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제334회) ‘이달의 기자상’도 치열한 경쟁 끝에 중앙일보의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시리즈’ 등 총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앙일보의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기획은 가정돌봄을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킨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간 언론들이 청년 실업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기획은 사실상 ‘극빈 장수’가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요양병원이 포화상태에 처한 상황에서 각 가정에서 고령자를 보살펴야 하는 문제점과 실상을 파고들었다. 이제는 사회가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20명 넘는 환자와 가족,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취재원들을 가급적 실명 보도하려고 애쓴 흔적은 기사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또 현상을 짚는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문기자의 역량이 드러난 보기 드문 수작. 다만 사회적 반향이 작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기획이 예산지원 등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SBS가 보도한 ‘군 병원의 위험한 불법 의료 실태’ 연속 기획은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한 의료행위 실태를 폭로했다. 복강경 수술에서 미용 성형수술, 심지어 마약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군 의료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꼼꼼하면서도 집중도가 높은 취재력이 돋보였고, 사회적 반향도 컸다. 군 당국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병사들이 후유증이 남는 각종 수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현실을 들춰냄으로써 경각심을 줬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좋은 장비를 들여놓고 의사는 판단만 하고 있는데, 여전히 아날로그식 의료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군대의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났다. 미국에선 대통령 수술을 할 정도로 군 병원이 권위가 있는데, 우리 현실은 이와 반대여서 안타깝다.
제주신보의 ‘예멘인 난민 입국 최초 보도 및 연속보도’는 지난달 가장 성과 있는 보도 중 하나였다. 이 문제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었다. 난민 당사자와 지역민, 공무원과 전문가 인터뷰 등 후속 보도도 충실했고, 정부 대책까지 이끌어낸 의미 있는 기사다.
이하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많았다. SBS의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 고발 및 변협회장 사찰 등 연속 단독보도’는 대법원의 민낯을 밝혀내며 이슈화시킨 작품이다. 타사에서 비슷한 보도가 있었지만 법원 내부 취재에 그쳤고, SBS는 변협이라는 외부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이슈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재판거래’라는 제목을 백업할만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법관들의 재판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거래’라는 제목으로 의혹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몇몇 심사위원들은 ‘재판거래’라는 용어가 100% 적합하진 않지만 법원판결을 유리하게 해석했을 뿐 아니라 사법권력이 정치권력에 아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국민 관점에서는 ‘거래’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한겨레신문의 ‘한나라당, 2006년 선거부터 매크로 여론조사’ 기사는 내용이나 기사 완결성에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판단됐다. 다만, 이 보도 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드루킹으로 불리는 민주당 댓글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10년도 전에 있었던 한나라당 사건이 기자상을 받게 될 경우 현재 특검이 진행 중인 드루킹 사건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또 사회적 파장도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순수하게 하나의 기사로 평가해야 한다. 주변환경 등을 고려한 평가는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일보의 ‘6.13 지방선거 맞춤형 후보찾기 프로젝트 My Vote’는 지역신문에선 드문 기획이었다. 대선과 총선 같은 정당투표가 아닌, 후보 개인의 공약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지방선거에 적합한 기획. 참신하고 재미있는 시도였고, 유권자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툴로 활용됐다. 다만 10여개 문항이 얼마나 정확하게 분류됐는지엔 의문이 남는다. 자칫 재미위주로 흐를 수도 있다는 평가와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기획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상권에 들지는 않았지만, 역시 ‘6.13 지방선거 후보자 알리기 프로젝트’를 보도한 MBC 강원영동의 기획물도 의미 있는 기사였다. 한국일보가 전문보도부문에 출품한 ‘한국 도심에 방치된 한국전쟁 탄흔’은 “사진으로 찍기 어려운 기획이었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는 칭찬을 받았다.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시리즈
중앙일보 정종훈 기자
‘저희 아버지는 27년째 누워계시는 중증장애인이십니다.’ 지난 5월 중앙일보 복지팀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신성식 팀장이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분석하는 기사를 쓴 직후였다.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딸은 “27년째 간호 중인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셔서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가정 돌봄 제도의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였다.
지난해 ‘사회적 입원’ 기획 시리즈를 보도하면서 집에서 돌볼 수 밖에 없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확인한 터였다. ‘이참에 이들에 대해서 깊숙이 취재해보자.’ 중앙일보 복지팀은 묵은 숙제를 풀어내듯 가정 돌봄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기초 취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병원에 갈 수 없고, 온전히 가정에서 챙겨야하는 환자들의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내몰린 환자와 그 가족 사례도 ‘맨 땅에 헤딩’하듯 찾아야 했다.
