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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회 (2009년 3월)

수상작 6편 · 출품 후보작 3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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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6편

심사평

제22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민규(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원장) 미국 시애틀 타임스 기자를 역임했고 워싱턴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강의하고 있는 더그 언더우드(Doug Underwood) 교수는『MBA들이 편집국을 지배 할 때 (When MBAs Rule the Newsroom)』라는 책에서 우리 언론의 ‘MBA화’를 고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영우선 논리에 밀려 이제까지 언론계에서 소중하게 지켜왔던 공공성, 심층성과 같은 기본원칙들이 점차 사라지고 ‘경제적인 보도’를 선호하는 언론환경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개탄하였다. 이번 제223회 이달의기자상 출품작에서도 더욱 좋은 보도가 될 수 있었으나 재원 문제로 보도가 더 이상 진척 되지 못하는 아쉬운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3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에 출품된 작품은 다른 달에 비해 다소 많은 총 44편으로 예심을 거쳐 최종 15편이 본심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여 최종 6편이 선정되었다. <취재보도부분>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많은 수작이 출품되었다. 최종 심사결과 KBS 사회팀의 ‘고 장자연 친필 문건 단독 입수 및 속보 기획보도’와 한겨레 기획취재팀의 ‘청와대 직원 성매매 혐의 입건 “기강 잡아라” 음주 자제령’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KBS의 고 장자연씨 관련 보도는 만약 보도되지 않았으면 단순자살 사건이나 추측성 루머로 끝날 사안을 쓰레기통을 뒤져서 문건을 입수한 노력 끝에 경찰 수사를 이끄는 사회적 이슈로 승화시킨 기자들의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건보도가 선정적이었고 과연 이 보도로 무엇이 개선되었고 새롭게 밝혀졌는지에 관해서는 다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겨레의 청와대 직원 성매매 혐의 입건 기사도 경찰이나 정부고위층의 은폐하려는 사안을 집요하게 파헤친 발품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겨레 보도는 단순 성매매가 아니라 권력과 업체의 부적절한 ‘로비’ 문제를 파헤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측면도 수상에 반영되었다. 언론이 권력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는 기본 원칙과 사명에 충실한 보도였지만 한편으로 선정적인 제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 문화일보 정치부의 ‘미 여기자 북한군 억류’ 기사와 국민일보 경제부의 ‘자진 반납 3개월 만에 거액 스톡옵션 은행 ‘두얼굴’’ 그리고 동아일보 정치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500만 달러 뇌물 의혹 추적보도’는 기사의 중요성과 보도내용에 의미가 많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심사위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아쉽게 수상작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SBS 뉴스추적의 ‘북에서 날아온 소송장’이 선정되었다. 북한 주민들이 개인자격으로 남한 법원에 유산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으로 이를 통해 소송의 적격성은 물론 향후 남북 간 재산권 분쟁 양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를 차분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는 평가이다. 