학생에게 근로 기준이 적용되는 순간 사업장과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생을 ‘학생’이 아닌 ‘노동자’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여기서 파생되고 있었다.
업체 모니터링 등 학생을 위한 제도 또한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후속 취재 결과 민호는 12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렸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교육당국과 사고 업체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언론과 분노한 국민들이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결국 정부는 조기 취업 형태 현장실습제도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고 관련 부처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제2의 민호가 발생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이는 장례식장에서 “우리 아이가 마지막이야 한다”며 슬피 울던 민호 어머니, 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하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 그 변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취재하고 고민할 것을 재차 다짐한다. 이 상을 하늘에 있는 민호에게 바친다.
견고하던 5·18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다 광주일…
견고하던 5·18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다
-광주일보 사회부 김용희 기자
지난달 초 5·18과 관련해 귀가 솔깃한 제보를 받았다.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의 암매장과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는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 전북 진안군에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헬기사격·전투기 출격 의혹을 조사하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고 5·18 기념재단이 행불자 암매장 발굴조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해당 지휘관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확보하고 조심스레 통화를 시도했다.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 의중을 묻자 그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사절했다. 다시 한 번 설득해 “5·18 당시 헬기사격을 받은 전일빌딩에 있었던 그 언론사의 기자”라고 말하자 “시간이 나면 얼굴이나 한 번 봅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간 끝에 만난 그는 막 농사일을 마치고 온 듯 소탈한 복장에 인심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신을 1980년 당시 3공수여단 11대대 4지역대장이라고 밝힌 신순용 전 소령은 “그동안 광주시민들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냐”며 “그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을회관에서 두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들었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신 전 소령은 자신이 부대원들과 함께 당시 시위대를 사살하고 직접 암매장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신 전 소령은 5·18기념재단이 발굴 조사를 하고 있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방문해 자신이 목격한 지점을 지목했다. 5·18기념재단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곧 발굴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70세가 가까운 나이에 37년 전 일을 또렷이 떠올리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그가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하는 건 광주시민의 따뜻함이었다. 광주시민들은 하루종일 배를 곯은 그와 부대원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눠 줬고 “오늘 저녁은 시위가 격렬해질 테니 조심하라”고 일러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광주시민은 37년 전 그날의 과오를 떳떳이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신 전 소령에게 따뜻한 시선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신 소령 같은 용기 있는 인사들의 양심고백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타버린 코리안드림 한겨레신문
불타버린 코리안드림(사진)
-한겨레신문 사진에디터석 김성광 기자
2014년 봄, 화상 산업재해(이하 산재) 관련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를 시작한 지 한 달 뒤, 경기도 부천에 사는 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로부터 같은 고향 출신의 화상 산재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며칠 뒤, 카메라 장비를 챙겨 포항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해가 저물 무렵 도착한 포항의 이주노동자센터에서 화상으로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피로르스 씨를 만났다. 화상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가슴에 안고 있었고, 눈에 맺힌 눈물 너머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선명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심리치료는 받은 적 없었다. 한국어가 서툰 그가 모국어인 크메르어로 심정을 토로할 수 있는 대상은 심리치료사가 아닌 고향에 있는 가족뿐이었지만, 본인보다 힘들어할 어머니를 생각하며 사고 사실을 숨겼다.
27만여 명의 이주노동자 사이에는 제2, 제3의 피로르스가 수없이 많았지만, 세월호 참사와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메르스, 최순실 국정농단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정으로 화상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취재는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보도 역시 오랫동안 미뤄졌다.
4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김성진 포항이주노동자센터장은 늘 같은 자리에서 화상 피해 이주노동자들을 돌보며, 그중에 알게 된 피해자들의 사연을 기자에게 소상히 전했다. 김 센터장의 도움으로 경남 통영에서 폰록 씨를, 스리랑카파나두라에서 딜란타 씨를 추가로 만날 수 있었다. 화상을 입은 이들의 눈과 코는 문드러져 있었고 귀는 모두 타들어 가 흔적만 남아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화상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허점으로 법 이름에 명시된 ‘보상’과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에 있었다. 화상 산재의 경우 대체로 치료 과정에서 비급여비중이 높아 많은 피해자가 비용 부담으로 복원 성형 수술을 포기했다. 또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언어적인 문제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상신청과 처리 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참혹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도로 상을 받게 돼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도 이주노동자의 더 나은 일자리 환경과 그들의 권리를 위해 더 열심히 듣고 찍고 쓰는 기자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