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음이온 침대서 라돈 검출’ 연속보도 SBS
‘음이온 침대서 라돈 검출’ 연속보도
- SBS 강청완 기자
라돈 관련 기획 기사를 준비하다가 “침대에서 라돈이 나왔다더라”는 말을 들은 게 취재의 발단이었다. 관련 보고서와 정밀 측정 자료를 구하고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려가며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갔다.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돌침대업체 직원과 서울시내 매장을 하루 종일 돌았고 엄한 돌덩이를 들고 끙끙대며 석재상을 찾아갔다. 과학적 사실이 중요한 보도였던 만큼 날마다 활자와 씨름했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려 노력했다.
대형 게이트 보도 등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내보낸 뒤 기자의 일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첫 보도부터가 시작이었다. 일주일 뒤 정부가 허술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일부 매체의 매도에 가까운 공격이 쏟아졌다. ‘무책임한 보도로 애꿎은 기업 다 죽이게 생겼다“는 식이었다. 마음고생도 심했지만 보도를 이어갔다. 다른 건 몰라도 취재는 똑바로 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취재팀 선후배간 신뢰도 두터웠다. 이후의 전개는 알려진 대로다.
취재팀이 생각하는 ‘라돈 침대’ 이슈의 핵심은 명확하다. 자연 상태에서 나올 수 없는 방사능이 나오지 말아야 할 곳에서 나왔고 그것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적어도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보도 이후의 전개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렇지만 써야 할 기사를 썼다고 생각한다.
값진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기자의 가장 큰 힘은 탄탄한 취재와 명확한 문제의식에서 나온다는 교훈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기사 쓰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북한식당 탈북 의혹 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북한식당 탈북 의혹 풀다’
- JTBC 봉지욱 기자
지난해 7월, 광화문 술자리 얘기입니다. 뒤늦게 합석한 분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통일부가 정말 너무했네. 그저 국정원이 시킨대로 발표한 거였어요”라는 겁니다. “뭘 발표해요?”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요. 그때 발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였어요. 이것 좀 취재해보세요.”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12명의 종업원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2016년 민변을 찾아갔던 지배인 허강일도 잠적한 상태. 새터민 집단을 수소문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뜻밖의 전화를 받습니다. “허강일 찾고 계시죠? 한번 만나보시렵니까?”
허강일의 얼굴은 사진과는 달랐습니다. 30대 후반에 거침없는 이북 말투. 허 씨는 “종업원들은 한국행을 몰랐고, 기획의 배후는 국정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입증이 필요했습니다. 중국 연길과 닝보에서의 추적으로 증언과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남은 건 ‘종업원’이었습니다. 지난 2년간 언론에 등장하지 않은 그들. 어렵게 만났지만 한사코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나는 그 종업원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확인 없이 정부 발표를 받아쓴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종업원 4명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그들은 “자유의사로 온 것이 아니며,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국인도 아닌 새터민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인의 삶을 사는 그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과 꼭 닮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검찰 수사로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저 또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대 걸친 사학적폐 서울예대의 ‘민낯’ 연속보도 …
3대 걸친 사학적폐 서울예대의 ‘민낯’ 연속보도
- CBS 신병근 기자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요람, 한국의 버클리음대, 연예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 서울예술대학교에 붙는 수식들이죠.
우리나라 문화예술분야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예대라 하지만 화려한 ‘풀메이크업’ 뒤에 숨겨진 민낯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어요. 설립자에서 현 총장, 또 그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세습되는 사학구조의 폐단 때문이었죠. 총장과 그 일가가 저질러 온 온갖 비리는 당연시 됐고, 내부 비판자는 학교 밖으로 쫓겨나기 일쑤였어요.
뒷돈으로 챙긴 입시수당, 각종 서류 위조, 부적정 특성화사업비 집행, 장기 해외출장, 친일파 설립자 묘소참배 동원, 총장의 자의적 교수업적평가 등등. ‘절대권력’ 총장 일가의 불법과 전횡을 밝히기 위한 취재는 두 달 동안 계속됐죠.
지난 3월 첫 취재에 들어가 5월까지 15편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교육부 실태조사를 이끌었고, 총장 해임 요구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성과를 냈죠.
취재 도중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폭언을 들으며 반강제적으로 끌려 나가기도 했지만 오롯이 취재에만 집중했어요. 학교측 해명을 듣기 위해 방문했을 때는 부총장들을 포함 20여명의 담당자들로부터 둘러싸여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죠.
끈질긴 취재가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죠. 목숨을 걸고 내부고발을 자처한 교수, 학생들의 용단이 그것이에요. 총장 사퇴와 교육부의 철저한 감사를 요구하며 캠퍼스 시위 행렬로 이어진 ‘저항의 불꽃’이 타올랐을 때, 그 현장에서 함께 흘렸던 뜨거운 눈물을 잊을 수 없네요.