앞으로 남북문제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소재임에는 의의가 없었으나 보도내용 가운데 중요한 대만, 독일 등 해외사례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많은 심사위원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역취재 보도부문>에서는 대구MBC 뉴스취재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오류, 인권을 말한다’편과 경인일보 지역사회부의 ‘경인운하로 인한 주변 농경지 염분 피해 우려’ 등이 선정되었다. 특히 대구MBC의 ‘국과수 감정오류’ 보도는 그동안 성역처럼 생각했던 국과수 문서감정 분야의 신뢰성에 대한 오류를 장기간에 걸쳐 지적하여 국과수 측으로부터 오류를 인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더욱이 이 보도이후 국과수의 문서감정 분야 인력 충원과 프로그램 개선에 기여하였다는 점은 공공보도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하였다는 평가이다. 대구MBC보도는 지역 언론이 중앙언론의 보도를 이끌어간 흠잡을 때 없는 우수한 보도로 인권보호는 물론 알권리를 충족하고 사회적 윤리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인일보 지역사회부의 ‘경인운하로 인한 주변 농경지 염분 피해 우려’는 비록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상세하게 그간의 논의를 종합하여 심층적으로 보도하였다는 점. 또한 지역밀착형 보도와 대운하 건설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취재하였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전문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 사진부의 ‘나뒹구는 추억, 버려진 문화재, 간이역’이 선정되었다. 열악한 취재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주제를 정해 꾸준히 취재한 기획보도사진의 독립영역을 구축한 의미 있는 사진보도라는 평가였다. 다매체 시대를 맞이하여 보도사진의 개념도 단발성에서 벗어나 심층 및 연속적인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취재보도부분>은 중앙이나 지역에서 우수한 작품이 많이 출품되었으나 미래 언론의 희망인 <기획보도>분야는 경제 불황 여파인지는 몰라도 좋은 작품이 적었던 것이 아쉽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일수록 언론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심층성 강화와 탐사적 성격을 가진 기획보도를 더욱 장려해야만 할 것이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 50억 수수
후보 1-02 취재보도부문 MBC 사회1부 박충희·김재영*·강민구·이정은*·이혜온
“교복 팔아주면 수고비” 중고생에 술접대…도 넘는 판촉경쟁
후보 1-04 취재보도부문 CBS 사회부 윤지나·최인수*
美 여기자, 북한군 억류
후보 1-05 취재보도부문 문화일보 정치부 이미숙
자진 반납 3개월만에 거액 스톡옵션 은행 ‘두 얼굴’
후보 1-06 취재보도부문 국민일보 경제부 황일송·김재중*·김정현*
새차 소비.취득.등록세 동시 인하
후보 1-07 취재보도부문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김영기·김현수*·이철균·심희정*
이광재 “의원직 사퇴..정치 떠나겠다”
후보 1-08 취재보도부문 연합뉴스 사회부 차대운
노무현 전 대통령-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500만 달러 뇌물 의혹 추적보도
후보 1-09 취재보도부문 동아일보 정치부 정원수*·전지성*·최우열
회계법인 오류로 상장사 실적결산 대혼란
후보 1-10 취재보도부문 매일경제신문 증권부 신현규·김대원*·이재화*·서유진
신영철 대법관, 이메일로 재판 압력’-‘신영철 대법관, 헌재소장도 접촉
후보 1-12 취재보도부문 KBS 사회팀 이주형*·이영섭·김귀수*·정윤섭·강민수*·노윤정·남승우·김경진·김현태*
위기의 정보공개 연속 탐사기획
후보 2-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사회부 김용출·김재홍*·나기천·이진경·이귀전·장원주·이태영*
국민 기초생활보장제 10년 긴급 점검
후보 2-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민일보 사회부 권기석·임성수*·문수정·김아진·권지혜
‘위기의 공부방’ 연속보도
후보 3-02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 기획취재부 권희진
시사기획 쌈 국산차 대 해부-부품산업이 녹슬고 있다
후보 3-03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탐사보도팀 이석재·조현관
뉴타운의 숨은 두 얼굴…공익사업법 78조 4항
후보 3-04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보도제작국 박진영*·김경득
고려대 특목고 우대 논란 “고대, 특목고 봐주기?”
