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외압 폭로 시사인, MBC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외압 폭로
-주진우 시사IN 사회팀 기자.
검사는 수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검사의 수사를 방해한 것이 검찰 윗선입니다. 수사 잘하기로 정평이 난 안미현 검사는 자신이 맡은 강원랜드 수사를 제대로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보도가 세상에 나오게 된 데에는 “검사이고 싶다”라는 한 직업인의 강직함 덕분이 컸습니다.
지난해 전모가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 비리는 규모에서부터 많은 이에게 박탈감과 실망감을 줬습니다. 2013년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뽑힌 교육생의 95%(493명)가 ‘빽’으로 합격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수사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샀습니다. 지난해 4월 부정 청탁을 들어준 최흥집 전 사장 등 강원랜드 관계자만이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더딘 수사에 의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외압 의혹을 포착했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취재했고, 수사 당사자인 안미현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IN은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와 공동 취재를 했습니다. 특정사에 아이템을 국한해두지 않고, 해당 보도의 영향력과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함께 움직였습니다. 한국 언론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현직 검사의 수사 외압 증언이라는 한국 검찰 사상 최초의 고백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첫 보도 이틀 만에 검찰은 별도 수사단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정 청탁을 한 대상자를 소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반면 안미현 검사는 벌써 7번째 불렀습니다. 끝까지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고 수사 외압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968 꽝남! 꽝남!’ 연속 보도 한겨레
‘1968 꽝남! 꽝남!’ 연속 보도
- 김선식 한겨레 한겨레21부 기자
“원한 같은 건 없다.” 지난해 12월26일~1월2일 베트남 중부 다낭시와 꽝남성에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줄곧 ‘과거는 과거일 뿐’이란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유가족이거나, 피해 생존자이거나, 목격자였기에 그 말은 잘 와닿지 않았다. ‘과거를 닫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정부 기조를 따라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50년 전 사건이 벌어진 날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기억은 생생했다. 그들은 2018년 현재 아직도 50년 전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위령비를 짓고 있다. 학생들에겐 각 마을에서 벌어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을 가르친다. 그들이 원한을 갖진 않더라도, 후대에까지 그 역사를 잊진 않겠구나 생각했다. 나중엔 ‘원한 같은 건 없다’는 말 앞엔 ‘기억할 것이지만’이 생략된 것이라고 이해했다.
1999년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구수정 당시 <한겨레21> 전 호찌민 통신원(현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과 한베평화재단 활동가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발굴하고 다져놓은 자료와 네트워크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기획이었다. 대부분의 자료와 아이디어, 그리고 모든 통역을 그들에게 빚졌다. 끝으로 3회 연재 기사에 잡지 지면 50쪽을 내어 준 길윤형 편집장과, 인터뷰 기사의 새로운 포맷을 함께 고민해 만든 김봉규 사진부장, 8박9일 동행 취재한 김진수 사진기자께 고마움을 전한다.
‘MB 차명재산 가평 별장’ 추적 보도 SBS
‘MB 차명재산 가평 별장’ 추적 보도
- 박하정 SBS 기획취재부 기자.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유행처럼 번졌던 질문에서 취재는 시작됐다. 과거와 현재의 일을 이으며 퍼즐을 맞추던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 씨의 재산 목록을 입수하게 됐다. 김 씨 사망 뒤 부인 권 모 씨에게 재산이 상속됐는데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눈길을 끈 건 아무 조치 없이도 상속세로 물납되지 않고 남은 경기도 가평의 별장이었다. 현장을 돌며 단서를 얻었고 관련된 사람들을 물어물어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취재를 할수록 ‘별장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라는 문장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재임 시절 별장 테니스장을 두고 당시 청와대 경호처 직원도 나섰었다는 증언을 듣고 나자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도 더욱 선명해졌다.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누려선 안 된다’는 당연한 말이 그것이었다.
그 말을 할 수 있도록, 용기 내 이야기를 들려 준 사람들에게 우선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현장을 열심히 누빈 정성진 기자가 있어 보도가 가능했다. 함께 고민하며 즐겁게 일하는 기획취재부 모두에게, 특히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헤맬 때 방향을 이끌어 주는 데스크 정명원 선배, 막내 기자의 한 마디에도 늘 귀를 기울여 주는 부장 양만희 선배께 감사드린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는 차명 재산 장부를 파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통령도 구속됐다. 여전히 차명 재산 의혹은 더 밝혀져야 할 부분 중 하나다.