하지만 한 달에 걸쳐 20명의 환자와 가족들을 인터뷰할수록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해갔다. 대부분의 취재원은 기자가 집에 오는 걸 꺼리지 않았다. 사진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길게는 수십년간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너나없이 쏟아냈다. 아픈 아이와 24시간 함께 하는 부모들은 눈물이 그치지 않았고, 기자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관련 통계도 처음 확인했다. 정부와 산하기관 등에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가정 돌봄 환자가 100만명 안팎이라는 사실을 공개할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저희 목소리를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중하로 이어지는 기획 시리즈가 보도된 뒤 한 재가 환자 가족이 중앙일보 복지팀에 보내온 메시지다. 기사가 나간 뒤 가정 돌봄 가족들을 돕겠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더 힘든 이들을 지원해달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정부가 제도적 허점을 메우고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줄여주길 원했다.
가정 돌봄 가족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사회적 관심이다. 이번 보도가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조금이나마 이뤄주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군 병원의 위험한 불법 의료 실태 연속 단독 보도 S…
군 병원의 위험한 불법 의료 실태 연속 단독 보도
- SBS 한세헌 기자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부를 때는 국가의 아들, 아플 때는 당신의 아들입니까?” 사단 의무대와 군 병원을 떠돌다 숨진 고 홍정기 일병. 2년이 지났지만, 아들을 먼저 보낸 충격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게 해 달라.” 어머니의 바람은 간단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루기 위해 SBS ‘끝까지 판다’ 팀이 집중한 것은 ‘군내 무면허 진료’였다. 홍 일병이 세상을 떠난 것은 결국 군내 전문 의료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단 의무대에서 혈액 검사만이라도 제대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지키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조차 의심하게 하는 심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다. ‘보안’을 최우선시하는 군의 특성 때문이었다. 찾아가고, 묻고, 요청하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답은 없었고, 자료는 오지 않았으며, 관계자들은 침묵했다. 서류 한 장, 진술 한 마디, 영상 한 컷을 얻고 듣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사실관계 하나하나를 ‘발바닥’으로 모으며 석 달 간의 취재를 이어갔다.
군대 그리고 의료, 두 특수 분야의 교집합을 취재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도를 이어갈수록 취재 의도에 공감해주는 전문가들이 늘어났고, 국회와 군 내부에서도 응원 메시지와 함께 예상치 못했던 도움의 손길이 도착했다. 그 덕에 어렵게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여기가 끝이구나. 더는 못 하겠구나.’ 좌절감과 낭패감에 괴로워할 때, “우리의 무기는 충분한 시간”이라며 토닥여주던 양만희, 서경채 부장. 탁월한 판단·분석력으로 길을 보여준 정명원, 이병희 데스크. 외로운 취재 과정을 함께해준 조창현, 김종원, 박하정, 정성진 기자와 작가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먼저 간 아들을 위해서라도 취재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군 피해치유센터 함께’ 어머니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 순간에도 주어진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60만 국군 장병께 모든 공을 바친다.
예멘인 난민 입국 최초 보도 및 연속 보도 제주신보
예멘인 난민 입국 최초 보도 및 연속 보도
- 제주신보 좌동철 기자
지난 4월 말이었다. 잊어버릴 만하면 연락을 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던 중학교 동창생이 하는 말이 생뚱맞았다. 동창생은 모 항공사 직원으로 제주국제공항 카운터에서 근무한다. “예멘이라는 나라 알고 있냐?…중동에 있는 것 같은데…얘네들이 요즘 80명씩 들어온다…뭐, 예멘사람들이 제주에 온다고?…출입국 쪽에선 골치가 아픈 것 닮아.”
예멘을 검색해보니 내전을 치르고 있다는 기사가 떴지만 감(感)이 잡히지 않았다. 간신히 난민 신청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물어보며 본격 취재에 들어갔다.
지난 5월 3일자 제주신보 1면에 ‘3년 넘게 내전이 한창인 중동 예멘인 78명 제주공항에 왜?’라는 제목 하에 이들의 입국 사실을 국내 언론에선 처음 보도하게 됐다. 처음엔 매일 입국하는 예멘인들의 통계는 물론 난민 심사 절차와 체류 문제 등 기초적인 사실부터 확인이 어려웠다. 제주출국입국에 있는 난민 심사관은 1명이었고, 제주도에 아랍어 전공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멘인들이 탑승한 항공기가 도착할 때마다 부산에서 아랍어 통역사를 불러와야 했다.
5월 초 기사를 썼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최빈국에서 온 이들의 거주와 생계와 관련, 문제가 터질 것이라 직감했는데 후속 보도가 녹록지 않았다. 제주도민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운이 따랐는지 예멘인 120명이 중저가 호텔을 통째로 빌려 거주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달간 이들과 어울렸던 호텔 사장의 ‘실용 영어’와 포털사이트의 한글↔아랍어 번역기 덕분에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5월 24일자 신문에 르포 기사를 낼 수 있었다. 6월에 접어들면서 중앙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예멘 난민 사태를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제보를 해준 중학교 동창과 난민 업무로 경황이 없는 가운데도 귀찮은 내색 없이 사실관계를 잘 설명해준 제주출입국 직원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하고 싶다.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성원을 해 준 김대영 편집국장과 연속 보도에 힘을 실어준 홍의석 기자를 비롯해 편집국 식구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