후보 3-05 기획보도 방송부문 SBS 김범주*
[스페셜리포트] 위기의 자영업, 탈출구는 없나
후보 3-06 기획보도 방송부문 한국경제TV 산업팀 박정윤·연사숙·유미혜*·송철오·이승필*
빛 바랜 졸업장-청년실업 100만 시대
후보 3-07 기획보도 방송부문
가족이 희망이다-‘위기의 초등생’
후보 3-08 기획보도 방송부문 SBS 사회1부 유병수·김흥수·조제행·한지연*
청년노숙인시리즈 - 88만원 세대, 결국 거리에 나앉다
후보 3-09 기획보도 방송부문 CBS 사회부 윤지나·김효은·최인수*
200억 벤처센터 신축 안전성 흔들 및 연속보도
후보 4-01 지역 취재보도부문 한라일보 정치부 오태현·이승철*
‘비리로 얼룩진 대통령의 고향’ 연속보도
후보 4-02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대구 방송부 우동윤·임현식
남강댐 부산 취수 및 부산 광역상수도 문제 공론화
후보 4-03 지역 취재보도부문 국제신문 사회부 김인수*·배재한·박동필·윤정길·손균근*·박태우*
해남군 복지보조금 횡령 특종과 후속보도
후보 4-04 지역 취재보도부문 목포MBC 보도부 박영훈*·양현승·고재필·문선호
강호순, 장모집 방화사건 규명 단초 마련
후보 4-06 지역 취재보도부문 중부일보 제2사회부 이성남·엄득호·김민욱*·진상호
농협주스에 발암위험 색소
후보 4-07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청주 보도국 최일지·차영수
담양군 의병사업 중복추진 문제점 연속보도
후보 4-09 지역 취재보도부문 광주매일신문 지역사회부 이홍주·김현구*·김기식
KTX 국내최장 금정터널 긴급 점검
후보 4-10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MBC 보도국 조재형·이윤성
영화관 ‘비상 대피통로’ 법 개정 연속 보도
후보 4-11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부산 KBS부 노준철·권태일
어두운 가로등 교통사고 부른다
후보 4-12 지역 취재보도부문 국제신문 사회부 김현주*·하송이
폐광산이 만들어낸 죽음의 하천 연속 보도
후보 4-13 지역 취재보도부문 강릉MBC 보도제작국 김인성·김재욱*
현충사 이순신 장군 고택부지 ‘경매’ 충격
후보 4-14 지역 취재보도부문 대전일보 충남취재본부 김정모·고경호*·이찬선
교도소 직원, 놀면서 시간외 근무수당 빼먹기
후보 4-15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대구 보도국 김가림·김정덕
월미은하레일 설계따로 시공따로 외 연속보도
후보 4-16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인일보 사회부 강승훈*·정진오*·임순석
연속진단/저탄소 녹색지대 한라산숲 명과 암
후보 5-01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라일보 정치부 강시영·문미숙·강경민*·최태경
고비용 저효율 부산 산업단지
후보 5-02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제신문 기획탐사부 박창희*·이노성·김용호
‘영어 유치원은 없다’ 집중취재
후보 6-01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광주MBC 보도국 이재원*·박용필*·박재욱
‘계란 세례 받은 육영재단 이사장’ (사진보도 부문)
후보 7-01 전문보도부문 한국일보 사진부 조영호*
“목조르기 한판, 막가는 국회폭력” (사진보도 부문)
후보 7-02 전문보도부문 한국일보 사진부 최종욱
나뒹구는 추억, 버려진 문화재, 간이역 (사진보도 부문)
후보 7-03 전문보도부문 한국일보 사진부 박서강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나뒹구는 추억, 버려진 문화재, 간이역 한국일보
<나뒹구는 추억, 버려지는 문화재, 간이역> 한국일보 박서강 ^그리 뛰어난 사진도, 사회적 반향이 그다지 컸던 보도도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달의 기자상’ 수상소식은 뜻 밖이었다. 취재과정에서 쏟았던 노력을 굳이 따져보더라도 인터넷에 이미 떠 돌고 있던 정보들을 우직하고 꼼꼼하게 채집했다는 점, 그리고 발 품 좀 팔아서 사진으로 정리해 보여주었다는 점 정도인 것 같다. 여러 가지로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수상작으로 선정해 준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애초에 봄을 맞아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포토에세이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적당한 소재를 찾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시골의 조그만 간이역. 빛 바랜 흑백사진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피사체이자 ‘추억의 아이콘’이다.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역사(驛舍)의 풍경은 봄 가뭄처럼 메말라가는 독자들의 감성을 적셔주기에 알맞을 것 같았다. 기억 속을 더듬어 간이역의 낭만적인 이미지를 찾아 나섰다. ^문득 몇 해 전 한국일보 1면에 실렸던 간이역 사진이 생각났다. 강원 삼척의 도경리역과 태릉의 화랑대역 풍경이었는데 간이역 12곳이 한꺼번에 문화재로 등록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특히 해 질 무렵 촬영한 화랑대역의 단아한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문화재로 등록된 그 간이역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은 역사(驛舍)의 자태도 궁금해졌다. 다행히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인터넷 보급률과 대중화된 디카 덕분에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전국의 간이역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셀 수 없이 많이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진을 차근차근 검색하다 보니 폐허가 된 간이역 몇 곳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들이었는데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역사(驛舍) 곳곳이 부서지거나 폐쇄되었고 각종 쓰레기와 낙서로 어지럽혀져 문화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화재 관리 실태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문제점을 발견한 이상 취재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간이역의 낭만적 추억을 더듬는 대신 허술한 관리실태를 고발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경북 문경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문경에는 관리가 가장 허술한 곳 중 하나인 가은역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바람도 쐴 겸 내 눈으로 현장도 확인할 겸, 일석이조를 노린 여행이었다. 