값싼 노동력 제공 전락…변질된 대학생 현장실습 실태…
값싼 노동력 제공 전락…변질된 대학생 현장실습 실태
-이형길 kbc 탐사보도팀 기자.
취재의 시작은 고등학생 현장실습 문제를 점검해보자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말 제주에서 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으니 우리 지역은 문제가 없는 지 살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취재를 하던 중 업체마다 특성화고 학생이 아닌 대학생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학생들은 대기업 콜센터, 영세한 제조업 공장, 가죽 가공업체 같은, 한 눈에 보기에도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대학생들의 현장실습을 문제 삼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취재 방향을 대학생 현장실습으로 틀어 다시 진행했습니다.
대학 현장실습생들의 실태는 정말 참혹했습니다. 기존 직원들이 하지 않는 가장 허드렛일이 대학생들에게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습니다. 사회의 첫 발을 왜곡된 노동현장에서 시작하는 대학생들은 매년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정부는 재정지원사업으로 이 현장실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을 많이 현장에 내보내면 그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대학의 재정 지원도 많아집니다. 학생 수가 줄어가면서 재정이 어려워진 대학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보내기 급급했습니다. 그 현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했습니다.
취재 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지역의 대학은 저희에게 대안이라며 수많은 문서들을 보내왔습니다. 이런 대책들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끊임없이 살펴보겠습니다.
무관심이 만든 문화적 테러-'꽃의 내부' 무단철거 사태…
무관심이 만든 문화적 테러-'꽃의 내부' 무단철거 사태 보도
-김한수 부산일보 사회부 기자
“이게 바로 문화적 테러에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겁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져 있던 세계 조각 미술계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가 용광로 속 쇳물로 사라졌다는 소식이 부산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역 미술계와 예술계는 한탄을 쏟아냈다. 부산비엔날레와 부산바다미술제 등의 국제적 미술 행사를 통해 한층 한층 쌓아온 부산 미술계의 명성이 어이없는 행정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부산 시민들 역시 ‘어떻게 세계적 작가의 작품, 그것도 유작을 철거할 생각을 했느냐’며 해운대구청의 결정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대한민국 부산에 설치돼 있던 세계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사라졌다’며 잇따라 본보 보도를 인용했다. ‘문화’라는 세계 공통의 공감대에 큰 파장을 미친 사건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꽃의 내부’ 철거 사태는 문화 작품이나 공공조형물을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광역·기초 지자체의 문화 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다. 부산시와 16개 기초지자체 모두 공공조형물의 관리에 대한 대책은 유명무실한 실정이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부산시는 공공조형물의 관리, 보수, 이전, 철거에 필요한 근거를 조례 개정으로 마련했다. 더 이상 ‘꽃의 내부’ 무단 철거 사태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역 언론으로서의 감시의 기능을 이어나갈 것이다.
전두환 회고록을 검증한다 SBS
전두환 회고록을 검증한다
-박세용 SBS 기획취재부 기자
사실 처음엔 부담스러웠습니다. 재판 중인 사건을 팩트체크 한다는 것이 쉽게 내키는 일은 아닙니다. 모든 취재와 기사가 팩트를 체크하는 것이지만, 팩트체크 간판을 내건 기사는 팩트 확인에 더 엄밀하고 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두환회고록’은 지난해 법원이 출판·배포 금지 1차 가처분 사건에서 5.18 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씨가 문제된 부분을 삭제한 뒤 다시 출판하는 바람에 2차 가처분 사건이 시작될 즈음, 이번 기획 취재는 결정됐습니다.
2차 가처분 사건에서 팩트체크 가능한 쟁점을 추려내고, 기존 5.18 관련 보고서들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부터 시간상 가장 앞서 생산된 최초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았습니다. 5.18 관련 생존자들의 육성 증언도 전두환 씨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전두환 씨가 법원에 낸 답변서도 검증 대상에 올렸습니다.
‘전두환회고록을 검증한다’ 10편의 팩트체크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5.18 헬기사격 문제를 깊이 있게 취재해 온 장훈경 기자의 내공도 녹아들었습니다. 무엇보다, 5.18 관련 문건에 두 달간 파묻혀 지낸 서도영 작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3월20일 현재, 법원은 아직 가처분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번 보도가 전두환 씨의 역사 왜곡 시도를 막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