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김윤옥 3만 달러 든 명품백 받아 MB캠프, 돈 주고 보…
(331회) 김윤옥 3만 달러 든 명품백 받아 MB캠프, 돈 주고 보도 막았다
-서울신문 김성곤 기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 기사가 나간 지난 3월2일 아침 뉴욕에서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김윤옥 여사 2007년 대선 때 엄청난 실수, 사재 털어 각서까지 써 주고 막았다’는 기사의 각서 소지자가 뉴욕에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황도 곁들여져 있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편집국과 협의해 국내 취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문득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뉴욕에 한번 가 보자”고 맘을 먹었다. 망설임도 있었다. ‘고참 논설위원이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가서 허탕 치면 어쩌지’…. 그러나 결국 ‘이거 취재 안 하면 평생 후회할 텐데’가 이겼다.
“그래 가자.” 회사에 구두 보고를 하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각서를 손에 넣고 소지자를 인터뷰한 날 안도의 한숨도 잠시, 김윤옥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하는 자리를 주선했다는 김용걸 신부(성공회)가 뉴욕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맘이 바빠졌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거절하는 그를 설득해 인터뷰했다. 그 날 ‘소폭’이 생각났다. “가려졌던 진실이 이제라도 빛을 보게 돼 보람도 있었고, 기자 생활 마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겠구나.” 각서 주신 강 여사님, 제보 주신 임종규 형, 늙은 기자의 급발진을 이해해 준 논설위원실, 편집국 선후배님께 감사를 전한다. “사비로라도 뉴욕에 가라”던 아내 박소영도 고맙다.
경찰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 보도 한겨레
경찰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 보도
-한겨레21 정환봉 기자.
경찰이 온라인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내용을 담은 첫 기사를 쓸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군에서 나온 단서에서 출발해 이정표 없는 길을 헤매다 또 다른 증거를 잡아 기사를 쓸 때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을 취재했다. 그렇게 가닿은 곳은 경찰청 보안국이었다. 여러 동료들의 노력으로 철벽같은 보안국 담장의 한 귀퉁이를 헐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마찬가지로 경찰청 보안국에서도 포털사이트 등에 댓글을 달아 여론을 움직이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고민이 들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경찰이 ‘은밀한 공작’을 했을 것이라 좀처럼 믿어지지 않아서다. 취재 과정은 그 믿음을 허무는 과정이었다. 여론 조작에 보수단체 회원 7만여 명을 동원한다는 계획 문서가 발견되는 등 그 규모는 국정원이나 군 보다 컸다.
이번 기사는 <한겨레21>과 경찰을 담당하는 <한겨레> 사회부 24시팀이 협업해 내놓은 성과다. 모든 동료들의 노력이 빛났지만 특히 취재의 첫 단서를 포착하고 끝까지 함께 취재한 하어영 한겨레21 이슈팀장과 성과를 낼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준 노현웅 한겨레 24시팀장의 덕이 컸다. 오늘 하루 기뻐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방심하지 않는 기자로 살아가겠다.
러 피겨 메드베데바 단독 인터뷰 조선일보1
세계적인 피겨 스타 메드베데바, 자기토바 연속 특종 인터뷰(평창올림픽 금-은메달리스트) & 올림픽 이후 두 선수 특종 보도
-조선일보 정병선 기자.
평창올림픽은 선수들에겐 스포츠 전쟁터지만 기자들에겐 취재 전쟁터였다. 취재진이 특종을 노리는 것은 스포츠 선수들이 금메달을 노리는 것과 다름없다.
IOC가 러시아에 ‘국가자격 출전 금지 선수 개별 참가’라는 중징계를 내리자,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선수단에 내외신 인터뷰 금지령을 내렸다. 평창올림픽 최고 스타인 피겨 요정(妖精) 메드베데바도 언론 인터뷰 단절을 선언했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었다.
메드베데바가 올림픽 개막일에 맞춰 비밀리에 입국한다는 사실을 알고 공항서부터 밀착 취재해 3시간 넘게 인터뷰 하는데 성공했다. 메드베데바가 러시아어로 ‘엑소 파나트(광팬)’라는 사실을 알고 엑소 사인이 담긴 실황앨범을 준비해 선물하면서 메드베데바를 감동시킨 것이다. 메드베데바가 선물을 받고 함박웃음을 터뜨린 천진난만한 표정은 이번 올림픽 사진 중 백미(白眉)였다.