역사(驛舍)의 관리실태가 엉망인 것이 예상과 다르지 않아 취재에 대한 확신은 섰지만 아내와 딸 아이에게는 많이 미안했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 밝고 아름다운 것만 찾아 다녀도 시원찮을 판에 쓰레기가 가득 찬 폐가에서 시간을 반 나절이나 허비 했으니… ^여행을 다녀 온 후 강원 삼척부터 경북 문경, 대구, 전남 순천과 전북 익산에 이르는 본격적인 출장 길에 올랐다. 문제가 된 간이역들은 하나같이 네비게이션 없이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구석에 꼭꼭 숨겨진 채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관광자원화 하겠다던 애초의 취지도 온데간데 없었다. 코레일이나 지자체는 물론 관리감독 해야 할 문화재청 역시 “나 몰라라” 였다. ^다행스럽게도 보도 후 문화재청은 직원들을 즉각 현장에 파견해 문제점을 개선했다고 알려왔다. 다만, 개발계획에 묶여 있거나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어 당장 개선이 어려운 경우는 상세한 안내문을 게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그 후 두 달, 개선했다는 현장을 직접 확인해 보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뜻밖의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내친김에 이번 주말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했을 간이역을 찾아 ‘일석이조 가족여행’이나 한번 더 떠나 볼까 싶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오류, 인권을 말한다 대구…
“경찰과 검찰,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습니다. 부디 제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한 50대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은 영화 같은 제보 내용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한 사건을 두고 두 개의 서로 다른 판결이 났다는 말을 듣고 사실 보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솔직히 인감 위조 사건을 둘러싼 엄청난 진실을 밝혀낼 거라고는 취재진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취재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도장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초동 수사를 한 경찰 관계자들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잘못될 리 없다며 자신만만했다. 경찰과 검찰, 법원 모두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취재진에게도 대형 화재 현장에서나 봤던 국과수 요원들은 항상 신비의 대상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국과수의 감정 오류를 밝혀낸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학수사의 성역이라고까지 불리는 국과수가 잘못을 할 수 있을까? 지역 방송사가 최고의 과학수사 기관을 상대로 취재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고민과 불안감 속에 취재는 계속됐다. 국과수의 감정 오류와 관련한 본격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과수 측이 대구 MBC를 방문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라는 말을 듣고 비로소 그간 취재를 하면서 쌓였던 불안감을 씻을 수 있었다. 또 국과수 문서감정 개선 등의 대책 안을 손에 쥐었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을 느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을 때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후 본격적인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맹신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 ‘국가기관의 문서감정 오류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등 모두 10개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3개월 간 이어진 취재기간 동안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문제가 된 당좌수표의 번호가 잘못됐다는 경찰 측의 주장이 나와 취재가 무산될 뻔했고, 사실 확인을 해달라며 보낸 협조 공문에 대해 국과수가 무관심으로 일관해 취재가 막혀버린 때도 있었다. 국과수의 감정오류로 인해 법정 투쟁을 한 억울한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이틀 동안 주소지를 찾아다닌 기억도 생생하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취재진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국과수라는 명성 때문에 주변에서는 취재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진실은 두 개일 수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번 보도로 신뢰에 치명타를 입었다. 국과수의 감정오류를 밝혀낸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과수의 전방위적인 대책과 쇄신의지를 이끌어 낸 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역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과수 내부를 촬영하고 국과수 소장과 대담을 나누며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점도 보람으로 남는다. 한 컷의 영상을 담기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항상 후배에게 빛나는 조언을 마다하지 않은 친형 같은 이동삼 카메라기자, 그리고 이번 시리즈를 준비하며 함께 고민했던 도성진 기자, 대구MBC 모두와 수상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경인운하로 인한 주변 농경지 염분 피해 우려 등 경…
