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단독 인터뷰 한국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단독 인터뷰
-한국일보 정반석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키맨’으로 떠올랐습니다. “진실을 밝히게 된 계기를 그대로 담겠다”며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일각에서 자신을 배신자로 몰아세우는 분위기에 심적인 부담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는 “배신자로 호도되는 것도, 진실을 밝히는 의인으로 미화되는 것도 싫다”며 오해를 풀고자 했습니다. “억측 보도로 옛 동료가 고생하니 바로 잡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MB를 겨냥한 의혹 제기 중에서도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 잡았습니다.
조심스럽던 그의 태도와 달리 기사의 파장은 컸습니다.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MB 측은 침묵으로 돌아섰습니다. “워낙 검찰 수사가 탄탄해 부인할 수 없었다"던 그의 말대로, 이후 다른 측근들도 검찰 조사만 받으면 입을 열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정치보복 공방을 넘어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취재를 독려해주신 정진황 사회부장, 고찬유 차장, 강철원 법조팀장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실수투성이 신참을 이끌며 취재 전 과정을 지휘한 안아람 선배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안태근 성추행 사건 폭로 및 ‘미투’ 운동 연속보도…
안태근 성추행 사건 폭로 및 ‘미투’ 운동 연속보도
-JTBC 김지아 기자
‘성추행 당한 검사가 있다.’
처음엔 흔히 떠도는 소문이었습니다. 얼마 후 검찰 내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그 검사였습니다. 검사에게 연락을 하자, 직접 출연하겠노라고 말했습니다. 풍문처럼 떠돌던 이야기는, 서지현 검사가 나서겠다고 결심한 순간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이 보도는 서지현 검사의 의지로 시작되고 완성된 것임은 분명합니다. 서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이후 꾸린 ‘미투팀’ 기자들은 2차,3차 가해자들을 찾고, 시스템을 고발하는 연속보도로 그 용기에 보답하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투 팀을 이끈 팀장과, 같이 분노하고 공감하며 취재한 팀원들, 이 보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힘을 실어준 데스크들의 지지가 힘이 됐습니다.
“괜히 제가 투사가 됐겠어요” 취재 과정에서 임은정 검사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늘 당당한 모습이었던 임 검사조차 성폭력의 피해자였다는 것, 그렇게 ‘투사’가 된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미투’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운동이 아님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에 언론마저 무감각해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는 누가 그 불씨를 피우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불씨를 어떻게 꺼지지 않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신년기획 벌거벗은 ‘임금’님 시리즈 경향신문
신년기획 벌거벗은 ‘임금’님 시리즈
-경향신문 조형국 기자
후련하기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 둘씩 기사를 송고할 때마다, 취재 내내 머리를 맴돈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뭐 어쩌자고.’ 많은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마주할 이 질문은, 특히 월급과 임금, 노동의 대가를 다루고자 했던 이번 기사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월급쟁이’들의 삶, 일하는 이들의 몫,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짚는 일은 취재를 이어갈수록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됐지만 그걸 매끄럽게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로 기사의 공은 모두 취재원들에게 돌려야 한다. 차유리를 휙휙 지나는 가로등만 보며 캄캄한 밤을 달리는 덤프트럭 운전사, 카페인과 당분으로 하루를 버티는 콜센터 상담사, 은행 현금봉투를 명세서 대신 받는 이주 노동자가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기사는 현실과 겉돌았을 것이다. 35년을 재봉틀 앞에서 보낸 재봉사, 공장과 식당을 전전하며 살아온 요양보호사, 일터 어디 손 안 닿은 곳 없는 청소노동자가 삶을 털어놓지 않았다면 노동의 몫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피지 못했을 것이다.
‘임금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본다. 마침 우리의 공동체는 최저임금과 기본소득, 소득주도 성장과 고용 안정 등 일을 둘러싼 많은 의문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질문이 ‘어쩌라고’를 넘을 수 있게, 제도권에 전달되지 않는 목소리를 더 담을 수 있게 눈을 부릅떠야 할 것 같다.
‘마약리포트-한국이 위험하다’ 8부작 시리즈 한…
‘마약리포트-한국이 위험하다’ 8부작 시리즈
-한국일보 손현성 기자
마약 투약자 약 100명의 삶을 파고 들었다. 비참한 약물 중독인생을 생생하게 그린 것이 이번 ‘마약 리포트’다.
한 달 넘게 중독자들과 밀착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들과 보름간 합숙하던 중 기자에게도 마약을 권한 40대의 중독자, 마약 판매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인터뷰하다가 결국 다시 약에 손을 대 구속된 50대 남성 등 돌발 상황이 넘쳐났다. 심층 인터뷰 이후 갑자기 중독 후유증인 불안이 급습해 “없던 일로 해달라”고 엄포를 놓은 여성도 있었다. 약물 중독의 속성과 그 심각성을 그대로 실감했고, 일부는 지면에도 실었다.
