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3편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획보도 서울신문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획보도
서울신문 이혜리 기자
그럼에도 취재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언론에 간간이 발생기사로만 노출되던 간병살인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과 보건복지부 산하 심리부검센터에 남아 있는 기록, 언론 보도 전수 검색 등을 통해 간병 살인 케이스를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간병살인 가해자가 총 154명, 희생자 213명이란 데이터가 도출됐습니다. 가족의 목을 조르고 수면제를 건넨 이들은, 한때 가족에게 헌신적이었지만 끝 모를 간병의 터널 속에서 무너져 내린 평범한 이웃들이었습니다.
무작정 주소지로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간곡하게 요청하는 일을 석 달여간 반복했습니다. 마침내 10여명의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뇌졸중 어머니와 암에 걸린 아내, 장애를 지닌 딸까지 3대를 간병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취재원이 담담하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을 때, 눈물을 흘린 것은 당사자가 아닌 취재진이었습니다.
다행히 취재를 하며 느꼈던 감정과 문제의식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연재기간 많은 독자들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간병의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하거나, 스토리텔링 기사에 등장한 간병살인 당사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면서 연락처를 묻는 분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간병 가족들의 고통을 사회가 함께 나누어 질 수 있는 범정부적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랍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그 과정에 촉각을 기울이겠습니다.
이번 기획을 가능하게 해 준 취재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가르침을 주신 유영규 탐사기획부 부장과 충분히 취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박찬구 편집국장 및 회사에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새로 쓰는 우리예절-신예기’ 시리즈 동아일보
‘새로 쓰는 우리예절-신예기’ 시리즈
동아일보 임우선 기자
지난 2월, ‘새로 쓰는 우리예절-신(新)예기(禮記)’ 시리즈 첫 기획회의를 위해 10여명의 남녀기자가 편집국 회의실에 모였다. 창간 98주년을 앞두고 ‘왜 우리사회의 남녀, 노소, 계층은 갈수록 단절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일상 속에서 서로의 사정을 공감하고 배려할 수는 없을까’, ‘사회변화와 맞지 않는 오랜 예법의 대안은 무엇일까’ 등을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가 신예기였다.
우리의 결혼, 제사, 장례 문화에서부터 어색한 친인척 호칭, 노인을 대하는 예절, SNS 예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가 논의됐다.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문제들이지만, 정작 취재나 보도에서는 소외돼 있던 생활의 이야기였다. 우리는 무거운 주제여도 딱딱하지 않게, 독자들과 호흡하며 재밌게 보도해보기로 했다. 독자 제보와 취재원의 사연을 중심으로 기사를 풀되, 문제의식을 던지는데 그치지 않고 각 예법의 문화적 연원에 대한 전문가 취재 및 대안 제시도 해보기로 했다. 온라인 기사에는 기사 내용을 요약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곁들이는 시도도 처음으로 했다.
이렇게 시작된 신예기는 3월부터 9월까지 반년 동안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신예기의 온라인 총 조회수는 3800만 건에 달했고,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졌다. 기업들의 친가-외가 상조휴가 차별이 시정되고 여성가족부의 친인척 호칭 개정이 시작됐다. 마지막 추석편이 나가고는 ‘덕분에 화목한 명절이었다’ ‘전 안 부친 건 난생 처음’이라는 독자 피드백이 쏟아졌다. 신예기 첫 회의 동력이 마지막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함께 고민하고 호응해 주신 독자들 덕이다.
신예기팀을 믿고 끌어주신 강수진 부국장 이하 선배들과 바쁜 출입처 업무 속에서도 오랜 기간 신예기 취재에 최선을 다해준 8명의 팀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도 팀의 일원으로 끝까지 힘이 되 준 노지현 전 기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귀엽고 재치있는 박초희 선배의 일러스트와 하승희 선배의 편집, 디지털뉴스팀의 애니메이션 덕분에 신예기가 독자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었다. 낮밤 없는 기자의 삶 속에서 늘 부족한 아내, 엄마, 딸, 며느리였음에도 웃어준 가족들에게 상을 돌린다. 새로운 기획을 호평해주신 기자협회에 감사드린다.
대학생 택배 알바 감전사… 열악한 환경 보도 대전…
대학생 택배 알바 감전사… 열악한 환경 보도
대전CBS 김미성 기자
고강도 노동 ‘1위 직군’ 택배 물류센터. 택배 물류센터의 노동강도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돌연 감전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열흘 뒤 20대 꽃다운 청년은 세상을 떠났다.
청년은 그저 운이 나빴던 것일까. 단순 사고로 보기엔 현장이 너무 열악했다. 사고가 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십여 명의 전·현직 노동자를 접촉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위험하고 살인적인 택배 물류센터의 작업 현장을 지적했다. “우리 아들이 아니어도 누군가 당했을 사고”라던 유족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두 달 동안 20여 개가 넘는 기사를 쏟아냈다. 노동자들의 증언부터 물류센터의 열악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담아 20대 청년의 죽음이 인재임을 지적했다. 그 결과, 고용노동청은 특별감독에 착수했고, 경찰은 CJ대한통운과 하청업체, 전기안전관리업체 관계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용노동청은 더 나아가 사고가 발생한 CJ대한통운 외 국내 굴지의 택배 업체인 한진과 롯데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에 착수해 다수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최근 선배 기자는 사고가 난 물류센터에서 직접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 보도 이후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레일을 전부 세운 휴식 시간이 새롭게 부여됐고 CJ대한통운의 경우 근로자가 레일 등에 끼었을 때 바로 작동을 멈출 수 있는 비상정지 장치가 전 레일에 설치됐다. 물론, 아직 더 개선이 필요하고 택배 물류센터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수사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CBS는 이번 사안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등록금을 벌어보겠다며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20대 청년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늘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남편과 콩콩이, 직접 물류센터 아르바이트까지 나섰던 고형석 선배와 부족한 후배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 대전CBS 보도제작국 선배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