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국정원, 매년 박근혜 靑에 특활비 상납 매일경…
“국정원, 매년 박근혜 靑에 특활비 상납”
-매일경제신문 사회부 이현정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과거를 남김없이 파헤치고 있다. 검사들은 국정원의 과거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의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강한 의지라고 이해하고 있다. 검찰 기자로서 수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취재해야 했다.
국민들에게 국정원의 무엇이 가장 큰 관심사일까 고민을 거듭했다. 법조인들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전현직과 지위고하를 구분하지 않고 질문을 거듭할수록 '특수활동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활비에 대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할 무렵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검찰 상황에 관심이 많은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옛 참여정부 인사들이 '우리는 특활비 문제에 대해 당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 말을 전하는 이들은 그들의 주장을 전하며 다들 궁금해했다. 왜 갑자기 그런 주장들을 집중적으로 하는지 자신들로서도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계속 검찰 쪽에 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순간 "검찰이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하고 있겠구나"라는 짐작을 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런 과정을 통해 포착할 수 있었다. 회의적인 순간도 있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뇌물이라고 말을 듣고 판사들에게도 물었다. 뇌물 혐의 적용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이 뇌물 혐의로 구속됐고 기소됐다. 이후의 수사도 순조롭다.
기자로서 특종은 터뜨렸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검찰이 과거의 일에 적극적으로 휘말리는 일은 오래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얽매인 수사는 또다시 원한을 부르고 악순환을 만든다는 걸 누구보다 검사들이 잘 알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장남 시형씨, 중국 법인 4곳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 장남 시형씨, 중국 법인 4곳 대표·회계총괄 선임..다스 비자금 내부서류 보도 등 다스 실소유 의혹
-JTBC 탐사팀 임진택 기자
다스가 뭐냐고 초등학교 5학년 딸래미가 묻습니다. 아마도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유행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종 방송에서 이 문제가 소재로 다뤄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수준에 머뭅니다. 정색하고 나서는 보도는 많지 않습니다. 왜일까. 취재해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다스의 주주 구성이나 회사 경영은 이미 이 전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은 회장 위주로 돼 있습니다. 실소유 여부를 증명할 문건 등은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 내부제보자가 커밍아웃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벽. 너무 복잡하다는 겁니다. 회계나 경영 기법에 약한 기자들이 종종 부딪히는 한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 문제에 취재를 집중해 왔습니다. 과도기적이고 특별한 이 시대를 사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사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수많은 부당한 권력 행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해외 자원 개발 등 이 시기에 잘못 쓰인 혈세는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은 자괴감을 느낍니다. 이런 국민적 죄의식의 출구에 다스가 있습니다. 만약 2008년 대선 전에 다스가 그의 소유라는 의혹이 제대로 다뤄졌다면. 만약 그 어떤 언론이 진실을 밝혀냈다면. 오늘 우리 현실은 많이 달랐을 겁니다. 다스가 그의 소유라면 그는 BBK 투자사기 사건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고된 취재에도 서로 나서서 밤낮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준 정해성, 이한길, 이호진, 박창규, 백종훈 후배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보도를 독려하고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선후배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저희의 회계적 이해를 거들어 주신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도 이상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
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한겨레신문 정치팀 송경화 기자
특혜 채용 의혹 관련자들의 해명은 한결같았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국가정보원 직원이나 브이아이피(VIP) 고객의 자녀를 은행 인사 부서에 별도로 추천했고, 인사 부서는 이를 리스트로 정리했다. 은행 자체 조사 결과 이러한 내용은 인사 담당 부행장에게까지 보고됐다고 한다. 하지만 채용 절차가 마무리된 뒤 합격 여부만 통보하는 등, 유력자나 ‘큰 손’ 고객에 대한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지 실제 채용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보도한 이 ‘추천 리스트’에는 국기원장도 이름을 올렸는데, 그의 해명도 비슷했다. 채용이 끝난 뒤 우리은행의 지인에게 ‘내 조카가 들어가게 됐으니 잘 지켜봐 달라’고 했을 뿐 채용 과정 자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천된 자’들은 결국 최종 합격했고, 2016년 하반기 공채에서 확인된 것만 해도 전체 채용 인원의 최소 10%에 이른다. 우연이라고 치기엔 너무 많은 숫자다. 추천과 합격이 이어지는 이 리스트만으로도 둘 사이 상관관계를 충분히 의심해볼 만 하지만, 더 입증하기 위해 추가 보도를 이어가야 했다. 국정원 직원의 딸은 2015년 우리은행에 입사한 뒤 퇴직했는데 이듬해 이례적으로 재입사한 것이나, 국기원은 원장 조카의 우리은행 채용을 전후해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해 대가성이 의심된다는 것 등이 그 예다. 하지만 해명을 더욱더 확실하게 깨기 위해선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한겨레> 보도로 이러한 움직임이 촉발돼 현재 진행 중인 것은 진전이라고 자평해본다.
