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한센병 백년 특집 다큐멘터리 <100年의 참회록>」…
다리, 강물이나 바닷물을 건널 수 있게 만든 시설물. 다리가 놓이면 사람들이 오가고, 오가는 길이 생기면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길도 열리게 마련이다. 올 봄 천형의 땅으로 불린 전남 고흥 소록도에도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가 놓였다. 소록대교는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한센인과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상징으로 언론에 소개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소록대교에는 차도만 있을 뿐 인도가 없어서 한센인들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는 다리를 건널 수 없었고, 소록대교 자체도 소록도의 허리를 관통하도록 설계돼 병원 관계자들마저 ‘폭력적인 다리’라고 불렀다. 소록도에 놓인 다리에 한센인을 위한 배려는 없었던 셈이다.
소록대교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도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소록도에서 믿기지 않는 얘기를 들었다. 소록도에 사는 한센인 가운데 90년대에 단종(정관절제)수술을 받은 이가 있다는 얘기였다. 먼 옛날의 일로만 알았던 한센인의 단종수술이 87년 민주화가 이뤄진 뒤로도 계속됐다는 사실에 취재팀은 한센인에 관한 얘기를 보도특집으로 다뤄보기로 결심했다. 소록대교가 개통하는 시점에 지난 백 년 동안 한센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대한민국 사회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문을 하나 써보자고 했다.
프로그램에 소개할만한 한센인의 사례를 모으던 중 법무법인 공감의 한 인턴으로부터 80대 한센인 남매인 최남순 최남용 씨의 기막힌 사연을 접했다. 젊어서 한센병에 걸린 남매는 한국과 일본의 한센인 수용시설에 따로따로 수용됐고, 지난 40여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거다. 취재팀은 건강이 나빠 거동이 불편한 이들 남매에게 서로의 인사말을 카메라에 담아서 영상으로 들려줬고, 그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정부의 한센인 강제격리 정책이 한센인과 그 가족의 운명을 얼마나 뒤틀어 놓았는지 고발했다.
취재팀은 소록도에서 92년에 단종수술을 한 소록도 원생 송문종 씨의 사연을 소록도병원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냈고 소록도 84인 학살 사건과 오마도 간척지 사건 등 일제시대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우리 정부가 행한 인권침해의 역사에 대해서도 꼼꼼히 정리했다. 또, 일본과 대만의 한센인 요양시설에 대한 현지 취재를 통해 한국과 일본, 대만 아시아 3국 한센인들의 차별과 소외의 역사, 또 그 잘못을 바로잡는 노력에 대한 각국의 온도차도 생생히 드러냈다. 특히, 일본과 대만 정부는 한센인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역사에 대해 총리와 총통 등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수반이 직접 사과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정부 차원의 사과 한 번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켰고, 한센인 처녀와 비한센인 총각이 결혼에 이른 대만의 한 노부부 결혼 이야기 등을 통해 한센인을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차도 전했다.
지난 4월 23일 프로그램이 방송된 지 20여일 후 한승수 국무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고흥 소록도병원을 방문해 과거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한센인들에게 사과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만 정부의 사과를 계기로 한센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차별과 소외가 눈 녹듯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고흥 소록도에는 현재 6백60여 명의 한센인이 살고 있고 노환으로 평균 일주일에 한 명 꼴로 숨지고 있다. 일제시절 일본 정부에 의한 강제격리 정책에 대해서는 보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해방 이후 우리정부가 행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센인 보상법이 제정됐지만 실효성이 없어서 다시 개정 논의가 진행중이다. 더 많은 한센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도록 하루 빨리 관련 법이 개정되기를 바란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빚을 졌다.
