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조현민 물뿌리기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 갑질파문 연…
조현민 물뿌리기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 갑질파문 연속보도
- 매일경제 김희래 기자
먼저 기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4월 중순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을 최초 보도할 당시에는 이 보도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매일경제의 최초 보도가 나간 이후 조현민 전무의 갑질 파문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파문으로,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은 조씨 일가의 밀수 의혹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용기를 얻은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거리로 나가 참아왔던 ‘을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경찰, 관세청, 공정위 등은 조씨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건전한 근로문화 조성을 위한 ‘조현민 금지법(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희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컵 갑질’ 보도 이후 관련 사안 취재에 뛰어들어 가치 있는 보도를 이어간 타 매체 선·후배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저희 보도가 더욱 의미있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불의에 침묵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길 택한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용기 역시 저희 보도를 한층 빛나게 했습니다. 이 모든 분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이슈가 한진그룹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건전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한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을의 목소리’ ‘갑의 불의한 횡포’를 취재하고 세상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삼성 노조파괴 문건’ 6천건 나왔다 외 한겨레신…
‘삼성 노조파괴 문건’ 6천건 나왔다 외
- 한겨레 서영지 기자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삼성은 그때마다 ‘모르쇠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전략이 담긴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외장하드에 관련 문건이 수천 건 쏟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제기되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던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3월 시작된 검찰수사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를 넘어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로 향하며, 노조와해 공작의 ‘윗선’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슴 아팠던 일은 2014년 5월17일 노조탄압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 관련 사건을 취재하면서였습니다. 노동조합장을 막으려고 삼성이 나서 염씨의 아버지에게 6억원을 건넨 일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염씨가 사망하자 “노조원 1명이 탈퇴했다”며 협력업체 사장이 삼성전자서비스 종합상황실에 ‘실적 보고’를 올린 일은 인간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삼성이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서비스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포기를 천명하면서 8000명 규모의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갑자기 삼성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해서 그동안 잘못이 사라질까요? ‘무노조 경영’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이 드러나고 관련자들이 처벌돼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래야 삼성전자서비스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삼성 노조 와해 전략 미전실 개입 의혹 단독보도 SB…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도덕성 논란 연속 보도
- SBS 김기태 기자
올해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수사를 위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노조와 관련된 문건 6000여 개를 확보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의 노조 관련 문건으로 알려진 이 문서들을 바탕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기대는 높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경험칙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SBS 법조팀은 도그마는 깨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섣불리 취재를 포기하면서 언론이 도그마를 강화해 왔던 것 아닌가 반성했습니다. 이런 반성은 한 달여가 넘는 기간 동안 SBS 법조팀 구성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취재를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두려움과 패배감에 입을 닫았던 사람들, 불의에 동조했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하는 동력이었습니다.
수십 명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하고, 파편화된 사실을 모은 진실은 놀라웠습니다.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진실은 더 충격적이었고, 가려져 왔던 사실은 왜 현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인지를 설명했습니다. 삼성 노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변화의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고 감시하겠습니다.
좋은 보도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 주신 표언구 부장, 김윤수 팀장을 비롯한 법조팀 선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메일로 회사 전화로 취재 단서를 전해주신 익명의 제보자분들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입을 열어주신 삼성의 전·현직 내부 관계자 분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도덕성 논란 연속 보도 조…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도덕성 논란 연속 보도
-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김 전 원장이 대선 전까지 금융사 대관(對官) 담당자 등을 상대로 고액 강좌를 운영했다는 이야기. 그것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피감기관의 후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수차례 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금감원장은 4000여개 금융사와 자본 시장을 감독하는 ‘경제 검찰’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상황을 알만한 취재원들을 찾아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출장 보고서, 정치자금 후원 명세, 회계보고서도 입수해 서로 맞춰봤다. ‘김기식, 자신이 비판했던 피감기관 돈으로 9박10일 해외시찰’ 기사를 시작으로 김 전 원장을 둘러싼 연속 보도는 그렇게 나왔다.
피감 기간 후원 출장, 정치 후원금 편법 기부 등 각종 의혹이 이어지면서 김 전 원장은 취임 15일 만에 사퇴했다. 논란이 된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후원 출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과 견제가 언론의 사명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취재를 격려해준 동료, 선후배들께 감사드린다.
특별사면과 평창...삼성의 은밀한 뒷거래 SBS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
- SBS 전병남 기자
‘삼성’ ‘IOC’ ‘평창올림픽’ ‘로비’ ‘비밀계약’. 삼성 내부 관계자들의 2010년 이메일을 관통하는 단어다. SBS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의 검찰·특검 압수수색 자료를 확보했다. 그리고 자료를 분석하다 흥미로운 내용을 확인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면 직후인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삼성 수뇌부가 주고받은 메일이었다. 모두 139건으로, 삼성의 평창올림픽 유치 로비 사실을 입증하는 내용이었다.