이 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있어 가능했다. 청년을 향한 그의 관심과 열정이 진심이었음을 취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게 이 사안이 마무리되길 기대해본다.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사회부 유대근 기자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과로사 유족들은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장시간 근무와 스트레스 탓에 쓰러진 노동자 10명 중 2~3명꼴로만 산재 승인받는 현실에서 과로로 인정받은 것 자체가 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기막힌 아이러니였다. 남의 얘기로 들리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과로사로부터 자유로운 노동자는 많지 않다.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는 모두 7회에 걸쳐 노동자 과로를 낳는 우리 사회의 낡은 법·제도와 문화를 지적했다.
30대 젊은 기자 5명(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이 꾸린 취재팀인 만큼 발품 판 우직한 취재로 과로 문제에 접근해보기로 했다. 과로사 유족 5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해 성실한 노동자가 어떻게 죽음에 내몰리는지 확인했다. 또 신창현·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비공개 정부 자료를 입수, 분석해 근로시간 특례업종 노동자의 과로사 실태 등을 밝혀내기도 했다.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시리즈 보도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 "과로사회를 끝내라"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는 과로 산재 판정 기준 등 낡은 제도를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비슷한 연차의 기자들이 모여 코칭 스태프(데스크)와 선수(취재 기자) 구분 없이 공부하듯 취재한 일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후배들의 취재에 믿음과 힘을 실어준 편집국장을 포함한 데스크, 건조한 기사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편집부와 사진부 동료들께도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비리 화수분’ 사학, 부안여고의 민낯-부안여고 성…
‘비리 화수분’ 사학, 부안여고의 민낯-부안여고 성추행 의혹부터 교사 구속에 학급 수 감축까지
-뉴시스전북본부 사회부 강인 기자
지난 6월19일 늦은 밤이었다. 전북 부안 한 학교에서 시끄러운 일이 일어난 거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부안여고 한 체육교사가 여학생들을 상대로 수년간 저지른 성추행과 사학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4개월 넘는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은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침묵의 카르텔로 곪을 대로 곪아 있던 사건이 터져 학생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었다. SNS에서는 해당 교사를 고발하는 내용이 빗발쳤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이 수백명에 달하는 상황인데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더구나 경찰은 일 처리를 편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용기를 내 사실을 폭로한 학생들의 명단을 조사 상대인 학교에 넘겨주는 어이없는 일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2차 피해를 우려해 불안에 떨었다. 여학생들을 상대로 현직 교사가 수년 동안 성추행을 벌인 사건 조사과정이 무책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기사가 보도되고 체육교사의 성추행과 교내 비리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조사를 하는 경찰이나 조사를 받는 학교는 모든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했다.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경찰, 교육청, 해당 학교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사건을 감추려는 학교, 수사 내용을 외부로 알리기 싫은 경찰 등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 체육교사는 구속되고 학교 비리는 드러났다. 부안여고는 학급수 감축이라는 강한 처분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영광보다 수년 간 고통 받아온 학생들의 상처가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이 땅의 모든 교육현장에서 성범죄와 비리가 사라지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인정받지 못한 영웅의 눈물, 대통령이 응답하다 경…
인정받지 못한 영웅의 눈물, 대통령이 응답하다
-경기일보 사회부 유병돈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를 통해 남긴 말이다.