혈연으로 이어진 족벌사학의 고리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고 있죠. 혁신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족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 아닐까요. CBS는 이번 취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교육을 황폐화 시키는 사학적폐를 바로잡는 감시의 주체로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제게 늘 ‘참 된 기자’의 길을 가르쳐주시는 CBS 경인센터장 최선욱 선배, 사회부장 변이철 선배, 전국팀장 김학일 선배 등 모든 선배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핵 폐기물 불법 매각’ 최초 및…
한국원자력연구원 ‘핵 폐기물 불법 매각’ 최초 및 연속 보도
- 대전MBC 조명아 기자
#핵폐기물이 사라졌다.
우려는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측은 최근 서울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와 대전의 원자력연구원 시설들을 해체하면서 나온 핵폐기물이 없어졌다는 대전MBC 보도 내용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실종 핵폐기물은 납 27t과 구리 5.2t, 금 300g 등으로 알려졌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핵 폐기물의 행방을 여전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랬나?
범인은 원자력 마피아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과거 연구원 직원 일부가 핵폐기물을 관행적으로 협력 업체 등을 통해 팔아온 것으로 안다는 한 통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신빙성 있는 제보자였지만 ‘설마, 그렇게 까지?’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라진 핵폐기물을 원자력연구원 내 전·현직 직원들이 훔쳐다 판 것으로 보고 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원인은 ‘안전 불감증’이다
이전에 문제가 발생할 때도 원자력연구원은 한결 같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소수의 일탈 행위로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협력 업체 직원 등 일부의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연구원측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원의 시스템 문제로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원자력연구원이 ‘별문제 없다’는 안전 불감증에 빠져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고 뼈를 깎는 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예리한 ‘감시견’이 필요하다
원자력은 지금까지 소수의 영역이었습니다. 과학 지식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관련 시설은 대부분 국가 1급 보안 시설로 지정돼 있어 접근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감시와 견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원자력 마피아가 생겨났고 각종 부패와 사고는 자연스럽게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만의 영역으로 두면 안 됩니다.
연구원 1.5km 반경에만 3만5000여 명이, 대전에는 15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대전MBC가 원자력연구원을 예리하게 지켜보며 계속해서 높은 문턱을 넘어가겠습니다.
디지털스페셜 '우리 동네 의회 살림' [풀뿌리 가계부…
디지털스페셜 '우리 동네 의회 살림' [풀뿌리 가계부] 시리즈
- 중앙일보 심서현 기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 ‘기초의회 이대로 좋은가’, ‘유권자들의 무관심’…. 4년마다 부르던 그 노래를 또 부르긴 싫었다. 거꾸로 접근했다. 유권자 탓하지 말자. 정보를 더 주자. ‘Money Talks’ 명제를 따랐다. 기초의회 4년간 가계부를 독자에게 공개했다.
어쩌면 이것은 기자의 취재가 아니다. ‘중앙일보 기자’라서 받은 데이터가 없다. 도와주는 내부자(공무원)도 없었다. 가진 건 지방재정법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용을 알’ 국민으로서의 권리뿐이다. 우직하게 전국 226곳 기초의회 예산서 보고, 정보공개 청구하고, 계약내용을 점검했다. 배여운 데이터분석가는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226개 기초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37만 건을 전수 조사·분석했다.
예산서는 모호했다. ‘활발한 의정교류’를 위한 1000만원 지출은 뭐고, ‘의원 체육대회용’ 1500만원 지출은 뭘 했다는 건가? 모호함을 구체적 숫자로 바꾼 건 수많은 정보공개청구와 세출목록·회의록·출장보고서 뒤지기였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체육대회 비용 1500만원 전액이 의원과 담당 공무원 운동복 구입비였다. 지역 의장협회비를 유독 많이 낸 의장은 그 덕에 출장 내역에도 안 잡히는 수십 번의 추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3년간 1438만원 어치를 사먹은 식당은 의원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 모든 팩트를 독자 위주로 담았다. 텍스트를 줄이고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화려한 시각효과 대신에 독자에게 자기 동네 의회의 상태를 1장으로 보여주는 구성을 택했다. 로딩에 시간이 걸리거나 기기별·브라우저별 호환에 문제가 없게 작업했다.
독자는 자발적인 공유로 답했다.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 뉴스를 전혀 거치지 않았음에도 100만 명이 넘게 봤다. 기초의회 게시판 곳곳에 “중앙일보에 나온 그 지출을 해명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본회의장에 3억원을 썼다기에 하도 궁금해 의회청사에 처음 가봤다”는 독자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 이점은 꼭 자랑하고 싶다. 우리 팀에는 개발자·디자이너·데이터분석가가 있다. 인턴이나 계약직이 아니다. 함께 취재한 배여운 분석가는 물론이고 원나연 개발자, 임해든 디자이너와 협업한 성과임이 뿌듯하다.
“디지털콘텐트랩? 뭐하는 팀이냐?” 라는 안팎의 질문 혹은 공격에 수시로 방어전을 치르는 김한별 팀장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