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핵 폐기물 불법 매각’ 최초 및 연속 보도
- 대전MBC 조명아 기자
#핵폐기물이 사라졌다.
우려는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측은 최근 서울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와 대전의 원자력연구원 시설들을 해체하면서 나온 핵폐기물이 없어졌다는 대전MBC 보도 내용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실종 핵폐기물은 납 27t과 구리 5.2t, 금 300g 등으로 알려졌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핵 폐기물의 행방을 여전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랬나?
범인은 원자력 마피아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과거 연구원 직원 일부가 핵폐기물을 관행적으로 협력 업체 등을 통해 팔아온 것으로 안다는 한 통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신빙성 있는 제보자였지만 ‘설마, 그렇게 까지?’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라진 핵폐기물을 원자력연구원 내 전·현직 직원들이 훔쳐다 판 것으로 보고 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원인은 ‘안전 불감증’이다
이전에 문제가 발생할 때도 원자력연구원은 한결 같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소수의 일탈 행위로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협력 업체 직원 등 일부의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연구원측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원의 시스템 문제로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원자력연구원이 ‘별문제 없다’는 안전 불감증에 빠져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고 뼈를 깎는 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예리한 ‘감시견’이 필요하다
원자력은 지금까지 소수의 영역이었습니다. 과학 지식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관련 시설은 대부분 국가 1급 보안 시설로 지정돼 있어 접근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감시와 견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원자력 마피아가 생겨났고 각종 부패와 사고는 자연스럽게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만의 영역으로 두면 안 됩니다.
연구원 1.5km 반경에만 3만5000여 명이, 대전에는 15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대전MBC가 원자력연구원을 예리하게 지켜보며 계속해서 높은 문턱을 넘어가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33회 전체 총평
제33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66편의 작품이 출품돼, 5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취재와 기획보도 부문에 내공이 만만치 않은 다양한 작품들이 추천됐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시민의 편에 서서 땀 흘리며 열정적으로 취재하는 기자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SBS 정책사회부가 출품한 ‘음이온 침대서 라돈 검출 연속보도’가 선정됐다. 시민 일상생활의 핵심공간인 침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제보로부터 시작해 탄탄한 취재로 차분하게 끌고 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의 취재 과정에서 여러 제보와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겪게 되지만, 이번 보도에서는 이를 다양한 기관과 해당 업체에 꼼꼼하게 검증함으로써 반론보도까지 치밀하게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제보-기획-현장취재-검증-보도-반론보도까지 좋은 취재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JTBC 탐사제작팀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북한식당 탈북 의혹 풀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을 놓고 노출을 꺼리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 확인 및 검증하고 전달함으로써 저널리즘의 기본정신에 충실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념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 다들 짐작하거나 알고 있을지라도, 설이나 추정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검증함으로써 보도의 밀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인터뷰 과정에서 너무 단정적이고 유도성 질문을 던진 점과 미스테리물처럼 과도한 뜸 들이기로 호기심을 높이는 진행방식보다는 담담하게 풀어갔으면 훨씬 의미를 살렸을 것이라는 제언도 제기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CBS경인센터의 ‘3대 걸친 사학적폐 서울예대의 민낯 연속보도’와 대전MBC의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불법 매각 최초 및 연속보도’ 두 편이 선정됐다.
CBS경인센터의 보도는 불필요한 인도네시아산 악기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 족벌사학의 민낯을 드러냈고,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무시한 채 대입 전형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뻔뻔함을 잘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전MBC의 보도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내부 문건을 확보한 뒤 이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들의 무단처리 실태를 확인했다는 점과 함께 2016년부터 꾸준히 방사성 폐기물 무단투기 의혹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취재노력을 기울여온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중앙일보 디지털콘텐트랩의 ‘디지털스페셜 우리 동네 의회살림-풀뿌리 가계부 시리즈’가 뽑혔다. 329회 기자상에 선정된 SBS의 ‘2018 예산회의록 전수분석-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어요?’에 이어 의회의 살림을 다룬 전문보도 부문의 수상으로, 심사위원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데이터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들의 혈세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검증이 필요한 기초의회의 예산과 조례 등을 정보공개 청구와 세출영수증 대조 등의 꼼꼼한 작업을 통해 검증 가능하도록 작업을 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데이터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열심히 새로운 시각과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온라인보도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기술개발자와 통계분석가 등 관련자들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