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화수분’ 사학, 부안여고의 민낯-부안여고 성추행 의혹부터 교사 구속에 학급 수 감축까지
-뉴시스전북본부 사회부 강인 기자
지난 6월19일 늦은 밤이었다. 전북 부안 한 학교에서 시끄러운 일이 일어난 거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부안여고 한 체육교사가 여학생들을 상대로 수년간 저지른 성추행과 사학의 비리를 밝히기 위한 4개월 넘는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은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침묵의 카르텔로 곪을 대로 곪아 있던 사건이 터져 학생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었다. SNS에서는 해당 교사를 고발하는 내용이 빗발쳤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이 수백명에 달하는 상황인데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더구나 경찰은 일 처리를 편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용기를 내 사실을 폭로한 학생들의 명단을 조사 상대인 학교에 넘겨주는 어이없는 일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2차 피해를 우려해 불안에 떨었다. 여학생들을 상대로 현직 교사가 수년 동안 성추행을 벌인 사건 조사과정이 무책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기사가 보도되고 체육교사의 성추행과 교내 비리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조사를 하는 경찰이나 조사를 받는 학교는 모든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했다.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경찰, 교육청, 해당 학교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사건을 감추려는 학교, 수사 내용을 외부로 알리기 싫은 경찰 등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사필귀정(事必歸正), 체육교사는 구속되고 학교 비리는 드러났다. 부안여고는 학급수 감축이라는 강한 처분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영광보다 수년 간 고통 받아온 학생들의 상처가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이 땅의 모든 교육현장에서 성범죄와 비리가 사라지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회차 심사평
제326회 전체 총평
2017년 10월 제32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각종 국정농단 사안과 이명박 정부 당시 부정부패 사건들과 함께,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특혜채용, 건설비리, 갑질 등 사회 전반의 고질적인 적폐에 대한 고발기사들이 다수 출품됐다. 세계민주주의 역사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촛불혁명 1년을 지내면서 권력의 부정부패와 각종 범죄행위를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통해 고발함으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언론들의 사명감이 더 알찬 취재결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취재보도 부문의 매일경제신문 ‘국정원, 매년 박근혜 靑에 특활비 상납’의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밀착취재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시간차 특종이기는 하지만,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정확하고 끈질긴 취재로 의제화함으로써 여론을 환기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JTBC의 ‘이명박 전 대통령 장남 시형씨, 중국 법인 4곳 대표?회계총괄 선임...다스 비자금 내부서류 보도등’의 경우 내부자료 확보를 통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해소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보도 전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만큼 단죄를 염두에 둔 편향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으나, 치열한 현장취재와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의혹 제기였다는 평가와 함께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후속보도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신문 ‘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기사는 최근 도마에 올랐던 강원랜드와 함께 권력과 기업이 합작한 특혜채용 사례를 고발함으로써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과 국민들에게 분노와 함께 씁쓸함을 안겼다. 이미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지만 이에 관심을 가지고 심층적인 취재를 더해 보도의 가치를 높인 점이 긍정적인 평가요소로 작용했고, 특히 공공성과 형평성을 지향해야 하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경우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가 하루속히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도의 의미가 높게 평가됐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서울신문의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는 주제 자체가 시의적절했고, 세밀한 자료 분석과 충실한 내용전달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일보의 ‘인정받지 못한 영웅의 눈물, 대통령이 응답하다’의 경우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안인 데다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안을 파고드는 투철한 기자정신이 빛을 발했다는 평을 받았다.
울산MBC가 보도한 ‘밍크고래의 춤’보도에 관하여는 평가가 엇갈렸다. 기존에 빈번하게 다뤄졌던 주제라는 점에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고래고기 식용을 미화한 점은 포획의 불법성을 고발하는 다큐의 기획의도를 흐렸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고래 포획의 경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도필요성이 낮다고 볼 수 없고, 뛰어난 작품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뉴시스 전북본부 ‘비리 화수분 사학, 부안여고의 민낯’기사는 해당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지역언론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사회는 여전히 스스로 경계하지 못하고 감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억대가 넘는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고, 경찰은 가출신고를 받고도 신속한 수사에 돌입하지 않아 여중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이 불요불굴의 기자정신을 발휘해 우리 사회의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는 의미 있는 보도를 지속해주길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