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현장 기록 경남도민일보
참사가 일어난 2월9일 그날은 유난히도 추운날 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봄이 온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포근한 날의 연속이었지만 마치 참사를 예견이라도 하듯 강풍을 동반한 맹추위가 아침부터 기세를 떨쳤다.
방한복으로 중무장한채 박일호 기자와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무선인터넷의 수신상태를 점검하며 마감에 대비한후 취재 구역을 분담해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계속된 강풍과 추위속에도 관광객들의 행렬도 줄을 이었다.관광객들은 방화안전선 바같쪽 성벽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자리하며 불 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8시10분께 행사 시작과 함께 억새밭 사방에서 동시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5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억새불은 정점에 달하며 소위 그림 되는 장면을 곳곳에서 연출하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과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완벽하게 조화가 되는 환상적인 사진구도로 예년 행사때는 볼수 없었던 기가 막한 장면이었다.1면 사진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역대 최고의 장면이었다.
좋은 1면사진을 건졌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마감을 위해 장비를 챙겨 철수 준비를 시작 했다.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을 나서려는 순간 메케한 연기와 함께 집채만한 불길이 우리쪽을 덮치기 시작했다.
희뿌연 연기는 시야를 가려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불길의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들게 했다.
숨조차 쉴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일대를 가득 메웠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된다는 생각보다 이러다가 큰변을 당할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는 순간 이었다. 관광객들은 소리를 지르며 공포를 토해 냈다.
할수 있는 일이라야 모두들 윗옷을 얼굴에 감싸고 불길을 등진 채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대혼란속으로 빠져 버린 순간이었다.
나도 두눈을 꼭감고 두손으로 입을 막은후 매케한 연기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불길을 향해 돌아서 카메라를 들이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사진기자라는 생각을 잠시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아차 하는 생각에 정신을 차린후 카메라를 들이 됐다.
숨을 가다듬은 후 돌아서서 2-3컷을 눌렀다가 다시 돌아서서 두눈을 감고 입을 막아야 했다.제대로 눈을 뜨고 촬영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햐얀연기는 플래쉬 불빛을 되돌려 보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최악의 촬영조건 이었다.아우성치는 사람들의 소리만이 귓전을 때릴뿐 상황 파악이 안되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정신 없이 셔터를 눌렀다.
수십컷의 사진이 완성 될무렵 지옥같은 상황도 서서히 끝나가는 듯 했다.
불과 10여분만에 일어난 대형참사였다.
여기저기서 가족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모두들 전화기를 들고 애를 태우고 있었다.나도 반대편에 있던 박일호기자와 통화 시도를 해봤지만 불가능했다.가까스로 박기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마감을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아들과 아내,남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절규만 뒤로 한 채.....
시꺼멓게 변한 5만여평의 억새밭위로 무심한 대보름달만 서글픈 하산길을 밝혀 줄뿐이었다.
창녕 화왕산 참사 현장기록 경남CBS
경남CBS 김효영 보도팀장
지난 2월 9일 경남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 중 불길이 관람객을 덮친 시각은 오후 6시 20분. 같은 시각 취재기자로부터 “불길이 번져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숨가쁜 보고가 들어왔다.
1보가 송고된 시각은 6시 24분.
소방서 신고가 6시 26분에 됐으니, 소방서 인지시각보다 2분이 빨랐다.
이후 취재기자는 참혹한 현장을 영상으로 담았다.
강한 바람을 탄 불길이 사람들을 마구 덮치고, 불똥이 사방을 날아다니는 현장에서 달아나지 않고 영상을 찍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영상 속에는 몸에 불이 붙어 쓰러지는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과,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울부짖음이 그대로 담겼다.
<노컷뉴스>를 통해 영상이 보도되자 순식간에 150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언론에서 이 영상과 영상 속 사진을 인용 보도했다.
참사발생 보도 후 취재팀은 사고원인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3년전에도 참사 위기 있었다’, ‘3년 전보다 안전요원 오히려 줄여’, ‘참사직전까지 안전조치 전혀 하지 않았다’ 등 행사 주최 측의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를 고발하는데 집중했다.
사고발생부터 장례식까지, 기사는 물론 영상과 사진까지 4명뿐인 취재팀이 감당하기에 불가능해 보였다.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해야했다. 보도에 대한 열정과 동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팀워크를 발휘하게 한 것 같다.
