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단독보도 J…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단독보도
- JTBC 강인식 기자
JTBC는 올 초부터 ‘탄핵 국면과 촛불 집회’ 당시 ‘군의 병력 출동 검토 의혹’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국방부와 국회를 두루 알아보는 과정에서, 취재원으로부터 군 조직이 ‘촛불집회 당시 군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를 토대로 추가 취재한 결과, 당시 국회 국방위 여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실이 매우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JTBC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2월 한민구 전 국방장관 지시로 국방부가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서 ‘군 내부의 위수령 폐기 의견이 없는 것처럼 조작’한 문건들을 입수해 다음날 연속 보도했다(2018년 3월20~21일 4차례 보도).
그러자 “국회의원의 질의에 따라 국방부가 만든 문건을, 마치 군이 병력 출동을 스스로 검토한 것처럼 왜곡 보도했다” “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반론이 나오기 시작됐다. 우리는 이미 이 문건이 의원의 질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지만, 보다 확실한 ‘물증’이 필요했다.
4개월여 간 이어진 취재 끝에, JTBC는 7월5일 ‘실행 의지가 분명히 담긴 것으로 보이는 계엄령 문건’, 즉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도하게 됐다. 문건은 광화문에 공수부대를, 여의도에 기계화사단을 투입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계획을 담고 있었다. ‘전두환의 보안사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바로 그 ‘실행 계획’이었다.
JTBC는 ‘물증 없는 소문’이나 ‘첩보’ 수준으로 제기됐던 ‘촛불집회 당시 군의 계엄령 검토 의혹’을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기무사의 월권적 ‘계엄령 검토’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JTBC 보도 직후 해외 순방 중임에도 ‘국방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도록 명령했다.
무엇보다 우리 보도는 ‘군의 정치 개입’이라는 오래된 문제의식을 ‘기무사 개혁’이라는 실천으로 이어지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덧붙이자면 JTBC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 보도’를 가능케 한 동력 중 하나는 ‘우리 보도에 대한 수많은 공격과 반론’이었다. 그런 공격들로 인해 우리는 취재 내용을 더 예리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정확하고 파괴력 있는 팩트에 접근할 수 있었다.
우리 보도로 인해 촉발된 계엄령 문건 수사와 기무사 개혁은,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JTBC는 이 과정에서 성실한 관찰자이자 시민의 감시견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BMW 주행 중 차량화재’ 연속보도 SBS
‘BMW 주행 중 차량화재’ 연속보도
- SBS 고정현 기자
‘초보운전’ 딱지를 아직도 붙이고 다닐 정도로 운전 경력이 짧은 저는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하는 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문득 내 실수로 혹은 남의 실수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상상해보곤 공포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만약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이상 빠르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더니 보닛에선 연기가 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게다가 힘겹게 갓길에 정차를 했더니 불길까지 치솟는 다면요. ‘BMW 차량 주행 중 화재’를 취재하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더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보내 준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영상에는 이런 생사를 다투는 다급함이 찍혀 있었습니다. 내 아이 혹은 연인, 부부끼리 BMW를 탔던 피해자들은 “내 가족이 타는 차에 이런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습니다.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나와 내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뻔한 끔찍한 기억인 겁니다.
관련 통계가 없어 수작업으로 계산한 ‘BMW 차량 화재’ 통계를 들이밀고 이런 이야기를 ‘BMW코리아’에 전달했더니 “대다수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불법개조 사례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마디로 ‘잘 모르겠지만, 운전자 잘못 때문에 불이 난 사례는 있다’는 겁니다.
7월15일 첫 보도가 나간 다음날 국토부는 ‘자체조사(사실상 강제조사)’ 명령을 내렸습니다. 며칠 뒤 BMW는 ‘자체리콜’을 결정했습니다. 국토부는 뒤늦은 대응이 아니라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고, BMW는 ‘EGR 모듈’이 문제라는 화재원인 결과가 하필이면 그 때쯤 나왔다고 합니다.
7월15일 보도에도 썼지만, 실상은 BMW가 작년 말부터 주행 중 불이 난 520d 9대를 대상으로 ‘기술 분석’에 들어갔었다는 겁니다. ‘기술 분석’은 차량 제조사가 기술적 결함을 인지했을 때 시행하는 것으로 ‘기술 분석 자료’는 관련법에 따라 국토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BMW는 이런 사실에 대해 반년 넘게 입도 뻥긋 하지 않았고, 취재를 시작하자 ‘불법 개조’를 들먹였습니다. BMW가 ‘쉬쉬’하고, 국토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운전자 20여 명은 고속도로 한복판에 불난 차를 세워두고 갓길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습니다.