평소에 시의회를 잘 들락거리지 않는 나로선 행운이었다. 지난 3월 5일 우연히 김포시 의회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한 시의원의 시정질의가 마음에 걸렸다. 경인운하로 인한 주변 농경지의 염분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MB정부의 특성상 경인운하를 안 할리는 없을 터. 문제제기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며 회의장을 나섰다. 나이먹은 기자의 감각이 작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탓이다. 하릴없이 담배를 꼬나 물다가(죄송.금연해야 하는데) 염분피해? 이거 색다른 팩튼데..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해서 취재가 시작됐다. 경인운하를 통해 한강으로 방류되는 서해바닷물의 양과 기본 염도를 확인하고 방류됐을때의 문제점을 정리하면서 물건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6일자로 1보가 나갔다.반응은 뜨거웠다. 각종 매체에서 연달아 보도가 이어졌지만 문제를 제기한 내 입장은 답답했다. 지방지에서 주재기자란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일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온갖 잡무도 이어진다. 거기에 염분이든 환경이든 제대로 공부한게 없으니 후속보도를 하긴 해야겠는데 아는게 없었다.막다른 골목이다. 궁리끝에 대학문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정부를 상대로 취재를 했지만 이상하게들 말들을 아꼈다. 막막해하고 있을때 다시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지었다. 독자 한분이 경인운하 환경영향평가서 복사본을 보내 주셨다. 하지만 벽은 여전했다. 난해한 내용의 평가서를 읽고 정리하고 보충취재하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다시 窮卽通(궁즉통)이런가.익명을 조건으로 전문가 한 분이 도움을 주셨고 평가서를 정리했다. 그렇게 해서 수자원 공사와 관련기관들로부터 전문가가 개입한것 같다(?)고 의심받은 "수자원 공사의 해명 헛점 투성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의심이 전혀 근거 없는것은 아닌셈이다. 수자원 공사의 해명과 반박이 이어졌지만 기사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없었다. 결국 공사는 경인운하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염분피해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성과는 있었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한강하구는 만조때가 되면 지금도 서해물이 행주대교를 지나 잠실부근까지 치고 올라간다. 그래서 여의도의 25배가 넘는 8천4백여㏊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신곡양수장은 매일 물의 염분도를 측정한다. 그만큼 조심스럽다. 그런데 우려가 사실이 된다면... 그건 재앙이다. 여기에 경인운하 주변 지하수의 염분 오염문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어차피 운하를 만들거라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럴려면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기자상을 받게 되면서 지인들의 축하전화가 많이 왔다. 그런데 한 후배의 전화는 아직도 해석이 제대로 안된다."선배 50이 넘은 나이에 너무 한거 아니예요. 후배들도 생각 해야지"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지금도 헷갈린다.
뉴스추적 504회 ‘북에서 날아온 소송장’ SBS
SBS 뉴스추적 ‘북에서 날아온 소송장’ SBS 보도제작국 보도제작 2부 장세만 북한의 로켓 발사 공언과 개성공단 상주직원 억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지난 3월초, 작지만 의미있는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950년 6.25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왔던 북한 의사 고(故) 윤모씨의 상속 재산을 놓고, 남북한 자손들이 남한 법원에서 재산 분쟁을 벌인 것이다. 취재결과 소송당사자였던 북한 주민들은 북한 지역에서 남한 변호사에게 소송위임장을 작성했고, 이후 제3자를 통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숨진 남한 아버지 윤씨의 유산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모두 100억 원대로 북한 주민들은 이 가운데 20-30억 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사건을 접한 취재진에게 가장 큰 고민은 북한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우리들 이야기’로 인식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남북 간의 재산권 분쟁은 분단된 우리 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아직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솔직히 먹고 사는 현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의 궁금증을 풀어보기 시작해 점차 법률적인 핵심 문제 등을 다뤄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북한 주민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을까? 소송이 제기된 법원 주변을 취재하던 중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소송 위임모습을 동영상을 제작해 증거물로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동영상을 어렵게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 동영상에는 소송당사자인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북한 당국자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북한 주민들의 소송에 북한 당국자가 개입돼 있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판단은 쉽지 않았다. 특히 이 사건이 소송 과정에 있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랬다. 남북 가족들의 변호사들을 모두 만났다. 인터뷰의 횟수와 길이에도 신중을 기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북한 당국자를 둘러싼 논란 등 여러 가지 논점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고 담기 위해 노력했다. 취재 후반부에는 법률적인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했다. 