지난 1세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힌 각종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때론 수치심을 억누르면서 인터뷰에 응해준 한센인 식구들의 도움으로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의 한센인 수용시설에서 이틀 밤을 묵을 때 고국에서 찾아왔다며 맥주와 김치 등을 숙소로 가져오신 재일동포 한센인 김 씨 할머니, 단종 수술을 받던 순간을 회상하며 먼 산을 바라보던 소록도의 마지막 단종 수술자 송문종 씨의 처연한 눈빛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더불어 취재와 편집, 행정 등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수시로 흔들릴 때마다 곁에서 중심을 잡아준 촬영기자 서재덕 선배와 열악한 지역방송국의 여건에도 불구하고 특집 제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KBS 순천방송국의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선후배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대구 도심재창조 시리즈 매일신문
대구 도심재창조 시리즈를 통해 지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큰 상을 받게 됐다. 땀 한방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돼 기쁘다.
솔직히 대구는 이제 제3의 도시가 아니다. 섬유산업도, 제조업도 예전같지 않다. 구미나 포항, 경산, 청도와 함께 하지 않으면 미래가 밝지 않다. 그래서 대구 도심 재창조는 꼭 필요한 절대과제였다.
매일신문은 27차례에 걸쳐 대구 도심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초반 7회에 걸쳐 큰 틀에서 대구의 역사, 문화, 교통, 녹지, 디자인에서의 문제점을 짚은 뒤 8회부터 27회까지 세부적으로 문제점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했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각종 여론조사, 공모전을 시행했다.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 선진 재창조 사업을 벤치마킹했다. 서울, 안양, 부산, 파주 등 우리나라의 도심 재생사업을 견학했고 각종 엑스포, 간담회, 디자인올림픽을 취재했다.
솔직히, 어려웠다. 참조할만한 수준의 보도가 전무했다. 이제 겨우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우리나라 도시들의 수준에는 본격적인 도심재창조라는 표현을 붙이기가 불가능했다. 전문가들조차 연구를 본격화한지 몇 년 되지 않다 보니 도심재창조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의 축제, 공원, 문화유적, 쇼핑, 산업 등에 대한 연구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을 뿐,그나마 잘하고 있다는 도시의 현장을 찾아가 보면 태반이 전시행정을 요란스럽게 떠든 것들이었고, 해외 사례를 무분별하게 베낀 곳도 적잖았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성과를 거뒀다. 취재가 계속되면서 대구 도심이 세계 어느 유명 도시 못지않게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 도심이 달성토성과 경상감영 4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점, 수 백 년 동안 읍성 안에 집을 짓고 건물을 만들면서 생긴 골목들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 흩어진 공원을 제대로 연결하면 전국 최대의 도심 녹지축도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은 어느 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대구만의 장점이었다. 이런 장점을 연이어 보도했다.
그래서 대구가 바뀌고 있다. 기쁘다. 대구 도심을 되살리는데 매일신문이 일조할 수 있는데 대해 사회 각계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가 도심 재창조 사업을 이뤄나가는데 보행권 확대, 스토리텔링 사업, 골목 살리기, 축제 개편 등 세부 사업의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중구청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대구 중구 중장기발전계획’에 매일신문 도심 재창조 시리즈에서 제기된 방향과 세부 사업들을 대폭 반영했다. 대구시가 내년까지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에 맞춰 진행하는 도심관광활성화 계획(5월4일 최종 보고)에서도 본보가 대구읍성의 상징적 복원, 도심의 스토리 발굴, 약전골목 입면 디자인 개선 등에서 제기했던 주장이 반영됐다. 순종 어가길 재현사업 역시 시리즈 보도 이후 대구 중구청의 기본계획 용역이 발표돼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구가 우리나라의 도심을 부활시키는 첫 신호탄을 쏠 수 있도록, 대구가 선진 도시의 도심 재생을 벤치마킹해 보다 나은 재생 사업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매일신문을 추후 취재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신문 서상현 기자
감시되지 않는 살인가스 COE 전남CBS
전남CBS 박형주 기자
얼마나 오랫동안 그 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이 유독가스가 배출되고 있었을까?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전 허가 없이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광양제철소 내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물질들이 배출되고 있는지 광양제철소가 스스로 드러내는 자료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술자리에서 들은 말, “얼마 전에 배출된 매연은 아무 것도 아니다. 코크스 공장에 가면 더하다.” 귀가 솔깃했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은 후환이 두려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무작정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코크스 공정과 안전사고에 관한 기록, 논문 등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띈 한 논문. 동국대학교 임현술 교수팀이 작성한 1997년 포항제철소 코크스 공장에서 발생한 COG(Coke Oven Gas) 중독사에 관한 논문.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코크스 공장 직업병 사례들.