이 사진과 폐막식 당일 엑소를 직접 만나게 해주고 찍은 사진, 동영상은 조선일보를 거쳐 CNN, NBC, AP, TASS, 가디언, BBC는 물론 유튜브를 통해 세계 스포츠팬에 고스란히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첫 보도된 ‘엑소 파나트’란 러시아어는 세계 공용어가 됐다. 스포츠 제전 평창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스타 메드베데바를 통해 한류와 K-POP을 알린 것은 큰 의미였다.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 기울어진 법정 시리즈 경향신…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 기울어진 법정 시리즈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
한 사회의 민주화는 날줄과 씨줄로 이뤄진다. 시민과 권력의 관계인 정치민주화와 시민과 시민의 관계인 경제민주화가 바로 날줄과 씨줄이다. 정치민주화가 수직적 평등이라면 경제민주화는 수평적 평등이다. 1987년 이후 한국은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적 성공을 이뤘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지난 3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나쁜 정부는 단 한 번의 탄핵으로 교체할 수 있지만 나쁜 경제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가 없다. 좋은 시장은 만들기도 어렵고, 만들어져도 지키기가 어렵다. 시장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경제법이고, 그것이 한국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실패를 먼저 경험한 미국과 독일에서 만든 것이다. 한국은 1981년 전두환 군사정부가 만들었지만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작동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의 제재는 최종적으로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의 경제사건 판결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한국과 외국 법원의 경제사건 판례를 비교하고 경제법 분야의 최신 흐름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시 사각지대, 세금 빼먹는 지역 문화원 전주MBC
감시 사각지대, 세금 빼먹는 지역 문화원
-전주MBC 이경희 기자
“횡령을 한 국장이 문화 원장과 군의 비호를 받고, 오히려 문제제기를 한 자신이 퇴사를 강요받고 있다.” 처음 제보를 접했을 때 뉴스에선 다루기 애매한 민원 사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라북도 완주군이라는 작은 지자체의 문화 단체, 그것도 사단법인에서 벌어진 일.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보자를 만나 지방문화원에 대해 알아갈수록 시골 문화원의 해프닝으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사단 법인임에도 군의 예산을 지원받고, 모든 사업비가 지방비나 국비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횡령은 큰 문제였다. 완주 문화원은 지역의 업자들과 짜고 선결제 뒤 현금을 돌려받는 일명 ‘카드깡’으로 세금을 횡령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문화원은 사업 보고서를 베껴 쓴 사실이 드러났지만, 예산은 의심 없이 지원됐다. 이 모든 것은 ‘지역 향토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이유로 묵인돼 왔다.
취재 과정 중 지역의 문화 권력으로부터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 지역 문화원이 얼마나 열악한 지, 이 사건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하소연도 들었다. 그러나 제보자의 용기와 소신, 그리고 보도국의 든든한 지원으로 하나씩 비리를 밝히고 문제를 시정할 수 있었다. 지역의 문화가 건강한 조직으로부터 꽃필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특집 섹션 강원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특집 섹션
- 강원일보 오석기 기자
지난 1999년 강원도가 동계올림픽 유치계획을 알린 이후, 동계올림픽은 말 그대로 강원도의 ‘숙원’이었다. 국내에서의 경쟁 그리고 이어진 지난한 세 번의 도전은 ‘암하노불(巖下老佛·산골의 착하기만 한 사람)’로 불리던 강원도 사람들의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올림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면 마음이 아팠다. 발전, 개발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항상 후순위여야만 했던 강원도에 사는 한 개인으로서의 울분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의 경색된 분위기는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천우신조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밝히며 드라마틱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역할이 필요했고, 30명에 이르는 강원일보 특별취재단에게 그 임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50여일에 이르는 현장 취재를 통해 21차례(63개 지면) 기획을 만들면서 많은 고생들이 주마등처럼 스치지만 성공올림픽에 일조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함께 한 취재·편집기자들 모두의 노력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두 도시 이야기 오마이뉴스
두 도시 이야기
- 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사실 난감했다. 기자라는게 해를 거듭할수록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 기획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저임금'이라는 네 글자를 처음 맞닿뜨렸을때도 그랬다. 그동안 무심코 써왔던 이 단어를 두고, 후배들과의 고민은 시작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서 풀어나가야할지...게다가 지난해 말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우리 사회는 또 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시애틀은 최저임금 연구자들 사이에서 상징적인 도시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했고, 미국내에서도 효과를 두고 치열한 논쟁중이었다. 우리는 이제 갓 7530원, 2022년까지 1만원 공약을 앞둔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올 들어 최저임금 관련 언론 보도들이 경쟁적으로 나왔지만, 단순 외신 번역부터 경제적효과를 둘러싼 각종 연구 논문을 인용하는 과정에서의 오류 등도 나왔다. 우리는 시애틀에서 해당 논문 저자 뿐 아니라, 정책당국자와 현장 노동자 등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이들은 촉박한 일정속에서도 한국에서 날아온 기자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시애틀 못지 않게 서울은 곳곳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의 취재 역시 만만치 않았다. 취재팀이 만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최저임금 인상 두달째, 우리는 그들을 상대로 언론사에선 처음으로 면접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면에 다 싣지 못할 정도로, 내용은 우리 예상보다 심각했다.
이번 취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펙트체크센터 재정적 도움 외 많은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지원이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채워야 부분도 많다. 그래서 '두 도시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