삼성과 거래를 한 건 아프리카 IOC 위원이자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인 라민디악의 아들, 파파디악이었다. 파파디악은 로비가 가능한 IOC 위원 27명의 이름이 담긴 비밀리스트를 넘겼고, 삼성은 ‘디악리스트’로 이름 지었다. 공짜는 없었다. 각종 명목으로 1250만 달러를 달라는 요구가 뒤따랐다. SBS는 아프리카 현지 취재를 통해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삼성과 아프리카육상연맹 간 후원계약도 확인했다.
유럽지역 IOC 위원들도 로비의 대상이었다. 삼성은 V11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운영했는데, 로비를 감추는 일에도 힘을 쏟았다. 불법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SBS의 보도는 르몽드·AFP 등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됐다. 결국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 자격으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삼성이 자금과 조직을 동원해 로비를 벌이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스웨덴에서 만난 아르네 융퀴스트 당시 IOC 위원은 “평창은 이미 잘 알려진 후보지였고, 개최지 확정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삼성의 로비 없이도 올림픽을 유치할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 경향신문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
- 경향신문 유희곤 기자
지금까지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채용비리 수사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에 어떤 금융기관보다도 많은 임직원 자녀가 근무하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부실 조사,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의 2010년 신한은행 남산 3억원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취재하던 중 이 같은 의혹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2월부터 신한금융지주 전·현직 관계자를 다수 접하는 과정에서 본부장급 이상 전·현직 임원 23명의 자녀 24명이 신한은행 등에 합격해 현재 17명이 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 측은 4월9일 첫 보도 후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불법 채용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하루만인 4월10일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지주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착수 계획을 발표했다. 5월11일 금감원은 신한금융지주에서 임직원 자녀 13건 포함 특혜채용 정황 22건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보도 후 신한은행의 다른 비위 의혹 제보를 여러 건 받았다. 그동안 폐쇄적인 기업 문화에 할 말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음을 느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많은 취재원들, 아낌없이 힘을 실어주신 조미덥 반장 등 법조팀 선후배들과 김준기 사회부장, 오창민 사회에디터, 이기수 편집국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획연재<고스트 스토리> 한겨레
기획연재 <고스트 스토리>
- 한겨레 이문영 기자
한 사회가 죽음을 대면하는 방식에서 그 사회의 가장 깊은 바닥이 노출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의 죽음을 다루는 정치가 아프게 확인시켰습니다.
보이지 않게 살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죽음을 맞은 이들이 ‘산 자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가장 가난한 삶과 죽음이 지역의 역사, 도시개발의 방향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살피기 위해 특정 도시의 무연고 사망자들을 불러냈습니다.
인천은 한국 사회의 단면들이 압축된 도시입니다. 일본과 미국, 농촌과 도심, 원도심과 신도시, 판잣집과 고층 빌딩, 항구와 공항, 굴뚝과 첨단이 공존합니다. 선거 때마다 표심 분포가 전국 지형과 유사해 한국 여론의 축소판이라 평가받기도 합니다. 2013년부터 인천광역시의료원의 협조를 받아 1~2년마다 사망자 정보를 축적했습니다. 그렇게 5년 동안 모은 17년치의 자료(2001~2017년 195명)를 토대로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추적했습니다. 그들의 사망 장소와 주소지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죽은 유령들의 위치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살아있는 유령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죽었으므로 보이지 않으나 살아 있을 때부터 유령이었던 존재들은 ‘스트레이트’라는 그물엔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가 뭐냐’는 기준으로 ‘야마’를 세우는 전통적인 문법에서 그들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그들의 삶과 죽음들을 ‘쓸 만한 이야기’로 길어내기 위해 유령의 목소리를 차용(5회 연재)했습니다. 성대가 제거된 사람들에게 죽어서라도 ‘나 여기 있다’며 외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기억되지 못한 자들을 기록하는 일은 역사가 되지 못한 자들을 위한 역사 쓰기라고 믿습니다. 계속해 보겠습니다.
한국판 홀로코스트 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단독 보…
한국판 홀로코스트 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단독 보도
- 부산일보 안준영 기자
취재를 하다보면 당사자들의 기억과 진술이 서로 엇갈릴 때가 많다. 관련자가 많고 사건이 오래될수록 그런 경향이 짙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취재진이 만났던 수십 명의 생존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당시 복무했던 경찰관과 공무원들의 기억과 진술이 하나 같았다는 점이다. 31년 전 그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던 형제복지원이란 이름의 지옥은 규명돼야 할 실체적 진실로써 살아 숨쉬고 있던 것이다.
126명의 신상기록카드와 2000여 명에 육박하는 입소자 명단, 호주 골프장 운영 자료 등을 단독 입수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타래를 푸는 일은 지금부터다. 공식 입소기록만 따져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입소했고,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힘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에서 죽어 나갔다.
하지만 누구도 학살에 가까운 인권유린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우리는 힘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그러나 기회는 남아있다. 아직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자료들이 수두룩하다. 지옥에서 몸부림치던 이들이 남긴 ‘절규의 기록’들을 한 장 한 장 복원하는 일은 우리 세대의 숙명이다. 잊힌 기록에 숨결을 불어 넣어 다시금 기록하는 일은 기자의 숙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