변호사와 판사, 검사, 법학자들을 두루 만났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는가? ∆북한 주민들이 승소할 경우 재산권은 어떤 식으로 행사할 수 있나? ∆재산권에 따른 납세의 의무 등 남한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반대로 북한 땅 문서를 가진 남한 주민들은 북한 내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나? 이슈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남북한 간 재산권 분쟁이 우리 민족의 현안으로 다가왔다.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유산 문제가 당장 그랬고,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자들, 그리고 북한과 사업을 하는 남한 기업인들도 그랬다. 남북통일에 앞서 원만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대가와 부작용이 우려됐다. 독일과 대만에 대한 취재가 뒤따랐다. 법무부 측은 인터뷰 과정에서 독일보다는 대만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흡수통일 이후 수많은 소송이 일어났던 독일의 경우는 우리에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대만은 1990년대 초 양안 인민관계조례라는 법률을 만들어 일찌감치 양안 간 재산권 분쟁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놓았다. 기본 정신은 중국 본토 주민들의 대만 내 상속권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한을 가하고, 본토로 지나치게 많은 돈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분단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남북한 간의 재산권 분쟁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재산권 분쟁은 한 쪽의 이익이 다른 한 쪽의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또 이로 인한 남북 주민들 간의 갈등은 또 다른 사회적 분단을 불러올 수 있다. 취재진의 문제의식을 깊이 이해하시고 취재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게 모두 감사드린다.
청와대 직원 성매매 혐의 입건 “기강 잡아라” 음주…
지난 3월 27일 밤 9시께 <한겨레>는 검찰 관계자로부터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성매매 혐의로 신촌에서 붙잡혔다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났는데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경찰이 청와대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있는 걸까. 즉시 확인에 들어갔다. 확인은 쉽지 않았다. 마포경찰서 생활안전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으나 과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서장에게 전화를 했다. 서장은 “그런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생활안전과장에게 확인한 뒤 기자에게 바로 전화를 주겠다”며 끊었다. 하지만 이후 서장은 전화를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이상했다. 마포서 일선에 아는 형사에게 물어봤다. ‘입건은 맞으나 구체적 시간 장소는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 쪽에 확인을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오늘(27일) 청와대 행정관 2명이 사표를 내고 수리됐다”고 말했다. 얘기를 들은 지 1시간 반만인 10시 30분께 서울판 신문에 ‘청와대 직원 성매매 혐의 입건, 기강 잡아라 음주 자제령(3월 28일 토요일자)’기사를 넣을 수 있었다. 정말 ‘가까스로’ 였다. 주말에 추가 취재를 통해 입건된 행정관이 이른바 ‘2차’에 가기 전에 방송통신위원회 간부와 함께 케이블 업체 사람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주말 내내 행정관이 입건된 숙박업소 주변을 뒤진 끝에 ‘접대받은 3명이 모두 2차에 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실제 이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고 숙박업소로 이동한 여직원을 접촉한 것이다. 이를 통해 3월 30일 남들보다 한 발 빠른 후속보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수도 있었다. 28일 최초 보도에서 <한겨레>는 성매매 입건 장소를 ‘안마시술소’로 잘못 보도했다.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확인 못 하던 차에, 마포서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에 우리 서에 성매매로 입건된 사건은 딱 1건이며, 직장인이라고 밝힌 남성 2명이 안마시술소에서 입건됐다”며 시간과 장소, 단속 경위 등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 관계자의 확인으로 첫 보도가 ‘안마시술소’로 잘못 나간 것이다. 하지만 보도 뒤 마포서는 타사 기자들에게 ‘이는 다른 사건이다’고 밝히지 않았다. 후속 취재를 통해 30일 <한겨레>가 “청와대 행정관이 잡힌 장소는 룸살롱의 2차로 나간 숙박업소였다”고 밝힌 뒤에야 경찰은 브리핑을 열어 “룸살롱 뒤 숙박업소에 간 게 맞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찰 태도는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청와대 행정관의 조사 사실과 장소는 숨기되, 케이블 업체 관계자에 대한 조사 사실과 시간, 장소는 언론에 흘리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행정관을 ‘뇌물 수수’ 혐의로 입건한 뒤에도 언론에 밝히지 않다가 며칠 후에야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 “경찰이 너무 노골적으로 청와대 행정관을 감싼다”는 소리가 나왔다. 보도 뒤 청와대는 비서진에 대해 100일간의 특별 직무감찰에 돌입한다고 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지방공무원에게 고급음식점과 유흥업소 출입 자제령을 내리는 등 후속 조치를 내놨다. 이런 일시적인 조치들로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와 부적절한 로비 등의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이는 없다. <한겨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감시의 눈을 치켜떠야 할 이유다.