나는 포항과 광양제철소 코크스 공장 퇴직자들을 만나 코크스 공장의 실태에 대해 자료와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했고, 놀라운 사진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절대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규제 기준 조차 없는 COG 또는 COE(Coke Oven Emission)가 광양제철소 코크스 공장에서 연기처럼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과 입수한 자료들을 들고 감독 기관인 전라남도 동부출장소를 찾아갔다. 동부 출장소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했다. 종종 정기 점검을 하지만 코크스 공장은 점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출장소는 같은 날 오후 현장을 찾아 즉각 점검하고, 사진과 같은 광경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다음날 취재진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사진에서처럼 흰 연기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장면이 연출됐고, 동부 출장소나 제철소 직원들이나 당황했다. 사진의 내용이 조작이 아닌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COG가 무방비 상태로 대기 중으로 노출된 것일까?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그동안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집중보도가 이뤄졌다.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살인가스 COG, 아무런 규제도 없는 COG, 코크스 공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어 숨진 사람들.
마지막 보도가 되던 16일 광양제철소는 실시간 감시 체계와 최신 클리닝 시스템 도입 등을 담은 개선책을 내놨다. 전남지역 최대 광고주인 탓이라 어느 언론도 좀처럼 나서서 후속 기사를 써주지 않는 상황에서 얻은 결과라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한낱 지방에서 일하는 조그마한 방송사 기자에 불과하지만, 지역의 환경을 위해 뭔가 이뤄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내용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됐다는 데 더 큰 보람이 있었다.
앞으로도 진실은 언젠가 인정받는다는 생각으로 지역의 인권과 환경의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더욱 힘쓰는 지방 기자가 되겠다.
특히 이번 취재에 물신양면으로 나를 도와준 광주전남CNB뉴스의 장봉현 기자와 후배 오지예 기자에게 감사하며, 어려운 보도 여건 속에서도 과감하게 보도를 결정해 주신 이열범 전남CBS 본부장과 임영호 보도제작국장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시사기획 쌈 ‘황금알 민자사업 1, 2부 KBS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와 다리, 터널을 지날 때 이 도로 주인은 누구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도로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나랏돈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닦은 길이라는 사실은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요금소에 이르러 2천 원, 3천 원 씩 하는 통행료를 지갑에서 꺼낼 때가 되더라도 '생각보다 비싸군' 하고 이내 잊기 마련이다. 누군가 내가 낸 통행료로 돈을 벌고 있고, 그것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벌고 있으며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도 물릴 수 없도록 은밀한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고는 더더욱 상상하기 힘들다.
이번 KBS 탐사보도팀 보도가 제기한 핵심 문제는 바로 이 점이었다. 민자사업에 투자한 기업들이 국민들이 낸 통행료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벌어들인 수입이 분명한데도 갖가지 교묘한 수단으로 세금을 피하는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자사업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천문학적 수입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가나 지방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불한 재정지원금이다. 세금으로 돈을 벌면서, 정작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은 피하는 민자사업 투자자들의 행태를 지켜보며 분노를 억누르기 어려웠다.