차량 화재, 특히 주행 중 차량화재는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제라도 BMW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토부의 철저한 원인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에 상을 받은 건 지난 3월3일 관련 내용을 이미 보도했던 배정훈 기자의 도움이 컸습니다. 영광을 돌립니다.
‘노동orz: 우리 시대 노동자의 초상’ 보도 한…
‘노동orz: 우리 시대 노동자의 초상’ 보도
- 한겨레 고한솔 기자
“노동 현장에 직접 들어가 보자.”
운을 뗀 건 작년 12월이었습니다. 팀원들이 한마음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과 ‘인권’의 현장을 헤매다가도 ‘우리는 그 노동의 민낯을 정말 알고 있을까?’ 의문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선 기자들이 가닿을 수 있는 최선은 당사자와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겨레> 24시팀은 노동 현장의 최전선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2009년 <한겨레21>의 연속보도 ‘노동OTL’ 이후 10년 만입니다.
화장품 제조공장, 콜센터, 프랜차이즈, 플랫폼 배달업체, 게임업체에 차례로 투입됐습니다. 구직부터 퇴사까지 두 달 가까이 현장에서 지내면서 고질적인 문제인 ‘야간노동’, ‘감정노동’,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인 ‘플랫폼 노동’, ‘감시노동’,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시간 노동’ 문제를 차례로 짚었습니다. 배달일을 하다 두 차례 사고를 당해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 약속과 달리 야간에는 1명만 투입하겠다는 사측의 경영 방침 변화로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돌발상황이 거듭 발생했지만, 덕분에 통계 수치나 전언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생생한 1인칭 시점의 경험이 기사에 담겼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두 달이란 시간은 ‘낯설게 바라보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의미와 모순을 모두 담아내는 데 아쉬움을 남긴 기간이었다 생각합니다. 현장의 경험을 기사로 옮기던 밤, 이 문장들이 ‘홀로 뜨거운 문장들’은 아닐지 고민하던 순간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취직 전 알바하던 때가 생각나 메일 보내본다’, ‘공고 교사인데, 배달 일하는 제자들이 많아 가슴이 아팠다’, ‘야간출근하는 길에 읽다 가슴이 멍해졌다’는, 현장 노동자이자 독자였던 이들의 메일이 어느 때보다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일터에서 만난 동료들이 기꺼이 날 것 그대로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일을 마친 뒤 취재 목적을 알렸을 때 놀라다가도 두 손 맞잡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의 따스함이 잊히질 않습니다.
이번 기획은 일선 업무에서 잠시 손을 뗄 수 있도록 빈자리를 메꿔준, 기획에 참여하지 않은 24시팀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웹툰을 그려준 이재임 작가의 공도 컸습니다. 분량이 긴 체험형 르포기사의 특성상 독자들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기사를 웹툰으로 재가공했습니다. 이 작가는 기사를 만화화해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부가 등 돌린 장애인운동선수’ 보도 경기일보
‘정부가 등 돌린 장애인운동선수’ 보도
- 경기일보 김승수 기자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공단)가 연이은 ‘입장 뒤바꾸기’를 하며 경기도 내 장애인운동선수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지난 2016년 공단은 장애인운동선수 고용을 촉진하고자 경기도장애인체육회(체육회),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진흥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장애인운동선수 간 고용 매칭 사업을 진행했다. 장애인운동선수는 기업에 고용되고, 법적으로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해야 하는 기업은 장애인운동선수를 채용해 법적 기준을 채우는 이른바 ‘상생사업’이 시작된 셈이다. 그 결과 도내에 약 80명의 장애인운동선수가 기업에 취직했고 사업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돌연 공단은 기업에 취직한 장애인운동선수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후 장애인들은 해고될 위기에 몰렸고, 기업 역시 고스란히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할 처지에 몰렸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가 삼자대면을 한 자리에서 공단 측 관계자가 장애인운동선수가 기업에 고용이 되면 기업들로부터 납부받는 장애인고용분담금이 줄어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관계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증언들이 그 발언의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본보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셌다. 결국 공단은 두 달 뒤인 지난 7월12일, 장애인운동선수 80여 명을 근로자로 다시 인정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그 사이 기업에 취직한 장애인운동선수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말 못할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번 사태를 취재하면서 만난 전문가들은 장애인운동선수에 대해 이제는 정부가 직접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장애인운동선수를 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가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펴면 장애인들에게는 더 큰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어 정부가 일관성 있는 사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직접 장애인운동선수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장애인운동선수를 채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해고위기에 내몰린 장애인운동선수들에게 생계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라고 묻자 그들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생계보다도 사회로부터 또 소외받는 것 같아 너무 슬프다” “이제는 장애인운동선수 고용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장애인운동선수의 입에서 “또다시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걸 느꼈다”는 말이 나와선 안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