송봉준, 이상현, 최호영 기자와 가족들에게 감사와 함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야식을 싸들고 찾아와 주셨던 김승동 본부장님과 여러 가지로 취재팀에 힘을 준 직원들에게도 감사하다.
그러나, 죄책감도 씻을 수 없다.
밤에 수많은 사람을 산에 모아놓고 불을 지르는, 무모한 행사의 위험성을 사전에 보도하지 못한 점, 희생자들의 유족과 부상자들에게 사죄드리고 싶다.
검사기관도 속이는 원산지 둔갑 시리즈 마산MBC
"이상훈 씨! 여기 기자협횝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셨거든요."
워낙 쟁쟁한 출품작들이 많아서 속으로 '그래, 출품한 게 어디야'하며 큰 기대없이
지내던 내게 초대형 사고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이상하게도, 당시 취재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른 건 왜일까.
전국 세관직원들에겐 이미 유명인사가 된 문제의 수산물 수입업자...그 분(?)의 물건이 중국에서 입항하는 장면부터 찍기 위해 인천항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혹시나 인천항 직원을 통해 정보가 새 나갈까봐 몰래 촬영하다 들키고, 결국 촬영 테이프마저 뺏길 뻔한 위급한 상황....이 상황을 마무리하느라 남의 구역에서 진땀 뺀 마산세관 직원들...
가짜 원산지 스티커를 붙였다 떼는 장면을 찍기 위해 하역 인부처럼 옷을 입고, 촬영 스태프는 물론 세관 직원까지 동원해 예닐곱 명이 창고 부근을 돌며 하루 종일 망을 보던 일..
그 세찬 짠 바람을 맞아가며 차 안에서 먹었던 햄버거와 콜라... 평소와 다르게 냉동창고 안 깊숙한 곳에서 스티커 작업을 하는 바람에 용달차 직원처럼 냉동창고 근처까지 가 함께 즉석 연기까지 펼친 주상동 카메라 기자...
이 모든 분들의 노력 끝에 결정적인 증거 화면을 촬영할 수 있었고 낌새를 눈치챈 업자와
관련자들이 증거를 없애려는 순간, 드라마처럼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떨어져 현장에서 핵심적인 증거물들을 확보하기까지....
단 한 군데도 편한 취재가 없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원하던 것들을 모두 뽑아내 한숨을 돌리던 즈음, 세관과 수산물 검사원의 원산지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발생한 원산지 둔갑 수법 때문에 가슴 아프게도(?) 세관과 수산물 검사원을 지적해야만 하는 비극적 운명까지.
드라마를 써도 될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아이템들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 전국의 모든 수입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조사가 이뤄졌고, 수산물 검사원과
세관이 원산지 정보 공유 시스템을 만들어 보도의 여파가 제법 있었다.
꼭 한 번 받아 보고 싶은 상을 받은 지금, 난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상이 독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및 이메일 사태 MBC
MBC 보도국 법조팀 이정은 기자
서울중앙지법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가을부터 들려왔다. 당시 형사단독판사들의 사무실에 일일이 찾아가 물어봤지만 이미 "덮고 넘어가기로 한" 일이 된 마당에 형사단독판사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아 잠정적으로 취재를 보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한 판사가 인사이동을 앞두고 "사실은 맞는 내용이었다"며 양심고백(?)한 것을 계기로 막혔던 취재가 풀리기 시작했다. 부담을 느껴서인지 누구도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지 않아 이 사람에게 이 부분을, 저 사람에겐 저 부분을 취재해 퍼즐을 맞추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 지나간 일을 왜 이제와서 취재하냐, 이미 신영철 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된 마당에 어떤 의도가 있어 취재하는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 할 수록, 법원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상당수 소장판사들이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취재를 시작한지 다섯달 만에 결국 보도를 하게됐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기사가 사법부 독립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문제제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과, "취재에 응한 판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를 "사법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소장판사들에 대한 악의적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23일 대법원은 "재판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우리 사법부가 그나마 자기 반성을 통한 최소한의 자정기능은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상당수 판사들은 "MBC 보도로 사법부가 치부를 들어내고 일신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했고, 고맙다고 인사한 판사들도 있었다. 아직도 이번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사법부 스스로가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마무리해주길, 그래서 이번 보도가 사법부의 신뢰를 오히려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