수백 억대 국민 세금이 왔다 갔다 하는 민자사업의 타당성을 가늠할 교통량 예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엉터리로 산출됐는지를 추적하고, 막대한 지방 재정을 축낸 사업을 추진한 핵심 공무원들이 인사 영전에 훈장마저 추서받고 있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취재기자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허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취재는 그리 쉽지 않았다. 한 점 팩트 오류도 용납될 수 없었기에 몇 달 동안 주말을 반납한 채 수천 장에 이르는 회계 감사보고서와 공시 자료, 계약 서류, 각종 법조문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취재 내용을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난 전직 국세청 출신 세무사는 굳은 표정으로 ‘우리 국세청을 너무 우습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적잖이 분개한 목소리로 ‘우리의 세금이 이중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방송이 나간 뒤 한 국세청 고위 간부는 ‘전문적인 내용을 완벽하게 취재한 데 감탄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세금 회피 문제를 조사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애써 언급을 피했다. 민자사업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역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민자사업에 얽힌 문제를 건드렸다가는 자칫 ‘토건 프렌들리’한 현 정권 기조를 거스를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을까. 정부 책임자들이 굳게 침묵하는 데 대해 의아함과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이번 아이템 취재, 제작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총괄한 김태형 선배, 멀리 호주를 오가며 충실한 내용을 만들어낸 동기 정정훈 씨, 그리고 최고의 영상과 녹취를 내놓는 데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신기호‧안정환‧강승혁 촬영기자 선배들이 쏟은 노고가 이번 방송으로 이어졌다. 유무형으로 부딪힌 갖가지 어려움을 조용히 해결해 준 권순범 팀장과 윤석구 데스크에게도 감사드린다.
여러 기자들이 노작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KBS 탐사보도팀에 큰 상을 안려주신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단 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리고 더욱 빛나는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작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분발하겠다.
KBS 정수영 기자
모든 연체율, 약정이자 1.3배로 제한 서울경제신문
우승호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지난 4월27일 월요일 아침. 출근 후 일정을 챙기다 ‘지난 주(22일)부터 시행 중인 대부업법 시행령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정된 법률을 모두 들춰보지는 않는다. 대부업법처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금융회사나 감독당국, 정부 등 도처에서 관심이 많은 것은 늦게라도 빼놓지 않고 들춰본다. 이런 법들은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은 봐야 되기 때문에 처음에 알아놓는 게 낫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시행령은 예고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연체이자율 상한’ 규정이 ‘여신금융기관의 이자율 등의 제한’으로 바뀌었다. 문장도 살짝 달라졌다. “100분의25를 초과해 연체이자율을 받는 경우에 은행은 한국은행 규정,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금융위 규정에 따라 연체이자율을 달리 적용한다”는 내용에서 “100분의25를 초과하는 경우에 적용한다”는 제한이 삭제됐다.
개정 전에는 연체이자율이 25%를 넘는 경우만 약정이자의 1.3배를 받도록 했지만, 개정된 규정은 모든 연체이자율에 1.3배만 가산하도록 한 것이다. 단지 서술하는 한 부분만 빠졌을 뿐인데, 연체하는 고객이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이자가 더 낮아지고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등 금융의 근본을 흔들만한 내용으로 뒤바뀌었다.
확인 결과, 금융감독당국이 대부업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관련부처와의 의사소통 부재로 관련 규정을 함께 고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기사가 나간 후 금융위는 즉각적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관련 규정 재개정 작업에 착수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장기간 방치됐을 경우 금융회사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과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연체이자율 혼란’ 기사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취재원인 ‘대부업법’이었지만 실제로 취재하는 이는 없었다. 아주 기본적인 취재원이지만 무시해 왔던 것이고,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간과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어찌 보면 이 기사는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부가 대부업처럼 중요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잘못하는 일이 많지도 않고, 많아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기사를 통해 “정부가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률도 잘못 개정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만큼 법을 만드는 공무원들이나 이를 감시하는 언론에서 좀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취재 과정에서 놀란 것은 시중은행은 물론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은행 등 관련 당사자들이 금융위원회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제대로 못했고, 연락조차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관련 부처, 언론과의 막힌 소통을 뚫어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금융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