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으로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현장 기록(사진보도부문)
취재후기
(222회)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현장 기록/ 경남도민일보
참사가 일어난 2월9일 그날은 유난히도 추운날 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봄이 온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포근한 날의 연속이었지만 마치 참사를 예견이라도 하듯 강풍을 동반한 맹추위가 아침부터 기세를 떨쳤다.
방한복으로 중무장한채 박일호 기자와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무선인터넷의 수신상태를 점검하며 마감에 대비한후 취재 구역을 분담해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계속된 강풍과 추위속에도 관광객들의 행렬도 줄을 이었다.관광객들은 방화안전선 바같쪽 성벽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자리하며 불 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8시10분께 행사 시작과 함께 억새밭 사방에서 동시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5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억새불은 정점에 달하며 소위 그림 되는 장면을 곳곳에서 연출하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과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완벽하게 조화가 되는 환상적인 사진구도로 예년 행사때는 볼수 없었던 기가 막한 장면이었다.1면 사진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역대 최고의 장면이었다.
좋은 1면사진을 건졌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마감을 위해 장비를 챙겨 철수 준비를 시작 했다.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을 나서려는 순간 메케한 연기와 함께 집채만한 불길이 우리쪽을 덮치기 시작했다.
희뿌연 연기는 시야를 가려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불길의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들게 했다.
숨조차 쉴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일대를 가득 메웠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된다는 생각보다 이러다가 큰변을 당할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는 순간 이었다. 관광객들은 소리를 지르며 공포를 토해 냈다.
할수 있는 일이라야 모두들 윗옷을 얼굴에 감싸고 불길을 등진 채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대혼란속으로 빠져 버린 순간이었다.
나도 두눈을 꼭감고 두손으로 입을 막은후 매케한 연기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불길을 향해 돌아서 카메라를 들이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사진기자라는 생각을 잠시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아차 하는 생각에 정신을 차린후 카메라를 들이 됐다.
숨을 가다듬은 후 돌아서서 2-3컷을 눌렀다가 다시 돌아서서 두눈을 감고 입을 막아야 했다.제대로 눈을 뜨고 촬영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햐얀연기는 플래쉬 불빛을 되돌려 보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최악의 촬영조건 이었다.아우성치는 사람들의 소리만이 귓전을 때릴뿐 상황 파악이 안되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정신 없이 셔터를 눌렀다.
수십컷의 사진이 완성 될무렵 지옥같은 상황도 서서히 끝나가는 듯 했다.
불과 10여분만에 일어난 대형참사였다.
여기저기서 가족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모두들 전화기를 들고 애를 태우고 있었다.나도 반대편에 있던 박일호기자와 통화 시도를 해봤지만 불가능했다.가까스로 박기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마감을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아들과 아내,남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절규만 뒤로 한 채.....
시꺼멓게 변한 5만여평의 억새밭위로 무심한 대보름달만 서글픈 하산길을 밝혀 줄뿐이었다.
이 회차 수상작 2009년 2월
제222회(2009년 2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