故 장자연 친필 문건 단독 입수 및 속보, 기획보도 K…
“어디서 난거냐? 쓰레기통 뒤졌겠지 뭐.” “뭐, 그 비슷한 거에요.” 아차 싶었다. ‘문건 유출 경위’를 넘겨짚는 질문에 그만 덜컥 시인을 해 버린 것이다.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는 9시 뉴스가 나간 직후, 타 언론사 선배에게 받은 전화였다. 절대 비밀로 했어야할 사실이었다.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당해버렸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쓰레기통에서 문건을 입수했다는 사실이 몇몇 지인들을 통해 타사에 알려졌지만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故 장자연 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씨가 일부러 KBS에 제공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니, 소문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믿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덮으려는 현 정권의 음모라는 설까지 떠돌았다.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모르겠지?”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장자연 리스트’를 찾아오라며, 유장호의 사무실에 취재를 보냈던 바이스 캡 곽희섭 선배가 내게 물었다.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는 다음날 갑자기 꾸려진 수사본부와, 그 앞에 벌떼같이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서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울먹거리며 문건이 도대체 어디서 났냐고 묻던 유장호 씨는 급기야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지도 못한 나는 덜컥 겁부터 나기 시작했다. 얼떨떨한 나에게 사건팀 데스크 박태서 선배가 한 마디 던지셨다. “이런 취재는 진짜 분노하면서 해야 하는거야.” 마음을 다잡았다. 저항할 수 없는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약자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증거 자료였다. 다들 그러려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수면위로 절대 떠오르지 않았던 연예계의 어두운 그늘이 세세하게 묘사된 문건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오랜 취재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최고의 취재팀도 새로 구성됐다. 분노해야할 대상도 명확했다. 그렇게 취재가 ‘본격’ 시작됐다. “어떻게 13분만에 문건을 입수한거죠?”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10분 정도는 촬영을 했으니 3분정도 쓰레기를 뒤진 것이다. 너무 빠른가? 반문해봐도 당시에는 답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봉투 안에 다른 쓰레기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금방 찾았다. 이렇게, 취재를 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취재를 ‘당했다’. 문건 ’입수 과정’과 문건에 나와 있는 유력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한 타사의 취재였다. 우리 방송사 피디가 포함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생면부지의 타부서 선배들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왔다. 피곤한 일이었지만 타사의 취재기법에서도 많은 걸 배웠고, 취재 당하는 사람의 입장이 어떤지 역지사지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경쟁사의 보도는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이례적으로 문건 입수 경위를 리포트를 통해 공개하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경찰이 공식 사과까지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를 비판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모든 언론사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왜 경쟁사의 힘 빼기에만 주력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배운 점은 있다. 나중에 혹시나 경쟁사에 낙종을 하게 되더라도 이성을 잃지 말고 냉정하게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회가 또 올것 같냐?” 취재팀의 총지휘자 시경 캡 이영현 선배가 그동안 우리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앞으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시 만나기 힘든 기회를 공유한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그동안 스트레스와 피곤에 지친 나를 말없이 다독여주고, 연예지 근무 경험과 인맥을 살려 외곽 취재는 물론이고 각종 정보까지 아낌없이 제공해 이번 보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김 모 기자에게, 항상 미안하고 또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故 장자연 씨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