마약 중독자와 밀착해 그들의 시선에서 마약세계를 찔러 나간 결과, 허울뿐인 국가기관 마약 정책의 민낯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마약 중독자들은 범죄자면서 동시에 뇌 질환자인데, 대부분 치료 기회 없이 형벌만 받는다. ‘투약-수감’의 회전문만 돌았다. 20대에 약에 손 대 40~50대까지 마약의 굴레를 벗지 못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치료 개입 없이 투약자는 교도소에 가 마약사범끼리 어울리며 마약전문가로 출소한다. 직업 훈련 기회는 거의 없고, 국가지정병원도 중독자를 대놓고 거부한다. 이런 실상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
기획 취지에 공감하고 용기를 내어 감췄던 과거를 밝혀준 마약 의존자와 회복자, 그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돈과 권력에 밀린 도로 안전-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돈과 권력에 밀린 도로 안전-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부실 설계
-국제신문 박호걸 기자
돈 때문이었다. 창원 방향 진입 차량과 요금소로 진입하는 차들이 교차하는 금정나들목, 80m 안에 2개 차로를 가로질러야 하는 기장분기점, 시속 100㎞ 속도에서 ‘X자’로 엇갈리는 대감분기점. 차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는 소위 ‘합리성’이라는 우선순위에 밀려 위험을 내포한 채 개통했다.
도로 안전은 정치인의 탐욕에도 밀렸다. 부산 지역 한 국회의원은 주민 편의를 위한다며 김해금관가야휴게소의 설계를 바꿨다.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휴게소에는 4곳에서 진·출입한 차량이 뒤섞여 교차하는 회전교차로가 생겼다. 사고의 위험이 커졌지만, 국회의원은 SNS에 ‘자신이 힘을 써서 나들목 기능을 추가했다’고 자랑했다.
분노했다. 개통한 고속도로를 쉴새 없이 오갔다. 안전을 위협할 만한 요소를 찾아내고, 지면을 통해 알려 나갔다. 경찰과 부산시, 국회가 나섰다. 안전장치들이 마련됐다.
그 무엇도 안전보다 우선일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세월호와 제천과 밀양의 화재 참사에서 확인했다. 그러나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예산 46억 원을 아끼기 위해 설계를 바꾼 것을 최근 입수한 자료로 확인했다. 세월호 참사 후 4년이 다 돼 가지만 어느 것 하나 변한 게 없다. 갈 길이 멀다.
울산 고래고기 ‘전관예우 의혹’ 사건 부산일보
울산 고래고기 ‘전관예우 의혹’ 사건
-부산일보 권승혁 기자
"만약에 뇌물을 받은 공무원 집을 수색했는데, 뇌물 외에 불법을 입증하지 못했거나 합법적으로 번 돈까지 압수했다면 당연히 돌려줘야 하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고래고기 21t(30억 원 상당)을 피의자들에게 환부한 겁니다."
지난해 9월 기자가 불법포획 밍크고래 고기를 왜 포경유통업자에게 돌려줬는지 묻자, 검찰은 그럴싸한 해명을 댔다. 하지만 취재가 거듭될수록 검찰과 고래업자, 전관예우 의혹 변호사가 얽힌 사법체계의 어두운 민낯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6년 5월 불거진 이 사건은 본보의 장기간 추적 끝에 1년 4개월여 만에 세상 밖으로 알려졌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경찰이 범죄작물인 고래고기를 일부나마 다시 압수하고 사건 관계자 여럿을 입건했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게 당연한 일 같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부실한 것일까, 부패한 것일까?' 기자로서 납득할만한 답을 찾지 못해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찾기 위해 오늘도 땀 흘리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일몰제의 경고-도심 속 공원이 사라진다 부산일보
일몰제의 경고-도심 속 공원이 사라진다
-부산일보 김준용 기자
'부산은 공포도시입니다. 공원을 포기한 도시라는 말이죠.'
한 전문가는 부산을 설명하며 공포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지난해 초 부산의 한 환경단체가 연 포럼이었다. 2020년 7월1일 이기대, 청사포 공원과 같은 부산의 절경부터 집 앞 작은 공원까지 더 이상 공원으로 불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장기간 집행이 되지 않은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공원, 유원지 등) 중 사유지가 공원 지정이 해제되는 '공원일몰제' 이야기였다.
전국의 모든 공원에 해당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공원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환경단체들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예산을 편성해 사유지를 매입하는 것이 가장 빠른 답이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은 `불가능한 액수'라는 말만 나오게 했다.
기획시리즈가 보도된 이후 부산은 조금씩 공원을 포기한 도시에서 공원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 2년5개월. 2020년 7월1일 공원일몰제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공원의 공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고 공원이 사라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공원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2018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
2018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어요?(온라인)
-SBS 권지윤 기자
428,833,912,567,000원. 한번 읽는데도 8초 가까이 걸리는 국가 예산이다. 나라의 가장 중대한 재정활동이고, 잘못된 예산 집행은 경제파탄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지만, 접근은 쉽지 않다. 언론은 당위적 측면에서 예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지만, 비현실의 영역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규모 때문에 단편적 검증에 그쳤다. SBS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가 어렵더라도 보다 정밀하고 실증적인 예산 기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다.
‘효과적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예산의 대원칙을 검증하기 위해 심의 권한을 지닌 국회에 논의 과정에 집중했다. 국회 예산 회의록 4,703장을 한 장 한 장 읽고, 이를 정부 예산안과 비교 정리 분석하는데 꼬박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동료들의 시력이 한 없이 나빠지는 사이, 공허했던 머리에 방향성이 잡혔다. 덕분에 위법 예산, 편성 근거가 없는 예산, 불용 예산 등을 부적절한 예산을 차례로 밝혀내 공개할 수 있었다.
이번 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고민하고, 현장을 누빈 정형택 엄민재 박수진 김학휘 안혜민 주범 이용한 정상보 기자, 김경연 정순천 등 동료 저널리스트들의 집단지성의 결과다.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지 않고, 도리어 적극 권장하는 이주형 부장, 진송민 차장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