일제 35년은 우리 민족 역사상 유일하게 민족의 정통성과 역사가 단절된 시기였다는 점에서 치욕스러운 기간이다. 나라를 되찾고자 다방면에서 힘쓴 이름 없는 민중들과 애국선열들의 활동, 그리고 그들이 만든 각종 독립 단체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다. 기자는 우연한 기회에 故 김용관 선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됐다. 이에 경기일보 사회부는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인증 시스템 분석에 나섰다.
유사 사례를 모으는 것부터 취재가 시작됐다. 독립기념관, 민족문제연구소는 물론 여러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뒤져 수백 명의 독립운동가 명단을 만든 뒤,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들을 제외했다. 이어 국가보훈처를 통해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유공자 지정 여부를 확인했다. 이렇게 작성된 명단만 해도 수십 명에 달했다. 인터넷 등에서 이들의 이름을 검색해 후손들이 남긴 글들을 역추적, 몇몇 후손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어렵게 만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하나같이 까다로운 인증 절차는 물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국가 기록까지 후손이 직접 찾아야 하는 현실에 분개했다. 그리고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이 故 김용관 선생의 이름을 불렀다.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취재진은 그동안 모은 자료와 취재 내용을 토대로 국가보훈 시스템의 허점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의 뜻을 내비쳤다.
故 김용관 선생의 딸 김혜경씨는 90세 고령인 탓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졌지만, 대통령이 아버지의 이름을 부른 그날 김씨는 거짓말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취재진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취재진이 국가보훈 시스템에 대한 취재를 멈출 수 없었던 이유다. 다행히 새 정부는 독립유공자 선정 방식 및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길 기대해 본다.
밍크고래의 춤 울산MBC
밍크고래의 춤
-울산MBC 미디어영상부 전상범 기자
울산 앞바다는 고래가 많았던 지역으로 과거에는 ‘고래의 바다’, ‘경해(鯨海)’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19세기 포경산업이 발달하면서 동해바다의 대형 고래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수십 톤에 달하던 대형고래들이 사라진 후 이제 남은 것은 밍크고래뿐. 그 많던 고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예부터 고래고기를 먹는 풍습이 남아있어, 울산 장생포에는 고래고기집이 성행을 한다. 밍크고래의 경매가는 3,4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까지로 어부들은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라 부른다. 포경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불법 포획과 유통이 성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한반도 내에 남은 밍크고래는 약 1,600여 마리. 지금의 추세라면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밍크고래도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호주로 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군락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매년 6~7월 사이 밍크고래를 만날 수 있다. 항해를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우리는 밍크고래를 만날 수 있었다. 선박 엔진 소리에 놀라 숨어버리는 우리 바다의 밍크고래와 달리, 호기심이 많은 녀석들은 선박 주변을 맴돌며 스노쿨링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유영을 했다.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밍크 고래가 해마다 산호초 군락을 찾아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오랜 시간 인간과 밍크고래 사이에 형성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우리 바다에서 만약 밍크고래를 혼획, 포획하지 않고 고래의 생태계를 살려둔다면? 과연 그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인간과 고래가 함께 공동의 이익을 취할 방법은 없을까?
고래를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호주의 사례에서 고래 관광의 효과 등을 통해 포경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먹이를 잡으며, 새끼와 함께 춤추며 즐기는 밍크고래들의 모습. 다시 고래가 돌아오는 바다, ‘경해(鯨海)’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