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한겨레신문 정치팀 송경화 기자
특혜 채용 의혹 관련자들의 해명은 한결같았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국가정보원 직원이나 브이아이피(VIP) 고객의 자녀를 은행 인사 부서에 별도로 추천했고, 인사 부서는 이를 리스트로 정리했다. 은행 자체 조사 결과 이러한 내용은 인사 담당 부행장에게까지 보고됐다고 한다. 하지만 채용 절차가 마무리된 뒤 합격 여부만 통보하는 등, 유력자나 ‘큰 손’ 고객에 대한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지 실제 채용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보도한 이 ‘추천 리스트’에는 국기원장도 이름을 올렸는데, 그의 해명도 비슷했다. 채용이 끝난 뒤 우리은행의 지인에게 ‘내 조카가 들어가게 됐으니 잘 지켜봐 달라’고 했을 뿐 채용 과정 자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추천된 자’들은 결국 최종 합격했고, 2016년 하반기 공채에서 확인된 것만 해도 전체 채용 인원의 최소 10%에 이른다. 우연이라고 치기엔 너무 많은 숫자다. 추천과 합격이 이어지는 이 리스트만으로도 둘 사이 상관관계를 충분히 의심해볼 만 하지만, 더 입증하기 위해 추가 보도를 이어가야 했다. 국정원 직원의 딸은 2015년 우리은행에 입사한 뒤 퇴직했는데 이듬해 이례적으로 재입사한 것이나, 국기원은 원장 조카의 우리은행 채용을 전후해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해 대가성이 의심된다는 것 등이 그 예다. 하지만 해명을 더욱더 확실하게 깨기 위해선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한겨레> 보도로 이러한 움직임이 촉발돼 현재 진행 중인 것은 진전이라고 자평해본다.
이 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있어 가능했다. 청년을 향한 그의 관심과 열정이 진심이었음을 취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게 이 사안이 마무리되길 기대해본다.
회차 심사평
제326회 전체 총평
2017년 10월 제32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각종 국정농단 사안과 이명박 정부 당시 부정부패 사건들과 함께,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특혜채용, 건설비리, 갑질 등 사회 전반의 고질적인 적폐에 대한 고발기사들이 다수 출품됐다. 세계민주주의 역사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촛불혁명 1년을 지내면서 권력의 부정부패와 각종 범죄행위를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통해 고발함으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언론들의 사명감이 더 알찬 취재결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취재보도 부문의 매일경제신문 ‘국정원, 매년 박근혜 靑에 특활비 상납’의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밀착취재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시간차 특종이기는 하지만,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정확하고 끈질긴 취재로 의제화함으로써 여론을 환기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JTBC의 ‘이명박 전 대통령 장남 시형씨, 중국 법인 4곳 대표?회계총괄 선임...다스 비자금 내부서류 보도등’의 경우 내부자료 확보를 통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해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보도 전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만큼 단죄를 염두에 둔 편향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으나, 치열한 현장취재와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의혹 제기였다는 평가와 함께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후속보도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신문 ‘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기사는 최근 도마에 올랐던 강원랜드와 함께 권력과 기업이 합작한 특혜채용 사례를 고발함으로써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과 국민들에게 분노와 함께 씁쓸함을 안겼다. 이미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지만 이에 관심을 가지고 심층적인 취재를 더해 보도의 가치를 높인 점이 긍정적인 평가요소로 작용했고, 특히 공공성과 형평성을 지향해야 하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경우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가 하루속히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도의 의미가 높게 평가됐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서울신문의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는 주제 자체가 시의적절했고, 세밀한 자료 분석과 충실한 내용전달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일보의 ‘인정받지 못한 영웅의 눈물, 대통령이 응답하다’의 경우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안인 데다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안을 파고드는 투철한 기자정신이 빛을 발했다는 평을 받았다.
울산MBC가 보도한 ‘밍크고래의 춤’보도에 관하여는 평가가 엇갈렸다. 기존에 빈번하게 다뤄졌던 주제라는 점에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고래고기 식용을 미화한 점은 포획의 불법성을 고발하는 다큐의 기획의도를 흐렸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고래 포획의 경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도필요성이 낮다고 볼 수 없고, 뛰어난 작품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뉴시스 전북본부 ‘비리 화수분 사학, 부안여고의 민낯’기사는 해당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지역언론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사회는 여전히 스스로 경계하지 못하고 감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억대가 넘는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고, 경찰은 가출신고를 받고도 신속한 수사에 돌입하지 않아 여중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이 불요불굴의 기자정신을 발휘해 우리 사회의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는 의미 있는 보도를 지속해주길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